소설리스트

BJ천마-76화 (76/212)

18. 다키스트 에이지 2 (6)

> 이거 같은 스킬 맞냐?

> ????

> 미쳤다 ㅋㅋㅋㅋㅋㅋ

> 얼음 신성력 트리 타고 있었는데 당장 불꽃으로 갈아탄다 ㅋㅋㅋ

천참화봉을 본 시청자들이 경악에 찬 목소리를 동시에 토해냈다. 화면상으로 보였던 스킬의 모션과 BJ천마가 보여준 스킬의 위력에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만도 하지.’

결국 검이 내는 위력이라는 것은 내공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검을 뻗느냐 하는 신체적인 숙련도, 내공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집중하느냐 하는 내공적 숙련도, 그리고 깨달음.

‘···뭐, 깨달음의 정도까지 게임에서 구현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실제로 단천이 가지고 있는 깨달음으로 천참화룡을 시전했다면 고작 이 정도 위력으로는 끝나지 않았을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BJ천마가 보여준 신위는 압도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기는 했다.

> ㅅㅂ 대체 어떻게 하는 거임?

“내공을 사용할 때와 검격을 내지를 때가 동시가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도 중요하고. 요컨데 내공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 전부가 한 동작을 위해서 움직이면 된다는 뜻이지.”

> 그냥 신성력만 돌리면 되는 거 아니었냐?

> ㅅㅂ 매커니즘 더럽게 복잡하네

> 이런건 어디서 알게 된 거임?

> 소드아트 사에서 시연할 때 다 말해준 거잖아

그랬나. 시연 이후에 하는 말은 귓등으로 흘려들어서 그런 게 있는지는 몰랐는데. 의외로 무공의 사용에 관해서는 꽤 잘 구현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키스트 에이지 2를 꾸준히, 열심히만 플레이한다면 몸이 건강해지고 반응속도가 빨라지는 정도의 효능은 확실하게 생길 터.

‘···사람들이 건강해지면 나야 좋은 일이지.’

단천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뭔가 다른 수작을 벌인다고 해도 상단전이 열려 있는 단천이 알아채는 것이 가능할 터였으니까.

단천은 반쪽으로 조각난 노스페라투를 바라봤다. 노스페라투의 조각난 몸뚱아리는 재로 변해 흩어져내리고 있었다.

강력한 고대신이어서 그런지 노스페라투의 몸이 조각나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더럽게 오래 걸리네.”

빨리 저 사망모션이 끝나야 보상을 읽을 텐데. 고민하던 단천은 검에 내공을 불어넣어 노스페라투의 부서져가는 몸에 불꽃을 박아넣었다.

화르륵!

> 인성 무엇 ㅋㅋㅋㅋ

> 아니 죽이고 티배깅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꼬우면 죽는 모션을 더 빠르게 만들었어야지.”

그게 아니면 죽였을 때 바로 보상이 주어지던가. 죽은 몸에 불꽃이 타오르며 한층 빠르게 노스페라투의 몸이 완전히 재로 변화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들.

[노스페라투를 처치하셨습니다.]

[노스페라투의 권세가 약해집니다!]

[노스페라투의 휘하에 있던 몬스터들이 약체화됩니다!]

[노스페라투의 휘하에 있던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것으로 얻는 경험치가 반감됩니다!]

“···흐음.”

뭔가 애매한 보상들이다. 경험치야 엄청나게 올라서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계속 떠오르지만, 이건 그냥 킬 경험치일 뿐이고.

“마음에 안 드는데.”

“와. 진짜 노스페라투를 죽이다니.”

단천의 어깨에 타고 있던 드라이오나가 입을 열었다. 단천은 물끄러미 자신의 옆에 타고 있는 드라이오나를 바라봤다.

“아! 그렇구나! 네 신성력을 올려줄게!”

[신성력이 10 올랐습니다.]

말이 끝나자 단천의 몸에 있던 전류의 양이 또 다소 늘어났다. 적은 보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맘에 안 드는데.”

“보···상이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라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말을 마친 단천은 드라이오나를 바라봤다. 지금의 일련의 상황은 혈천제 피천류를 처치했을 때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그렇다는 건. 자신의 옆에 있는 드라이오나도 그 때의 상황과 흡사한 존재라는 것.

즉. 혈교의 간자라는 뜻이다.

“너. 배신은 언제 하냐?”

“뭐, 뭐뭐?”

“도와달래서 도와주러 왔더니 사실은 인간을 유혹해서 함정에 떨어지게 만드는 첩자였다. 그런 스토리 아니야?”

“뭔 개소리야!”

> 밑도 끝도없는 의심ㅋㅋㅋㅋㅋ

> 아니 그냥 싸울 상대 필요한 것 같은데

> 아니 근데 좀 의심스럽기는 함 ㅋㅋㅋㅋㅋ

BJ천마의 말에 드라이오나가 떽떽거리며 자신을 변호했다. 요는 힘에 굴복해서 어쩔 수 없이 노스페라투의 아래에서 일을 했을 뿐이며, 요정들을 규합해서 앞으로 있을 전쟁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요정 ‘드라이오나’와의 친밀도가 생성되었습니다.]

[요정과의 친밀도를 올리면 당신의 우군이 늘어날 것입니다.]

“흐음. 확실히 요정들을 우군으로 둘 수도 있는가보군.”

“그렇다니까!”

“그러다가, 적절한 때가 오면 뒤에서 자신의 등에 칼을 박아넣는 역할일 테고.”

“아니야! 아니라고!”

“그렇다고 해 두지.”

> 전혀 안 믿는 표정 ㅋㅋㅋㅋㅋㅋ

> 아니 시스템까지 나오는데 이걸 안 믿네 ㅋㅋㅋㅋㅋ

따지고 보면 요정이라는 것 또한 괴력난신怪力亂神아니던가. 드라이오나도 좋든 싫든 언젠가는 처치해야할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노스페라투가 죽었으니 노스페라투가 가지고 있던 보물창고를 확인해 봐야지?”

“보물창고?”

“그래. 여기 지하에 노스페라투가 모으던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 거야.”

“그렇군.”

아무래도 메시지로만 나온 것이 보상의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런 정보를 알려주다니. 드라이오나는 꽤나 도움이 되는 예비배신자라고 할 수 있었다.

바닥을 훑어보자 피로 가득한 바닥 언저리에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곳이 보였다.

“이곳이로군.”

“어떻게 알아?”

“보면 알지.”

희미하기 그지없는 선이 바닥에 그려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선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 이게 눈에 보임?

> 천리안인가 ㄹㅇ;;

“이게 안 보인다는 게 더 신기하군.”

선들의 위에 서니 위화감은 한층 더 진해졌다. 이 아래에 노스페라투의 보물들이 숨겨져 있는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이 선들이 무엇인가 하는 건데.”

단천의 눈이 실선으로 되어 있는 선들을 바라봤다. 선들의 깊이는 일관적이지 않았다. 몇몇은 깊게, 혹은 얕게 패여 있는 선들.

아마도 노스페라투는 이 바닥을 순서에 따라 피를 움직이는 것으로 간단하게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스페라투가 사라진 지금, 바닥에 패여 있는 선들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마치···.

“초식의 일부같은 느낌이군.”

> 이거 저 선을 따라서 검을 휘두르면 되는 거 아니냐?

> ㅇㅇ 아마 그런 모양인데?

> 근데 더럽게 복잡함

> 아무래도 여기서 시간 좀 잡아먹을듯 ㄷㄷㄷ

무공이라는 생각을 하자 순식간에 형태가 명확하게 보였다. 검을 휘두르는 순서와 기울기까지 지정하고 있는 검식.

대단한 표식은 아니었다. 단순하게 복잡하게만 만들어져 있는 검식이었으니까.

검술에 대해서 문외한인 시청자들도 바닥에 펼쳐져 있는 검술의 난해함에 대해서는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검법보다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검무로구만.”

> 이거 통과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몇 시간은 꼬라박아야 될듯?

> 몇 시간으로 되냐 ㅋㅋㅋ 리듬겜 생각하면 며칠은 해야 됨

> 아니 보스 잡았으면 그냥 아이템 달라고 빌어먹을 자식들아 ㅠㅠ

검의 경로를 모두 확인한 단천은 직검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검을 들자마자 터져나오는 메시지.

[미션맨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이 퍼즐 1시간 내에 통과하면 30만원!]

바닥의 검법을 1시간 내에 시전하면 30만원이나 준다는 후원 메시지.

“어느때처럼. 간단하기 그지없는 미션을 주는군.”

딱히 도발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니. 하지만 미션맨은 BJ천마의 말을 도발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 미션맨 : ㅡㅡ

[미션맨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30분내에 통과하면 50만원!]

이전보다 줄어든 시간 제한, 그리고 올라간 금액.

“그냥 평범하게 돈을 준다니 고맙긴 하지만.”

[미션맨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20분! 100만원!!!!]

> 근데 이거 말 할때마다 1만원씩 주는데, 실패해도 쌉이득 아니냐?

> 진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도발만 하면 돈이 벌린다고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BJ천마의 사실적시자동도발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션맨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1분!!! 500만원!!!!]

“음. 이 정도라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군.”

> 뭔 1분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건 걍 미션 절대 안 됨 ㅋㅋㅋ

> 그냥 도발만으로 한 20만원 번 것 같은데?

> 실패를 가정한 도발 ㅋㅋㅋㅋ

단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 새겨져 있는 검의 흔적은 일반적인 검의 길이를 가정하고 만들어져 있는 것. 지금 단천의 부러진 직검으로는 바닥의 자국을 그대로 따라할 수 없다.

단천은 부러진 직검을 움켜잡고 검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한 자가 넘어가는 길이의 검기가 검에서 솟아올랐다.

‘불어넣는 내공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검무를 그려나간다.’

내공의 양도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한 번 시도하기에도 아슬아슬할, 어쩌면 부족할 수도 있는 수준의 내공량.

하지만, 실패할 생각은 없었다.

단천의 검이 바닥에 새겨진 자국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 ㅗㅜㅑ

> 난이도 실화냐

단천의 눈은 더 이상 채팅창에 가 있지 않았다. 그저 검과 자신과, 자신의 검이 가야 할 검로만이 남아있을 뿐.

아름답기 그지없는 검무가 허공을 수놓아나갔다. 처음에는 난이도에 대해서 감탄하던 시청자들의 감탄의 방향이 BJ천마가 보여주는 검무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개쩐다

> 이거 뭐임 ㅋㅋㅋ

> 보는맛 미쳤네

검무라는 것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시전되는 검술과는 본질적으로 대척된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검. 그것이 바로 검무다.

그러니 비록 함께 해야할 음률은 없지만, 단천 정도의 실력자가 펼치는 검무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는 말이다.

‘난이도가 엄청나군.’

과거의 단천이었다면 성패를 장담할 수가 없을 정도의 난이도의 검술이다.

하지만 지금의 단천은 환골탈태를 거친 탓에 반응속도가 과거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게다가 서유나의 리드미컬 세이버를 통해 이런 검무에 대한 이해도도 이전보다 한층 더 높아져 있는 상태.

그러니. 이 정도의 검무는 소화해낼 수 있었다.

촤르르륵!

흐르듯이 움직이던 검이 바닥에 새겨진 마지막 자국을 훑어내렸다.

쩌저적!

바닥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노스페라투의 비고로 향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간단하군.”

> ㅅㅂ 이걸 진짜 1트로 한다고?

> 미션맨 오늘도 1패 ㅋㅋㅋㅋㅋㅋ

> 저사람은 그냥 기부천사 아님?

[미션맨 님이 5,0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ㅠㅠ]

> ㅋㅋㅋㅋㅋ

미션맨의 패배를 만족스럽게 만끽하며. 단천은 비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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