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73화 (73/212)

18. 다키스트 에이지 2 (3)

[스컬 윙을 소환합니다.]

말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나온 단천은 스컬 윙을 소환했다.

> 스컬윙은 시작하자마자 소환할 수 있네

> BJ천마가 가지고 있던 스토리가 정사가 됐으니까. 능력치 빼고는 죄다 천마님이 쓰던 거 그대로 쓸 수 있더라

> 스컬 윙도 쓸 수 있으면 쌉이득 아니냐?

> 근데 능력치나 아이템은 거지발싸개인 그대로임

> 쌉손해네;

스컬 윙에 올라탄 단천은 브라딘이 올라타자마자 바로 스컬 윙과 함께 공중으로 솟구쳐올랐다.

그렇게 공중을 얼마나 유영하는 동안, 브라딘이 노스페라투를 향해 가고 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노스페라투가 있는 곳은 과거의 궁정인 블라드 영지입니다. 놈은 스스로를 왕으로 칭하고, 수하들에게 작위를 내립니다.”

“능력도 없는 놈이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다니. 추하군.”

“충분히 아시겠지만, 고대신들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있으셔야 합니다.”

“내공을 이야기하는 거로군.”

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쇼케이스에서 내공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내공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지, 절대 내공을 쓰지 않겠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실제로 내공을 쓴다면 중원에서의 경지를 또다시 누릴 수 있다. 그러니 구태여 내공을 쓰는 것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 여전히 신성력이라고 말하다니. 내공이라고 수정한다고 하더니, 제대로 약조를 지키지 않았다.

단천은 머릿속 살생부에 소드아트사의 이름을 단단히 박아넣었다.

> 이거 신성력 쓰는거 꽤 재밌더라

> ㄹㅇ 쓰면 쓸수록 능력이 늘어난다는 것도 신기함

“지금 주군께서 쓰실 수 있는 신성력들은 다섯 가지입니다.”

브라딘이 손을 흔들자 사람의 형태를 한 환영이 다섯 개가 나타났다. 몸 주변을 흐르는 기묘한 형태의 꿀렁거림이 보였다. 아마 저것이 내공일 것이다.

단천의 눈이 각각의 내공이 흘러가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단천이 알고 있는 내공심법들이었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불멸화영심법, 북해빙공, 수라역천혈마공, 천명뇌전심법, 자하신공이로군.’

하나하나가 천금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을 정도의 위대한 심법들이다. 단천 조차 수없이 많은 무림인들과의 협상을 통해 겨우 얻어냈던 심법들.

“신성력은 하나를 배우는 데만도 평생을 바쳐도 이상하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러니 신성력은 한 종류만 사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신중하게 고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평범한 사람한테나 그렇고.”

“주군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 하는 것보다는 보여주는 게 더 편하다. 단천은 품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단천은 몸에 존재하는 전류를 내공을 운용하듯 혈도를 따라 돌렸다. 단천은 그렇게 운용하던 내공을 검을 향해 움직였다.

화르륵!

불멸화영심법의 길을 따라 전류를 움직이자 단천이 들고 있던 직검에 거대한 불꽃이 맺혔다.

> ????

> 보자마자 이게 돼?

> 나는 불 피우는데만 몇 시간 걸렸는데 ㄷㄷㄷ;

> ㅅㅂ 이런것까지 재능이 있는거냐;

> 아니 도대체 못 하는게 뭐임;;;

채팅창에서 불신의 반응이 떠올랐다. 그야 당연했다. 유출되었던 다키스트 에이지 2의 가장 큰 진입장벽중 하나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이 ‘신성력’ 부분이었다. 닳고 닳은 고인물들도 익히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던 부분.

이 신성력 수련은 자그마한 불꽃 하나를 피우는 데만도 몇 시간이 넘게 걸렸다. 반면 BJ천마는 눈으로 대충 보기만 하고 따라했을 뿐인데도 눈에 보일만한 크기의 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안 되기는.”

단천이 다시 내공을 운행하자 검에 얼음장같은 냉기가 맺혔다. 그 뒤를 이어서 뇌전과 검은 빛깔의 검기와 자주색 빛깔의 검기가 연이어 나타났다.

> 한 개만 하는 게 아니라 죄다 되는 거냐 ㅋㅋㅋㅋㅋ

> 누구는 그냥 보자마자 신성력 쓰네 ㅋㅋㅋㅋㅋ

> 속보) 옆동네 풀창고는 지금 손톱만한 불꽃 피웠다고 즐거워하는 중

> ‘진짜 재능’이란 게 바로 이런 거지

> ㅅㅂ 재능 뭐냐고

> ㅁㅊ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자신의 검에 맺힌 기운을 몇 번이고 바꾸던 단천이 검을 집어넣었다.

“뭐. 대충 이렇다.”

“···제가 주군을 과소평가했군요.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단천이 익힌 천단공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어떤 내공심법이건 신체에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자연적인 내공만을 단전에 축기해 무엇이건 될 수 있는 순수한 내공심법이 바로 천단공이다.

천단공을 익힌 덕분에 단천은 주변에 천마신교의 인간이 없을 때면 다른 문파의 무공을 수련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 보여지는 무공들은 중원에서도 몇백 번씩은 연습해 봤던 내공심법들이다.

지금 펼치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재능 미쳤다리;

> 그냥 보자마자 쓰네··· 이게··· 재능?

시청자들이야 BJ천마가 신성력을 보자마자 쓰는 것을 보고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 단천은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크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

단천은 타오르는 불꽃의 크기를 보며 불평했다. 중원에서 연습할 때에는 단천이 피운 불꽃 덕분에 산 전체가 화산이 되어버렸었는데. 지금은 고작해야 검 전체를 감싸올릴 정도의 불꽃밖에 피어오르지 않는다.

내공이 많아지면 펼칠 수 있는 무공의 수도 늘어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의 수준으로는 펼칠 수 있는 무공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신성력이 부족하셔서 그렇습니다. 경험을 쌓아나가며 몬스터들을 처치하거나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행을 쌓아 신앙을 증명하면 자연스럽게 가지고 계신 힘이 커지게 되실 겁니다.”

“요약하면 몬스터를 쳐죽이라. 이거군.”

“몬스터를 죽이는 방법도 있지만, 사람들을 돕는 선업을 쌓는 것이 신성력을 높이는 더 쉬운 길입니다.”

“귀찮아.”

“···뭐. 어려운 길을 가시는 것도, 쉬운 길을 가시는 것도 오롯이 주군의 선택이시니까요.”

“그래.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겠지. 그러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걸로 신성력을 올리도록 하겠다.”

“······.”

> 아니 어려운 길이 몬스터 잡는 거라고 ㅋㅋㅋㅋ

> 다른 사람의 간단한 부탁 들어주기 >>> 몬스터 잡기냐 ㅋㅋㅋㅋ

> 요약) 퀘스트하기 싫음

>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채팅창의 반응은 달아올라 있었다. 자잘한 퀘스트들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BJ천마의 시청자들은 화끈한 BJ천마의 액션과 다키스트 에이지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다.

어디에서건 볼 수 있는 자잘한 퀘스트를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BJ천마가 지금 선택한 일반 퀘스트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시청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완벽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싸나이면 그냥 몬스터 잡아야지!!

> 가즈아ㅏㅏㅏ

> 노스페라투 기다려라ㅏㅏㅏㅏ

> 파괴! 살해! 부순다!!

실제로 채팅창을 차지하는 시청자들의 채팅도 일반 퀘스트를 하지 않아서 불쾌해하는 것이 아닌, 화끈한 플레이를 기다리는 채팅이 대다수였다.

단천은 채팅창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까딱였다. 채팅창의 색이 조금씩 과거의 혈귀단과 닮아가고 있다.

긍정적이기 그지없는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

쿠웅! 거대한 스컬윙의 몸체가 거대한 장원場院이 보이는 입구에 착지했다.

“여기부터가 노스페라투의 영지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BJ천마가 스컬 윙을 타고 움직인 거리는 꽤 멀었다. 그렇다는 것은 인간이 무리를 지어 사는 장소에서 꽤 멀리 왔다는 뜻.

살아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무리를 지어 살지 않으니 거대한 장원을 관리하는 것은 더더욱 택도 없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 오래 됐을 것이 분명한데도 문 너머로 보이는 장원은 깔끔하기 그지없었다.

아마도 이것이 노스페라투의 취향인 모양이었다.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을 모방하는 것 말이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인 존재가 인간인 양 행세하는 것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혈교나 마교의 수없이 많은 괴물들이 그랬듯이.

단천은 검을 꺼내들고 장원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걸어갔을까.

파스스슥!

순식간에 덩굴이 자라나와 단천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아무래도 노스페라투가 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놓은 벽인 모양이군요.”

“그렇겠지.”

둘이 대화하고 있는 사이에도 덩굴은 계속 자라나고 있었다.

‘진법이로군.’

진법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천이 아는 종류의 진법은 아니었다. 어느 밀교에서 만들어진 진법을 개량한 것이 아닌가 추측만 가능했을 뿐.

하지만 진법의 종류를 모른다고 해서 그 위험성까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이 덩굴을 자르고 들어가는 것은 사문死門을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진법에서 죽음으로 향하는 가장 쉬운 길이 바로 사문이다

“이대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일단 되돌아가서 풀을 죽일 수 있는 제초제를 연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내가 그걸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러지 않으시겠지요.”

“알면 됐다. 따라오지 말도록.”

“하지만···.”

“살아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단천이 든 부러진 직검에 불길이 타올랐다. 검을 내지르자 앞길을 가로막던 덩굴이 그대로 타올라 사라졌다. 단천은 발을 안으로 내디뎠다.

발을 내디디자마자 수없이 많은 덩굴이 단천의 몸으로 다가왔다.

“앞을 가로막는 미로인 동시에 몬스터로 쓰겠다는 거군.”

단천은 앞을 가로막는 덩굴을 다시금 베어가르며 앞길을 바라봤다. 길은 수없이 많이 갈라져 있었다. 생문과 사문을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미로.

‘···여야 하는데.’

기묘했다. 분명히 단천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처음 보는 종류의 진법이다. 아니, 진법이 맞는지 아닌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길이 ‘보인다’. 이유로 추정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상단전 덕분이로군.’

단천도 상단전의 능력에 대해서는 모조리 알지 못했다. 오히려 무지하다고 봐야 했었다.

물론 거의 무한한 내력으로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겨우 그 정도가 전부였다. 고작해야 하늘을 가르고 산을 부술 수 있는 정도. 전설로 전해지는 상단전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모자란 정도였다.

반면 지금은 어떠한가. 당장 조그맣기 그지없던 상단전만으로도 3인칭으로 볼 수 있는 ‘천리안’을 사용할 수 있었고, 지금은 중원에서 가지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렬한 직감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생겨났는지 지금은 알 수 없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시간을 들여 가면서 찬찬히 실험을 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미로와 같은 길의 해답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는 것.’

단천의 발이 거침없이 정답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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