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72화 (72/212)

18. 다키스트 에이지 2 (2)

[다키에이지너무좋아 님이 천마신교의 일원이 되셨습니다!]

[공략언제나와 님이 천마신교의 일원이 되셨습니다!]

···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구독자가 또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서유나에게 들은 바로는 이미 구독자의 수가 4천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구독 1인당 들어오는 수익이 5000원 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이것만으로도 월 2000만원 가량은 확보된 상태.

구독자의 수는 열성적인 시청자들의 수와도 같다. 보통의 방송은 구독자 수가 서서히 늘어나며, 이 비율은 높아도 평균 시청자 수의 40%를 넘지 않는다.

반면 BJ천마의 구독자 비율은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 겨우 한달이 넘은 방송 치고는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구독자의 비율이다.

‘─라고. 서유나가 그랬던가.’

단천은 서유나가 세세한 수치들을 말해 가며 열심히 설명하는 것을 떠올렸다. 대기업 사원이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지표의 수치화가 굉장히 빠르고 세세했다.

커다란 수익에 잠시 짜릿할 만도 했지만. 단천은 무덤덤했다.

‘원래의 천마신교에 비하면 아직도 작아.’

천하통일을 한 이후의 천마신교의 위세는 글자 그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자체였다.

그 때의 천마신교에 비하면 BJ천마의 구독자 수는 아직도 작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의 성과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최소한 천만 교도를 목표로 하는 것이 당연지사.

‘···그보다 천만 교도면 수입이 어느 정도지.’

잠시 계산을 하려던 단천은 그만뒀다. 자잘한 계산 따위는 서윤학의 일이었기에.

아무튼, 예비교도는 실시간으로도 늘어나고 있었다. 예비교도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추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키스트 에이지 2의 공략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알다시피. 오늘은 다키스트 에이지 2의 정식 출시일이다.”

> 유출본 해 봄? 난이도 미쳤던데

> 난이도 실화냐 ㅅㅂ

> 애초에 1편도 사람 하라고 만든 난이도는 아니었음

“본좌는 유출본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단천은 가볍게 대답했다. 굳이 유출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유출본이라고 해 봤자 엔딩까지 스토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무슨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

그러니 구태여 위험을 감수해 가면서 유출본이니 뭐니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키스트 에이지 2의 다운로드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다키스트 에이지의 남은 부분을 시작해 보도록 하지.”

단천은 다운로드가 완료되자마자 바로 다키스트 에이지 2를 실행했다.

[튜토리얼 클리어 내역이 존재합니다.]

[튜토리얼을 생략하시겠습니까?]

튜토리얼이라고 하면 단천이 쇼케이스에서 플레이했던 내역을 말하는 것이겠지. 구태여 다시 튜토리얼을 할 이유는 없었다.

> 근데 튜토리얼 깨기만 했지 시스템이 어케 되는진 여전히 모르지 않음?

> ㅇㅇ 천마님은 신성력 뭐 있는지 하나도 못 봤잖아

> 그거야 하면서 배우면 되지

옳은 말이다. 세상에 튜토리얼 따위가 어디 있던가. 냉혹한 세상에 한 번 실제로 부딪히는 것이 튜토리얼 따위를 배우는 것보다 백만 배 더 쓸모있는 법.

그러니 튜토리얼 생략을 하는 것은 결코 설명을 읽는 게 귀찮아서가 아닌 것이다.

“튜토리얼 생략.”

[튜토리얼을 생략합니다.]

[저주 : 망상증이 해제됩니다.]

[저주 : 환각이 해제됩니다.]

시야가 환해졌다.

이전 쇼케이스에서 걸렸던 두 가지의 저주가 해제된 것이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브라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단천을 향해 물어왔다.

“오랜만이로군.”

“네?”

시간적으로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키스트 에이지 1과 2의 사이에는 시간 간격이 좀 있는 모양이었다. 브라딘의 얼굴도 조금 늙었다.

물론 단천이 한 말은 다키스트 에이지 1을 하고 나서 거의 한 달이나 지났으니 한 말일 뿐이었지만.

“별 일은 아니다. 그저 노스페라투가 본좌의 정신을 파괴하려 했을 뿐.”

“충분히 별 일인 것 같습니다만.”

> 별일 맞잖아 ㅋㅋㅋㅋㅋㅋ

> 왜케 무덤덤하게 말하냐고 ㅋㅋㅋㅋㅋ

> 별일 아님(클리어 못했으면 정신 터지고 그대로 죽을뻔함)

브라딘의 수심이 가득해졌다.

“노스페라투가 주군의 정신까지 침투하다니. 확실히 고대신들의 힘이 강해져 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놈들을 찢어 죽이면 모두 해결되겠지.”

“그게 말처럼 쉽다면 좋겠습니다만.”

> 그냥 천마님 던져놓으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님?

> ㅇㅈ ㅋㅋㅋㅋㅋ

> 아니 스토리 몰입좀 하라고 수소폭탄 던지지 말고

브라딘은 잠시 침묵하다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간략한 설명들이었다.

“지금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지역은 저희가 가지고 있는 세 개의 성. 미카엘, 라인하르트, 라단 성 주변 지역들 뿐입니다.”

BJ천마가 해방한 세 개의 지역들이다. 이 지역을 제외한 구역들은 몬스터들의 수가 더욱 늘어났다고 했다.

“몬스터가 늘어난 이유는?”

“고대신들의 힘이 강성해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고대신들은 증오, 분노와 같은 파괴적인 감정을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진다.

인간의 수가 줄어든 만큼 몬스터들의 수가 늘어나고, 본능에 몸을 맡기는 몬스터들의 수만큼 고대신들의 힘이 강해지는. 걷잡을 수 없는 도미노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아마 단천이 해방한 세 개의 성에 있는 인간들이 아니었다면 온 세계가 결국 고대신들의 손에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그런데 다른 성들을 왜 점령하지 않은 거지? 그냥 전면전을 벌여서 쓸어 버리면 안 되나?”

“다른 성들은 이미 반쯤 파괴되어 점령에 들이는 인력보다 전략적인 가치가 높지 못합니다. 성을 지키기에 급급한 까닭도 있습니다.”

“기사들은?”

“기사들은 커다란 전력이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몬스터들의 수가 무한할 정도로 쏟아져나오고 있어서.”

“결국 힘이 부족해서란 말이군.”

“···네?”

> 이 대화의 어디에서 힘이 부족해서란 결론이 나오는 거임

> 몬스터가 계속 나온다니까요?

단천은 혀를 찼다. 지금의 브라딘은 철강시들을 상대할 때의 서윤학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 단주. 강시는 아무리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오. 조종자를 베어넘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외다. 지금은 퇴각을···.

─ 아니. 반으로 가르면 반이 따로 움직인다니까? 베어도 베어도 못 이긴다니까?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 보면 된다는 게 무슨 말이오! 목숨은 하나뿐이란 말이외다!

─ 이게 왜 진짜 되는 거야···.

제대로 해 보지도 않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몬스터가 무한할 리도 없다. 천 조각이 넘게 난 강시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튼. 주군이 명령하셨던 대로, 저는 고대신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브라딘이 손을 휘젓자 공중에 두 개의 환영이 떠올랐다. 하나의 환영은 수없이 많은 몬스터들이 서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거대한 크기의 괴이한 몬스터가 서 있는 환영이었다.

아마 저 커다란 몬스터는 고대신일 터다.

“먼저 고대신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른 몬스터들을 처치해 나가는 것이 계획의 첫 번째입니다.”

환영에 보이던 몬스터들이 불에 타 사라지자 반대쪽 환영에 있던 고대신의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줄여 나간다면 고대신들의 힘이 약화되니. 놈들의 힘이 약화된 틈을 타 고대신들이 있는 던전에 들어가 놈들을 죽이면 됩니다.”

서걱! 환영에 존재하던 작아진 고대신이 단칼에 썰려 사라졌다.

[고대신들은 각자의 휘하에 있는 몬스터들의 수에 따라 강함이 결정됩니다.]

[처치하기 위한 고대신들을 몬스터들을 처리해 약화시킨 다음, 깊은 곳에 존재하는 고대신들을 처치하십시오.]

개괄적인 설명이 완전히 끝나자 브라딘이 손을 흔들었다. 부서진 환영이 대륙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로 변화했다.

지도 전역에 보이는 수많은 몬스터들. 그리고 처치해야 할 네 마리의 고대신들이 찍혀 있는 던전이 보였다.

“어느 고대신을 상대하는가. 여기서부터는 주군의 선택입니다.”

[먼저 처치하려는 고대신을 선택해 주십시오.]

> 어디부터 처치해야 됨?

> 일단 노스페라투 관련 몬스터들 처치하는 게 좋을듯

“본좌는 노스페라투를 먼저 처리하고 싶다.”

단천은 첫 번째 목표로 노스페라투를 처치하기로 결정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노스페라투가 튜토리얼에서 까불어대는 꼴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비를 먼저 걸어온 놈부터 족치는 것은 강호의 유구한 전통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노스페라투의 수하에 있는 몬스터들이 있는 구역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노스페라투가 있는 던전만 보여주면 된다.”

“네?”

“놈만 죽이면 되는 일인데. 굳이 다른 곳을 갈 필요가 없지.”

“하지만 노스페라투의 힘을 약화시켜야 상대하기 편해집니다.”

“왜 그래야 하지?”

“네?”

“그냥 대가리만 따 버리면 되는 일인데. 굳이 힘을 약화시켜야 하느냔 말이다.”

> 능력이 있다면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 ㅋㅋㅋㅋ

> 패기샘 오늘도 개열일중

> 패기샘 과로사 직전 ㅋㅋㅋㅋ

채팅창은 어느 정도는 단천의 말을 예견하고 있는 상태였다. 직선으로 갈 수 있다면 구태여 다른 길을 돌아가지 않는 게 BJ천마의 스타일이었으니까.

시청자들도 이제는 BJ천마의 스타일에 거의 적응이 완료된 것이다.

> 오히려 천마님이 얌전히 다른 몬스터부터 처리한다고 했으면 더 놀랐을듯

> ㅇㄱㄹㅇ

> 난이도 모르겠고 일단 노빠꾸로 가면서 생각하면 됨

물론 적응을 마친 것은 시청자뿐이 아니었다. 브라딘도 BJ천마를 옆에서 꽤나 봐 온 몸이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브라딘이 이내 포기한 듯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주군께서 가실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해 두겠습니다.”

> 포기했어 ㅋㅋㅋㅋ

> 일곱살 아들내미 뛰어노는거 막다가 지친 엄마 표정 ㅋㅋㅋㅋ

> 이제 나도 모르겠으니까 너 알아서 해라 ㅋㅋㅋㅋㅋ

브라딘의 포기에 채팅창에서 폭소가 다시 한 번 터져나왔다. 이전에 BJ천마가 불가능해 보이는 짓을 할 때마다 강경하게 반대를 해 왔던 1편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

시간이 지나며 BJ천마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한 교육이 완전히 완료된 모습이었다.

“역시. 사람은 바뀌는 법이로군.”

> 제발 사람이 변하면 천마님도 좀 변하면 안 될까요?

> 사람이 바뀌면 너부터 좀 바뀌어 봐 ㅋㅋㅋㅋㅋ

채팅창을 바라보던 단천은 짧게 입을 열었다.

“타인의 인식을 바꾸는 게 훨씬 편한데. 왜 내가 그래야 하지?”

> 돌겠네 진짜

> 이게 맞다

> 이래야 천마님이지 ㅋㅋㅋㅋ

세상을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세상에 맞춰서 살아가거나. 세상이 자신에 맞추도록 살아가거나.

단천은 평생 후자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평생 세상에 맞출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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