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65화 (65/212)

15. 뒤풀이 합방 (2)

[아나나스=파인애플 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우승축하합니다!]

[뻐거맨 님이 9,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우승 축하해요!]

[영등포불기둥 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진짜 풀창고 크루는 전설이다···.]

[시저씨 님이 9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이 방송 보려고 휴가내고 왔습니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후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면에 송출되는 후원 메시지의 갯수를 다섯 개까지 늘렸는데도 후원이 계속 뒤로 밀린다.

> 아니 뭔 후원속도가 ㅋㅋㅋㅋㅋ

> 후원속도 때문에 뭔 말을 못하겠네 ㅋㅋㅋㅋ

후원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다가는 방송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 풀창고가 빠르게 후원의 음성 지원 기능을 껐다.

“지금 후원이 너무 많아서 음성 지원 기능 일단은 내릴게요. 후원에 반응 못해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과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미션맨 님이 10,0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히든미션 성공! : 돈낳대 우승하기!]

풀창고가 말을 마치자마자 미션맨의 후원이 터져나왔다.

> 미친

> 천만원?? 실화냐?

> 누구임?

> 천마방에 도네 자주 쏘는 사람임

> 근데 왜 음성 지원기능 내리자마자 ㅋㅋㅋㅋ

> 미션맨 오늘도 타이밍 맞추기 실패 ㅋㅋㅋ

“와! 미션맨님! 천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아, 후원 감사합니다! 저희도 우승할 줄은 몰랐는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풀창고, 정유채, 제로콜이 차례로 일어나 몸을 직각으로 꺾었다. 하지만 BJ천마는 일어나지조차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고개를 작게 까딱였을 뿐.

“본좌는 당연히 우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미션을 걸 줄 모르는 자로군.”

[미션맨 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역시 천마님이야! 후원금액이 어떻든 항상 그대로지!]

> 아니 천만원 후원인데 태도 무엇

> 야 그래도 고개 까딱여 줬잖아

> 너무 일관적이라서 오히려 호감 ㅋㅋㅋㅋ

천만원이라는 후원금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 BJ천마의 모습. 채팅창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BJ천마가 후원에 보여주는 태도는 계속 일관적이었고, 대내외적으로 쌓아온 선행 또한 쌓여져 있다.

그런 까닭에 후원에 무덤덤해도 호의적인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감사인사를 끝낸 팀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아. 오늘 방송은 아시다시피 돈낳대 우승 뒤풀이를 하려고 모였습니다. 궁금하신 것들 있는지 알아보려고 카페에서 Q&A를 올렸는데···. 질문이 엄청 많더라고요.”

[돈낳대 관련 Q&A [댓글 5,402]]

“이걸 하나하나 다 대답해 드릴수는 없고. 저랑 제 방송 팀원들이 밤을 새 가면서 대답할 만한 질문들을 꼽아 봤습니다!”

“창고 형. 밤을 샌 것 치고는 쌩쌩한 것 같은데.”

> 밤을 샘(팀원들만)

“아니. 진짜 밤 새 가면서 읽었어···.”

“그러시겠지.”

“이, 일단 첫 번째 질문입니다.”

[생수통님의 질문 : 도대체 제로콜은 뭘 했길래 실력이 그렇게 는 거임?]

화면에 질문이 나온 이후 돈낳대에서의 제로콜의 활약이 동영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한 발에 한 명씩의 머리를 맞추는 장면,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두 발을 같은 곳에 맞춰서 3티어 헬멧을 쓴 적을 처치해 버리는 장면까지.

> 와

> 그냥 챌린저급 실력이라니까? 말 안됨 ㄹㅇ

“역시 이 질문이 빠질 수가 없겠죠. 상당히 많은 댓글이 제로콜의 실력 증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제로콜.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갑자기 는 거야?”

“음. 실력이 늘었다고 하는데, 사실 대회 당일의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많이 얼떨떨해요.”

> 좀비처럼 보이던 게 진짜 의식 없어서 그런 거였냐 ㅋㅋㅋㅋ

“그래서 좀 괜찮나 싶기도 해요. 저게 진짜 나인지. 저게 진짜 내 실력인지.”

“그건 걱정 마라.”

BJ천마가 제로콜의 말을 받았다.

“만약 네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인 채 사람을 치었다고 하자. 그럼 이건 누구 잘못이지?”

“···그야 제 잘못이죠.”

“그렇다면 대회에서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킬을 했다면. 그건 누구의 잘못일까?”

“···제 잘못···이죠?”

“그렇다.”

> 기적의 논리 ㅋㅋㅋㅋ

> 심신미약 상태에서 킬한 것도 킬한 거지 ㅋㅋㅋㅋ

> 근데 그래서 어떻게 저 상태가 된 거임?

“음···저런 상태가 될 수 있었던 건 천마 형 덕분이에요. 대회 당일에 저 데리고··· 절벽 등반을···.”

> ?

> 절벽 등반? 그게 뭔 소리임

> 뭔가 비유적인 의미인가

말을 하던 제로콜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 날의 트라우마가 다시 도진 탓이다.

말을 잇지 못하는 제로콜을 대신해서 단천이 말을 받았다.

“뭐. 대단한 훈련은 아니다. 그냥 무아지경에 확실하게 들 수 있는 수준의 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했을 뿐이다.”

> 몸으로 직접 훈련을 했다고?

> 제로콜이 방종시간 칼같이 잡던 건 맞는데 ㅋㅋㅋㅋ 평소에도 운동한 거임??

“맞다. 대회 전에 방송이 끝나고 나서 계속 함께 운동을 해 왔지.”

> 애가 어째 혈색이 좋더라니;;

> 혈색만 좋지 사람 다 죽어가던데 그게 천마때문이었구나

> 근데 그거랑 제로콜 실력 는거랑은 무슨 관계임?

“제로콜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은 너무 많았다. 그 지식이 실력 상승의 발목을 잡았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할지를 계속 머리로 생각하니까. 그래서 ‘생각을 못 하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 뿐이다.”

“오오.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난 그냥 남 괴롭히는 게 재밌어서 운동 시키는 줄 알았는데.”

“고작 그런 이유로 남을 운동시키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 리가 없잖느냐. 세상에는 재밌는 게 많다.”

“···남 괴롭히는 게 재밌다는 부분은 반박 안 해?”

대답을 할 필요조차 없는 당연한 물음이다, 단천은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을 하기 힘들 정도로 제로콜을 밀어붙였으니 제로콜이 가지고 있는 지식들이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그 지식만으로도 제로콜은 나쁘지 않은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됐지.”

“오오···.”

제로콜의 고개가 수긍한 듯 위아래로 끄덕여졌다.

> 너는 알고 있었어야지 ㅋㅋㅋㅋ

> 원리도 모르고 그냥 한 거임?

“네. 그냥 천마 형이 하라는 대로만 했어요.”

“왜 해야 되는지는 물어보지 그랬냐.”

“물어 봤어요. 매일 수십 번은 물어 봤다고요. 대답을 한 번도 못 들어서 그렇지.”

“안 알려주면 못 하겠다고 버티지 그랬냐.”

“해 봤다니까요. 바닥에 드러눕고 버텼는데, 건강혈을 눌리는 바람에···.”

“건강혈?”

“그런 게 있어요.”

제로콜이 몸서리쳤다. 아무튼지간에 앞으로는 건강혈을 눌리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그러니까 제로콜을 일종의 트랜스 상태로 바꿨다는 말이구나.”

“트랜스 상태가 아니라 무아의 경지.”

“트랜···무아의 경지는 실제로도 프로들도 가끔 경험하는 일이죠. 최정상에 있는 프로들이 고도로 집중할 때 가끔 무아를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까. 그걸 강제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처음 봤지만요.”

“다 본좌가 위대한 덕분이지.”

> BJ천마 그의 능력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 제로콜을 사람 만들었다는 것에서 이미 인간의 영역을 넘어섰음

> 사실상 걸어다니는 기연 ㄷㄷㄷ

“···실제로 노력한 건 저인데. 저를 칭찬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로콜 잘했어.”

“노력했구나.”

“겨우 한마디가 끝이야?”

둘의 성의 없는 한 마디에 제로콜의 눈이 부옇게 흐려졌다.

> 엌ㅋㅋㅋ

> 개처럼 구르고 이런 취급 받네 ㅋㅋㅋㅋ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

“안 울어요.”

“아. 그러고 보니 처음 총 맞혔을 때도 제로콜 울었어요. 기억나냐?”

“완전 신생아처럼 울었지.”

“아니. 캡슐 버그였다니까?”

“오. 영상 후원 왔다.”

“영상 후원 막아놓은 거 아냐? 어떻게 영상 후원이 와?”

“익명의 복면가면님이 보내주신 영상 보고 갈게요.”

[제로콜 우는 영상]

풀창고가 튼 영상은 제로콜이 눈물 흘리는 영상이었다.

수없이 들려오는 ‘울지마!’라는 목소리 사이에서 눈물을 흘리는 제로콜의 모습이 다각도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엌ㅋㅋㅋㅋ

> 이거 뭐여 ㅋㅋㅋㅋ

“아니. 이거 풀창고 형이 만든 거잖아!”

“절!대! 풀창고가 아님을 피력해 주신! 익면의 복면가면님! 감사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동영상 링크도 첨부돼 있으니 여기저기 많이 퍼트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영원히 고통받는 제로콜 ㅋㅋㅋㅋㅋ

> 이건 최소 반년 각이다 ㅋㅋㅋㅋ

> 같은 크루원 엿먹이기엔 진심인 풀창고 크루

> 이곳은 풀창고 크루··· 눈물 흘릴 정도로 나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나 풀창고 크루 안 할래··· 누가 크루 바꿔줘···.”

“네가 선택한 풀창고 크루! 절대 안 바꿔준다!”

둘의 티키타카가 이어지고 난 뒤에 단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제로콜의 실력 자체는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었을 거다. 아무래도 이전처럼 세계에서 게임을 가장 못하는 스트리머라는 별호는 반납해야 하겠지.”

“아무리 그래도 세계에서 제일 못하지는 않았어요.”

“세계에서 제일 못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도 훈련을 지속적으로 한다면 제로콜의 실력은 일취월장할 수 있을 거다.”

“···앞으로의 훈련이요? 그 훈련을 계속한다고요?”

“그래. 이전처럼은 아니지만 주에 3회 정도쯤은 지속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도록 하지.”

BJ천마의 말에 제로콜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실력이 늘어난 건 좋지만 더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 지옥같은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니.

이 지옥이 계속된다니.

“···말도 안 돼···.”

제로콜의 절망에 빠진 목소리가 퍼져나왔다.

제로콜에 대한 신변잡기 이야기가 끝나자 나오는 질답의 대부분은 BJ천마에 대한 것들이었다.

[실제로 천마님인가요?]

“그래.”

[게임은 재능? 노력?]

“재능이 우선이지. 본좌로 태어나는 것까지가 재능이고, 본좌가 아닌 자들 간의 순위는 노력으로 정해진다.”

[레일 서바이버 프로는 할 생각 없나요?]

“생각 없다.”

“이건 저랑도 이야기한 부분이네요.”

“그래. 일단 당분간은 레일 서바이버를 하기 힘들다. 다른 일정이 잡혀 있으니까.”

> 다른 일정?

“곧 다키스트 에이지 2의 쇼케이스 일정이 잡혀 있다.”

> 맞다 ㅋㅋㅋㅋㅋ

> 큰거 오고 있었구나 ㅋㅋㅋㅋ

> 정신없이 방송 보다보니까 쇼케이스일이네 ㅋㅋㅋㅋ

소드아트 사의 다키스트 에이지 2의 쇼케이스 예정일이 눈앞이었다.

BJ천마는 이 쇼케이스에 초빙된 유일무이한 사람. 한 게이머로서, 그리고 소드아트 사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이 참석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외에도 프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레일 서바이버를 하면 다른 게임의 정점을 찍을 시간이 부족해진다. 이게 가장 큰 이유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꺼냈다면 어그로나 끌어댄다면서 욕을 먹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프로에 도전하지 않고 아마추어의 최고 자리로만 끝낸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하지만 채팅창의 반응은 그 반대였다.

> 뭔 다른 게임에서 정점 찍는걸 노리면 할 수 있다는듯이 말하네 ㅋㅋㅋㅋ

> 근데 발화자가 ‘BJ천마’

> 그렇다면 ‘해볼 만했다.’

> ㅅㅂ 천마님이면 쌉가능이지

BJ천마가 보이는 무한할 정도의 자신감. 그리고 이 자신감을 뒷받침해주는 무수한 실적들.

“진짜 대단하긴 하다. 여러 모로.”

정유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 실력을 넘어서는 것 같은 광오함은 BJ천마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었다.

‘저런 것 때문에 사람이 모여드는 거겠지.’

대형 스트리머인 풀창고 또한 BJ천마가 보여 주는 저 당당함을 보고 방송 1주일도 되지 않은 BJ천마와 합방을 했었다.

그뿐이랴. 일설에 따르자면 BJ천마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 중 두 명은 그 하인라인사에서 하루만에 퇴직을 결정하고 편집자로 밤낮 없이 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거기에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었던 제로콜 또한 지독한 훈련에 군소리 없이 따라오지 않았던가.

정유채는 모르는 척 제로콜에게 질문을 던졌다.

“훈련은 왜 중간에 안 그만둔 거야?”

“천마 형이 우리 집 주소를 알게 됐거든. 문 잠궜는데 뭔 수를 썼는지 들어와 있더라.”

“그게 말이 되냐?”

“진짜야···진짜라고···.”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기는.

풀창고의 진심인 척 하는 눈물연기에 정유채는 픽 웃었다. 진짜 눈물까지 흘리다니. 연기력이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

그렇게 둘의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에 BJ천마에 대한 질문들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걸로 BJ천마님에 대한 질문은 끝. 뭔가 하고싶은 말 있나요?”

단천은 시청자수를 바라봤다. 현재 시청자수는 15만명을 돌파해 있었다. 아마 근시일 내에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개인적인 방송을 다시 하기는 힘들 터.

지금이 딱 좋은 순간이다.

“오늘부로 천마신교를 정식으로 발족하도록 하겠다.”

천마신교의 발족을 이야기하기에 적절하기 그지없는 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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