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62화 (62/212)

14. 돈낳대 (2)

[제로콜 선수! 믿을 수 없는 실력으로 탐바우 선수를 처치합니다!]

탐바우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본 대회 채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 방금 뭐임?

> 3티어 뚜껑인데 어케 한 거임

[3티어 헬멧은 권총으로는 웬만해서는 뚫리지 않는 수준의 방호력을 자랑하죠?]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방탄 성능은 서로 다른 곳에 총알이 박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총알이 박힌 곳에 총알을 다시 박아넣는다면, 방탄을 무시하고 몸에 총알이 박히게 됩니다.]

> 완전 입게임이잖아;;

> 저게 된다고?

[이게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실제로 레일 서바이버의 프로 선수들도 이런 테크닉을 종종 선보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보통은 소총이나 기관총을 사용해 여러 발 중 한 발이 총알 위에 박히는 것을 노리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권총처럼 단발 총알을 박아넣어서 성공하는 경우는 처음 보네요.]

[게다가 이게 그 제로콜이라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 아니 뭔 챌린저도 아니고 스톤즈가 입게임을 하고 있어 ㅋㅋㅋ

제로콜은 압도적으로 밑바닥 실력을 자랑하는 스트리머다. 그런 제로콜이 실력으로는 상위권에 드는 팀인 탐바우 팀을 순식간에 제압해냈다.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던 제로콜이 갑자기 대오각성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물론 계기.

근래에 제로콜에게 계기가 될 만한 것은 BJ천마와의 특훈뿐이었다.

> 대체 BJ천마한테 무슨 특훈을 당한 거임;;

> 레일 서바이버를 하지 마라고 했다는데?

> 진짜 안 했겠냐? 뒤로 뭔가 개쩌는 특훈 했겠지

> BJ천마는 진짜 미친놈이 맞는듯 재능 0티어에 게이머 육성까지 0티어 ㄷㄷㄷ;

> 대회 끝나고 나도 천마님한테 돈싸들고 레일 서바이버 가르쳐달라고 해야겠다

그 제로콜조차 저렇게 키워냈다면 다른 사람을 제대로 키웠을때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성과가 난다는 뜻인지.

시청자들 가운데서도 BJ천마에게 레일 서바이버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었다.

이런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을 때. 타이밍 좋게 화면 너머로 탐바우 팀의 마지막 팀원을 죽이는 제로콜의 모습이 비쳤다.

“으어어어···.”

의식이라고는 거의 없어 보이는 기괴하기까지 한 모습. 좀비나 다름없는 제로콜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뇌에 선명하게 각인됐다.

“으어어어어···.”

> 천마한테 수업받으면 다 저렇게 되는 거임?

> 생각해 보니까 그냥 이대로 살아도 괜찮을듯

> 그래. 게임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조금 머리를 들기 시작했던 ‘천마 교육방송’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순간이었다.

***

“와. 이게 말이나 되냐?”

“그러게.”

제로콜의 킬 로그를 보며 정유채와 풀창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정유채와 풀창고도 이미 교전 지역에서 4명을 함께 처치하긴 했다. 그것도 그랜드마스터 상위 티어인 ‘청연두’가 끼어 있는 스쿼드를 단 둘이서 처치해냈다.

둘의 실력도 이번 대회에서 꽤 많이 올라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로콜의 실력만큼은 아니다.

“킬 로그 보니까 권총으로만 네 명 잡았네.”

“천마 오빠 말이 맞았나 봐. 실력 진짜 미쳤다.”

둘의 대화가 이어져나가고 있는 중에, 거리에서 BJ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리 다 끝났으면 나오도록.”

BJ천마를 중심으로 풀창고 크루원들이 모여들었다. 함께 떨어진 팀의 수 6. 사망자 0.

제각각의 팀들이 작게는 1년, 길게는 몇 년씩 합을 맞춰온 이들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이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였다.

“잠깐만. 유채랑 내가 한 팀 죽였고, 제로콜이 한 팀 죽였고. 그러면 16명이 남는데? 다른 팀은 어떻게 된 거야?”

“다 죽었다.”

“뭐?”

“다 죽였다고.”

“뭐야. 형 광선검 먹었어?”

“못 먹었다.”

“근데?”

“사람 죽이는 방법이 광선검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

단천이 손을 들어 파워 건틀릿을 손에 끼고 있는 것을 보였다.

“파워 건틀릿 떴구나.”

근력을 원래보다 올려 주는 단순한 아이템이지만 그게 BJ천마의 손에 들어간다면 광선검 다음 가는 사기템이 된다.

“제대로 무기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16대 1이면 나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지. 지역이 좁은 것도 한 몫을 했고.”

실제로 BJ천마는 단순한 박투술과 공간 활용만으로 4개의 팀을 박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 맨손으로도 저따위면 뭐 어케 이기란거임?

> 안 이기면 되지;

> 파워 건틀릿 개사기템 너프 안하냐!!!

> 아니 총싸움 게임에서 근력 향상시켜주는 아이템을 누가 써요;;

“···진짜 형의 실력이 어디까진지 모르겠다. 아. 그보다 지금 광선검 먹은 사람 있어?”

“으어어.”

제로콜이 손을 흔들더니 허리춤에서 광선검을 꺼내들었다.

“와우.”

“됐다 이건.”

“운이 좋군.”

광선검을 구하냐 못 구하냐가 커다란 관건이었는데 첫 지역부터 광선검이 나왔다.

> 됐다

> 광선검 먹었으니 1등 확정 너무 달달하고

> 이제부터는 걍 학살만 하면 될듯?

“천마 형이 광선검도 먹었으니. 이제 그냥 사냥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거다.”

“왜 그렇게 생각···.”

[레드존이 생성됩니다.]

풀창고가 그 이유를 물으려는 순간 레드존이 생성된다는 문구가 화면에 떠올랐다.

“일단 움직이면서 생각하도록 하지.”

***

단천은 지도를 펼쳐들었다. 적용된 레드존의 범위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시가지다.

지금 팀원들이 도착해 있는 곳은 시가지 바깥의 언덕이었다.

“평소보다도 레드 존이 빠르게 줄어드는군.”

“대회 특성상 존버가 많아지면 게임이 지루해지거든. 그래서 존버들 불리하게 하느라 이런저런 조정이 가해지는 거지.”

“대회에서 이런저런 변수가 될 수 있는 소모품 아이템들도 굉장히 많이 나와요.”

실제로 지금 크루의 팀원들도 수류탄과 힐 팩을 비롯한 소모품들을 꽤 얻은 상태였다.

“남은 인원수는?”

“지금 36명. 대략 10팀 내외로 남아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

“시가지 외곽 지역에는 인적이 거의 없고.”

그렇다는 건 시가지 안에서 나머지 팀들이 모조리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근데 아까 말한 상황이 쉽게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는 말. 무슨 뜻이야?”

“···이런 뜻이지.”

단천은 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고 저 멀리 보이는 시가지의 길목에 던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돌멩이가 떨어진 시가지에서 터져나왔다. 언뜻 봐도 수류탄 두세 개가 함께 터진 정도의 폭발이었다

“뭐야 저게!”

“사람이 지나가면 터지도록 만들어 둔 트랩이다.”

“레일 서바이버에 트랩 같은 것도 있어?”

“원래는 없지.”

레일 서바이버는 교전지향적인 게임이다. 게임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트랩형 아이템들이 게임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게임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함정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핵 유저들을 사냥하는 법을 강의하면서 트랩을 만드는 방식들에 대해서도 꽤 많이 설명을 해 줬었다.”

단천은 핵 유저들을 잡아내며 시청자들에게 함정을 파는 방식에 대해서 꽤 많은 부분을 가르쳤다.

간단한 실과 수류탄으로 만들 수 있는 함정부터 적이 걸리면 총을 쏴갈기는 형식의 트랩까지.

단천이 개발하고 만든 ‘트랩’이라는 개념은 빠르게 전파되어 이제는 슬슬 일반 플레이어들간의 전투에서도 가끔씩 사용되고 있었다.

“이 트랩들을 사용하는 방식들은 핵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를 사냥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나 실력이 특출난 게이머를 잡는 데에는 더더욱 효과적이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형이 트랩 쓰는 법만 말 안 해도 이 사단이 안 났을 거라는 거. 맞지?”

> 맞네 ㅋㅋㅋㅋㅋㅋ

>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지금 책임 소재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도 말은 하고···.”

“중요한 건 저 안에 수많은 트랩이 필연적으로 깔려 있으리라는 점이지.”

트랩이 한둘뿐이라면 단천 입장에서는 트랩의 위치를 읽어나가면서 가볍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저 시가지 내부는 함정 천지일 게 분명한 상황.

한 개의 트랩이 터지고 나서 연쇄적으로 트랩이 터져나간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지금의 단천으로서는 어떻게 해 볼 만한 수단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는 확실히 레일 서바이버가 아쉽기는 하군. 신체능력의 한계 때문에 전력을 다할 수가 없으니.”

‘이게 전력이 아닌 거라고?’

> 전력이 아니라 아쉽다(랭킹1위)

> 진짜 어질어질하네

“지금 저기가 완전 요새나 다름없다는 거네. 그럼 뭐 방법이 없는 거야?”

단천의 고개가 모로 까딱였다.

지금 그걸 진심으로 묻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운이 좋다. 저런 함정들을 돌파하기에 적당한 물건들이 다 준비돼 있으니.”

단천이 자신이 끼고 있는 파워 건틀릿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형. 파워 건틀릿으로 사람 휘두르고 다닌 건 아는데 까놓고 말해서 그거 그렇게 좋은 아이템은 아니잖아.”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무기보다 중요한 건 누가 쓰느냐 하는 것이지.”

단천은 말을 끝낸 다음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하나 꺼내들어 던졌다.

쉬이익! 파워 건틀릿으로 강화된 근력으로 던져진 수류탄이 엄청난 속도로 언덕 너머에 있는 방으로 날아갔다.

콰앙!

BJ천마가 던진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쾅! 콰앙! 콰아앙!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연속적으로 터져나오는 폭발음. 연쇄적인 폭발은 하나의 거대한 폭발로 이어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이어지며 떠오르는 킬 로그.

[BJ천마님이 우라누스를 처치하셨습니다.]

[BJ천마님이 존버메타승리자를 처치하셨습니다.]

[BJ천마님이 퍄퍄퍄를 처치하셨습니다.]

[BJ천마님이 울버린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어떻게 한 거야?”

“트랩들의 위치를 보고 연쇄 폭발이 일어날 만한 곳에 비도를 던져넣었지.”

풀창고는 멀리 보이는 폭발을 바라봤다. 사람을 겨우 식별할 수 있는 먼 거리. 함정을 식별하기는커녕 함정이 있다는 것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다.

“이 거리에서 숨겨놓은 트랩이 보인다고?”

“눈이 좋은 편이라서.”

아마 파일로드를 만나기 전까지의 단천이었다면 함정을 모두 식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천은 파일로드에게 천년하수오주를 얻은 후 매일같이 천년하수오주를 한 잔씩 마시고 있었다.

그 덕분에 단천의 신체능력을 올려 주는 천단공의 수위 또한 올라 있었다. 2성에 머무르던 천단공은 이제 곧 3성 넘어 4성을 목전에 둔 상태.

시력과 반응속도를 비롯한 전반적인 신체능력은 이전의 단천과 비교해서도 굉장히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원래부터 그렇게 시력이 좋았어?”

“운이 좋았지.”

“운이 좋으면 갑자기 눈도 좋아지는 거야?”

> 라섹 받을수도 있지

> ㅇㅈ;

BJ천마는 풀창고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다음 수류탄을 집어던졌다.

다시 터져나오는 연쇄 폭발.

겨우 버티며 남아있던 함정들이 이번 폭발에 휩쓸려 완전히 다 제거되어버렸다. 퍼져나가는 폭연을 바라보며 단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 처리됐으니 진입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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