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53화 (53/212)

12. 시참 (1)

레일 서바이버 어둠의 단톡방에는 믿지 못할 괴담이 돌고 있었다.

익명1 : 지금 핵 쓰는 놈들 있냐?

익명2 : 왜

익명1 : 파일로드 그 새끼 핵 쓰다가 병원 입원했다는데?

익명3 : ???

익명1 : 게임 할 때마다 어지러움증이랑 구토감 생긴대; 걍 VR을 아예 못하게 되는 것 같던데

익명4 : 핵 때문 맞음?

익명1  : ㅇㅇ 지난번에 BJ천마랑 붙을 때 파일로드 얼굴 정상 아니어 보였잖아? 그게 핵 때문이었다고 함

익명3 : ㅁㅊ;; 뇌에 진짜 문제 생기는 거냐;;

바로 파일로드가 게임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 그리고 그것이 그가 사용했던 핵 때문이었다는 소문이었다.

소문의 진원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러 곳에서 동시에 쏟아지기 시작한 파일로드의 잠정 은퇴설은 핵 유저들을 술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닷 헬퍼를 사용하다가는 게임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단순히 계정 정지라면 계정을 바꾸고 게임을 새로 사면 된다. 레일 서바이버를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냥 다른 게임을 하면 된다.

하지만 VR게임 전체를 못 하게 된다는 것은 패널티가 심각하게 컸다.

익명1 : 이거 닷헬퍼만 그런 거냐?

익명2 : ㅅㅂ 모르지

익명1 : 아무튼 난 이제 닷헬퍼 안 씀

익명3 : 안 쓰면 뭐 어쩌게? 핵 안쓰고 겜하게?

익명1 : 딴겜하러 가야지

익명1 : 뭐 핵이 레일 서바이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탈퇴함 ㅅㄱ

익명2 : 나도 불안하네

플레이어들이 핵 사용자들을 먼저 사냥하는 통에 안 그래도 게임을 하기가 힘들어졌는데,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 게임을 접는 핵 유저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요 몇 게임 핵 유저 못 본 것 같은데 기분탓이냐]

[기분 아님 ㅋㅋㅋ 지금 핵 유저들 집단 탈주하는중]

핵 유저가 줄어든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닷 헬퍼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헬퍼를 써서 이기고 싶다는 감정이 뇌에 문제가 생겨가면서까지 이기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삽시간에 줄어들기 시작한 레일 서바이버의 핵 사용자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일반 커뮤니티에도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실시간 레서 핵 유저들 상태]

[지금 쓰던 핵이 뇌 녹인다고 해서 난리남 ㅋㅋㅋㅋㅋ

죄다 병원 가야되는지 묻고 앉아있음 ㅋㅋㅋㅋ]

실시간으로 현저히 줄어든 핵 사용자 유저수에 덩달아 게임의 동접자 수도 늘어났다.

레일 서바이버를 접었던 이유가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핵 사용자들이 판치기 시작해서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게임사도 잡지 못했던 핵 유저수의 폭락. 그리고 다시 복귀하기 시작한 레일 서바이버의 유저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단 한 사람이었다.

[BJ천마가 큰일함]

[천마님 찬양해라 ㅋㅋㅋㅋ]

[BJ천마 스샷 찍었는데 왜 빛밖에 안 나오냐?]

BJ천마. 1.5버전까지의 핵을 잡아내는 법을 가르쳐 주고, 2.0버전의 핵 사용자인 파일로드를 이기기까지 한 스트리머.

거기에 파일로드의 건강 이상을 알아채고 직접 찾아가서 파일로드의 건강을 확인하기까지 했다는 진원지 없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

그 까닭에 지금 BJ천마에 대한 선호도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다.

***

[생존자 수 : 1/100]

[우승하셨습니다!]

[등수에 따른 랭크가 변동됩니다!]

[Rank : 6위 -> 1위]

> 이게 되네 ㅋㅋㅋㅋㅋㅋ

> 와 진짜 사람이냐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비인간적인 실력 ㅋㅋㅋㅋㅋ

랭크에 찍혀 있는 ‘1’이라는 숫자. 실로 단천 자신에게 어울리는 숫자였다.

“다이아몬드 초반이 오히려 더 어려웠군.”

1위를 찍은 단천의 솔직한 평가였다. 실제로도 저격 유저와 핵 유저들로 넘치던 다이아몬드 초반부가 훨씬 더 어려웠다. 그랜드마스터 큐 이후부터는 저격 유저는 만나지도 못했고, 핵 유저는 거의 사라져 버렸으니 등반 난이도는 상위권에서 오히려 실제로도 쉬웠다.

> 패기 미쳤다 ㅋㅋㅋㅋㅋ

> 기만 뭐냐고 ㅋㅋㅋ

> (속보) 천피셜) 순위권보다 다이아가 더 잘해

물론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시청자 수 : 33,073명]

시청자 수는 이미 3만명을 훌쩍 넘어 있는 상태였다. P04와의 전투 때보다는 적기는 하지만 대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시청자 수.

확실히 메이저 게임이라서 그런지 시청자 유입이 남다르다.

보통 이렇게 빠르게 시청자수가 늘어나면 악성 채팅의 수도 같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채팅의 수위도 꽤 괜찮다.

BJ천마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매우 큰 덕분이다.

물론 서유나를 비롯한 편집자 세 명이 불철주야 노력하는 덕분도 있지만.

단천이 1이라는 숫자를 만끽하며 잠시간 서 있는데 게임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친구 ‘풀창고’님이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

풀창고의 파티 초대였다. 보아하니 자신이 1위를 찍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

“초대 수락.”

초대를 수락하자 단천 혼자만 서 있던 로비의 화면이 바뀌고 눈 앞에 세 명의 플레이어가 나타났다.

풀창고, 제로콜, 정유채였다.

“와! 형! 1위 축하해!”

“축하합니다!”

“이 오빠 진짜로 1위를 찍네. 진짜 사람 맞아?”

“1위를 찍는다고 했으니까.”

> 무심하게 말하네 ㅋㅋㅋㅋ

> 1위 맡겨 놨다는 듯한 쿨함 ㄷㄷㄷ

> 나라면 1위 찍으면 방구석 구르면서 바닥 청소중이었을 건데;;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제로콜이 빠르게 말을 받았다.

“자. 여기 있는 게이머로 말하자면 현재 레일 서바이버 1위! 즉 한국에서 레일 서바이버를 가장 잘 하는 사나이! BJ천마님입니다!”

“한국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잘하지.”

“아, 아무튼! BJ천마 형은 저희 풀창고 시청자분들은 다들 봤었죠? 지난 번에 말씀드린 대로 천마형이 1등 찍었으니까! 이제 우리 팀에 정식으로 입장하게 됐습니다!”

> 와 진짜 개밸붕이네 ㅋㅋㅋㅋㅋㅋ

> 지금 다른 연습하던 팀들 초상집 분위기임 ㅋㅋㅋㅋ

> ㄹㅇ 비대칭전력

“반갑다. BJ천마라고 한다.”

단천은 인사를 마치고 나서 주변에 서 있는 세 명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와 함께 협력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이런 협력관계를 짤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수장 자리를 정하는 것이다. 큐 파티의 수장이라면 무엇인가.

물론 파티장이다.

“일단 파티장부터 넘기도록.”

“줄 수는 있는데. 굳이 필요해? 파티원 초대도 끝났고, 큐 돌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

“파티장.”

“알았어. 줄게.”

> 천마님은 대가리 아니면 안 하신다

> 진짜 ㅈㄴ 일관적이네 ㅋㅋㅋㅋㅋ

> 컨셉도 이 정도면 거의 실제 인생 아니냐

> ㄹㅇ 장군감의 패기

[파티장이 되셨습니다.]

단천은 뿌듯하게 파티장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바라봤다.

“자. 이제 뭘 하면 되지?”

“음. 보통은 스트리머 큐로 4인큐를 할 수는 없어.”

“왜?”

“티어 차이가 너무 나면 함께 큐를 돌릴 수 없거든.”

티어 차이가 너무 나는 사람끼리 게임을 돌리면 버스 논란이 발생하기도 쉽다. 실제로도 티어를 올리는 데에 너무 자주 악용된 탓에 시스템적으로 솔로 큐 점수가 너무 많이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팀 큐를 돌릴 수 없게 되어 있다.

“하긴. 못하는 사람과 본좌처럼 잘하는 사람을 함께 랭킹을 매겼다가는 문제가 생기지.”

“이 오빠. 오자마자 제로콜 디스야? 스톤즈라고 해도 너무하잖아!”

“아니. 너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

> 정유채 그래도 나름 다이아인데 한 방에 제압당하네 ㅋㅋㅋㅋㅋ

> 랭크 1위의 패기 ㅋㅋㅋㅋㅋㅋ

> 랭크 1위한텐 못 덤비지 ㅋㅋㅋㅋ

“네 다음 다이아~ 네 다음 다이아~.”

오랜만에 타이밍을 잡은 제로콜의 공격까지 이어지자 정유채의 동공이 잠시간 풀렸다. 정유채의 멘탈이 나가던지 말던지 풀창고의 설명은 이어져 나갔다.

“그리고 중대형 스트리머가 네 명이나 큐를 같이 돌리면 저격도 너무 심해.”

“그렇죠. 게임이 제대로 진행이 아예 안 돼요.”

지금 있는 네 명은 모두 시청자 수가 난다긴다하는 스트리머들.

이 사람들이 동시에 랭크를 돌리면 저격이 무려 네 배가 된다.

아이템을 가져다 주는 조공형 저격러든, 스트리머를 죽이려고 하는 실력파 저격러든, 게임이 개판이 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보통 돈낳대 준비를 할 때에는 스쿼드 큐를 돌리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게임을 하지?”

“보통은 다른 스트리머 팀이랑 일정 잡아서 스크림을 돌리지.”

“문제는 저희 팀이랑 스크림 해 줄 일정이 되는 팀이 없다는 거에요.”

지금 BJ천마가 참여해 있는 풀창고 크루가 함께 모이게 된 것은 이게 처음이다.

하지만 돈낳대에 참여한 다른 팀들은 이미 모여서 연습을 시작한 데다가 이미 모두 스크림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

스크림 일정에 돈낳대에 참여하지 않는 스트리머들도 대다수 참여해 있는 상황.

즉 연습을 할 만한 상대가 당장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

“뭐. 어쩔 수 없지. 시참을 하는 수밖에.”

“시참.”

“뭔지는 알지?”

“물론이다.”

단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 모르는 눈치인데

> 어허! 천마님이 시참. 소위 ‘시청자 참여’라고 하는 시청자들과 함께 하는 게임을 하는 방식을 모르실 리 있겠느냐!

> 다 알려주네 ㅋㅋㅋㅋ

> └ 눈치챙겨

시참이라고 함은 ‘시청자 참여’의 줄임말로 시청자들을 모아 게임을 하는 방식인 것.

물론 단천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 각자 방에서 24명씩 6 스쿼드씩. 다 합치면 96명 모집한 뒤에 모이자.”

“티어는 어떻게 모아?”

“적당하게 모으면 될 것 같은데? 너무 낮지는 않게. 물론 너무 높으면 안 되고. 적당한 선에서.”

필요한 인원은 24명. 티어는 ‘적당히’. 그렇게 결정한 크루의 네 명은 자신들의 방송으로 잠시 제각기 흩어졌다.

> 천마님 시참 하신다!!

> 손손손손손손손!

> 나할래나할래나할래나할래나할래

채팅창은 속독과 말도 안 되는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는 단천조차 모두 읽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시참은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물론 저격도 있기는 하지만 저격은 아무래도 떳떳하지 못한 수단이기에 기피되는 것이 사실.

시참은 저격과 달리 합법적으로 스트리머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참여 인원은 어떻게 뽑아야 하지.”

채팅창의 폭주에 단천의 생각이 깊어졌다. 이 수많은 인원 가운데 24명을 뽑는다.

풀창고는 ‘적당히’ 뽑으면 된다고 했지만.

“···세상에 적당히 따위가 어디 있겠나.”

중얼거린 단천은 채팅 관리자용 채팅을 화면에 띄웠다.

[BJ천마 : 서유나 씨. 있습니까.]

[유미 : 네]

[BJ천마 : 게임 티어를 인증할 수 있는 게시판 같은 거. 있습니까?]

[유미 : 아, 얼마 전에 저희 트인낭에서 전용 게시판 받은 거 있어요.]

전용 게시판을 받았다니. 딱 좋은 타이밍이다. 거기 인증을 받는다면 티어를 확인하고 선별할 수 있을 터.

“운이 좋군.”

운에만 맡겨서 24명을 뽑아야 한다니 불안했는데  이러면 티어를 보고 시청자들을 골라낼 수 있게 됐다.

“지금부터 시참 인원을 선별하겠다. 티어 제한은···.”

풀창고 말로는 적당한 실력 선에서 받으면 된다고 했다. 역시 적당한 실력 선이라고 한다면.

“···다이아몬드 1 이상부터.”

대충 다이아몬드 1 정도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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