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레일 서바이버 - 1등런 (6)
[BJ천마 곧 그마 가겠는데? ㅋㅋㅋㅋ 다이아 8연속 1위중]
[내용 : 이새끼 핵쓴다는데 정지 언제 되냐?]
익명 1 : BJ천마 핵 쓰건 안쓰건 컨 지리기는 하는데?
익명 2 : 아까 코리안킬러도 졌잖아
익명 1 : 그 중국인?
익명 2 : ㅇㅇ 지고나서 영정 쳐먹었더라 ㅋㅋㅋㅋ
익명 2 : 그거 말고도 닷핵 쓰는 애들 여섯명째 뒤졌음
익명 3 : 천마가 닷 헬퍼 상대하는 법도 죄다 까발리는 중
레일 서바이버 어둠의 단톡방은 평소와는 달리 꽤나 과열된 상태였다. BJ천마라는 플레이어가 혜성같이 등장해서 닷 헬퍼를 상대하는 방법을 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꾸불꾸불한 길에서는 움직임이 느려진다. 공격이 단조롭다. 움직임이 예측되는 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한다. 이 외의 수십 종류의 약점들.
이러한 종류의 약점들이 노출되는 것이 핵 사용자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었다.
[하 ㅅㅂ 닷헬퍼 1.5 쓰다가 부비트랩에 당함]
[머글 새끼들 헬퍼 상대로 근접무기 갖다대는 거 어디서 배워쳐먹은거임?]
[2연속으로 50위도 못했네 ㅄ같은 게임]
BJ천마가 풀어놓는 전략들 가운데 실행이 불가능한 것들도 분명히 있었다. 예를 들어서 ‘눈으로 움직임을 보면 된다.’ 라거나 ‘총을 맞을 때에는 방어구가 있는 쪽으로 맞으라.’ 같은 허풍들 말이다.
하지만 상대법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유효한 것들이었다.
닷 헬퍼에 시달리던 유저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 헬퍼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는 전략들이 인터넷을 타고 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전략이 퍼지는 것도 퍼지는 것이었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일반 유저들이 핵쟁이들을 상대로 싸울 의지를 가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일반 유저들은 닷 헬퍼 1.5버전을 상대로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 이 까닭에 스핵이 보이는 순간 전의를 상실하는 일반 유저들이 대다수였다.
사실상 서 있는 유저들을 사냥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덤벼 핵쟁이 새끼야!”
“핵쟁이 간다! 잡아!”
“핵쟁이부터 몰아! 부비트랩 박고! 광선검 들어!”
스핵을 상대로도 ‘잘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이러한 희망이 플레이어들에게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았다. 핵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유리함은 줄어든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더 이상 일반 플레이어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한 게임 안에서 핵 플레이어가 보인다 싶으면 유저들은 일치단결해서 핵 유저부터 때려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BJ천마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든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박아넣은 덕분이었다.
이길 가능성이 0이라는 것과 0.01이라는 것은 그 무게감부터가 다른 법이니까.
그 까닭에 1.0버전은 물론이고 1.5버전 닷 헬퍼를 쓰고 있던 유저들이 실제로 승리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었다.
핵 프로그램을 쓴다는 것 자체가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서 게임을 못하고, 자신을 실력을 늘릴 생각이 없는 유저들이었으니까.
익명 1 : 이러다 닷헬퍼 망하는 거 아님?
익명 2 : 어~ 그래봐야 1등확률 아직 높아~
익명 3 : 1.5버전 7백 주고 샀는데 이게 뭐야 ㅅㅂ
슬슬 게임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닷 헬퍼를 비롯한 핵 프로그램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는 소리까지 튀어나오고 있었다.
“병신들.”
파일로드는 모니터로 어둠의 단톡방에서 징징거리는 소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BJ천마가 뭐? 그 자식이 1.5버전을 막으면 어쩔 건데?”
닷 헬퍼 1.5버전은 파일로드가 가지고 있는 2.0버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2.0버전은 1.5버전의 스피드 핵과 더불어서 ‘워 썬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으니까.
자동으로 움직여야 할 길을 가고, 보정해 주는 2.0버전을 사용한다면 지금 플레이어들이 하는 저항 따위는 무용지물이 된다.
“더럽게 비싸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값은 하지.”
보통 천만 원 선에 거래되던 닷 헬퍼 1.5버전과 달리 2.0 버전의 가격은 그 몇 배에 달했다.
물론 파일로드는 스트리머다. 눈으로 보이는 핵인 스핵을 스트리밍을 하면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워 썬더 기능이라는 거. 엄청 좋더란 말이지.”
불리한 상황에 워 썬더 기능을 켜 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몸을 움직여 준다.
일종의 자동 주행 기능이랄까. 자동으로 최적화된 움직임을 닷핵 프로그램에서 알아서 실행시켜 준다.
제작자 말로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뭔가 다른 매커니즘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서 잡힐 염려는 없단다. 물론 프로그램이 아닌 매커니즘이라는 데서 전형적인 약팔이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중요한 건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조종하는 것만 같은 기분.
그리고 그 조종자는, 초인超人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
“···BJ천마 저 새끼도. 2.0버전 쓰는 거겠지.”
제작자 놈이 프로그램 상의 문제로 하나밖에 못 파는 거라고 하더니. 역시나 거짓말이었다. BJ천마가 보여주는 믿을 수 없는 초인적인 반응속도와 움직임은 닷헬퍼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파일로드는 화면을 바라보며 BJ천마의 큐 서칭을 노려봤다. 놈의 MMR은 끝도 없이 높아져 있었다. 파일로드는 자신의 부계정인 ‘P04’로 접속한 다음 BJ천마를 저격하기 시작했다.
[게임을 검색하는 중입니다.]
[게임 검색이 완료되었습니다.]
자신의 화면에 떠오르는 검색 완료 메시지.
자신이 옆에 켜 놓은 모니터에서 나오는 BJ천마의 화면에서도 검색 완료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저격 성공이군.”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파일로드는 ‘워썬더’를 실행했다.
[워썬더를 실행합니다]
치직. 파일로드의 머리에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척 봐도 위험한 크기의 스파크는 파일로드의 머릿속을 순식간에 휘젓기 시작했다.
아찔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이 프로그램을 써서 킬을 할 때마다, 파일로드는 살육을 하는 것 같은 쾌감을 느끼고는 했다.
“크큭. 죽여 주지.”
게임에 들어간 파일로드의 얼굴에는 검붉은색 핏줄들이 섬뜩하게 돋아나 있었다.
***
> 크아아아아ㅏㅏㅏㅏ
> BJ천마 플레이에 취한다ㅏㅏㅏㅏ
> 나는 BJ천마의 방송을 보고 술이 없어도 취할 수 있는 법을 알았다
BJ천마의 채팅창은 BJ천마의 실력에 대한 찬양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핵 유저를 상대하는 법은 스트리머나 실력자로서의 밥줄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BJ천마는 이런 밥줄들을 그냥 무료로 공개했다. 그리고 이 팁들이 실전적이라는 것이 여기저기에서 계속해서 검증이 되고 있는 상황!
> 핵유저 다죽어 ㅋㅋㅋㅋㅋ
> 핵유저 잡는거 한번 성공하니까 진짜 눈물나더라
[새싹뉴비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뉴비 실버 구간에서 핵 유저 이겼어요! 다 BJ천마님 덕분이에요!]
> 새싹뉴비 시작한 지 며칠 됐다고 핵유저를 이기냐 ㅋㅋㅋㅋ
> 저거 새싹맞는지 까봐! 석유 아녀?
> 재능 ㅁㅊㄷ ㅋㅋㅋㅋ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간증들에 단천의 입에 뿌듯한 미소가 걸렸다.
단천이 지금까지 꾸준히 준 실전적인 팁들은 계속해서 무시받아 왔었다.
하지만 지금 뇌명검을 상대하는 방법론은 어떠한가. 수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역시 꾸준한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이제야 본좌의 가르침이 모두 참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군.”
억울함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자신의 꿀팁들이 이 세상에 더욱 많이 모습을 비출 것이다. 광선검으로 총알을 막는 팁이라던가. 비도술로 화염방사기의 입구를 막는 팁 같은 것들 말이다.
> 뭐래 다른 팁들은 진짜 안된다고
> 애초에 지금 준 팁들도 90%는 못써먹음ㅋㅋㅋㅋ
> 지만 되는거 팁이라고 뱉어놓고 뻔뻔함보소 ㅋㅋㅋㅋㅋ
단천이 증거를 보고도 못 믿는 소수의 시청자들을 무지몽매하다고 속으로 욕하고 있는 사이에 새 게임이 시작되었다.
[새 게임을 시작합니다!]
파스스스스!
또다시 시작되는 전기화. 단천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 이번에는 저격러 없겠지?
> ㅇㅇ 그마구간 왔던데
> 아직 다1아님?
> 다1인데 매치는 그마랑 잡힘
파스스슥!
스타트 위치에 선 단천은 주변을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도 저격러가 없다는 뜻이다.
처음 다이아 구간에 도착했을 때 넘쳐나던 저격러들의 숫자는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MMR(매치 매이킹 레이트)가 올라가서 그랜드마스터 구간에 돌입한 덕분이다.
다이아몬드 티어 아랫구간까지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도달할 수 있지만 그랜드마스터 이상의 구간에 드는 플레이어는 극소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저격러의 유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쉽군. 저격러가 있었으면 했는데.”
> 저격했다가 그 꼬라지 나는 걸 봤는데 누가 저격해
> BJ천마 잘못 건드리면 묶여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됨 ㅋㅋㅋ
> 아 너무 무섭다 (오들오들)
게다가 BJ천마를 저격했다가 무슨 꼬라지가 나는지는 방송을 통해 이미 증명이 충분하게 된 상태.
저격해서 괴롭히는 것도 불가능하고, 잡혔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인간을 상대로 저격을 하는 간 큰 저격러는 없는 것이다.
단천은 저격러가 없는 것에 아쉬워하며 주변의 파밍을 시작했다. 그랜드마스터 티어쯤 되니 아이템이 부족한 기본 리스폰 지점에 있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빠르게 진행되는 파밍. 그리고.
【광선검을 획득하셨습니다.】
BJ천마의 필승 무기. ‘광선검’까지 획득했다.
> 끝났네
> 아 노잼 사기템 너프 언제하냐 ㅋㅋㅋㅋ
광선검을 득템하자 채팅창에서 노잼이라는 채팅이 부쩍 늘었다. 레드 서바이버에서 가장 천시받던 개그 아이템이 사기 취급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BJ천마가 광선검을 집어들고 만족스럽게 웃는 찰나.
[P04가 냥똥벌레 처치!]
[P04가 젊고싶다제발 처치!]
[P04가 GG.연습생 처치!]
···
한 번에 수 개의 킬 로그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핵 유저는 있는 모양이군.”
그랜드마스터 티어에 오며 저격수는 줄어들었지만 핵 유저들의 수는 그대로인 모양이었다.
> P04 저새끼 개악질임
> P04 점마는 대체 언제 제재하냐? 개띠껍네
> 억울한 BJ천마 제재할 시간에 P04나 제재하지;;
> ㅇㄱㄹㅇ
핵 유저의 아이디인 ‘P04’에 몇몇 사람들이 분노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그 수는 적었지만 채팅의 양 자체는 수많은 채팅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그만큼 악명이 높다는 뜻이다.
“저 P04라는 유저. 유명한 유저인가?”
> ㅇㅇ 저거 진짜 개악질인 놈임
> 닷헬퍼 1도 저새끼가 시작한거잖아
> 이 모든 헬퍼사태의 시작에 P04가 있음
P04는 닷헬퍼 1.0이 나왔을 때부터 레일 서바이버에서 핵을 사용해 온 유저였다. 처음 나왔던 닷헬퍼 1.0도. 지금 성행하기 시작한 1.5버전도. 모두 저 플레이어의 손에서 처음 나왔었다.
심지어 핵 제재 웨이브가 시작될 때에 교묘하게 버전을 올려서 제재 웨이브를 피해가기까지 했다. 수십 번의 핵 사용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전혀 먹지 않은 플레이어가 바로 P04인 것이다.
“요는 이런 마공이 레일 서바이버에 넘치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거겠군.”
> 소문으로는 닷헬퍼 2.0 쓴다는 말도 있음
> ㄹㅇ 악질인 새기 ㅅㅂ
[레서애호가 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P04 죽이면 5만원]
[미실리II님이 1,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저 핵쟁이 참교육하면 10만원.]
첫 미션이 걸리자 뒤이어 수십 개의 미션이 걸리기 시작했다. 모이기 시작한 현상금의 금액이 순식간에 커졌다. 네임드중의 네임드 핵쟁이가 나타난 덕분이다.
그렇게 모여든 미션액만 400만원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룡점정.
[미션맨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P04 대가리 으깨버리면 50만원]
평소에 미션을 항상 주도해오던 미션맨이 50만원이라는 금액을 내걸었다.
> ?? 이미 50만원 주셨는데요?
[미션맨 님이 5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당연히 이기실 테니 선입금했습니다.]
> 아니 또 50만원을 쏘네
> 미션맨 주머니 거덜났다!
마지막으로 미션맨에게 들어온 돈까지 100만원. 합치면 근 500만원이나 되는 돈이 P04라는 악질 유저 한 명에게 걸린 것이다.
오늘은 여러모로 도네이션이 매우 달다.
> 근데 못 잡으면 선입금한 돈 환불해 줌?
“환불? 그딴 건 없다.”
BJ천마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입꼬리에 건 채 대답했다.
“내가 놈을 못 이길 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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