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천마-33화 (33/212)

7. 다키스트 에이지 - 원초의 망령 (3)

천하자웅일대검식은 중원 전체를 통틀어봐도 적수를 찾기 힘든 신공절학이었다. 동이에서 온 이름 모를 고수가 창안했다는 이 무공은 그 독특함과 패도만으로도 천하제일을 논하기에 충분함이 있었다.

그러니 이 무공을 혈교가 얻고 천하자웅일대검식을 극성까지 익힌 부교주가 나온 순간. 혈교는 천하를 얻으리라 확신했다.

이 확신은 결코 자만이나 허영이 아니었다. 평범한 시대였다면 천하제일인이 되고도 남을 능력이 있는 교주와 부교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천하자웅일대검식을 상대하는 것은 오랜만이군.’

단천은 원초의 망령을 바라보았다. 독특한 자세로 쏘아지는 패도 그 자체인 검.

단천이 혈귀단의 대주로 있을 때 처음 만났던 혈마제 여승현.

당시에 초절정이었던 단천은 생사를 열 번은 오간 끝에서야 혈마제 여승현을 이길 수 있었다.

지금 단천의 무공 수위는 초절정보다도 훨씬 낮다. 초절정은 커녕 삼류에도 겨우 진입한 내공의 양.

원래라면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지금의 격차.

그러나 단천의 마음은 평온했다. 불가능이란 벽을 허물어 본 경험 없는 인간이라면 애초에 천마라는 별호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단천의 몸이 앞으로 휘청 기울었다. 동시에 한 쌍의 검이 단천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한 쌍의 검에서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거대한 풍압.

몸을 짓이길 것 같은 풍압을 향해 단천의 몸이 취한 듯 휘청였다.

지금까지는 이전과 같은 짭팔선보china八仙步였다.

> 아까랑 똑같은데?

> 이건 뒤졌다

> ㄹㅇ 무조건이지

채팅창 여기저기서 절망적인 예측이 튀어나왔다. 이전 번에는 운이 좋아서 조금 긁히는 것으로 끝났지만 그런 운이 두 번이나 찾아올 리가 없는 탓이다.

채팅창의 모두가 BJ천마의 죽음을 예측하던 마지막 순간에.

단천의 검이 움직였다.

파라락!

사량발천근의 극의를 담은 태극권이 단천의 손에서 펼쳐졌다. 취한 듯 휘청이는 팔이었지만 태극권은 정종무공이다. 적절한 때, 적절한 자가 사용한다면 무공이 담고 있는 묘리만으로도 검을 막아내기에는 충분했다.

거대한 바람이 단천의 몸을 비껴나갔다.

콰앙!

완전히 비껴나간 원초의 망령의 검 두 자루가 바닥을 허무하게 갈랐다.

> 방금 공격 패링한 거임?

> 패링 비스무리하긴 한데, 걍 흘려낸 거 아님?

> 공격을 도탄시킨다고? 그런 게 가능하냐?

> 가능하고 자시고 실제로 했는데?

“역시. 별 것 아니로군.”

단천의 몸은 계속해서 휘청이고 있었지만 눈만큼은 가라앉아 있었다.

지금 단천이 실행할 수 있는 무공의 수위와 원초의 망령 ‘여승현’간의 무공의 수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훨씬 커다란 벽이 둘 사이에는 있었다.

둘의 격을 압도적으로 벌리는 것. 그것은 바로 무에 대한 깨달음의 격차.

지금 원초의 망령은 과거 단천이 만났던 여승현의 무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단천은 여승현을 만나고서도 수십 년을 더 무에 대해 궁구해 왔다.

그 무한한 궁구는 결국 무공의 수위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가 된다.

바로 지금 단천이 펼치고 있는 단천류 취권처럼.

단천류 취권은 취선의 취권을 진일보시킨 무공이다. 묘리는 단순하다.

취권의 자유로움과 무질서함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피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무공으로 상대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

─ 이 거지발싸개 같은 자식아! 다른 무공을 쓰면 그게 어떻게 취한 놈이냐! 그냥 행패 부리는 무림인이지!

─ 심지어 당당하게 검을 써? 그러면서 취권? 취궈어어언? 취하지도 않았고! 권도 아니잖아! 니놈 무공의 어디가 취권이란 말이더냐아아!

취선은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단천류 취권을 격하했다. 하지만 단천은 신경쓰지 않았다. 늙은 사람들은 쉬이 보수적이 되는 편 아니던가.

단천이 해야 하는 것은 그저 실력으로 취선의 취권보다 자신의 취권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 이딴 건 취권이 아니야아아아!

자주 볼 수 없던 취선의 울부짖음을 떠올리며, 원초의 망령의 몸을 베어갈랐다.

서걱!

[원초의 망령이 처치되었습니다.]

[지고의 저주 : 어지럼증이 해제됩니다.]

[지고의 저주 : 시야왜곡이 해제됩니다.]

[지고의 저주 : 이명이 해제됩니다.]

원초의 망령을 쓰러트리자 저주가 해제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동시에 단천의 몸을 괴롭히던 상태이상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 와 이걸 이기네 ㅋㅋㅋㅋㅋ

> 엄마 나 커서 BJ천마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BJ천마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BJ천마가 될래요!

> 천마 그는 신인가? 천마 그는 신인가? 천마 그는 신인가?

채팅창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채팅이 올라왔다. 원래도 원초의 망령은 상대하기 어려운 보스다. 하지만 새롭게 나온 원초의 망령의 패턴은 더더욱 까다로웠다.

풍압으로 움직임을 강제하고 그 사이에 공격을 꽂아넣는. 사실상 맞아 가면서 스펙으로 잡아야 하는 보스가 분명해 보였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BJ천마는 자그마한 생채기 하나만 남긴 채 원초의 망령을 잡아냈다.

그것도 상태이상을 세 개나 끼고서!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피지컬 앞에 찬양 일색인 채팅이 도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엔딩300번봄 님이 1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미션금 입금! 지렸습니다 행님!]

[봄봄봄봄봄님이 15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ㅇㅈㅇㅈ]

[통큰치킨의원혼 님이 1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오늘도 컨트롤 미쳐날뛰었다 ㅠㅠㅠㅠ]

[미션맨 님이 1,000,000원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재빠른 미션금 입금!]

그리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후원금들. 걸려 있던 미션은 물론이고 단순히 찬양 일색인 후원금들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일일히 대답하기도 힘들 정도로 쉴 새 없이 후원 메시지가 올라온다.

이럴 때는 후원 리액션 한 번 정도는 해 줘야 된다. 고 풀창고가 말했었다.

그리고 후원 리액션이라면 이미 있었다.

까딱. 단천은 고개를 위아래로 짧게 움직였다.

> 고개 까딱거리는거 개킹받네 ㅋㅋㅋㅋ

> 아 천마님이 고개 까딱이셨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ㅋㅋㅋ

> 천마님의 고개 까딱거림이라니··· 이 무슨 역대급 혜자 후원 리액션···!(감동)

본래 백만원대를 넘는 후원 리액션이라면 온갖 오버를 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큰 금액을 받아 놓고도 후원 리액션이 부족하다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단천의 후원 리액션에 불만을 가지는 후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그 실력만으로도 충분한 리액션이었기에.

> 리액션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시오

> 꼬우면 나와서 맞짱 까던가 ㅋㅋㅋㅋ

그건 그렇고 후원금액이 확실히 엄청나게 많아졌다. 과거에 비해서 몇 배나 많아진 이유라면···.

‘역시 시청자수인가.’

[시청자 수 : 1만+]

단천의 눈이 시청자수를 훑어지나갔다.

어느새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자수가 1만을 돌파해 있었다. 소위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시청자수의 기준점이 바로 1만이다.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인지도가 불어나기 시작하는 선이 바로 시청자 수 1만.

그런 대기업의 벽을 단천은 채 한달도 되지 않는 사이에 돌파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시청자 1만의 벽을 리드미컬 세이버와 다키스트 에이지라는 마이너한 게임으로 찍었다는 것이다.

메이저한 게임은 유입이 많은 만큼 방송이 뜨기도 쉽다. 시청자 수의 최댓값도 높다.

자연스럽게 대형 스트리머로 변화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다.

하지만 마이너한 게임의 시청자수는 시청자 수가 일정 이상 되면 늘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소위 방송 파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1만이라는 수는 다른 게임방송의 2~3배라고 생각해도 충분했다.

‘좋지만. 아직 부족해.’

하지만 정작 단천은 호들갑 없이 담담했다. 십만 마교도와 그 수십배가 되는 중원을 좌지우지했던 단천이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움직이는 사람이 수십만 단위였던 단천이 겨우 1만의 시청자수로 만족할 리가 없는 것이다.

10만, 100만, 1000만.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이 무림인으로서의 도의이다.

무를 시작했으면 무의 끝을 보겠다 다짐하듯, 스트리머를 시작했으면 스트리머로서의 끝을 보는 것이 천마이기에.

띠릭!

단천이 시청자수를 바라보는 동안 다키스트 에이지의 게임 메시지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던 「원초의 망령」이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인류가 구원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처음으로 「히든 루트」의 끝에 도달했습니다!]

[지금까지의 「BJ천마」의 플레이가 게임사 ‘소드아트’로 자동 이관되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다키스트 에이지의 정사正史로 편입됩니다!]

> 히든 루트가 끝났다는 게 무슨 말임?

> 정사? 뭔 정사?

히든 루트, 정사, 이관 등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여러 메시지들.

채팅창의 어리둥절함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바로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위대한 다키스트 에이지 플레이어이자 군주인 「BJ천마」님을. 「다키스트 에이지 II」의 쇼케이스에 초대합니다.]

[쇼케이스 1주 후 다키스트 에이지 II가 발매됩니다.]

> ?? 2가 나온다고???

> 미쳤다미쳤다미쳤다미쳤다미쳤다미쳤다미쳤다

> 다키스트 에이지단 모여!!! 다모여!!! 2 나온대!!!

‘II’라는 두 글자에 다시 한 번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다키스트 에이지의 평가는 일관적이었다. 잘 만들었지만 판매량이 높지는 않은 게임.

판매량이 높지 않은 탓에 후속작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바로 다키스트 에이지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후속작이 나온단다. 쇼케이스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게임 자체도 거의 완성이 돼 있던 모양이다.

다키스트 에이지 2가 나오지 않은 것은 그저 히든 루트를 깬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 정식 출시 언제냐!!! 연차 쓰고 달린다!!!!

> 나는 휴직계 낸다!!!!

> 나는 폐업신청서 작성중이다!! 간드아아아아!!!

채팅창이 다키스트 에이지를 즐겼던 사람들로 광분하는 동안 단천은 뒤늦게 쇼케이스 일시를 확인했다.

“운이 좋군.”

다키스트 에이지 II의 쇼케이스 일정은 1달 뒤. 정확히는 ‘돈낳대’ 직후였다.

다키스트 에이지가 후속작이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세상에는 시너지 효과라는 게 있다.

돈낳대에 참가하면서 몸집을 한 번 더 불리고, 쇼케이스를 참가하면 시청자 수는 더욱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터.

단천은 이를 모를 만큼 멍청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 하는 사소한 목표가 있기는 했다.

“2부는 레일건 서바이버다. 그리고···.”

아주 사소하고, 당연히 이룰 수 있는 목표가 단천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목표는 말했듯. 랭크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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