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한 이름에 그의 눈동자가 일그러지다 곧 입꼬리를 올려 묘한 웃음을 지었다.
휘어지는 눈매와 살짝 감기는 속눈썹은 아름다웠지만 그 웃음과는 반대로 굉장히 아픈 눈동자를 하고 있어서 금세라도 깨어질 것 같았다.
위화감.
갑자기 나를 안고 있는 강인한 팔이 단단하게 죄어 와서 가슴이 갑갑해 졌다.
“다시...불러봐.”
“.......”
하얀 손가락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려는 걸 어색하게 피하자 이번에는 입술을 부딪혀 왔다.
그와 내가 이런 관계였던가. 확실히 몸에 남은 흔적을 보면 나는 그동안의 자신을 버리고 라쉬로서 그를 받아 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특별히 연인을 만들거나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망설이고 있자 이번에는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손가락 끝 하나하나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단편적인 것 밖에 기억나지 않지만 가디언인 나를 마치 깨어질 까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그 이상한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는 갑작스러운 내 웃음소리에 놀랐는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백치미가 흐를 것 같은 푸른 눈동자와 햇빛에 반사된 엷은 갈색 머리카락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겼다.
“..류?”
“응.”
“지금...웃은거냐.....”
“...어..”
“....날..보고 웃은 거야?..”
“....그런 것 같은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의 목소리에는 강한 불신감이 담겨 있었다.
뭐야. 연인이면서 이 녀석에게 웃어주는 것에 그렇게 인색했었나. 원래 잘 웃지 않는 타입이긴 했지만.
그는 한참동안 일렁거리는 꽉 찬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더니 곧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나를 끌어 안았다.
따뜻하게 전해져 오는 체온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너의 샨이라서 웃어준 건가?”
“...?...”
“....뭐 상관 없겠지. 무엇으로 불리건 지금 네 앞에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니까.”
“......난 네게 다정한 연인이 아니었나.”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란 적 없으니까 상관없어. 너와 나 사이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도...니가 날 보고 웃는 걸 보니까 기분이 이상해. 앞으로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
“응. 절대로 내게 웃어 주지 마.”
“.....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군.”
보통....연인관계라는 건 같이 있으면 기분좋고....따뜻하고 행복해서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게 아닌가.
“네가 더 이상 나를 보고 웃지 않을 때가 오면 난 너를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릴 지도 몰라.”
자신보고 웃지 말라고 말하면서 그 자신은 더 할 수 없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상해. 넌.”
“....알아. 그래도 네 곁에 있는 건 나야.”
내 허리를 끌어안은 손에 부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서 숨이 막혔지만 군복이 축축하게 젖어 오는 것이 느껴져서 그대로 내버려뒀다. 정말 이상한 녀석이다.
기분 좋은 초록빛의 신록 속에서 녀석에게 어색하게 안긴 채 한 참 서 있다 손을 내밀어 어깨부분을 살짝 끌어안자
그대로 나를 땅바닥으로 쓰러뜨린 채 키스를 퍼붓는다.
환한 태양아래 벗겨지는 옷가지들을 멍하게 쳐다보면서 뜨겁게 닿아오는 피부를 끌어안았다.
가슴 시리게 하는 사파이어
눈부신 태양빛-sunny
내가 줄곧 원하고 있던 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주 중요한 정말로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밀림속의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반사된 태양 빛에 현기증을 느끼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내가...너의 샨이야.”
건조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
그는 내게 웃지 말라고 했지만....그래도 난 그의 품에서 몇 번인가 기분 좋게 웃었던 것 같다.
&
너를 눈에 담는 순간부터 언제나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다.
순결하고 고결한 너를 지키고 싶은 욕심과 함께 솟구치는 음습한 파괴욕.
SHINE(샨)-sunny
미치도록 증오스러운 이름.
다정한 목소리의 구속. 나를 많이 아프게 하는 너.
그토록이나 증오스러운 이름으로 불리어 지는 것이 너의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버린 나에게 내리는 잔혹한 형벌이라도 해도
네가 나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 마지막 순간이 올 때까지 난 너와의 순간순간들을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겠지.
잔인한 유예.
네 기억을 지우려 했음에도 네가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는 허무하게 끝나버릴 게 분명한 관계이지만 그래도 그 때까지 넌 나만의 것이니까.
슬픔에 잠긴 네가 상실의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다고 해도,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널 완벽히 가질 수 없다 해도 난 언제나 같은 선택을 할 거다.
너의 다정한 수호자(guardian)일 수 없다면 잔혹한 파괴자(killer)로서 널 잠식해 버릴 거다.
g-n by 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