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3)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샨을 와락 끌어 안아 버렸다. 팔딱거리며 뛰는 녀석의 심장이 가슴위로 전해져 오는 것과 동시에 부들부들 떨리는 작은 몸이 느껴졌다. 

나보다 더 긴장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샨은 끝까지 말해줬다. 작고 통통한 몸이 사랑스러워 미칠 것 같다.

“........다....샨.”

“.......”

“나도.....그런 것 같다.”

목소리가 흉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낯선 숲의 열기에 의한 환상이라 해도 이것만은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내 말 한마디에 샨의 몸이 움찔하더니 허리에 팔이 감겼다. 흙이 엉켜서 뻣뻣한 금발에 키스하면서 녀석을 더욱더 세게 끌어 안았다. 

“동료라서가 아니야.”

“.....류?”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네가 생각하는 나와 조금은 다를지 모르지만 나 역시.....마찬가지.....야.”

마찬가지.

me too.........I love you.

유일한 말인 것 같다. 표현력 없고....멋없는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사랑 고백은.

네가 먼저 말해 줘야 간신히 내뱉을 수 있는 한 마디.

“...거....거짓말.”

“..거짓이 아니야.”

그래서 거짓일 수가 없어.

“....믿을 수 없어. 네가 이렇게 평범하고 아무것도 없는 날 좋아할 리 없잖아. 잘 봐 류. 나 샨이야. 

너와는 달리 뛰어나지도 않고 외모도 그저 그런 샨이라고. 네 추종자 중 한 사람이란 말이야. 

너를 상대로 멋대로 혼자 상상하고 자위하고 그러던 샨이라고. 가슴 떨리게 널 짝사랑하던 나니까 함부로 거짓말 하면 안 돼. 나 믿어 버릴지 모르니까.”

“.......믿어도 좋아...정말.”

그리고 넌 내게 그저 그런 사람이 야니야. 넌 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얼마나 예쁜 줄 모르는 구나. 

웃을 때마다 살짝 접히는 눈꼬리가 얼마나 귀여운 지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통통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인식하지 못하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라구.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엉망으로 울고 있는 샨의 얼굴에 키스를 퍼부었다.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는 녀석을 안아주자 내 품에서 바르작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맑은 에메랄드 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면.....”

“.......”

“.....너도 그러면......안아 줘. 류.”

“...!...”

“정말 날 좋아한다면 안아 줘. 그러면 불안한 내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을 것 같으니까. 

수태를 해서 꺼림칙하겠지만 제발 안아 줘. 널 내 현실로 만들어 줘. 이 밤이 지나도 넌 내 곁에 있을 거라고 확신 시켜줘.”

샨은 군복 안에 손을 집어 넣으며 내 피부를 매만졌다. 차갑게 식어 있던 피부가 녀석의 손바닥이 닿는 순간 뜨겁게 달아 오른다. 

내 눈치를 살피며 군복을 벗기는 녀석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일그러진 얼굴로 웃는다. 

가느다란 목에 입 맞추면서 조심스럽게 녀석의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볼록하게 부푼 배가 복부에 닿아 온다. 

한손으로 그 배를 조심스럽게 쓸면서 보드라운 입술에 키스하자 사탕을 조르는 아이처럼 천진하게 매달려 온다. 

“....아이 태어난다면....네가 좋다면....내 이름 줄게.”

“....!....”

“그러니까 고통스럽더라도 이겨 내라. 같이 있어 줄 테니까.”

너를 안심 시킬 수 있는 말.

가족이라는 건 정말 중요한 거니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집합이니까 그런 관계로 너와 묶이고 싶어. 

쭉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어.

비정상 적인 출산의 고통 때문에 수태를 한 라쉬들의 70퍼센트가 출산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하지만 샨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니까. 

매끄러운 피부의 촉감을 즐기며 손가락으로 샨의 비부를 만지자 흠칫 몸을 떨었다. 

자극적인 애무를 퍼부으면서 작은 돌기를 손가락으로 짓이개자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튕긴다. 

따뜻한 애널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을 휘저으니 느껴지는지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다. 

천천히 손가락 개수를 늘린 후 잔뜩 흥분한 나를 밀어 넣었다. 

샨의 안은 생각보다 더 끈적끈적하고 뜨거워서 들어간 순간 쾌감에 뇌가 흐물흐물 녹아 버리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날의 샨은 뭔가 이상했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감정을 터뜨리던 녀석. 

불안한 눈동자로 안아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 순수한 눈동자에 눈이 멀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채 카오스의 숲이 보여주는 환각과 열정에 져버렸다. 

너무나 이상하던 밤. 

칠흑처럼 변한 밤의 숲에서 들려와야 할 몬스터의 울음소리와 작은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던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그 밤에 나는 샨을 뜨겁게 안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샨과 나는 연인 관계가 되었다. 

카오스의 숲에서 달콤한 생활을 만끽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했었는데 귀환해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끝없이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위해 사냥을 하고 우리를 습격하는 몬스터로부터 녀석을 지키고 마음껏 사랑한다. 

샨의 발목은 거의 나아갔지만 나날이 배가 많이 불러와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항상 동굴 속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샨은 때때로 무언가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고 두려워 했지만 처음 맛보는 따스함과 편안함에 취해 나는 그런 사실에 대해 둔감해져 있었다. 

그저 수태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냥에서 돌아올 때마다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는 녀석을 멍청하게도 그저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녀석의 몸을 위해 최대한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나를 매일 밤 채근하며 안아주기를 원하는 

샨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볼록한 배를 어루만지며 결국 하룻밤 내내 울려 버렸다. 

통통하고 부드러운 살집이 손바닥에 감기는 느낌과 촉촉한 눈동자와 살짝 올라간 눈꼬리에 맺힌 눈물, 발정기의 고양이 울음을 닮은 신음성. 

모든 것이 나를 취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극상의 행복감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지 3주 째 되는 날 완전히 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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