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94화 (294/296)

00294  2011-2012 파이널(Final)  =========================================================================

점수는 77대 74로 댈러스의 3점 차 리드.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남은 1~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웨이드를 투입해야 하는가에 대해 굉장한 고민을 했지만 기세를 끊기 위해 작전타임을 한 번 사용했을 뿐, 라인업은 그대로 가져간 채 3쿼터를 마무리 지었다.

[이제, 대망의 4쿼터만이 남겨져 있습니다. 3쿼터까지 양 팀의 점수는 81 대 78! 정말 이다지도 치열할 수 없는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마이애미 히트도, 댈러스 매버릭스도 이젠 총력전입니다. 어느 한 팀도 느긋할 수가 없는 점수 차이죠. 댈러스의 경우 3점슛 2/4를 포함해서 야투율 6/10, 자유투 4개를 포함해 18득점 3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 중인 영재 윤, 16득점 6리바운드의 덕 노비츠키, 12득점 3어시스트의 제이슨 테리가 제 몫을 해 주고 있습니다!]

제프 벤 건디는 뒤이어서 마이애미 히트의 선수들도 언급하며 현재까지의 양상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설명했다.

[마이애미 히트 역시 르브론 제임스가 24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드웨인 웨이드가 16득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크리스 보쉬가 17득점 7리바운드입니다. 이들의 출전시간이 많기는 하나, 그만큼 몰아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죠. 30, 40득점을 안 해본 선수가 파이널에서 30, 40득점을 넣기는 힘들거든요. 그게 바로 에이스, 1옵션이 비슷한 기록의 2옵션보다 높게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정규시즌에서야 고른 득점 분포가 효율적일 수 있지만, 단기전에서는 꼭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한 명의 의존도가 높다면 문제가 되지만, 3명 정도가 득점을 독식하면 단기전에서는 문제될 것이 별로 없었다. 그것이 7차전, 4쿼터라면 더더욱 꾸역꾸역, 몰아넣기가 가능한 에이스의 등급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었다. 7차전을 길게 보면 7~8인의 선수들이 다 잘 해줘야하지만 결국 A급 5명은 S급 1~2명과 B급 3~4명을 이기기 힘들었다.

단적인 예가 90년대 후반~00년대 초의 밀레니엄 킹스(새크라멘토 킹스), 올스타 라인업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한계라고 볼 수 있었다. 압도적인 에이스를 가진 샤킬 오닐의 LA 레이커스와 팀 던컨의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의 댈러스는 당시의 킹스와 트레일블레이저스와는 다르게 상대 S급 에이스와 쇼다운을 펼칠 수 있는 두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댈러스는 득점 상위 3명의 출전 시간을 현재까지 20분대 후반으로 최대한 조절해 주었습니다. 그에 비해 마이애미 히트는 빅 3가 벌써 30분 초반을 넘는 상황이죠. 4쿼터는 1~3쿼터에 비할 바가 아닌 끈끈한 공방전이 이어질 텐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기껏해야 12분. 그 시간 속에서 3점의 리드는 어떻게 변해서 어떤 결과를 줄 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삐이이-

선수들을 부르는 4쿼터 시작 소리. 파이널을 종결짓는 마지막 12분의 시작이었다.

[댈러스 매버릭스와 마이애미 히트의 마지막 4쿼터가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4쿼터 초반부터 양 팀은 서로 다른 양상의 라인업으로 맞상대했다. 마이애미 히트의 경우 벤치 선수들의 생산력이 별로였기 때문에 주전 5인방의 출전시간이 많았고, 댈러스는 10명 내외의 로테이션이 고르게 돌아갔다.

[댈러스 매버릭스! 단 4분 정도이긴 하지만 3쿼터 말미부터 지금까지 2번이나 라인업이 바뀌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선수가 나와도 나쁘지 않은 효율을 보여주고 있고, 주전급 선수들이 노장이라는 것이 큽니다. 또한 젊은 에이스인 영재 윤이 워낙 활동량이 많은데다가 40분 이상을 뛸 정도의 체력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는 점이죠.]

제이슨 키드 - 영재 윤 - 션 매리언 - 챈들러 파슨스 - 브랜든 롸이트 에서 또 다시 제이슨 키드 - 제이슨 테리 - 션 매리언 - 덕 노비츠키 - 타이슨 챈들러로 바뀌었다. 마이애미는 주전들 중에 3~4명이 항상 코트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로 바뀌어도 공수의 움직임이 비슷했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자신의 팀이 재능농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세세한 플레이보다는 큰 그림 위주로 항상 전략을 짜왔다.

[제이슨 키드. 드웨인 웨이드를 맞상대로 노장의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습니다!]

[스탯 상으로는 초라하죠. 5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이미 댈러스가 우승한 지난 시즌에도 공격 면에서는 연봉 대비 좋다고 하기 힘들었죠. 30%후반의 야투율과 30%중반의 3점. 올 시즌에도 비슷합니다. 10M을 받는 디펜딩 챔피언의 주전 포인트가드라기엔 아쉬운 성적입니다. 하지만 영리한 게임 운영과 투지넘치는 수비를 통해 최선을 다해주고 있죠.]

[노쇠화가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한된 시간 내에서는 충분히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키드는 공을 쥔 채 천천히 전진했다. 남은 시간은 8분. 점수는 89대 89. 3점의 리드는 결국 동점이 되어버렸지만 키드는 이 정도만 되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이드라인에서 교체를 기다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키드는 교체되기 전 마지막 공격을 깔끔하게 마무리짓고 싶어했다.

"후."

생각해보면 영재가 부각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이 멤버가 지난 10-11시즌의 베스트 멤버였다. 즉 시즌 초에는 지금 라인업이 팀의 베스트였다. 하지만 영재가 급성장하며 자신과 테리가 번갈아가며 밀려났었다. 키드는 사이드라인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영재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으면서 선수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어후. 무섭기도 해라."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키드를 막는 웨이드. 키드는 그런 웨이드를 슬쩍 보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투퉁!

[제이슨 키드, 가벼운 드리블!]

턱!

"?!"

[탑까지 달려나와 스크린을 걸어주는 덕 노비츠키! 웨이드, 꼼짝없이 걸리나요!]

하지만 웨이드는 스크린 플레이에는 이골이 났는지 짜증을 내면서 노비츠키의 엉성한 스크린을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훅!

바로 그 순간, 키드는 웨이드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은 채 오버 패스를 힘껏 뿌렸다. 웨이드는 그제서야 키드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눈치채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PICK!!!! AND SLIP!!!!]

[꼼짝없이 속아버립니다. 꼼짝없이!!!]

[노비츠키를 막던 크리스 보쉬도 당황하여 황급히 따라붙는데요!!]

여기서 점퍼를 얻어맞으면 최악이다. 보쉬는 이를 악물고 노비츠키의 옆을 따라잡아 상체를 힘껏 밀어붙였다.

훅-

"이익!!!"

하지만 노비츠키는 공을 잡고 보쉬가 바로 붙은 찰나의 순간에 외곽을 훑어보고 밖으로 유유히 킥아웃 패스를 뿌렸다.

[제이슨 테리!!!]

[쉐인 베티에, 덕 노비츠키에게 너무도 시선이 팔렸습니다!!!]

노비츠키에게 무려 4명이 둘러싸는 마미애미 히트의 모양새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르브론 제임스, 우도니스 하슬렘, 크리스 보쉬, 거기에 쉐인 베티에까지 노비츠키의 4방향을 옥죄듯 좁혀오는 마이애미 히트의 수비는 오히려 노비츠키에게 득이 되었다.

슉!

[BANG!!!!!]

[놓칠 리 없습니다, 제이슨 테리!!!]

[92 대 89! 92 대 89!! 3점이 또 다시 벌어집니다!!!]

삐이이-

광분에 가까운 열기가 댈러스의 홈팬들을 사로잡았다.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재빨리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혔고, 댈러스 선수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이제 12분의 마지막 4쿼터도 단 1분 30초가 남았습니다! 경기의 성패는 아직 윤곽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48분 내내 가장 큰 리드(Biggest Lead)가 댈러스 매버릭스의 6점 리드였습니다. 동점상황 (Ties)만 벌써 8번. 리드가 바뀐 횟수(Lead changes)가 11번이나 됩니다!]

[이 이상 경기가 치열할 수 없죠. 마지막 7차전인 이상 양 팀은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마이애미 히트의 반격은 거셌다. 3점의 리드를 다시금 1점으로 만들고, 2점을 넣어 1점 리드를 뺏어왔지만 댈러스 역시 마이애미 히트의 뜻대로 되게 만들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또 다시 역전을 만들고 리드를 뺏어오길 반복하며 양 팀은 팽팽하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퉁- 퉁-

적막과도 같은 경기장. 팬들은 이 치열하고 처절한 승부를 직접 두 눈으로 보며 숨소리도 조심조심 내며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방해하지 않도록 들썩이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덕 노비츠키! 좌측 윙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맞대결!]

[4쿼터의 사나이라고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로는 그런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덕 노비츠키!]

노비츠키 특유의 포스트업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지만 르브론 제임스는 동포지션 대비 최강의 파워를 가진 선수였다. 당연히 쉬이 밀릴 리가 없었다.

끼긱- 끽!

스핀을 할 듯 말 듯 오른발로 피벗을 페이크로 삼으면서 나는 마찰음. 르브론 제임스는 언제든 스핀으로 돌아서 림을 향해 뛰거나, 슈팅을 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잘 염두해 둔 채 피벗에 속지 않았다.

휘익!

[갑작스레 슈팅을 쏩니까?!]

덕 노비츠키의 슈팅은 그야말로 최강의 무기다. 르브론은 자신도 모르게 그 슈팅 모션에 속아 높이 뛰어올랐고, 노비츠키는 공중에 뜬 르브론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대로 양 손을 내리곤 베이스라인 쪽으로 움직였다.

"큿!"

결국 골밑을 지키고 있던 보쉬까지 달려나왔고, 노비츠키는 베이스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밟지 않은 위치에서 슬쩍 오른발을 뒤로 내뺐다.

타닥!

[STEP BACK!!!]

가볍게 물러났다고 했지만 7풋의 긴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상치 못한 스텝백은 가드의 그것보다도 훨씬 먼 거리를 이동했다. 보쉬도 그렇고 르브론도 그렇고 그 위치에서의 노비츠키의 스텝백은 예상 외였다.

[그대로 쏘아올립니다!]

거기에 엄청난 높이에서 쏘아져오는 환장할만한 점퍼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슉-

[BANG!!!]

[1분 17초를 남기고 덕 노비츠키가 다시 ON FIRE 합니다! 저 키에 저런 부드러운 스텝백 점퍼! 재앙입니다, 재앙! 점수는 103 대 100! 다시 3점차이 리드를 벌려놓는 덕 노비츠키!]

베이스라인 뒤에 서 있던 웨이드는 앞으로 천천히 달려나가는 르브론 제임스에게 공을 뿌렸고, 르브론은 공을 잡자마자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르브론 제임스! 갑작스런 속공!]

[수비가 정립되기 전에 빠르게 파고들어가려는 의도는 좋아 보입니다만...]

탁!

[STEAL!!!]

하지만 그런 조급함은 결국 독이 되었다. 르브론은 빠르게 돌파해들어갔지만 영재와 매리언이 순간적으로 더블팀을 들어오자 손에서 공을 놓쳐 버리고 말았다. 살짝 미끄러진 공은 그대로 영재의 손으로 들어갔다.

[르브론 제임스, 성급합니다! 아쉬운 장면입니다. 그답지 않게 너무나 성급한 돌파였어요. 아직 시간은 충분했는데, 너무 의욕이 앞선 듯 합니다.]

['킹'이라는 호칭에 맞지 않는 턴오버입니다! 영재 윤, 그대로 돌파해 들어갑니다!]

영재는 코트 어디서든 슈팅이 가능했고 림어택도 가능했기 때문에 어떻게 막아야 하는가 잠시 고민하던 웨이드는 일정 거리를 두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

하지만 영재는 돌파하던것을 우뚝 멈추고는 탑 3점라인에서 멈춰섰다. 웨이드는 설마! 하는 기겁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앞으로 달려들며 있는 힘껏 솟아올랐지만, 영재와의 거리는 아직도 좀 남아있는 편이었다.

[영재 윤, 그대로 THREE POINT를 올라갑니까!!!]

마지막까지 슈팅을 페이크로 써먹을지 고민했지만, 영재는 마음을 확고히 먹은 듯, 머뭇거림없이 솟아올랐다. 플래시라고 불리는 드웨인 웨이드가 지었다기엔 너무도 간절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지만 영재는 사정 봐 줄 생각 따위, 추호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이제 당신을 뛰어넘을 겁니다.'

공중에서 마주한 두 사람의 표정은 너무도 대비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 리코멘은 내일 같이 올리겠습니다. 내일 편에서 드디어 파이널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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