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9 2011-2012 파이널(Final) =========================================================================
다시금 5점 차이로 순식간에 벌린 댈러스 매버릭스. 하지만 등 뒤로 떨어져 코트 위에 불품없이 내팽개쳐진 영재는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일어날 정도로 체력이 바닥이 되어버렸다.
"괜찮아?"
"에고... 괜찮아요. 충격이 좀 가긴 했는데, 이쯤이야."
노비츠키가 직접 일으켜 주었고, 영재는 손을 붙잡고 일어났다. 몸에 통증은 없었지만, 피로감은 상당했다. 아직 30분 정도 뛰었지만 무려 드웨인 웨이드를 단 18득점에 묶어놓기 위해 영재는 시즌 평균인 35분을 뛴 것보다도 더욱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훨씬 움직임이 많았고, 움직임도 컸다.
칼라일 감독은 예상외의 상황에 머리가 아팠다. 클러치 타임에 영재를 계속 투입하기 위해 시간조절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NBA의 작전타임은 풀타임(60초)가 전후반 각각 6회, 20초짜리를 전후반 1회를 요청할 수 있다. 1,3쿼터에는 2번, 2,4쿼터에는 3번의 작전타임을 최소한 불러야 했다. 그리고 4쿼터에는 최대 3회만이 가능했다. 작전타임 중의 광고는 NBA의 주요 사업이었기 때문에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을 경우 심판들이 재량으로 타임아웃을 부르는 오피셜 타임아웃이 존재할 정도였다.
'우리는 작전타임을 하나 썼고, 마이애미는 두 개를 썼다. 남은 것은 풀타임 두 개 뿐이지. 그리고 3분 이내로 하나를 더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0초 타임아웃으로 전환되버린다. 휴식을 위해서라면 최대한 타임아웃을 써야한다. 윤의 투입 타이밍을 잡으려면 파울이 나오거나, 작전타임을 불러야 하는데 과연...'
칼라일 감독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윤을 지금 뺄 수는 없다.'
결국 칼라일 감독은 영재 본인이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과 스미스 트레이너도 남은 시간 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영재를 계속 코트에 놔두기로 했다.
[자아, 댈러스 매버릭스. 마지막 작전타임까지 꽤나 이른 시간에 사용했습니다!]
[워낙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다보니 칼라일 감독도 계속해서 작전을 주문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죠.]
코트 위로 올라온 영재는 미약하게나마 체력이 돌아왔다고 느낄 수 있었지만, 이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체력적으로 괴물이라 불리는 드웨인 웨이드와 르브론 제임스라면 영재보다도 더욱 빠르게 회복해서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선보일 게 뻔했다.
"자자! 한 포제션 막고!"
보컬 리더인 챈들러의 외침에 선수들도 동조하는 듯, 허리를 숙인 채 자신의 마크맨을 노려보았다.
[마리오 찰머스, 드웨인 웨이드에게. 웨이드가 베티에, 베티에가 다시 웨이드에게.]
마이애미는 시간을 보내려는듯 탑에서부터 우측 윙, 우측 사이드를 왔다갔다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았다.
[웨이드, 찰머스에게. 찰머스 이번에는 반대편의 르브론 제임스에게.]
[볼이 빠르게 도는 마이애미 히트입니다. 공격을 시작할 타이밍과 위치를 재는 듯 합니다. 볼이 돌면서 선수들의 위치가 움직이고 있죠.]
르브론 제임스가 공을 쥐는 바로 그 순간, 웨이드는 어디서 그런 체력을 쥐어짜내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
영재는 무슨 의도인지 눈치채고 골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이포스트에서 움직이는 보쉬를 막기 위해 챈들러는 이미 외곽으로 나간 상태. 골밑에는 반대로 유유히 뛰어가는 베티에를 따라가다가 그대로 자리잡은 노비츠키 뿐이었다.
"노비츠키!!!"
영재는 성대가 찢어져라 소리쳤다. 르브론 쪽으로 몸을 튼 채 공을 바라보던 노비츠키는 영재의 외침에 깜짝 놀랐고, 웨이드는 일이 귀찮게 되었다는 표정으로 뒤따라오는 영재를 슬쩍 흘겨보았다.
퍽!
영재의 추격을 떼어내기 위해 왼팔을 교묘하게 가슴팍으로 밀어넣는 웨이드. 영재는 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왔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퍽!!
이번에는 영재가 오른팔을 웨이드의 왼팔 밑으로 꾸역꾸역 쑤셔넣었다. 웨이드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엄청난 탄력으로 뛰어올랐다.
"으아앗!!"
웨이드와 영재는 거의 한 덩어리가 되어 서로 뒤엉킨 채 뛰어올랐고, 웨이드를 정면으로 마주보던 노비츠키도 온 힘을 다리에 집중해서 펄쩍 뛰어올랐다.
'낮아!'
휙!
[르브론 제임스!!! TO 드웨인 웨이드!!!]
[영재 윤이 눈치채고 끝까지 따라붙었는데요!!]
하지만 영재의 표정은 낭패 그 자체였다. 따라 붙기만 했을 뿐, 높이가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웨이드의 최고점은 영재보다도 머리 반 이상 차이가 났다.
"큭!!"
결국 높이싸움에서 진 영재는 고꾸라지는 걸 면한 채 땅에 착지했고.
콰아앙!!!
[RAB KING! SLAM FLASH!!!]
[르브론 제임스의 랍패스! 그리고 드웨인 웨이드의 앨리웁 슬램 마무리! 저런 엄청난 신체조건을 상대로 노비츠키와 영재 윤은 너무나도 좋지 않은 조합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눈치채고 끝까지 달라붙은 영재 윤의 기막힌 시야와 수비 센스는 극찬받아 마땅하지만, 드웨인 웨이드의 선천적인 탄력 만큼은 줄일 수 없는 갭이죠!]
영재는 분한 마음에 코트를 오른손으로 탕! 치면서 일어났다. 전광판을 슬쩍 올려다 본 영재는 좋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나머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면 경기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남은 시간은 단 60초! 점수는 어느덧 105 대 105 동점입니다!]
[홈 1경기에서 진다면 댈러스 매버릭스, 충격이 상당합니다! 이번 경기를 잡아내야 파이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텐데요!]
[결과론적이지만, 작전타임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는 선수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이드라인에서 지시를 해주기는 하지만 큰 그림을 그려줄 수 없고, 휴식을 통해 기세를 바꿀 수도 없죠.]
상황이 썩 좋지 않았다. 꼭 잡아내야만 하는 경기인데도, 경기는 박빙이었고 미묘하게나마 기세는 넘어간 상황이었다. 선수들 중 몇몇의 컨디션이 꽤나 좋지 않았고, 마이애미 선수들은 전의에 불타올라있었다.
댈러스로서는 테리와 키드, 파슨스의 슛감이 아쉬운 경기였지만, 마이애미라고 해서 전 선수가 슛감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경기 결과를 가지고 누굴 탓하는 건 아니지.'
하지만 영재는 그런 건 모두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컨디션이라는 건 항상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골밑공격 위주가 아닌 점퍼 위주의 슛감은 레전드급 선수라고 해도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드리블이나 패스도 잘 되는 날이 있고, 안 되는 날이 있게 마련. 괜히 몇 경기 이상 몇 득점, 야투율 몇% 이상, 몇 어시스트 이상 같은 기록이 있는 게 아니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집중해요!!"
영재의 외침에 선수들은 영재의 사인을 보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이애미 선수들보다 조금 더 지친 댈러스 선수들이었지만 마지막으로 힘을 내기 시작했다.
공을 몰고 탑에 도달한 영재는 노비츠키의 스크린에 영재는 왼쪽으로 잽싸게 이동했고, 웨이드는 노비츠키에게 가로막혀 순간적으로 영재를 놓쳤다.
[덕 노비츠키의 스크린! 웨이드는 떨쳐냈지만 그 앞에는 쉐인 베티에가 버티고 있습니다!]
영재는 베티에의 대인마크가 단단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베티에 뒤로 슬쩍 돌아들어가는 챈들러의 모습을 확인한 영재는 지체없이 높은 오버패스로 로포스트 근처까지 공을 던졌다.
턱!
[나이스 패스!]
보쉬와 베티에의 사인이 맞지 않았고, 한 순간이지만 탑에서 서 있는 노비츠키의 존재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거기에 4쿼터, 거기에 클러치 타임. 그런 상황에서 3점을 때려박을 수 있는 무시무시한 덕 노비츠키를 놔둘 선수는 아무도 없다.
콰앙!!!
"우오오!!!"
[덕 노비츠키, 영재 윤, 타이슨 챈들러의 엄청난 팀플레이가 빛을 발합니다!]
[스크린을 타고 넘고, 탑으로 슬쩍 빠져나와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덕 노비츠키의 노련함, 거기에 베티에 뒤로 유유히 지나가는 타이슨 챈들러를 발견하고 기막힌 패스를 뿌려준 영재 윤의 능력! 거기에 타이슨 챈들러의 파워풀한 투핸드 슬램!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로써 영재 윤, 오늘 24득점 10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합니다! 댈러스 선수들 중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죠. 오늘 웨이드와의 매치업은 개인 기록만 보면 판정승을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팀 대 팀의 대결에서 누가 이기느냐만 남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45초. 45초만 잘 버틴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 하지만 영재는 점점 목젖까지 거친 숨이 차올랐고, 1초 1초가 지나면서 온 몸이 물을 먹은 것 마냥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마리오 찰머스, 공을 잡자마자 최후의 힘을 짜내 달려듭니다!]
한껏 템포를 올린 마이애미 히트. 찰머스를 시작으로 웨이드, 르브론, 베티에, 보쉬 모두 집요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외곽을 이리저리 오프 스크린을 걸고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내려 노력했고, 댈러스 선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따라다녔다.
"막아!!!"
챈들러의 비장한 외침에 댈러스 선수들도 이를 악물었다. 르브론 제임스를 가로막은 션 매리언은 여기서 망신에 망신을 당하더라도 르브론의 발이라도 붙잡으면서 막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수비에 임했다.
"..."
훅-
[르브론 제임스, 좌측 사이드의 마리오 찰머스에게. 그 앞을 제이슨 테리가 막습니다.]
그 순간, 르브론 제임스가 슬슬 하이포스트 안으로 이동했고, 매리언과 테리는 순간적으로 르브론을 놓치면서 윙으로 움직이는 찰머스에게 더블팀을 들어갔다.
휙-
"?!"
[마리오 찰머스! 나이스 바운드 패스!]
더블팀의 사이를 그대로 갈라버리는 바운드패스가 르브론 제임스에게 도달했다. 베티에와 보쉬의 외곽능력으로 인해 챈들러는 하이포스트, 노비츠키는 베티에를 막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골밑은 아무도 없었다.
'간다!'
[아무도 없습니다! 골밑에 아무도...!!]
르브론은 엄청난 속도로 파고들었지만, 순간적으로 자신의 눈앞을 막는 한 선수를 보더니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퍽!!
그 때문인지 르브론 제임스는 더욱 힘있게 파고들어 공중에서 경합했다. 당연히 영재의 피지컬로는 어림도 없는 르브론 제임스의 탱크와 같은 돌파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종잇장처럼 찢어지거나, 탱탱볼처럼 저 멀리 튕겨나가지만 않으며 다행이었다.
"컥!!!"
탁!!!
삐익!
휘슬은 불렸다. 그리고 르브론의 어깨힘에 그대로 나가떨어지기 직전, 영재는 오른손을 쭉 뻗어서 르브론의 손과 함께 공도 같이 쳐내곤 간신히 코트위로 아슬아슬하게 착지했다.
[슈팅파울!]
[다행이 앤드원까진 가지 않았습니다! 영재 윤이 힘의 차이를 극복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앤드원을 주진 않는군요! 르브론 제임스의 자유투는 좋다고 보기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슈팅파울은 르브론 입장에서는 원치 않는 결과인 셈이죠.]
하지만 마이애미 입장에서 다행히도 르브론 제임스는 클러치 자유투를 흘리지 않았다. 2개가 모두 들어가자 점수는 107 대 107. 작전 타임도 없는 마지막 35초에 댈러스는 모든 걸 걸어야 했다.
투웅- 투웅-
35초가 남은 상황에서 댈러스의 공격. 여기에서 댈러스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빠르게 공격을 시도한 뒤, 상대의 공격을 한 번 막은 후, 또 다시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두 포제션을, 상대가 한 포제션을 가져가게 하는 것. 다만, 이 방식은 첫 얼리오펜스가 성공해야 하고, 작전타임이 없다면 자신들의 베이스라인에서 시작해야 하므로 두 번째 포제션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맹점이 있었다. 즉, 작전타임을 남겨두지 못한 댈러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선택지는 작전타임이 없으므로 안전하게 최대한의 공격제한시간을 쓰고 상대방의 마지막 공격을 막는 것이었다. 딱히 상대에 비해 유리한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작전타임이 없는 상황에서 두 포제션을 10~15초 이내로 마무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선수들 간에 공격에서 어떻게, 어디로, 언제 움직일지 모두 공유한 상황도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원고료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조시커님/// 빠른 코멘 감사합니다^^
神天花님/// 즐겁게 읽어주시니 쓰는 저희도 즐겁네요ㅎㅎ
시즈카르텔님/// 엌ㅋㅋ 제 나름대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 타이밍이었는데
흑월화야님/// 워낙 연봉 룰이 복잡하고 어렵더군요 ㅎㅎ. 저도 대충만 알다가 자세히 알게 된 건 2년도 채 안됩니다. 영재는 루키계약 기간에 저만큼 해줘서 팀 입장에서는 이럴 때 치고달려야죠. MVP경쟁이 가능한선수를 신인계약 기간에 쓰면 그만큼 샐러리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니.
은빛거북님/// 샐러리와 시대상,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서 로스터를 짜고 있습니다. 네임벨류보다는 실리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CountOfDark님, 사라질영혼님/// 코멘 감사합니다!!
그랜드라인님/// 하하... 카와이는 너무 픽 순위가 높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댈러스가 15번 픽을 얻을 방법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원래대로 라이벌리 ㅋㅋ
goimosp님/// 넵. 영재의 맥시멈이 94.5인지 97인지 곳곳이 다르더군요. 맥시멈 잴 때 샐러리캡은 FA영입시의 샐러리캡보다 2.5%정도 낮거든요. 그 차이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야베스님/// 아 착각했군요. 토론토였죠. 제가 그 경기는 하이라이트만 봤는데, 썩 수비가 좋다고 하긴 뭣하더라구요. 말씀대로 자동문은 아니었습니다. 화질 때문에 토론토 선수들 표정은 못 본 게 아쉽네요 ㅎㅎ
울트라10님/// 매 경기 하드캐리는 말이 안되지만, 그래서 아무래도 서술하는 경기는 임팩트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강해야 독자분들이 재밌게 보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