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3 2011-2012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 =========================================================================
영재의 폭발적인 활약으로 댈러스는 꾸역꾸역 리드를 지켜나갔다. 노비츠키는 여러 번의 반복적인 스크린을 통해 영재에게 미스매치를 만들어주었고, 타이슨 챈들러는 단단한 스크린을 통해 마크맨을 떼어내고 영재가 가속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영재는 이런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샌안토니오도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곧바로 반격을 시작했다.
[BANG!!]
[이번 3점은 샌안토니오에게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득점입니다! 카와이 레너드의 3점슛이 그대로 림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점수는 103 대 99가 됩니다! 댈러스 쪽으로 기운 느낌이었지만, 샌안토니오가 희망을 살립니다. 아직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댈러스의 로테이션 수비가 잘 작동했지만, 레너드가 약간의 틈을 잡아 그대로 가볍게 3점을 던져 넣었다. 카와이 레너드 역시 영재만큼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25분 정도를 소화하며 11득점 7리바운드의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테리나 매리언에 대한 수비도 잘 해주었다. 그리고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3점까지 작렬시켰다.
"..."
키드는 남은 시간을 힐끗 바라보았다. 약 55초 정도. 아무리 댈러스가 2회의 공격을 모두 24초를 소모하더라도 샌안토니오가 작전타임을 활용하면 충분히 두 번의 공격이 가능했다. 다행인 것은 댈러스의 클러치 라인업에 자유투가 좋은 선수가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었다. 챈들러나 매리언의 자유투 성공률도 썩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핵 작전을 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쿼터 종료 2분 전부터는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에게 의도적인 파울을 할 수는 없었다. 방법이라면 리바운드 경합 중의 파울이라던가 자연스러운 블로킹 파울 같은 방법 뿐이었다. 핵 작전이라는 것은 결국 자유투 성공률이 50%이하여야만 효율을 볼 수 있고, 50%만 넘어가도 효율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쿼터 종료 2분 이상 남았을 때, 그리고 팀 파울에 걸린 상황에서만 가능한 아주 까다로운 작전이었다. 즉 댈러스는 영재나 노비츠키가 공을 받으면 파울을 당하더라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2점 적립이 가능했다.
'일단 이번 포제션에서 빠른 파울을 하지는 않겠지. 우리 공격을 막아내면 충분히 동점 내지는 역전이 가능하니까. 아마 우리에게 실점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남은 시간상 파울작전을 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결국 남은 두 포제션 중에 하나라도 넣기만 하면 거의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영재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포포비치 감독도 작정을 하고는 레너드를 영재에게 붙인 상태였다. 하지만 키드는 영재를 믿었다. 충분히 노비츠키나 챈들러와의 호흡을 맞춘다면 둘 중에 하나는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윤, 이 경기를 너의 경기로 만들어라.'
키드는 시간을 보더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재에게 공을 뿌려주었다.
[남은 공격제한 시간은 단 9초!]
영재가 공을 받자마자 챈들러가 다가와 스크린을 걸어주었다. 레너드는 영리하게 빠져나왔지만 미묘하게 바디밸런스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지만, 충분히 영재를 견제할 수 있는 상태였다. 영재는 레너드가 생각보다 스크린에서 빠르게 빠져나오자 생각을 바꾸어야했다.
"칫!"
키드 쪽을 슬쩍 보았지만 파커가 그 쪽 라인에 있어서 섣부른 패스는 잘릴 것 같았다. 하이포스트의 노비츠키는 디아우가 철저히 디나이 중이었다.
끼긱- 끽!!!
앞뒤로 흔들리듯 영재를 따라붙는 레너드. 그리고 어깨를 낮추며 돌파하려는 듯 하다가 몸을 뒤로 젖히다가를 반복하며 조금씩이지만 레너드를 흔드니 레너드와 영재의 거리가 살짝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투퉁!!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급격하게 무게중심을 바꾼다. 레너드는 드디어 영재가 마음을 먹었다는 생각에 반보 뒤로 물러나며 영재의 움직임을 너무도 정확하게 읽어냈다. 영재는 그런 레너드를 보며 슬쩍 웃었다.
끼긱!!!
[어깨를 낮추면서 잽스텝 직후 곧바로 스텝백!!!!]
하지만 그게 오산이었다. 오른발에서 왼발로 무게중심을 움직이자마자 그 왼발을 축으로 코트를 힘껏 박차고 뒤로 물러난 영재. 레너드는 깜짝 놀랐지만 너무도 빠른 영재의 스텝백에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레너드의 윙스팬이 길다고는 하지만 공간 자체가 벌어진 상황에서 손을 뻗더라도 영재의 시야를 완벽히 가리지 못했다.
"핫!!"
레너드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뛰어오르며 손을 뻗었지만, 그 찰나의 망설임에 영재는 이미 3점라인 밖에 두 발을 안전하게 디디고 자세까지 다듬은 뒤 반 박자 빠른 그만의 슈팅을 쏘아올리고 있었다.
[Y13 FOR THREE!!!!!!]
텅!!!!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공을 긁은 오른손을 내리지 않았다. 슛을 쏜 바로 그 자세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던 영재는 림 뒤를 맞고 크게 튀어오르는 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슉!!
"..."
[BAAAAAAAANG!!!!! BIG, HUGE BIG THREE POINT!!!!!!]
[쐐기포입니다!!! 사실상 경기는 기울었습니다. 레너드가 3점을 넣어 4점 차로 추격했지만, 다시금 윤이 3점 빅 샷을 꽂아넣으며 7점 차로 벌려놓습니다. 남은 시간에 7점 차이는 산술적으로 따라잡기 힘든 수치입니다!]
[거의, 끝났다고 봐야죠. 최종전이니 아직 샌안토니오가 포기하진 않겠지만, 거의 끝났습니다.]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하하 웃더니 들고있던 오른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자신도 모르게 우아아아!!!!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노비츠키와 키드를 비롯한 동료들 모두가 뛰어와 영재를 얼싸안았다.
점수는 106 대 99. 남은 시간은 단 32초. 강제로 파울작전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영재가 패스를 받는다면 자유투를 영재가 쏘게 되므로 사실상 3점이 네 개 이상이 연달아 5초 이내의 공격시간에 꽂혀야 했다.
하지만 포포비치 감독과 샌안토니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작전타임을 건 후 던컨과 디아우, 지노빌리를 활용한 완벽한 패턴 플레이를 실행해 지노빌리가 3점을 쏘아올렸지만 첫 시도부터 메이드되지 않았고, 챈들러가 리바운드를 따냈다. 던컨이 영리하게 리바운드 경합을 하며 파울을 했지만 챈들러가 두 개를 다 성공시키면서 샌안토니오는 백기를 들었다.
[샌안토니오의 작전타임 이후 첫 3점이 들어가지 않은 게 큽니다. 3점이 연달아 여러 개가 연속해서 들어가야 하는 판국인데, 첫 단추부터 제대로 실패했습니다.]
삐익! 삑!!!
[결국 이 길고 긴 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 댈러스 매버릭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108:99 9점차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2년 연속 파이널 진출에 성공하는 댈러스 매버릭스!!]
휴비 브라운은 굉장하다는 듯 댈러스 매버릭스를 극찬했다.
[오늘도 치열한 접전이었지만 결국 영재 윤이 4쿼터 막판에 무려 10득점을 연달아 쏟아부으며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에게는 부담이 되는 상황일 텐데, 오히려 그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선수 같습니다! 이런 큰 무대의 클러치타임에 저런 엄청난 스코어링이 된다는 것은 상대에게는 저주와도 같죠!! 오늘 야투율 100%와 턴오버 0개를 달성하며 29득점 3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습니다. 그야말로 퍼펙트, 믿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는데, 영재 윤이 그 공백을 다 메꾼 셈이죠.]
하지만 마이크 티리코는 자료를 슬쩍 보더니 댈러스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물론 지금의 댈러스도 강력한 팀이지만, 작년에 비해 꽤 고전하는 시리즈가 많네요? 그만큼 상대가 강력해진 것도 있지만, 스스로가 약해진 것도 있어 보입니다. 세 차례의 플레이오프에서 4승 1패, 4승 3패, 4승 2패죠.]
휴비 브라운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파이널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댈러스, 샌안토니오, 오클라호마시티, LA 레이커스 등 어느 팀이 파이널에 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 서부 컨퍼런스입니다. 댈러스 같은 경우 지난 시즌이 이상할 정도로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린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우승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던 팀이 너무나 수월하게 상대들을 연파했죠. 올 시즌이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는군요! 작년이 기적이라면, 올 시즌은 로스터와 이름값에 걸맞는 멋진 활약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동부 컨퍼런스는 아직 3:3인 상황이라 파이널 상대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댈러스도 6차전까지 오면서 고생했지만, 동부는 정말로 처절합니다. 무려 두 차례의 연장전을 치르고 있죠. 보스턴 셀틱스가 폴 피어스, 케빈 가넷을 비롯한 노장들의 마지막 불꽃과 라존 론도의 집념어린 플레이로 마이애미 히트를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습니다. 댈러스 입장에서는 보스턴 셀틱스가 올라오길 바랄 겁니다. 똑같이 지쳤다면 노장들이 많은 보스턴이 마이애미보다는 수월하죠. 무엇보다 마이애미는 리그 최강의 빅3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전에서는 절대로 승부를 장담하기 힘든 팀입니다.]
[이제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파이널뿐입니다. 과연! 작년 우승을 이어 올 시즌도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이상 해설에 휴비 브라운, 캐스터에 마이크 티리코였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홈팬들도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간신히 받아들이며 자리를 떠나는 그 시각, 댈러스 매버릭스 선수들의 인터뷰도 끝이 나고 마무리 정리와 샤워마저 끝내 지쳐버린 영재는 경기장 밖으로 나가기 직전,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
"..."
다름아닌 카와이 레너드. 영재는 레너드를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너는, 너무도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가는 거 같아. 따라잡기는커녕 점점 벌어지기만 하는 느낌."
레너드의 말 안에는 뼈가 있었고, 한탄과 회한이 섞여 있었다. 대학 1학년부터 영재와 콤비를 이루었지만 전생과는 반대로 레너드는 영재가 넘기 힘든 벽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친분은 여전했지만, 그의 승부욕은 감출 수 없었다.
"너와 내 차이가 뭘까. 곰곰이, 그리고 계속해서 생각해 봤어. 그런데, 딱 이거라고 떠오르지 않아."
영재도 알고 있었다. 레너드가 그 누구보다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자신 때문에 전생의 레너드보다 더욱 농구에 미쳤을 터였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첫 시즌 성적도 훨씬 좋을지도 몰랐다.
"레너드. 너와 나의 차이란 없어."
"..."
레너드는 설명을 요구했다. 해답을 원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 표정은 영락없는 도움을 요청하는 동갑내기 친구의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음 말은 입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난 단지, 죽음을 뛰어넘은 운이 있었을 뿐이야.'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야. 너와 나의 차이는 없어... 굳이 따지자면, 운? 절박함? 정도일까?
영재는 당당히 레너드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너가 본 1학년 때의 나는 너보다 더 절박했지. 그건 너도 알 거야. 그리고, 운이 좀 따라주었고, 덕분에 1년 먼저 프로에 왔어. 그것뿐이야."
"..."
"너도 분명히 최고의 선수가 될 거야. 하지만, 나는 너보다 1년 먼저 NBA로 나왔어. 그 갭은 점점 옅어지겠지만 계속해서 나를 도와줄 소중한 경험이야."
레너드는 그제야 조금은 알겠다는 듯 피식 웃어버렸다.
"마치 말하는 게, 끝까지 지지 않겠다는 거 같은데?"
"당연하지. 난 언제나 너의 앞에 있을 거야. 절대로 역전당하지 않을거야."
영재는 그렇게 레너드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밖에서 기다리는 에밀리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magara님/// ㅠ.ㅠ 저도 그렇습니다
사라질영혼님, Han512님, 오마리온님, 위티드님, 파이넨시아님, 여신유리찬양님/// 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르네르바님, Hspider님/// 에이쓰으!!!!!
흑월화야님/// 선배 사기꾼을 닮아가려나봅니다. 사기는 클러치에 쳐야 제맛이죠.
神龍님/// 잘 막아도 터프샷 꽂아넣으면 허탈하죠. 노비츠키나 코비, 듀란트, 알드리지의 턴어라운드 점퍼를 막는 수비수들의 심정이 저렇지 않을까 싶네요.
울트라10님/// 상대팀인 데다가 분량 문제로 자세히 서술은 되지 못했지만, 레너드도 빅샷이 될 수 있는 걸 하나 꽂아주었습니다
eastarea님, 가연을이님, 잠.자.비님/// 오랜만에 사이다스러운 활약 해줄 때가 되었죠.
goimosp님/// 클러치 슈터는 선수 가치도 높지만, 우승팀의 에이스로서는 필수 덕목이죠. 르브론이 11-12시즌 이전까지 평가절하당했던 주요 이유도 새가슴 논란이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액티비아님/// 쫄깃쫄깃한 맛이 있죠. 플레이오프는 저래야 재밌더군요 ㅋㅋ
잉킹둘님/// 아이버슨은.... 그 강철 체력을 일단 타고나야합니다 ㄷㄷ. 체력만큼은 조던 부럽지 않을 정도죠. 그리고 현대 농구에서 제2의 아이버슨은 나타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anguqwhdk님/// 엌ㅋㅋ 슬램덩크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나보군요. 이 장면에서 슬램덩크의 추억까지 떠오를 줄이야...윤대협하고는 여유로운 점을 빼면 비슷하겠네요. 올라운드 플레이어고, 냉정하고, 잘생겼고 말이죠. 조금 다른 느낌이라면 윤대협은 정말 여유가 넘쳐서 화를 내지 않는다면, 영재는 화를 삭힐 줄 알아서 정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