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81화 (281/296)

00281  2011-2012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  =========================================================================

6월 6일, 샌안토니오. AT&T 센터.

[자아! 영재 윤이 공수에서 오늘도 불을 뿜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차전 이후 2차전부터 5차전까지는 상대적으로 평범했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터져주네요.]

치열하다면 가장 치열한 4쿼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엘리미네이션 상황까지 몰린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기를 이기기 위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고 있었지만, 영재의 존재감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퉁-퉁-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의 무표정으로 자신을 계속 막아내는 영재를 보며 드리블을 하던 토니 파커는 와락 구겨진 얼굴이 펴지지 않을 정도였다.

[토니 파커가 오늘 공수에서 윤을 상대로 버거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득점이나 어시스트 수는 나쁘지 않지만 턴오버가 많고, 폭탄돌리기 식의 죽은 패스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지노빌 리가 스타팅으로 올라오면서 지노빌리와 같이 뛰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그로 인해 수비부담이 커진 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린과 같이 뛸 때는 그린이 윤을 막아줬는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4차전까지 공격적으로 답답함을 느낀 포포비치 감독이 지노빌리를 스타팅으로 올리는 강수를 뒀거든요. 그린의 3점슛이 최근 조금 잠잠한 탓도 있습니다. 지노빌리가 스타팅에서도 좋은 선수기는 합니다만, 두 선수 다 수비력이 좋은 편이라고 하기 힘들죠. 물론 지노빌리와 같이 뛰는 시간이 늘어서 돌파와 리딩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수비부담이 늘고, 윤이 자신을 전담마크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2~4차전에서 2승 1패를 거두긴 했지만 평균 득점이 100점이 채 되지 않고, 4차전에서 시리즈 최저 득점을 기록하며 패배하자 포포비치 감독이 꺼내든 수는 지노빌리의 스타팅 라인업으로의 변화였다. 파커가 계속해서 영재에게 고전하자 리딩과 돌파 부담을 줄이고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5차전에서는 100점을 넘기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상 실점하며 원정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도 결국은 지노빌리의 선발 기용이라는 카드를 유지했다.

우측 사이드에서 영재와 대치하던 토니 파커는 오른발로 몇 번의 잽스텝을 밟더니 망실임 없이 앞으로 돌파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베이스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파고드는 파커에게 밀착마크를 했지만, 자칫 잘못해서 블로킹 파울이라도 불리면 괜히 공격시간과 공격권을 다시 주는 꼴이니 상대를 압박하는 정도에서만 따라붙었다. 이 정도만 해도 그대로 돌아나올 수밖에 없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흡!!!"

너무도 좁은 틈, 그 틈을 파고들려 애쓰던 파커는 버거운 영재의 사이즈와 힘에 견디지 못했다. 순간순간 스핀무브나 드리블 스킬을 섞으려는 페이크를 넣었음에도 영재는 전혀 개의치않고 자신이 지켜야 할 자리만 딱 지키는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있었다.

[토니 파커! 떠밀리듯 베이스라인 밖으로 튕겨나가나요?!]

그 순간 영재는 느꼈다. 파커는 분명 궁지에 몰려서 아무렇게나 공을 던질 인물이 아니었다. 눈은 이미 누군가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고, 공중에 떠 있는 순간 파커는 오른손에 들린 공을 양손으로 잡아 앞으로 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영재는 순간적으로 고민했지만 몸은 이미 파커가 보고 있는 바로 그 패싱 루트를 향해 뛰어오르고 있었다.

"?!"

순간적으로 영재의 온몸이 파커의 앞을 턱 막아버렸고, 파커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한참 높게 공을 띄워 던졌다.

틱!

[토니 파커의 패스, 덕 노비츠키의 손에 끊겨버리고 맙니다!]

[의도한 것은 탑에서 컷인을 시도하던 카와이 레너드에게 멋진 패스를 뿌려줄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를 영재 윤이 너무 잘 파악했네요!]

끼기긱!!!

영재는 위험하게 떨어질 뻔 했지만 다행이도 순간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해서 안전하게 착지했다. 도리어 위험천만하게 떨어진 건 다름 아닌 토니 파커. 파커는 맨 앞의 기자들과 뒤엉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더 빨리 달려!"

영재는 착지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속공은 모든 플레이를 통틀어 가장 기대값이 높은 공격이었고, 강팀의 필수 요건이었다.

슉!

[가볍게 이지 레이업을 올려넣는 제이슨 테리! 아, 토니 파커의 아쉬운 플레이였습니다.]

[치열하게 치고박으며 역전과 재역전이 발생하고 있죠. 몇 점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점수차이는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습니다.]

[이번 속공으로 점수는 90 대 84! 남은 시간은 단 8분입니다!]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두 팀이지만, 댈러스는 속공 빈도도 높고 속공에 능한 선수가 많은 반면에 샌안토니오는 속공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입니다. 물론 샌안토니오도 리그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댈러스는 속공 효율이나 점수가 리그 최상위권이죠.]

[하지만 샌안토니오는 하프코트 오펜스에서의 높은 효율로 그것을 충분히 만회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격 효율도 샌안토니오가 좋고, 팀 득점도 댈러스보다 높습니다. 속공이 적을 뿐 하프코트 오펜스에서의 전개가 빠르다는 뜻이죠.]

샌안토니오는 경기 템포 자체는 빠른 편이지만, 속공 빈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일단 빠른 선수의 수가 많지 않았고, 팀의 패서들도 속공 전개능력은 아주 좋은 편이 아니었다. 반면 댈러스는 키드, 노비츠키, 테리의 노장 3인방을 제외한 선수들이 빠른 편이었고 영재와 키드의 속공시 디시전 메이킹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탁!

[STEAL!!! Y13 FOR STEAL!!]

[역시 스틸 리그 2위를 기록한 선수답게 손이 빠른 영재 윤입니다! 달리죠, 숨 쉴 틈도 없이 내달립니다!]

3쿼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뛰면서 카와이 레너드를 막았고, 그리고 여차하면 4번으로 나와 디아우나 던컨까지도 터프하게 막아낸 매리언의 체력적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이례적이지만 챈들러 파슨스가 짧은 시간이나마 뛰고 있었다. 수비력에 있어서 매리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활동량과 슈팅의 장점을 앞세워 매리언과는 다른 스타일로 댈러스의 전술 운용 폭을 넓혀 주고 있었다.

[하프라인을 질풍처럼 넘어가는 영재 윤과 챈들러 파슨스!]

서로 패스를 간간히 주고받다가, 이를 악 물고 쫒아온 토니 파커가 영재의 앞을 점했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토니 파커가 영재의 앞을 막음과 동시에 공은 영재에게 오고 있었다.

탁!

오버스로패스를 오른손으로 잡은 영재. 파커는 돌파를 하지 못하도록 저지라도 하겠다는 결연한 표정으로 양 팔을 벌렸지만, 영재는 태연하게 공을 쥔 오른손을 등 뒤로 돌렸다.

텅!!

[WOW!!! WOW!!!]

너무나도 짧은 찰나. 마치 영재는 전성기의 '매지션' 이라 불리는 제이슨 키드의 현신이라도 된 마냥 어마어마한 비하인드 백 바운드 패스를 노룩으로 시전하는 미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아아앗!!!"

파슨스는 손에 착 감기는 공을 잡자마자 힘껏 소리를 내지르며 뛰어올랐다. 아무도 없는 텅 빈 림에 높게 치켜든 공을 아래로 내리꽂는 그 쾌감에 빠지기 위해서 파슨스는 더욱 힘차게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콰앙!!!

[YES!!!!]

휴비 브라운은 노년의 나이임에도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중계석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겁니다, 저거! 템포를 가지고 노는 플레이! 댈러스의 두 명전급 포인트가드 스티브 내쉬와 제이슨 키드를 연상시키는 저 엄청난 패스 플레이! 물론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기 때문에 게임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은 그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순간적인 패싱 스킬만큼은 그들의 향기가 납니다.]

마이크 티리코 역시 엄청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 들을 제외하고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홈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영재의 어메이징한 플레이는 번번히 샌안토니오의 뒷목을 잡아왔고, 이번 경기마저도 분투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 섞인 표정이었다. 샌안토니오는 전통적으로 빅맨보다는 최상급 스윙맨에 고전해왔다. LA 레이커스와 상대할 때도 샤킬 오닐이나 파우 가솔보다는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더 고전해왔던 그들이었다. 순식간에 92 대 84까지 벌어진 경기.

그렇다고 영재만 팀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덕 노비츠키 역시 플레이오프에서 역대 4명뿐인 평균 25-10(25득점 10리바운드)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답게 오늘도 샌안토니오의 골대를 폭격하고 있었다.

훅-

[제이슨 테리, 가볍게 하이포스트로 공을 밀어넣습니다.]

끼긱- 끽!

던컨을 등진 채 왼발을 축 삼아 오른발을 디뎠다가 뗐다가를 반복하며 포스트업 도중 스핀무브를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위협하던 덕 노비츠키.

끼긱!!!

자신만의 베스트 타이밍을 잡자마자 노비츠키는 망설임없이 돌아 페이스업으로 전환했고, 던컨은 표정의 변화 없이 노비츠키에게 딱 달라붙었다.

[페이스업으로 맞상대하는 두 파워포워드!]

[사실 덕 노비츠키의 전성기 때 주 무기는 페이스업이었죠! 현재는 포스트업도 장착하면서 자신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극강의 미드레인지 슈팅과 포스트업 이후의 일련동작들로 충분히 상쇄하고 있습니다만, 던컨 역시 노비츠키와 마찬가지로 위대한 파워포워드! 다른 선수들을 상대하듯 포스트업만 주구장창 친다고 해서 뚫을 만한 선수가 아닙니다!]

노비츠키는 예의 그 슈팅을 올라갈듯 말듯한 포즈를 취했지만, 던컨이 침착하게 막고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강수를 두었다.

슉!!!

[BANG!]

[눈앞에 상대가 뭘 하든 그냥 쏴 버립니다! 그런데 그게 적중해 버립니다! 덕 노비츠키!]

[상대가 던컨이든, 가넷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노비츠키의 저 슛은 정말 스스로에게 달려 있죠. 괜시리 리셀 웨폰이 아닙니다. 올 시즌 슈팅 감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에요.]

이렇게 되어버리면 정말로 답이 없어진다. 10점까지 벌어진 점수 차는 오늘 경기에서 양 팀의 리드 중 가장 큰 리드였다. 그래서인지 노비츠키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고, 코트 위에 올라와있던 선수들도 조금은 긴장을 풀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 부터였다.

"공 제대로 받아요! 집중해!!"

남은 시간은 2분도 남지 않은 촉박한 순간. 하지만 3분 전 까지만 해도 무려 10점의 리드를 쥐고 있던 댈러스 매버릭스는 거짓말같이 96 대 94로 추격당하며 10-2 런(run)을 당해버렸다. 영재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벤치의 릭 칼라일 감독도 얼굴빛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영재는 작전타임을 요청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칼라일 감독은 자신보다 경기의 흐름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이후의 밑그림도 잡아두었을 텐데 자신이 섣부르게 마음대로 작전타임을 불러서 그게 흐트러질 수도 있었다. 현재 라인업에서 사령관 역할이며 에이스인 영재였기 때문에 충분히 자신에게는 작전타임을 부를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명장으로 꼽히는 감독에게 맡겨두는 것이 속 편했다.

"박스아웃 제대로 하고!! 리바운드, 잡아요!"

영재는 소극적으로 해도 되는 수비 리바운드를 걷어내기 위해 있는 힘껏 골밑 안으로 파고들어 리바운드 경합을 했고.

"슛!! 페이크 쓰지 말고!"

테리나 노비츠키의 좋은 슈팅 감각은 계속되는 어중간한 페이크로 인해 타이밍도 잃어버리고, 시간에 쫒겨 패스를 돌리는 것의 연속이었다. 마치 귀신에 홀린 것 마냥 경기가 배배 꼬여버리자 릭 칼라일 감독은 심판에게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goimosp님/// 아무래도 전 경기를 쓸 수 없다보니, 영재의 활약이 도드라지거나 망하거나 하는 경기나 장면 위주로 서술하게 되죠 ㅋㅋ. 그래서 실제 기록상으로는 서술된 장면보다 부족합니다. 아, 뭐 기록상으로도 2011-2012 시즌 전체 선수들 중에 5위지만요 ㄷㄷ 레너드는 이미 샌안 갔으니... 올스타전이나 이벤트전에서만 같은 팀에서 볼 수 있겠네요.

야베스님/// 보너신은 믿음입니다. 하지만 갓영재는 진리입니다ㅋㅋ

미얄마님, Han512님, 위티드님, 여신유리찬양님, -DarkANGEL-님, 사라질영혼님, ㅡMinTㅡ님/// 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잉킹둘님/// 아직 진짜 킹은 동부에 있습죠. 정말 전율스러운 괴물... 이번에도 킹을 콩으로 만들 수 있을지...

강자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즐독하고 가셔요~~

흑월화야님/// 제가 하든보다 커리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커리는 온 볼에서도, 오프 볼에서도 위협적이죠. 수비도 잘은 못하지만 영리하게 최선을 다하고, 오프 스크린도 리그에서 가장 많이 걸어주는 편입니다. 마찬가지로 르브론보다 듀란트를 좋아하고요. 물론 르브론이나 하든은 온볼이 워낙 위력적이고, 팀 사정상 온볼 플레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합니다. 그들의 환경도 이해하고, 그들의 실력도 대단합니다. 취향 차이죠.

ㅎ0ㅎ님/// 커리와 골스 때문에 그렇습니다 ㅋㅋ. 골스가 팀 3점이 41%가 넘어가죠. 커리는 45%가 넘고요. 저걸 2점으로 기대값을 채우려면 팀 2점이 62%, 개인 2점은 68%가 되어야 합니다. 저런 팀과 선수는 없죠. 당연히 커리나 팀 골스처럼 3점을 꽂으면 2점이 손해라는 느낌이 들죠 ㅋㅋ

anguqwhdk님/// 음, 버틀러는 슈팅가드가 본업이라 영재랑 포지션이 겹칩니다. 파슨스가 딱 노비츠키 백업도 겸할 수 있고, BQ와 슈팅이 좋아서 댈러스라는 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버틀러는 노력파기는 하지만 데뷔 초기 BQ와 슈팅은 안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포지션이 영재랑 겹치는 게 가장 큽니다. 영재가 중간중간 포가를 보긴 하지만 본업은 슈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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