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80화 (280/296)

00280  2011-2012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  =========================================================================

앨리웁 덩크는 올려주는 패서의 패스가 속도와 높이가 정확해야 하고, 받아먹는 선수의 운동능력이 좋아야 했다. 즉, 보여주는 화려함만큼이나 이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도 많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파괴력 넘치고, 팬들의 눈을 매혹시켜 기세를 한 번에 가져오게 만드는 마성의 2점이 바로 앨리웁 덩크이기도 했다.

"..."

토니 파커는 또 다시 기세가 넘어갔다는 것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테리가 자신의 앞을 막는 동안에는 힘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미 파커는 전반전에 영재에게 계속 막히고 끊기고를 반복하면서 경기 리듬이 말려버렸다. 그래서인지 매치업 상대가 테리로 바뀌었음에도 파커는 돌파에는 성공하고도 슈팅이 들어가지 않거나 패스 과정에서 턴오버가 나오곤 했다.

"다들, 평정심을 유지해. 침착하게 하면 결국엔 뒤집을 수 있어."

그렇지만 팀의 대들보인 팀 던컨이 조용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지노빌리도 파커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격려해 주었고, 파커도 베테랑답게 금방 스스로를 수습했다.

휙- 휙-

[샌안토니오 스퍼스, 역시 물 흐르듯 이어지는 패스 플레이가 일품이죠? 자신에게 찬스가 나도 패스를 또 하는 편이죠. 그러다보니 볼을 많이 만지지 않는 슈터들조차도 어시스트가 적지 않은 편입니다.]

[그렇습니다. 덕분에 파커는 자신의 킥아웃 패스 중에 적잖은 수가 2차 어시스트가 되어버리죠. 이 선수는 기록된 스탯 이상의 효과를 팀에 가져다주는 선수입니다. A패스를 즐기는 선수들에 비해 패스 과정에서의 턴오버가 적죠. 하지만, 그게 바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색깔이기도 하니까요. 댈러스도 2차 어시스트가 많은 편이지만 샌안토니오에 비해서는 직접적인 A패스가 많습니다.]

휙!

[우측 사이드에서 카와이 레너드, 공 받습니다.]

레너드는 자신의 앞을 철통같이 지키고 서 있는 션 매리언을 슬쩍 보더니 왼발을 내밀 듯 말 듯 움찔거리며 잽스텝을 밟았다. 양 손으로 공을 낮게 잡고 오른발을 축으로 끼긱- 거리는 농구화와 코트의 마찰음만이 두 선수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터텅!

[드디어 공격에 나서는 카와이 레너드!]

레너드는 왼발로 타이밍을 재다가 순간적으로 튀어나갔다. 저돌적으로 베이스라인을 파고들다가 그대로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드리블링에 매리언이라 하더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드리블이었다.

탁!!!

"!?"

[STEAL! Y13 STEAL!!!]

[우측 윙과 사이드 사이에서 노마크 찬스를 만들려고 시도하던 마누 지노빌리를 역이용했네요! 적절한 위치까지만 이동한 후 스틸을 노렸습니다. 카와이 레너드가 파커만큼의 넓은 시야와 패싱 스킬이 없다는 점을 이용했네요.]

영재는 양 손으로 공을 꽉 껴안더니 템포를 죽이면서 천천히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너무도 무력하게 뺏겨버린 공격찬스에 레너드는 물론이고, 독려하던 선수들마저도 입으로는 수비를 해 나가자고 선수들을 다독이고 했음에도 넘어간 기세는 빠르게 기우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삐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컨퍼런스 파이널 1차전 경기! 결국홈팀인 댈러스 매버릭스가 111 대 104로 7점 차의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텍사스 더비가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리드를 빼앗기고 위험한 순간들이 양 팀에게 모두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적절한 로테이션 기용과 변칙적인 작전들과 시스템이 맞붙어 명승부를 만들어 냈습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에서 결국 홈팀 댈러스 매버릭스가 한 끗 차이로 승리를 거머쥐네요!]

스티브 커는 보니 번스타인의 인터뷰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전해 듣더니 빠르게 준비된 멘트를 말했다.

[오늘의 MVP는 과연 누구일까요? 꾸준히 득점을 쌓으면서 리드를 이어나간 15득점 3어시스트의 제이슨 테리, 그리고 역시나 댈러스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덕 노비츠키도 22 득점 7 리바운드, 터프하게 골밑을 온 몸으로 막아낸 타이슨 챈들러 역시 12 득점 14 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늘의 MVP는 댈러스의 푸른 저주! 영재 윤을 뽑을 수 있겠습니다! 18득점 4리바운드 11어시스트 2스틸 1턴오버! 그야말로 멋진 콤보가드로써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MVP와 인터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재는 오랜만에 만나는 보니 번스타인을 보면서 반갑게 인사를 해 주었고, 보니 번스타인도 NCAA에서 마주한 이후 몇 번 인터뷰를 나누진 않아서 그런지 조금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TNT의 보니 번스타인입니다. 오늘 37분을 뛰면서 18득점 4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한 댈러스 매버릭스의 13번, 영재 윤 선수와 인터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영재 윤입니다."

영재는 여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목에 수건을 두른 채 인터뷰에 임했고, 보니 번스타인은 땀 닦으셔도 된다며 영재를 배려해 주었다.

"오늘 정말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후반전에 터진 2개의 앨리웁 플레이 모두 영재 윤의 손에서 시작되었죠. 그런 감각적인 패스를 할 수 있는 비결이라도 있을까요?"

"예측 불가능한 패스를 한다고 해도 결국 패스만 센스있고, 감각적이면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건네주고, 던지는 패스의 마무리. 그 마무리는 결국 점수를 넣는 팀원과의 호흡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제 패스가 얼마나 편안하게 배달이 되는지만 생각할 뿐입니다. 그 과정을 꾸준히 연구해보고, 고민해보면 좀 더 좋은 패스를 주게 되는 거 같아요."

영재의 말에 번스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장 잘 맞는 앨리웁 콤비는 누구라 생각하세요?"

영재는 머쓱한 표정으로 수건을 매만지더니 슬쩍 웃었다.

"전부, 라고 하면 너무 상투적이죠? 챈들러는 항상 잘 받아주고, 롸이트는 올 시즌 처음 손발을 맞춰보는데도 백발백중이에요. 체감상 롸이트가 조금 더 마음이 편하긴 해요. 받아줄 수 있는 타이밍이 조금 더 길다고 해야 하나..."

"마지막으로, 경기 중 역할 변화가 잦은 편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보통 선수들은 경기 중에 스타일을 자꾸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강하던데요."

"팀 사정에 맞추는 게 제 역할이죠. 4명이 제게 맞추는 게 아니라 제가 4명에게 맞추는 겁니다. 코트 위의 5명 조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해 주는 건 감독님이고요. 역할이 다르다곤 해도 익숙한 것들입니다."

어느덧 5월이 모두 지나 6월이 되었다. 점점 날씨는 더워졌고, 더운 날씨만큼이나 웨스트 컨퍼런스 파이널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텍사스는 40도에 가까운 기온만큼이나 농구 열기로 뜨거웠다.

- 2011-2012 NBA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 결과 댈러스 매버릭스가 103대 96으로 또 승리를 거두면서 3승 2패로 앞서나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서부 우승자의 자격으로 파이널에 나가기 위해서는 단 1승만을 남겨놓는 상황입니다... -

영재는 치열한 경기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젖은 빨래마냥 축 늘어져 있었다. 컨퍼런스 파이널같이 큰 무대는 더욱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었다.

미칠 듯이 배가 고팠지만 간신히 씻고 나와서는 소파에 늘어져 있는 게 전부였다. 뭘 먹고 싶지도, 뭘 마시고 싶지도 않은. 한없이 나태하고 의욕이 없어지는 바로 그 공허한 상태가 영재의 온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

에밀리는 방송 스케줄 상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5월 31일 부터 펼쳐진 원정 2연전에 맞춰서 에밀리도 그 때 스케줄을 조정해서 소화하러 갔고, 내일 아침 원정길에 오를 때 에밀리도 맞춰서 올 예정이었다.

- 홈에서 1차전 승리 이후 홈과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해 기세가 한 풀 꺾였던 댈러스 매버릭스는 4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기세를 회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5차전까지 잡아내며 3승 2패로 앞서 있습니다... -

"엄청 애먹었지."

정말 대단한 경기들뿐이었다. 어느 한 쪽이 압도한 경기가 단 한 경기도 없을 정도로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경기들뿐이었다. 토니 파커, 마누 지노빌리는 자신들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뽐내 주었다. 파커의 경우 1차전에서는 잘 막아냈지만, 샌안토니오의 빅3, 파이널 MVP 보유자답게 2차전부터는 자신과 매치업되서도 제몫을 하는 법을 찾아냈다. 마누 지노빌리는 여전히 샌안토니오 선수들조차도 예측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선수답게 기복은 있었지만, 예술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 댈러스 매버릭스는 제이슨 키드와 제이슨 테리의 슛감이 좋아지며 상대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슛감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 시리즈를 앞서고 있는 것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였을지도 모릅니다. 영재 윤, 덕 노비츠키, 타이슨 챈들러는 못해도 평균 이상을 해주며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계속 흘러나오는 뉴스에 귀를 기울이던 영재는 묵직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고는 냉장고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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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매일매일 한 그릇씩! 꼭 먹고 인증사진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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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 앞에 붙어있는 포스트잇. 귀엽고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에밀리가 적어놓은 것이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그 안에는 에밀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들어놓은 장어구이 한 그릇이 이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생선이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는 에밀리가 영재에게 꽁꽁 숨기면서도 마트에서 손질된 장어를 가지고 와서 스테미너에 좋다는 마늘까지 직접 빻고 갈면서 만든 특제 마늘 소스를 발라가며 구운 장어.

"..."

영재는 입맛이 전혀 없었지만 그 그릇을 빤히 보고 있으니 미칠 듯한 허기가 몰려왔다. 결국 그릇을 꺼내 장어를 데우지도 않은 채 찬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쩝쩝-

강렬한 마늘향. 들쭉날쭉한 간. 바짝 구운 장어. 하지만 이 모든 걸 혼자 해 보겠다고 끙끙대다가 기어코 만들어 낸 에밀리를 생각하면서 먹으니 그 무엇보다도 좋은 보양식이었다.

"허어."

그릇까지도 깔끔하게 닦고 인증샷을 찍은 영재는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 다 먹었어. -

영재는 사진을 첨부해서 메시지를 보냈고, 머지않아 에밀리에게 전화가 왔다.

- 윤! 맛있지, 맛있지? -

"어. 진짜 맛있었어. 다 먹었다니까?"

영재는 최대한 기운을 내서 목소리를 냈지만, 에밀리는 영재가 굉장히 힘들었다는 걸 목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윤이 얼마나 힘들게 경기를 뛰었는지 알 거 같아. -

"으음... 힘들긴 했어. 그래도 이겼으니까 좋지."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듣기 좋은 웃음소리를 냈다.

"스케줄은 잘 끝냈어?"

- 으음... 우리 프로듀서가 호랑이 같은 성격이라서 되게 많이 지적 받았어. 그래도 이렇게 노래를 다시 부른다는 게 너무 기뻐서 혼이 나도 웃음이 나오더라구. 마지막엔 그 프로듀서도 결국엔 웃었어. -

에밀리는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영재도 그런 에밀리에게 구원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신적으로 많은 힐링을 받았고, 그녀에게 꽤나 의지하는 부분이 있었다.

"내일 샌안토니오로 갈 거야. 아마 거기서 하루 정도 묵으면서 6차전 준비를 할 것 같아."

- 응! 나도 멜리랑 만나서 같이 경기장으로 갈게. 경기 끝나고 나서 만나는 게 좋지? -

에밀리는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영재를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큰 경기를 앞두고 괜히 마음을 흔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감정을 꾹 참은 채 이야기했다. 영재는 그런 에밀리가 귀여웠던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졌다.

"응. 경기 이기고 나서 만나. 그게 좋겠어."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박정수。님 후원 쿠폰 감사드립니다^^

magara님/// 하하, 느긋하게 즐겨주세요^^

위티드님, Han512님, 흑월화야님, -DarkANGEL-님, 사라질영혼님, goimosp님, 오마리온님/// 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라피르and진트님/// 넵. 그 때 블레어가 폭발했고, 댈러스의 수비 플랜이 제대로 통했고, 샌안 벤치가 단체로 침묵을 지켰죠.

야베스님/// 갓보너의 위대함인가요 ㄷㄷ, 하지만 갓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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