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77화 (277/296)

00277  2011-2012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  =========================================================================

[자, 경기 시작합니다.]

탁!

[점프볼은 타이슨 챈들러가 따 냅니다!]

타이슨 챈들러가 쳐낸 공을 받은 제이슨 키드는 하프라인을 슬슬 넘어서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플레잉타임이 조금 줄어든 키드였지만 여전히 스타팅 5인 중의 하나였다. 딱 클러치 타임에 못나오는 정도의 출전시간이 줄어든 정도였다.

"빠르게 뛰어! 가드들이 못 붙게 해!"

영재는 자신을 따라붙는 대니 그린의 진득한 수비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키드와 노비츠키가 2:2 플레이를 전개하는 동안 그린은 매리언의 스크린을 탄 자신을 놓치지 않고 쫓아왔다. 역시나 성실하고 끈질긴 수비수다웠다.

"..."

결국 하이포스트에서 잠시 멈춰선 영재. 그리고 그린은 혹시 모를 영재의 기습적인 무브먼트에 대응하기 위해서 무게를 낮추고 영재를 집중해서 응시했다. 포포비치 감독이 그린에게 내린 지시는 철저히 영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휙-

우측 하이포스트에 있던 영재는 키드의 사인을 눈치채자마자 외곽으로 슬슬 물러났고, 대니 그린 역시 과민반응을 하지 않은 채 앞으로 다가섰다. 적당히 견제도 하고, 돌파도 저지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자리잡은 그린은 영재에게 공이 오는 것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돌파? 아니면 그냥 옆으로 패스?'

훅!

[영재 윤! 대니 그린을 앞에 두고 기습적인 3점!!!]

"?!"

설마 자신을 앞에 둔 채 3점을 쏠까? 라는 한 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러왔다. 뒤늦게 손을 뻗어봐도 걸리는 게 아무것도 없이, 그저 공이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매달려야 하는 순간.

슉!

[BANG!!! WHAT A GREAT THREE POINT!]

하지만 간절함만으로는 아무런 것도 되지 않는 무대가 바로 이 무대였다.

"굿!"

키드의 따봉에 영재 역시 슬쩍 웃어주며 백코트를 했다.

[대단한 심리전입니다! 3점 라인에서 조금 물러난 상황이었고 전혀 슈팅을 쏠 자세가 아니었기 때문에 대니 그린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슈팅을 쏠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강한 펀치를 날려주네요.]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대니 그린은 표정을 와락 찌푸렸지만 순간의 방심이 불러낸 참극이라는 점에서 깊이 반성하고 있었다. 영재의 3점 이후 곧바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반격에 나섰다. 토니 파커가 슬슬 공을 쥐고 넘어왔고, 하프라인을 넘어오자 파커의 맞상대인 영재가 그 앞으로 나서서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파커를 응시했다.

[자, 토니 파커와 영재 윤의 대결입니다. 제이슨 키드가 대니 그린을 수비하기에 충분한 피지컬이 되기에 영재 윤이 파커를 수비할 수 있죠. 이 두 선수, MVP 레이스에서도 굉장히 치열했는데 오늘 경기도 둘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죠?]

샌안토니오의 돌격대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토니 파커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스피드와 플로터를 무기삼아 높은 야투율이 장점인 선수였다. 올 시즌에는 시야도 좋아져서 어시스트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즉, 파커를 제어하지 못한다면 샌안토니오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윽-

[보리스 디아우! 좋은 스크린!]

영재는 디아우가 스크린을 위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슬쩍 뒤로 돌아 빠져나왔다. 디아우가 스크린을 잘 서줬지만, 영재는 이미 픽앤롤 수비에서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파커의 풀업 3점이 약하기 때문에 그것을 배제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영재 윤, 스크린 상황에서의 수비는 일품이네요! 2:2 수비에서만큼은 정말 예술의 경지입니다.]

[선택은 좋았지만 상대는 빠른 토니 파커입니다! 뒤로 돌아간 만큼 토니 파커에게 틈을 주는 겁니다!]

파커는 하이포스트 쯤에서 자신의 속도를 확 죽였고, 영재는 돌파를 하다가 급정거를 해 버리는 파커를 보며 있는 힘껏 뛰어올랐다.

[토니 파커, 풀업 점퍼!]

아주 간결하지만 파커 정도의 슈팅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되는 풀업 점퍼. 스크린을 통해 마크맨을 잠깐이라도 떨궈놓았다면 괜찮은 기회를 창출해내는 단순하고 위협적인 공격 조립.

텅텅!

슉!

[BANG!!!!]

[토니 파커, 그대로 응수해 줍니다! 아슬아슬했지만 충분히 성공가능성이 있는 공격이었습니다!]

영재는 차라리 스크린을 앞으로 타고 넘었다면,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디아우의 스크린 타이밍과 자세가 절묘해서 앞으로 타고 넘었다면 분명 스크린에 걸려 파커에게 더 좋은 기회를 내줬을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만치 않아.'

하지만 이 정도가 되어야 컨퍼런스 파이널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에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부터 이미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경기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좀 더 빠르게.'

영재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공격에 집중했다.

[점수는 3 대 2, 딱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았는데 벌써부터 흥분이 되네요!]

[역시 텍사스 더비이자 컨퍼런스 파이널이라는 무대가 주는 긴장감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정규시즌에도 만나면 박 터지듯 싸우는 양 팀이 마지막 관문에서 만났으니 얼마나 치열할 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10년 가까이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온 팀답게 1쿼터부터 엄청난 접전의 연속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역대급 명승부라고 여겼던 팬들은 새로운 명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탑에서 멈춰 선 영재 윤, 코트를 넓게 바라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1쿼터 중반부까지 착실하고 센스넘치는 공격 전개로 댈러스에 활력을 불어넣은 키드가 나가고 그 자리에 제이슨 테리가 들어와 영재가 리딩을 담당하고 있었다.

휙-

[어느새 3점 라인까지 나온 덕 노비츠키, 공을 받습니다!]

노비츠키의 슈팅 레인지는 일반 빅맨이 아닌 가드를 뺨 칠 수준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팀 던컨은 굳은 표정으로 노비츠키를 따라 하이포스트까지 달려나왔다.

"..."

[오랜 라이벌 관계였던 두 선수가 오늘도 맞붙습니다. 원래는 디아우가 노비츠키를 맡지만, 지금은 스플리터가 들어와있기 때문에 던컨이 노비츠키를 맡고 있죠.]

노비츠키는 굳이 무리하지 않은 채 공을 양 손으로 쥔 채 코트를 넓게 살폈다.

"?!"

[자! 영재 윤, 탑에서 부터 우측 사이드로 뛰어들어갑니다!]

[영재 윤을 따라붙던 대니 그린! 어느새 하이포스트까지 나와서 스크린을 걸어주는 챈들러에게 걸려버립니까?!]

하지만 대니 그린은 빠른 발을 이용해서 챈들러의 스크린을 피했다. 아니, 오히려 챈들러가 스스로 스크린을 풀고 하이포스트로 나와버리니 대니 그린과 마크맨 티아고 스플리터는 동시에 당황했다.

휙!

[타이슨 챈들러에게 공이 이어집니다!]

스플리터는 황급히 앞으로 달려나왔고, 림 바로 아래까지 천천히 걸어가던 영재를 따라붙던 그린은 순간적으로 공에 시선이 돌아갔다.

끼기긱!!

[영재 윤! 야생마를 연상시키듯 엄청난 속도로 탑을 향해 뛰어갑니다!]

[대니 그린, 순간적으로 놓쳤어요!!!!]

"억!!!"

대니 그린은 뒤늦게라도 따라가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영재는 그 역시도 알고 있었다는 듯, 교묘하게 션 매리언과 동선을 겹치게 빠져나왔다. 당연히 대니 그린도 그 뒤를 따라붙는 입장이네 션 매리언의 스크린에 정통으로 걸리는 건 예견되었던 일!

"으억!!!"

[두 명의 스크린!! 매리언과 타이슨 챈들러의 스태거드 스크린!!!]

타이슨 챈들러와 스쳐 지나가면서 공을 받은 영재. 그리고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대니 그린을 또 한번 스크린으로 막아선 타이슨 챈들러. 대니 그린은 달리는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챈들러에게 들이박아 뒤로 나뒹굴었다.

[노마크에요!!! 영재 윤, 그대로 올라갑니다!]

이런 노마크 상태에서 미드레인지 점퍼도 분명 좋았지만, 3점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게다가 2년 연속 180클럽을 달성한 샤프슈터 영재라면 더더욱이.

슉!!!

[BAAAANG!!!! NICE THREE POINT!!!]

[달리던 속도를 모두 죽이지 못하고 뛰어올라 균형이 흔들릴 법도 한데 깔끔하게 3점을 성공시킵니다! 영재 윤!! 좌측 사이드나 좌측 윙 3점이 약간 떨어지기는 하지만 탑에서의 3점은 그야말로 Y13의 존이죠! 오늘은 어시스트가 단 1개뿐이지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무려 3/3! 8득점으로 손끝을 끝없이 불태우고 있습니다!]

영재는 손가락 2개를 치켜 올리더니 오늘 자신이 3점슛 2개를 넣었다는 걸 팬들에게 과시했다. 그 모습에 에밀리 뿐 만 아니라 댈러스 응원석에 앉아 있던 D.J 게이와 브라이언 카웰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영재의 이름을 연호했다.

MVP!!

MVP!!!

[1쿼터 1분여를 남긴 시점에서 이 3점! 점수는 20 대 17! 타이 스코어가 1쿼터에만 무려 6번이 나왔는데 그 균형추가 깨집니까?!]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리딩을 도맡은 토니 파커는 선수들을 진정시키고는 천천히 공을 쥐고 넘어오기 시작했다.

'괜찮아.'

어차피 경기는 길다. 1쿼터에 동점, 혹은 원 포제션 차이로 끝내면 괜찮은 시나리오였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 역시 팀원들에게 그 점을 계속 상기시켜 주는 건 경기를 길게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침착하고!"

어느덧 탑까지 슬금슬금 도착한 토니 파커는 선수들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지시를 내렸다.

[토니 파커가 1쿼터 중반까지 영재 윤을 상대로 고전하다가 대니 그린 대신 들어온 마누 지노빌리 덕에 조금씩 숨통이 틔이고 있습니다.]

[돌파옵션이 출중한 가드가 한명이라면 영재 윤이 그 선수를 맡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지노빌 리가 투입되면 리딩과 돌파가 되는 가드가 두 명이 되죠. 테리가 그리 나쁜 수비수는 아닙니다만, 좋은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한 군데는 약화될 수밖에 없죠.]

[지노빌리가 수비에서는 그린보다 아래지만, 당장 샌안토니오는 공격의 활로를 더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샌안토니오의 기본전술인 파커와 던컨의 2:2가 윤과 챈들러의 호흡 때문에 신통치가 않거든요.]

파커는 좌측 윙으로 달려나온 지노빌리에게 패스를 뿌렸다. 영재는 위협적인 견제용으로 왼손을 살짝 뻗었지만 지노빌리는 꽤나 여유롭게 공을 받아들었다.

"..."

지노빌리라고 해도 영재의 수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다양한 스킬과 의외의 창조성이 특기인 지노빌리의 입장에서는 썩 상성이 좋을 수가 없었다.

휙-

[결국 다시 탑으로! 토니 파커가 골밑으로, 팀 던컨이 탑으로 나와 공을 받습니다!]

던컨이 잠시 매리언과 대치하다가 우측 윙으로 빠져나오는 토니 파커에게 안전한 패스를 주었고, 파커가 공을 받는 순간 골밑에서 파슨스와 대치중이었던 레너드가 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막아!!!"

좌측 사이드에 서 있는 지노빌리를 비울 수 없었기에 영재는 파슨스에게 힘껏 소리쳤지만, 이미 레너드는 던컨을 스쳐 지나갔고, 파슨스의 앞에는 던컨이라는 거대한 벽이 생긴 후였다.

"억!!"

파슨스는 어떻게든 떨쳐내고 앞으로 한 발이라도 더 내딛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던컨이 그냥 일반적인 선수인가? 파슨스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악바리 근성도 귀엽게 봐 주고 한 수 가르쳐 줄 수 있는 전설적인 선수가 바로 던컨이었다.

[카와이 레너드!!! 그대로 미드레인지 점퍼!!!]

파슨스는 레너드가 솟구치는 순간에야 빠져나와 힘껏 손을 뻗었다. 큰 키를 가지고 있는 파슨스였기 때문에 충분히 시야를 가리고 위협할 수 있는 세로수비를 펼칠 수 있었지만, 그 순간 파슨스는 등골이 서늘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을 삼켰다.

'흔들림이 없어.'

레너드의 두 눈은 오롯이 림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슨스의 손도, 팔도 그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 공기라도 되는 양 말이다.

터텅- 텅!!!

슉!!!

[PUT'S IN IT!!! KAWHI LEONARD!!!]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songsu04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2015년이 지나고 2016년, 병신년이 밝았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이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오늘부터는 다시 자정연재로 연재시간을 복귀합니다.

위티드님, 사라질영혼님, Han512님, 오마리온님, 파이넨시아님/// 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울트라10님/// 그렇죠. 거의 현 감독들 중 투탑이니... 13-14시즌 샌안토니오가 마이애미를 농락하듯이 이기고 우승했던 시즌에 가장 샌안토니오를 괴롭혔던 게 댈러스였죠. 샌안토니오가 버린 블레어와 스위치 디펜스로 샌안토니오를 벼랑끝까지 몰아붙였었죠. 물론 결국 전력의 한계로 7차전에서 대패해버립니다만 ㅋㅋ 현실 댈러스는 우승 시즌 이후 올 시즌이 가장 전력이 좋아보이는 아이러니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