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74화 (274/296)

00274  2011-2012 세미 컨퍼런스 파이널(Semi-Conference Final)  =========================================================================

애매한 판정이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오클라호마시티는 최대한 시간을 끌며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다. 웨스트브룩은 거의 공격제한시간을 8초쯤 남겨둘 때까지 공을 보유한 후 돌파를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윙 지역의 하든에게 넘겨주었다. 자신보다는 하든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고 점퍼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임스 하든의 돌파!]

하든은 공을 받은 뒤 곧바로 이바카의 스크린을 타고넘어 순식간에 로포스트에 도달했다. 그런 하든을 막기 위해 정면에서는 타이슨 챈들러, 양 옆에는 매리언과 영재가 동시에 들러붙었지만 하든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는 듯 공을 한 번 슬쩍 들었다가 내리고는 앞으로 뛰어들었다.

퍽!

[정면 충돌! 반칙은 불리지 않습니다!]

챈들러는 힘껏 뛰어올라 손을 뻗었지만 하든은 그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림을 확인하더니 오른손으로 공을 높게 띄웠다.

텅- 터텅-

슉!

[BAAAANG!!]

[이대로 경기를 끝낼 수 없다! 제임스 하든의 일갈입니다! 딱 4초를 남기고 들어가는 동점 플로터!!!]

다행히도 2점 차이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동점이 되고 말았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주전급 선수들이 거의 풀타임 가까이 뛰면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도 웨스트브룩이 생각보다 빠르게 하든에게 공을 넘긴 것이었다. 하지만 댈러스 역시도 평소보다 많이 뛴 데다가 7차전이라는 것은 핵심 노장들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마지막 공격이다. 4초가 남았기 때문에 받자마자 슈팅을 쏘는 것은 상대에게 혹시나 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다행히 상대에게 작전타임은 없으니, 시간을 꼭 다 써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마라. 공을 받고 바로 기회가 된다 싶으면 지체할 필요가 없다."

칼라일 감독은 마지막 원 패턴 플레이를 실행할 위치 선정과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정해 주었다.

"키드, 자네가 인바운드 패서 역할을 맡는다. 이 패서는 거리와 세기 조절에 능해야 하기 때문에 자네가 적격이야. 5초 바이얼레이션에 유의하도록 하고, 우리 패턴대로 되지 않으면 자네의 순간적인 판단대로 패스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네를 패서로 투입하는 것이고."

키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 자네가 이 작전의 핵심이다. 이제는 이런 역할의 부담감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 자네가 키드의 패스를 받아 골밑돌파를 하는 게 핵심이야. 거기서 그대로 올라가든 패스를 하든, 그것은 자네의 결정이야. 하지만 절대로 멈춰서도, 뺏겨서도 안된다.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자네라면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칼라일 감독의 신뢰에 영재는 각오한 듯 딱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고 대답했다.

"챈들러와 노비츠키는 탑 지역에서 스크린을 선다. 왼쪽 윙에 윤이 서고, 챈들러가 탑에, 그 뒤에 살짝 오른쪽에 노비츠키가 선다. 그 사이를 윤이 빠져나가도록 한다. 절대로 일리건 스크린 파울이 불릴 여지를 줘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간다면 그대로 놔둬야 한다. 클러치 타임에 일리걸 스크린 파울이 불리는 경우는 드물지만 너무 노골적이라면 불릴 수도 있으니 말이지."

챈들러와 노비츠키는 화이트보드에 놓여진 자신들의 위치와 움직임을 숙지한 뒤 고개를 끄역였다. 그리고 칼라일 감독은 마지막으로 다시금 영재에게 시선을 향했다.

"윤, 자네는 저 스크린을 최대한 활용해서 선수를 따돌린다. 그리고 쭉 곡선형태로 골밑으로 파고들도록 한다. 그리고 반대쪽 위크사이드에는 바레아가 대기할 것이다. 즉, 스크린만 제대로 빠져나가면 골밑에는 아무도 없을 테지. 스크린 받고 돌파해 들어간 후의 골밑 플로터는 자네가 가진 공격 스킬 중에 가장 확률 높은 무기야. 하지만 여기서 바레아의 매치 수비수가 바레아를 버리고 자네에게 붙을 수도 있지. 그 때는 자네의 판단에 맡긴다.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잘 알 테지. 이번 시즌 여러 차례 클러치 원 패턴 플레이를 해봤으니, 잘 하리라 믿는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이라고 해서 별 다를 것 없다."

칼라일 감독의 마지막 지시가 끝나고 선수들은 코트로 나왔다. 그 뒤로는 서로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포메이션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키드가 인바운드 패서로 서고 나머지 네 명은 자유투라인과 3점 라인 사이에 뭉쳐 있었다.

삐익!

먼저 노비츠키가 움직이고 바레아는 반대로 빠졌으며 챈들러는 단단히 자신의 위치를 잡았다. 세팅이 완료되자 영재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휙-

[영재 윤! 러셀 웨스트브룩이 따라옵니다!]

[역시 마지막은 영재 윤에게 맡기는군요!! 최고의 클러치 슈터인 노비츠키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되는 스윙맨이 매치업 상대를 따돌리기 좋습니다.]

웨스트브룩이 재빠르게 따라왔지만 영재는 스크린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웨스트브룩을 따돌렸다. 완전히 따돌리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앞을 가로막지는 못할 정도까지는 되었다.

[아,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댈러스의 작전대로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웨스트브룩이 뚫렸자 하든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웨스트브룩이 따라가기엔 애매하지만 자신이 막으러 가면 바레아가 노마크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마음을 바꿔먹고 영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영재 윤의 질풍같은 돌파! 그걸 막기 위해 제임스 하든이 뛰어갑니다! 영재 윤의 골밑슛은 높은 확률을 자랑하는 데다가 웨스트브룩이 정면에서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웨스트브룩이 영재를 막아주는 게 오클라호마시티 입장에서는 베스트였지만, 그것이 실패한 이상 차선책은 하든이 막으러 가는 수밖에 없었다. 바레아의 불안정한 점퍼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 쪽에 도박을 거는 게 맞았다. 게다가 영재가 급격한 스피드를 완벽히 제어하지 못해 베이스라인 근처로 돌파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공격 루트는 단조로웠다.

[베이스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타는 영재 윤!!! 거의 골대에 다다랐습니다!!]

[영재 윤, 정면으로 레이업이나 덩크는 어렵습니다. 플로터를 시도합니까??!!]

휙-

영재는 하든이 생각보다 빠르게 자신을 막으러 오자, 플로터를 시도하려던 생각을 접고 베이스라인 쪽으로 살짝 몸을 비튼 뒤 강한 바운드 패스를 뿌렸다. 하든은 영재의 슛을 막기 위해 위로 뻗던 손을 옆으로 움직였으나 라인 살짝 바깥쪽에서 뿌려진 패스를 끊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이 선을 넘지 않으면 아웃이 아닙니다. 즉, 라인 안에서 바깥으로 뛴 뒤 패스를 선 안으로 바운드 패스를 뿌려주고 그 뒤 선 바깥을 밟은 장면을 서술한 것입니다.

[영재 윤에게서 바레아에게로의 패스!! 바레아, 조급해하지 않고 패스를 받아 여유롭게 올라갑니다!!]

[솟구칩니다!!!]

바레아는 클러치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나름 베테랑이었다. 이 정도 부담감에 주눅들 정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아직 시간은 있었고, 곧바로 올라가는 것보다는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슈팅을 쏘아 올렸다.

'결국 성공하면 영웅이고,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것 뿐. 부담감을 가져봤자 실패의 확률만 높아지지. 공을 받고 천천히 올라가도 시간은 충분하다.'

슉!

우와아아아아아!!!!!!!!

[BAAAAAANG!!! BAAANG!!!! BIG, HUGE BIG SHOT!!!!!]

마이크 브린은 영재의 환상적인 무브먼트와 패스에 정신을 놓고 소리쳤다. 레지 밀러도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지만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 모인 2만여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에 레지 밀러의 목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바레아의 마지막 샷이 림을 통과하는 순간 시계는 0초를 가리켰다. 심판은 경기 종료를 알렸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선수들은 긴장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결국,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팀에게 발목을 잡히고 만 것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넘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반면 댈러스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난리였다. 자신들의 홈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벤치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가 코트로 나와 음료나 수건을 집어던지고 서로 얼싸안고 부딪히고 난장판이었다.

[끝났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명승부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점수는 118 대 116! 홈팀 댈러스 매버릭스가 기적적으로 4:3 승리를 가지고 갑니다!]

[이번 시즌 최고의 플레이오프 명승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2년 연속 댈러스 매버릭스를 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아직 젊어요. 20대 초중반이 주축입니다. 반면, 댈러스 매버릭스는 좋은 공수조화와 신구조화를 보여주며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합니다.]

영재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함성소리에 그제야 이 처절한 싸움이 끝났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했다. 몸 안에 남아있는 기력이 아예 없을 정도로 모든 걸 쏟아낸 싸움에서 영재와 댈러스는 승리했고 오클라호마시티는 결국 졌다. 끝까지 물고 물리는 싸움에 졌다는 박탈감은 상상을 초월하고, 그런 싸움에서 이겼다는 쾌감도 상상을 초월했다.

"후..."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겼다. 승리했다는 것 보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라는 팀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나온 한숨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큰 산은 두 개나 더 남았다.

"이야~ 집 좋은데?"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샌디에이고 아즈텍스의 황금세대를 구가했던 주장 D.J 게이를 시작으로 켈빈 데이비스, 말콤 토마스. 그리고 요번에 졸업하고 피지컬 트레이너로써 새로운 인생을 준비중인 브라이언 카웰, 아즈텍스의 황금기 중 유일하게 3학년으로써 남아있는 알렉 윌리엄스와 체이스 타플리가 우르르 들어왔다.

"어서 와. 신발은 다 벗고 들어왔지? 발 깨끗이 씻었고?"

영재는 현관으로 나와 선수들을 맞이해 주었다. 선수들은 영재가 신신당부했던 사항을 잘 지켰다는 듯, 깔끔하게 양말을 신고 들어오면서 데이비스가 건네주는 향수를 발에 뿌렸다.

"아유, 그럼. 뉘 집인데."

장난을 치면서 유난을 떠는 대학 동기들을 보며 영재는 지금이라도 돌아가라고 할까 싶었지만 에밀리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으니 이 시끄러운 사람들이 에밀리 앞에서 주책이나 안 떨길 바랄 뿐이었다.

"양 손은 두둑하게 챙겨 왔지? 다들?"

"오자마자 손님한테 선물 타령이나 하고... "

"시즌 중인데도 결혼한 누구 때문에 내가 축의금이랑 선물 보낸 게 문득 생각나는데?"

영재의 말에 찔끔한 D.J 게이는 하하 웃더니 양 손에 한 아름 꾸러미를 든 채 영재에게 건네주고는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은 음식, 그리고 식탁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는 에밀리를 보면서 선수들은 본인들도 모르게 오오- 하는 감탄을 내뱉었다.

"안녕하세요?"

"오... 정말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하하! 반갑습니다, 윤과 같은 대학교였던 D.J 게이 입니다."

나머지 선수들도 모두 짧게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에밀리는 기분좋은 웃는 얼굴로 선수들에게 앞접시와 포크, 나이프, 스푼을 놓아주었고 영재도 슬쩍 가서 에밀리의 일을 거들어 주었다.

"흠, 흠!"

영재의 눈치에 선수들도 아아, 아! 하더니 슬슬 일어나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하니 식사 준비는 금세 끝이 났다. 영재는 음식을 먹기 전에 에밀리가 이 음식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며 치켜세워주었고, 선수들은 정말이냐면서 음식을 먹고 감탄했다.

"이야!! 윤이 음식을 잘 하는 이유가 에밀리 씨에게 배운 덕이었군요?!"

영재에게 음식을 배워서 실력이 오른 경우였지만 에밀리가 뭐라고 이야기도 하기 전에 영재가 '그럼!' 이라고 대답해버리는 바람에 에밀리는 난감한 표정으로 웃기만 할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백제무사님, ㅎ난ㅎ님 후원 쿠폰 감사드립니다^^

@이 장면의 모티프는 최근 토론토의 데로잔-조셉의 위닝샷입니다. 데로잔이 마무리하려다가 앞 수비수가 넘어지면서 패스해준 장면이죠. 11월 28일인가 29일일 겁니다.

미얄마님, Han512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코멘 항상 감사합니다^^ 연말연시가 낀 한 주인데, 부디 즐거운 한 주의 시작 되시길...

흑월화야님/// 하핫, 주말에 커피나 차 한잔과 함께 한가롭게 소설보는 게 소원인데, 내년엔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ㅠ.ㅠ. 즐겁게 보셨다면 다행입니다. 영재의 클러치 패스!!

스톰divider님, anguqwhdk님///아아...제가 시카고 대 댈러스 중계를 보면서 쓰다보니 잘못 썼네요. 죄송합니다.

ㅎ0ㅎ님/// 먹히고 다시 클러치!!

Lazze님/// 테리를 위한 리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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