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71화 (271/296)

00271  2011-2012 세미 컨퍼런스 파이널(Semi-Conference Final)  =========================================================================

5월 25일.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7전 4선승제의 최종전답게 마지막 사활을 걸고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경기는 화끈하다 못해 처절한 경기력으로 경기장에 가득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자아아!!! 또 다시 3점!!!]

2쿼터 초반, 영재는 오늘 스코어링보다는 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그간 충실한 스코어러로서 역할을 다해왔던 영재였지만, 오늘 경기는 영재 본인보다도 미쳐버린 슛감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있었기에 스스로가 플레이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이런 유연함이 영재의 장점 중 하나라면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슛감이 나쁘지 않은 에이스라면 슛 대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보통이었다.

슉!!

[BANG!!]

ESPN의 마이크 브린은 특유의 뱅!!! 을 외치면서 환호성을 질렀고, 옆에 앉아있던 레지 밀러는 난리가 나서 박수를 쳤다.

[OHHH!!! JASON TERRY!!!]

[대단합니다! 2쿼터 5분여가 지난 현재까지 10분 나와서 3점슛 3/3! 총 야투율 5/7! 깔끔하게 13점을 때려박습니다!]

테리는 손가락 3개를 들어올리면서 홈팬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팬들은 JET! 를 연신 외치면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탑에서 꿀 같은 어시스트 패스를 뿌려준 영재를 슬쩍 보던 테리는 가볍게 웃어주면서 손을 뻗었고, 영재도 그런 테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과거의 앙금을 가볍게 털어냈다.

[그간 가끔씩 터져나왔던 불화설을 일축시키는 두 선수의 엄청난 플레이입니다!]

[사실 불화설도 명확한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간간히 보여지는 두 선수의 행동을 보고 추측한 것이었죠. 케빈 브루사트가 가장 먼저 제기한 이야기입니다만, 시즌 동안 이 두 선수의 불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경기에 영향을 끼친 적은 없습니다. 불화설이 제기된 뒤로도 댈러스는 수십 경기를 치뤘고, 두 선수는 베스트 라인업의 백코트 파트너를 이루고 있죠. 그리고 이 백코트 조합은 수치상으로나 눈으로 보이는 경기력으로나 NBA 최고의 조합 중의 하나입니다.]

케빈 브루사트는 명성 높은 인물이었지만, 그가 전하는 소식 중에 적잖은 루머가 있어 신빙성은 좀 떨어지는 인물이었다. 마크 스테인 같은 기자들은 공신력 위주의 소식만을 전하지만 브루사트는 약간의 근거만 있어보여도 그대로 소식을 전해버리는 편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경기 심상치가 않습니다. 점수가 벌써 44 대 42죠? 이 기세라면 전반전에만 60점이 넘을 수 있겠습니다.]

[양 팀이 수비를 그렇게 못하는 편이 아닌데, 이런 다득점이 나오고 있는 것은 3점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서로의 집중력이 높아지면 보통은 수비적인 경기가 되는 편인데, 오늘따라 양 팀에 슛감이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샷 컨테스트가 잘 되었거나 좋지 못한 셀렉션으로 던진 슛들도 그대로 림을 갈라버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은 어느 한 쪽의 슛감이 식어버리는 순간 경기의 승패가 갈릴 겁니다. 이 이상 수비를 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양 팀이 수비적인 면에서 이전의 경기보다 못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수비는 충분히 잘 되고 있는데도, 슛이 너무 잘 들어가고 있는 것 뿐이었다. 현재까지 댈러스와 오클라호마시티의 팀 야투율이 전부 50%가 넘어간다는 것만 보더라도 오늘은 다득점 경기가 나올 운명이었다.

"..."

간간히 나오는 브루어와 공수 동시에 폭발하고 있는 테리에게 고전하는 하든은 이번 라운드에서 계속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캇 브룩스 감독도 릭 칼라일 감독의 '하든 죽이기' 를 해결하기 위해 엇박자로 하든을 내는 임기응변을 선보이고는 있었지만 하든에게 원하는 기대치에 비하면 부족한 모습은 사실이었다.

[제임스 하든, 침착하게 공을 가지고 탑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지정해 주네요.]

[많은 견제를 받고 있는 상태에 슈팅도 이번 라운드에서 그다지 좋지 않다면, 이런 식의 리딩 위주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포인트가드인 웨스트브룩의 득점력이나 폭발력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니까요.]

듀란트에게 공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션 매리언의 수비는 쉽게 여길 게 아니었다. 차라리 4번으로 나와 노비츠키와 맞상대를 할 때를 위해 포제션을 분배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 하든은 이바카에게 웨스트브룩 쪽으로 이동하라고 한 후 웨스트브룩에게 패스를 뿌렸다.

[탑에서 우측 윙으로 패스를 뿌립니다.]

[웨스트브룩이 잡고 이바카가 달려나옵니다. 이바카가 그대로 스크린을 서줍니다!]

이바카의 스크린을 타고 넘는 웨스트브룩. 6경기 내내 막아왔던 영재는 막아도 막아도 끝까지 파고드는 웨스트브룩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까다로웠다.

퍽!!

[오히려 저돌적으로 튀어나오는 영재 윤!]

[백스텝과 사이드스텝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 밀착하는 형태의 수비를 주로 하던 영재 윤이 올 시즌 들어서 스타일을 조금씩이지만 바꿔나가고 있죠? 존 월과 같이 가속도가 붙으면 더욱 무서워지는 선수들에게 쓰면 효율적인 수비방법이지만, 잘못하면 디펜스 파울이 불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쯧!'

낮게 혀를 차던 웨스트브룩은 영재와 계속 맞상대를 하면서 영재 앞에선 절대로 무리한 플레이나 개인적인 플레이는 지양해야 한다고 체득했기 때문에 탑으로 공을 다시 빼냈다.

"흡!"

곧바로 킥아웃 패스가 빠질거란 생각을 못했는지 테리는 웨스트브룩의 돌파방향으로 한걸음 내딘 상태였고, 하든에게 간 패스는 찰나의 틈을 만들어냈다.

[제임스 하든 FOR THREE!]

텅!

[림 뒤편을 맞고 크게 튀어오른 공은 어떻게 됩니까?!]

터텅!

[아아!! 약만 잔뜩 올리던 공이 그대로 떨어집니다! 디펜스 리바운드는 타이슨 챈들러가 안전하게 잡아내고 무리한 속공을 전개하지 않네요!]

[이번 3점을 놓쳐서 오늘 경기 1/5, 자유투 4개로 6득점에 불과하죠. 식스맨상에 빛나는 선수라기엔 굉장히 부진하네요. 특히 시즌 평균 39%의 3점슛 성공률이 오늘은 0%라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챈들러가 잡은 공은 다시 영재에게 건네졌고, 영재는 어차피 속공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외곽에서 패스를 돌려 빈틈을 만들까? 아니면 2:2?'

영재는 패스를 계속 돌리고 돌파가 되는 영재가 공을 잡으면 인앤아웃을 하며 내외곽을 드나들다가 킥아웃을 주는 패턴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훅-

[영재 윤, 제이슨 테리에게.]

훅-

[제이슨 테리, 사이드로 빠져나온 션 매리언에게.]

휙!

[션 매리언, 다시 탑에 서 있는 영재 윤에게.]

패스가 자연스럽고 너무 빠르게 이어지니 마이크 브린과 레지 밀러의 해설 속도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였다. 우측을 스트롱사이드로 만들고 노비츠키 홀로 서 있는 좌측을 위크사이드로 만들어서 패스를 전개하는 방법. 게다가 타이슨 챈들러를 제외하면 모두 3점이 가능, 가능을 넘어서 위협적인 수준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패스를 섣불리 스틸하려다가 빈틈을 내 주면 외곽 한 방을 그대로 얻어맞을 수 있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멤버들이 다들 패싱 센스와 슈팅 능력이 준수하다보니 위험한 패스도 나오지 않고 공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갑니다! 오클라호마시티, 소극적으로 막는 데 급급하죠?!]

10여초를 그렇게 패스를 돌리지만 절대로 노비츠키 쪽은 바라도보지 않는 영재. 우측에서 세 명이 계속 공을 돌리고 있으니 자연스레 우측으로 시선이 쏠리고, 그 순간 영재에게 다시 공이 오자 영재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뛰어들었다.

[갑작스런 드라이브 인!]

외곽에서 슛찬스를 노리는 척 하다가 기습적인 드라이브 인. 웨스트브룩이 힘으로는 영재보다 우위지만, 순간스피드는 그렇지 못했다. 영재의 퍼스트 스텝은 매우 빨랐고, 웨스트브룩의 사이드 스텝은 그보다는 느렸다. 게다가 계속 볼을 돌리면서 점퍼 타이밍을 잡아보던 상대가 급작스럽게 돌파를 시도하자 반응이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다.

[뚫립니까?!]

결국 위험한 상황이 되자 영재는 처음으로 좌측을 힐끗 보았다. 아직까진 노비츠키에게 붙어있었지만 이미 시선이 본인에게 분산되고 있음을 확인한 영재는 조금 더 이바카를 도발했다.

끼긱!!

[스핀무브! 너무나 부드러운 스핀무브!!!]

시계방향으로 돌아 좌측으로 반원을 그리듯 빠져나가려는 영재의 위협적인 무브먼트에 이바카도 견제를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영재에게 슬쩍 접근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를 기다리던 영재는 이바카가 한 발을 더 내딛는 순간 스틸을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할 기가막힌 바운드 패스를 뿌려주었다.

[서지 이바카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영재 윤의 뷰티풀 바운드 패스!!!]

[저 스핀무브는 이 패스를 위해서였습니까?! 위크사이드에 덕 노비츠키가 있음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습니까?! 정말 무서운 선수입니다, 영재 윤!!]

붙어있어도 막기 힘든 노비츠키인데,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이바카라면 노비츠키에겐 수비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슉!

[DIRK NOWITZKI, BANG!!!]

[이로써 9득점! 점수는 46대 42! 다시 4점 차이로 도망가는 댈러스 매버릭스입니다!]

[역시 저력이죠. 서로가 홈에서 전승, 원정에서 전패를 당한 만큼 오늘 홈인 댈러스 매버릭스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죠. 그 말처럼 현재까지는 순항중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7차전이고 오클라호마시티의 에너지레벨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한순간에 좁혀질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남은 2쿼터도 양 팀의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듀란트는 매리언이 잘 막아주고 있었음에도 불붙은 슛감을 자랑했고, 하든과 웨스트브룩이 보조하면서 차곡차곡 득점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4번에서 뛰는 케빈 듀란트는 정말 위협적입니다! 4번에서 저 정도의 드리블과 스피드를 가지고 스윙맨처럼 활동하면 정통 4번으로는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또 다시 풀업 점퍼! 노비츠키가 악착같이 따라붙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워낙 돌파가 좋은 자원들이 많은데 비해 스크린 능력이 좋지 않은 오클라호마시티는 어시스트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하든과 웨스트브룩의 돌파 이후 킥아웃, 듀란트의 페이스업, 이바카와의 2:2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반면 댈러스는 볼핸들러와 스크리너의 명확한 구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윤이나 테리, 키드, 매리언 모두 오프 스크린(공 없는 지역의 스크린)을 서주면서 동료의 컷인이나 컬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죠! 개개인이 동료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댈러스는 공격의 시작이 스크린이었다. 다들 모션 오펜스에 능숙한 선수들인 데다가 1:1로 상대방을 손쉽게 제칠 수 있는 선수들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지속적으로 스크린을 서로 걸고 넘어가고 패스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고 그 틈으로 점퍼를 쏴댔다.

[제이슨 테리, 공을 받자마자 올라갑니까?!]

의도적으로 스트롱사이드에 서서 슛을 올라가는 동작을 취한다. 오늘 슈팅감각이 최고조에 달한 테리를 놓아주는 건 말도 안되는 일, 거기에 패스를 계속 돌리던 탓에 이미 테리에게 난 노마크 찬스를 막아내기 위해 영재를 막아야 할 웨스트브룩이 뛰어올랐다.

훅-

[노련한 패스! 펌핑 페이크 이후 패스가 영재 윤에게 갑니다! 빈틈을 찾아 절묘한 패스!]

[영재 윤, THREE POINT!!!]

슉-!

[BUCKET!!!]

[오늘따라 제이슨 테리 to 영재 윤, 영재 윤 to 제이슨 테리의 절묘한 플레이가 빛을 발합니다! 제이슨 테리는 15득점 2어시스트, 영재 윤은 12득점 6어시스트!!! 거기에 영재 윤은 3점슛 2개 포함 오늘 야투율이 5/5! 100% 의 야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재는 3점 2개째라고 팬들에게 보여주듯 손가락 두개를 올렸고, 팬들은 환호를 보내주면서 영재와 테리를 연호했다.

삐이이!

[자, 2쿼터도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점수는 63 대 58! 5점 차의 리드를 댈러스 매버릭스가 잘 지킨 채 전반전이 막을 내렸습니다. 정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접전이었습니다.]

[오늘은 웬만해서는 양 팀 다 100점을 넘길 것 같습니다. 최종전이다보니 서로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해있죠. 과연 이 집중력을 누가 더 오래 유지하느냐, 그리고 그 집중력을 받쳐줄 체력이 유지되느냐가 후반전의 관건이 될 듯합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어제 인터넷이 안 되서 아침에 올립니다.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위티드님, -DarkANGEL-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코멘 감사합니다!!

울트라10님/// 부진하면 뭘 해도 까여야 합니다 ㅋㅋ. 미국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는 휴식시간의 자유가 좀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시즌 중에 봉사활동도 꽤 많이 하더군요. 플옵 기간 중에도 휴식 때 다른 스포츠를 보러 가거나 다른 스포츠를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런 에피소드를 넣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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