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64화 (264/296)

00264  2011-2012 세미 컨퍼런스 파이널(Semi-Conference Final)  =========================================================================

그리핀의 스크린이 온 순간, 폴은 마음을 결정하고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영재를 떨쳐내야 한다는 것이다. 영재를 떨쳐내지 못한 채 패스, 슛, 드리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것이다.

[크리스 폴! 저돌적으로 달려듭니다! 그리핀의 2% 부족한 스크린임에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능숙하게 타고 넘는 크리스 폴!]

영재는 몇 번을 막아봐도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한 크리스 폴의 픽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퍽!!

[거칠게 응수하는 영재 윤! 그리핀의 스크린을 유연하게 타고 넘은 뒤 크리스 폴의 진행방향에 상체를 밀어넣습니다!]

크리스 폴은 하이포스트까지 파고들다가 순간적으로 외곽을 바라보았다. 영재는 킥아웃을 생각한다는 생각에도 다급해하지 않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비에 집중했다.

휙-

[킥아웃! 탑에 서 있는 캐런 버틀러에게 공이 뿌려집니다!]

[하지만 느립니다! 폴의 패스는 정확했지만 버틀러의 기동성과 활동량은 매리언에 비할 게 아니죠!]

잡자마자 쏘려고 마음먹었던 버틀러는 매리언의 타이트한 수비에 결국 슛을 하지도, 패스를 빼내지도 못한 채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려다 결국 노련한 키드에게 스틸을 당하고 말았다.

"?!"

키드가 손을 뻗어 공을 낚아챈 순간, 영재와 매리언은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키드는 아무런 사인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앞으로 달려 나가는 매리언에게 공을 건네주었다.

"막아!!"

클리퍼스에서 가장 뒷쪽에 있던 선수는 캐런 버틀러. 하지만 그 캐런 버틀러를 막아내고 동선에서 스틸을 한 것은 키드와 매리언. 그렇다면 매리언을 제어할 것은 버틀러 뿐이었지만 버틀러는 결코 매리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훅!

[엄청난 속도입니다! 마치 우사인 볼트를 보는 것 같은 영재 윤의 엄청난 스프린트!]

[무주공산인 상대의 탑에서 매리언이 미련없이 영재 윤에게 공을 뿌립니다! 어느덧 매리언을 추월한 영재 윤!!!]

슉-

영재는 가볍게 이지 레이업을 올려넣더니 매리언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팬들이 볼 수 있도록 오른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NICE!! WHAT A MOVE!]

[아! 경기 힘들어집니다! 도무지 추격이 되질 않는 LA 클리퍼스! 이렇게 무너지면 안되는데요!]

[아직 3쿼터 4분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점수도 65 대 55, 10점 차이라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스코어이긴 합니다. 하지만 댈러스는 결코 추격을 할 여지를 주지 않고 있네요!!!]

그 말 그대로였다. 댈러스는 결코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1쿼터부터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깨질 것 같지 않은 댈러스의 단단함이었다.

"허억, 허억..."

거기에 더해진 크리스 폴과 블레이크 그리핀의 방전은 클리퍼스에게 추격의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다가왔다. 전략대로 폴과 그리핀을 계속해서 공략하고, 그들에게만 공격을 하게 만듬으로써 지워진 체력적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삐이이익!!!

[아, 결국! 경기가 끝났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가 홈에서 102 대 93! 9점 차이 리드로 경기를 가져옵니다! 4승 1패! 이로써 2라운드에 진출하는 댈러스 매버릭스입니다!]

[LA 클리퍼스가 분투해보았습니다만,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은 폴과 그리핀도 체력적인 한계를 보였죠. 결국 1라운드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댈러스 선수들은 2라운드 진출에 열광하는 2만여 명의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면서 화답했고, 힘이 모두 빠져 주저앉은 클리퍼스 선수들은 아쉬움에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잡아."

평소 친분이 있던 그리핀을 다독인 영재는 손을 내밀었고, 그리핀은 영재의 손을 붙잡은 뒤 그제야 코트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수고했어."

그 어떤 위로도 그리핀에게 닿을 수는 없다. 이건 영재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멀게는 이전의 스퍼스 시절, 가깝게는 대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고비에서의 탈락은 누가 위로한다 해서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리핀은 간신히 입을 연 뒤 영재의 손을 놓고 라커룸으로 터덜터덜 들어갔다. 또 다시 실패했다는 좌절감과 회한에 눈물짓던 폴은 어느덧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

승자가 있다면 패자도 존재하는 법. 영재는 저 둘의 감정을 어느 정도 털어낸 뒤 미소를 지으며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이제 다음 시리즈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경기다."

클리퍼스와의 결전이 끝난 후, 4승 1패로 1라운드를 통과한 댈러스에겐 꿀 같은 휴식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 휴식 기간에도 영재는 에밀리와 간간히 밥을 먹거나 외출하는 것 이외에는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훈련에 몰두했다. 에밀리는 작년보다도 더욱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면서도 여유를 가지고 있는 영재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썬더와의 경기는 클리퍼스와는 완전히 다르게 플랜을 가져갈 것이다.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클리퍼스보다 젊고, 빠르다. 절대로 그들의 에너지레벨에 밀려서는 안 된다. 작년의 오클라호마시티를 생각한다면 패자는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작년의 그들은 경험이 부족했고, 우리는 그 약점을 노려 기세를 죽였지만, 이번 시즌은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날짜는 5월 12일. 2라운드 첫 경기 이틀 전이 되자 칼라일 감독은 코치들과 머리를 맞대고 완성한 자료를 가지고 선수들에게 상대팀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자료를 제대로 입력하고, 그것을 코트 위에 적용시키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선수들은 연습 때 구슬땀을 흘려야 할 것이고 말이다.

"에너지레벨. 이것은 우리와 상대와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다."

칼라일 감독의 말에 노장 선수들은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이 코트 위를 어떻게 날뛰는지가 떠올랐는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짜여진 패턴보다는 스스로의 재능과 체력을 믿고 밀어붙이는 만큼 어떻게 나올지 몰라 피곤한 상대였다. 이른바 계산이 서지 않는 상대인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라인업]

PG: 러셀 웨스트브룩(데릭 피셔)

SG: 타보 세폴로샤(제임스 하든)

SF: 케빈 듀란트(데콴 쿡)

PF: 서지 이바카(닉 칼리슨)

C: 켄드릭 퍼킨스(나즈 모하메드)

[주요 전술]

...

...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썬더의 주요 로테이션은 저 10명이다. 주요 멤버 중 하나였던 메이너가 시즌 아웃되고 피셔가 가세했다고 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피셔와 하든, 칼리슨까지가 주요 멤버이고, 쿡과 모하메드는 접전에서는 투입되지 않는다. 즉 스몰라인업이 돌아가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거다. 이바카는 인사이드 수비에 장점이 있으니 스몰라인업 가동에도 그다지 큰 무리는 없다."

이바카의 인사이드 수비는 정말 상대방에겐 짜증나는 능력이었다. 작년, 이바카의 상대가 노비츠키 정도 되는 최고의 스트레치형 포워드였으니까 그렇게 속절없이 당한 것이지, 웬만한 포워드는 이바카의 수비력에 제대로 봉쇄당했다.

"듀란트는 1라운드 때 적잖은 시간을 4번에서 보냈습니다. 하든과 세폴로샤를 동시에 투입하는 시간도 상당하고 말이죠. 우리는 높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선수 구조를 본다면 높이에서 오클라호마시티에게 밀릴 게 없죠.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장점입니다."

"스토츠 코치의 말이 맞다. 이번 시리즈는 속공찬스를 제외하면 페이스를 낮추고 포워드는 모두 리바운드에 가담해서 높이 싸움으로 밀고 간다. 하지만 4번으로 나오는 듀란트는 예외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키는 센터급인데 3번의 스킬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이다보니 분명 우리가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할 때 까다롭게 할 것이다. 노비츠키, 자네와 매치업될 때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노비츠키는 칼라일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7풋의 빅맨이고 기동성을 점점 상실해가는 공격형 포워드이다 보니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노비츠키가 세폴로샤를 따라붙는다는 건 더욱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높이의 우위를 이용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좋지만, 썬더가 스몰라인업을 장시간 돌릴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거군요? 우리가 노비츠키를 장시간 뺄 수는 없으니까."

테리의 물음에 칼라일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저들도 스몰라인업을 장시간 돌리지는 못한다. 웨스트브룩 - 하든 - 세폴로샤 - 듀란트로 구성되었을 때만 위협적이지 다른 스몰라인업은 오히려 독이다. 전문 3번 백업이 없기 때문에 듀란트가 장시간 4번에서 뛸 수도 없지. 주전급인 세폴로샤와 하든의 출전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같이 코트에 올리는 것인데, 그게 우리에겐 치명적일 뿐이다. 많아 봐야 한 경기에 12분이다."

"맞습니다. 듀란트는 40분을 넘게 뛰기 때문에 3번 포지션에 설 경우에는 매리언, 파슨스. 두 사람이 거칠게 막다보면 체력의 한계가 분명 듀란트에게 올 것입니다. 웨스트브룩도 우리의 트랩 수비를 제대로 벗어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점을 잘 활용하면 됩니다. 우리가 패배한 두 경기의 공통점은 의외로 하든의 폭발이었습니다. 웨스트브룩도, 듀란트도 아니었죠. 하든을 코비처럼 만들어줘버린 경기는 우리의 패배였습니다."

스토츠 코치의 말대로 썬더가 승리한 2경기에서 하든은 평균 26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반면 썬더가 패배한 2경기에서는 16득점 4.5어시스트에 그쳤다. 웨스트브룩과 듀란트는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하든까지 투입되면 막아낼 선수가 부족했다.

"작년에 비해 너무 급성장했어... 완전히 지노빌리의 전성기를 보는 느낌이야."

"작년엔 그래도 같이 늙어가던 처지한테 양보했다 쳐도, 올해는 그런 애송이한테까지 식스맨상을 뺏길 줄이야. 스텝이 너무 제멋대로라서 막기도 어렵고."

그에게 호되게 당한 바 있는 키드의 중얼거림에 테리도 같이 툴툴거렸다. 하든을 막은 이들이 바로 그 둘이었기 때문이었다. 영재와 바레아가 웨스트브룩을 막고, 키드와 테리가 주로 하든을 막았던 것이 댈러스의 대 썬더 전 수비플랜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변화를 준다는 겁니까?"

무언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영재의 질문이었다. 칼라일 감독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재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렇다. 이번 시리즈에는 브루어의 기용을 늘려서 하든을 막게 할 생각이다. 바레아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출전시간이 좀 줄어들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컷인 수비가 약한 편이기 때문에 브루어의 단점인 외곽 대신 장점인 컷인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바레아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는 표정이었고, 브루어는 오랜만에 중용될 기회를 얻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서는 윤이 브루어와 많이 뛰게 될 거다. 키드와 테리가 합을 많이 맞추게 될 것이고."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워낙 많은 시간을 뛰는데다가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이 단조로운 탓에 턴오버가 많은 편입니다. 듀란트가 2위, 웨스트브룩이 3위로 랭크가 되어있죠. 클리퍼스전에서 우리가 폴과 그리핀을 집중공략했듯이, 이번 시리즈에서도 이 둘에게 체력부담을 최대한 많이 주는 쪽으로 작전을 구상할 것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이들의 짐을 덜어줄 하든이 있기 때문에 클리퍼스전처럼 이들에게만 주의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브루어. 당신의 수비적인 역할이 필수입니다."

그렇게 오클라호마시티 전 필승전략을 짜내며 남은 시간을 매진하던 영재는, 다음 날 집에서 에밀리와 같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스마트폰으로 어떤 기사 하나를 같이 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Dark_Kane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다음 라운드는 상성이 가장 안 맞는다고 생각되는 오클라호마전입니다.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댈러스. 결국 방법은 듀란트의 방전유도가 최선이더군요. 하든이 날뛰어봤자 이 때의 하든은 지금처럼 30점을 밥먹듯이 쏟아내지는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 때도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턴오버의 황제더군요. 워낙 볼을 많이 들고 있고, 전술도 없는 팀이라...

@그리고 오랜만에 찰거머리 수비를 자랑하는 브루어가 대 하든용 병기로 출전... 올시즌 브루어는 그냥 멸망수준입니다만, 데뷔 때 컴패리즌이 수비왕 시절의 월드피스였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최상급의 수비력을 보여줬고요.

사라질영혼님/// 하핫, 빠른 코멘 감사합니다.

야베스님/// 올라운더가 2~3옵션에 더 적합한 선수기는 합니다만, 득점력이 있는 올라운더는 1옵션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말씀하신 르브론만이 아니라 역대급 선수들은 올라운더가 많은 걸로 압니다. 현역 중엔 코비, 웨이드, 폴, 듀란트 등등 말이죠. 네 선수 다 공수겸장이며 리딩과 득점 모두가 가능하죠.

그래도 시즌 평득이 20점 넘어가는 선수는 보통 1옵션, 에이스급 선수라고들 하더군요. 보통 평득 20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리그에 10~15명 내외니까요. 영재가 올라운드라고는 하지만 디그린이나 피펜, 카와이와 비교될 레벨은 아닙니다. 공격 스킬의 종류와 레벨이 급이 달라요. 물론 수비는 저들이 더 잘합니다. 하지만 저들은 혼자 공격을 창출해내지 못합니다.

말씀대로 보통의 올라운더는 안드레 이궈달라, 스카티 피펜, 드레이먼드 그린, 니콜라스 바툼 같이 2옵션이나 그 아래가 제격입니다. 하지만 작중 영재는 최상급의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이 있고, 슈팅도 최상급입니다. 아직 과도기이긴 하지만 영재의 위에 놓을 수 있는 1옵션은 15명이 안 될 겁니다. 영재의 공격력이 카와이나 피펜, 드레이먼드 그린 급이었다면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겸비한 폴이나 웨이드, 코비를 상대로 그런 쇼다운을 할 수가 없죠.

huhcafe님, 위티드님, 파이넨시아님, 삼생님/// 코멘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여신유리찬양님/// 올라운더는 어느 스포츠나 환영할만한 존재죠 ㅎㅎ. 물론 S급인 능력치도 있어야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말입니다.

ㅎ0ㅎ님/// 하핫... 그것은 무리입니다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