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0 2011-2012 플레이오프 1라운드(Play off 1round) =========================================================================
개인적인 훈련에 임하는 것도 영재는 이전처럼 조급함에 더욱 자신을 몰아세우기 보다는 한결 여유를 가진 채 자신이 필요한 훈련에 집중적으로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NCAA 때부터 꾸준히 해왔던 코비의 666 루틴(routine;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 을 모티브로 해서 본인만의 방식으로 바꾼 2,6,12 루틴은 꼬박꼬박 지켜왔다.
시즌 중반에 좀 더 실력을 늘려보려고 새로운 훈련을 추가한데다가 경기 내 역할의 급증으로 시즌 중반 슬럼프에 빠졌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욕심은 자제하고 컨디션 유지에만 힘써왔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은 대부분 루틴의 동물들이다. 그 루틴은 어느 동료든, 감독이든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 정도였다. 훈련량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에 적응된 선수가 시즌 중에 3시간 이상을 훈련하면 몸이 이상을 보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으으!"
근육의 유연함 역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1년에 100여 경기를 치르는 리그에서, 자신보다 단단하고 큰 선수들과도 수없이 맞부딪히다보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영재는 약간의 강박증처럼 보일 정도로 스트레칭에 예민했다.
"가자."
30분을 꼬박 스트레칭에만 전념하던 영재는 시계를 슬쩍 보더니 황급하게 훈련을 마무리짓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댈러스 시내를 운전하던 영재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에밀리를 보곤 차에 태웠다.
"훈련 잘 했어?"
에밀리는 조수석에 타자마자 영재의 몸 상태가 어떤지, 컨디션이 어떤지 확인했고 영재는 그런 에밀리가 귀여웠는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멀쩡해. 정해진 대로 다 하고 왔어. 어디 다친 곳도 없이 아주 건강해."
영재의 대답에 에밀리는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영재에게 말했다.
"나, 조금 떨려."
"작년에 바레아랑 브루어, 챈들러도 만났잖아. 괜찮아."
"그, 그렇긴 한데... 오늘같은 자리에 괜히 내가 가도 되나 싶어서..."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을 앞두고 홈에 돌아온 선수들은 팀훈련과 개인훈련에 매진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은연중엔 '이미 3승 1패로 앞서고 있는데 당연히 2라운드로 나가겠지.' 라면서 방심을 하는 선수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댈러스에겐 가장 큰 위험요소였다.
물론 대놓고 그런 것을 말하는 선수들은 없었지만 무의식중에 '2라운드 상대는...' 이라는 말을 하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노비츠키는 선수들과 코치, 감독들을 모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한 끼 먹자고 한 것이다.
"괜찮지 않을까? 주장도 본인의 여자친구가 저녁식사를 많이 도와준다고 했고, 챈들러나 바레아, 브루어도 와이프이랑 여자친구랑 같이 온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윤이 말해줬잖아. 방심하지 말고 5차전을 임하자는 분위기 쇄신과 관련된 모임이라고. 그런 곳에 괜히 내가 가면..."
영재는 에밀리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웃으면서 차를 세웠다.
"다른 선수들이 다 커플로 오는데, 마침 자기도 시간이 되잖아.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 스포츠 선수들이 여자친구나 와이프를 대동하고 미팅하는 경우는 많아. 선수들이랑 만난 때마다 너무 소극적이 되는 거 같아. 선수들끼리 모이는 곳이라면 내가 애초에 가자고 말하지도 않을 거야. 내가 선수들만 모이는 곳에 에밀리를 데려갈 정도로 맘대로 행동하는 사람 아닌 거 알잖아."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더 이상 걱정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영재의 말처럼 자기가 너무 지레 겁을 먹나 싶기도 했다. 영재가 알아서 자신을 데리고 가도 되는 건지 아닌지는 분간을 하는 남자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에밀리는 그제서야 좀 평상시처럼 돌아와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쁜 거 이제 알았어? 걱정 마! 누나 뒤에 꽁꽁 숨으면 내가 다 막아줄게!"
"오, 믿음직해! 좋아!"
둘은 그렇게 차에서 내렸다. 댈러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한 노비츠키의 집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굉장히 검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소박했지만 깔끔했다.
노비츠키의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서로의 옷을 확인하고 손에 들고 있는 선물들이 제대로 포장이 되어있는지 이것저것 확인을 한 두 사람. 영재는 완벽하다고 생각했는지 오른손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어! 어서 와."
현관문이 작아 보일 정도로 꽉 찬 크기의 노비츠키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영재도 평범한 사람들 속에선 머리 하나 더 있는 큰 키였지만, 7-0 (213cm) 의 노비츠키 앞에서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에밀리는 챈들러를 본 적이 있었지만 노비츠키와는 이렇게 사적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꾸벅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에, 에밀리 키니라고 합니다."
"하하, 어서 와요. 직접 뵈니까 더 예쁘시네요."
중후한 목소리의 노비츠키가 웃으면서 두 사람을 맞이해 주었고, 영재와 에밀리는 무의식중에 신발을 벗으려다가 아차- 하고는 다시 신발을 신었다.
"어서 와요. 반가워요."
작년 파이널 우승 이후 화보 촬영 때 인사를 나눈 적 있던 노비츠키의 여자친구와 살갑게 인사를 나눈 영재와 에밀리는 양 손에 바리바리 들고 있던 선물 꾸러미를 노비츠키에게 건네주었다. 노비츠키도 챈들러와 마찬가지로 적잖은 기간 동거 상태인 여자친구와 아이가 있었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냥 와도 되는데 뭘 이런 것 까지."
말은 그냥 와도 된다면서 표정은 싱글벙글인 노비츠키를 보며 영재는 '안 가져오면 또 섭섭하잖아요?' 라고 말했고, 노비츠키는 '음. 그렇긴 하지.' 라면서 에밀리를 웃게 만들었다.
"그나저나 무슨 요리 하세요? 냄새 좋은데요?"
"오늘은 독일식으로 준비해 봤어."
독일식 돼지족발이라고 불리는 슈바인학센(Schweinshaxe, 혹은 슈바인스학세라고도 불린다.) 하고 독일식 커틀렛인 슈니첼(Schnitzel), 거기에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탄산수와 과일을 푸짐하게 준비하는 모습에 영재와 에밀리는 오! 하고 감탄했다.
"좀 도와드릴까요?"
"손님인데 도와준다고? 너무 미안한데?"
입은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이미 큼직한 손은 영재에게 앞치마를 둘러주는 노비츠키. 영재가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의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저도 도울게요."
"아니에요. 윤이면 충분합니다. 당신도 조금 쉬어. 나랑 윤이 마무리할게."
노비츠키는 은근슬쩍 자신의 여자친구를 챙기면서 에밀리와 이야기를 나누게 했고 영재와 같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름에 튀기기만 하면 돼."
남은 슈니첼을 튀기는 것은 영재가 하기로 했고, 노비츠키는 슈바인 학세를 확인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리 좋아해?"
"그럼요. 주장, 혹시 이 양파 써도 되요?"
영재는 오른손으로 양파를 들어올렸고, 노비츠키는 써도 된다고 했지만 지금 양파를 왜 쓸까 싶어서 유심히 영재를 지켜보았다.
숭숭숭숭!
능숙하게 양파를 얇게 채썰던 영재는 끓는 기름에 양파를 풍덩 집어넣고는 어느정도 양파를 튀기더니 기름에서 빼낸 뒤 기름을 국자에 조금 퍼서 향을 맡았다.
"오?"
"티비에서 본 건데, 튀김음식이 기름맛 때문에 느끼할 수 있는 걸, 기름에 양파향을 덧입히면 느끼한 맛이 눌러진다고 해서요. 해 보니까 정말 향이 다른데요?"
영재의 말에 노비츠키도 기름을 킁킁 맡아보았고, 양파의 단 듯 알싸한 향이 기름에서 나자 정말이네? 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치이이익-
먹음직스러운 튀김 소리와 함께 영재와 노비츠키는 어느덧 5차전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기 시작했다.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하는 느낌은 어때?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닌데 말이지."
"놀라울 따름이죠. 이런 큰 무대를 나 같은 선수가, 그리고 아시아 계 선수가 밟을 수 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요즘 운이 좋다고 항상 느끼고 있어요."
사실 영재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가드로 뛸 당시에도 플레이오프는 거의 매번 나갔을 정도로 경험이 많았다. 물론 주전급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댈러스에서 2년 동안 뛴 플레이오프 경기 시간과 비교해 본다면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이긴 했지만 그래도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영재의 경험은 댈러스에서도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3승 1패, 나쁘지 않아. 하지만 클리퍼스의 홈에서 당한 1패는 솔직히 당하지 않아도 되는 패배였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지."
석패라고 하면 석패였다. 4점 차이 패배는 생각보다 뼈아팠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경기는 대등한 시소게임이었다. 48분간 동점만 무려 11번, 리드가 바뀐 게 17번일 정도로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어 냈지만 마지막의 어이없는 턴오버는 댈러스에게 1패라는 오점을 떠안게 만들었다.
"윤, 원래는 시즌이 끝나고 말하려고 했는데, 최근 플레이오프를 치루면서 그 전에 말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 조금 더 슈팅에 적극성을 가져보는 건 어때? 굳이 양보할 것 없이."
치이익-
...
두 사람 사이에 한순간 말이 끊어졌다. 에밀리와 노비츠키의 여자친구도 두 사람이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에 슬쩍 자리를 비켜주었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 사이엔 한참동안 슈니첼이 튀겨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주장."
"아니, 너가 말하는 건 난 동의하지 못하겠는데."
노비츠키는 영재가 무슨 말을 할 지 알고 있다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영재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집게를 쥔 채 속마음을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저보다 슈팅감각이 더 좋은 팀원들에게 공을 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건 상황마다 달라지고. 그래서 저는 그런 선택을 하는 거지 주장이 생각하는 그런..."
"아니. 넌 그렇게 혼자 합리화를 하는 거야. 너가 충분히 쏴도 될 타이밍인데도 불구하고 더 좋은 찬스의 동료가 있다면 패스를 해버리곤 하지. 지난 4차전에서도 너가 쏠 수 있었지만, 테리에게 한 번 더 패스했지?"
영재는 약간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론했다.
"하지만, 그 플레이 자체는 나쁜 판단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거리가 있지만, 엄연히 달려오는 수비가 있었고, 테리는 자세를 고쳐잡아도 될 정도로 비어 있었잖아요."
"그래. 이상적으로는 그렇지. 그런데, 그 날 테리와 너의 슛감은 확연히 달랐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 칼라일 감독도 4쿼터에 너에게 적극적인 슈팅을 주문했었어. 그걸 잊은 건 아닐꺼고."
...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영재는 굳이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노비츠키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옅게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팀 내의 화합을 위해서 너가 다른 팀원들을 많이 맞춰주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너의 그 자세를 비난하자는 게 아냐. 단지, 플레이오프는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게 끝나는 경우도 있어. 물론, 나도 그 때 꼭 너가 쏜 게 들어갔으리라는 장담은 못해. 분명히 테리가 넣을 수도 있었다고 나도 생각하고. 그렇지만, 그 경기의 야투 성공률을 따져보면 누가 봐도 너가 쏘는 게 맞았다고 난 생각한다."
노비츠키는 잠시 목이 말랐는지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감독이나 코치도 너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주기 싫어서 굳이 질책은 하지 않았어. 링커와 스크리너, 피니셔가 정해진 원 패턴 플레이 상황이 아니었으니, 너가 슛을 쏠지 말지는 너의 결정에 맡기는 게 맞고, 이제 2년차인 신인에게 과도한 부담감은 외려 독이 될 수 있으니까 말야."
영재는 칼라일 감독과 스토츠 코치가 그런 생각을 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황했다. 물론 영재가 자신의 슈팅에 다시금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았다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30득점 5어시스트 보다는 20득점 10어시스트에 가까운 플레이를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영재에겐 지금의 이야기는 꽤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어요. 그리고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꼭 테리를 배려해서만은 아니에요. 당장 테리의 슛감이 더 좋아져야 우리의 상대팀도 클러치에 막아야 될 선택지가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나고, 그래야 상대방이 좀 더 혼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주장의 생각대로 그런 행동들은 테리의 자존심을 세워주려는 의도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감정적인 걸 모두 떠나서 그의 효율은 충분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선택을 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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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여러 응원 댓글들 감사합니다. 최대한 정주행해도 아쉽지 않은, 그리고 2부가 기대되는 마무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2시즌 파이널로 1부를 끝내려고 했는데, 시간도 조금 남을 것 같고 해서 오프시즌까지는 써볼까 합니다. 그렇게 해야 완결 느낌이 나지 않고 계속 쓰고 있다는 어필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돌아오기 전에 한 번 공지를 통해 생존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돌아오면 이전처럼 꼭 성실연재를 해서 완결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어학연수는 영국으로 갑니다.
@오늘 리코멘은 죄송하지만 생략하겠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