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57화 (257/296)

00257  2011-2012 플레이오프 1라운드(Play off 1round)   =========================================================================

'스탑 워치'라는 별명답게 출장시간 조절만큼은 철저한 비니 델 네그로 감독이었지만,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플레이오프였다. 게다가 자신들은 8위로 턱걸이해 올라왔고, 상대는 동서부 통틀어 1위인 팀이었다. 사자도 토끼를 잡을 때 최선을 다하는데, 지금 자신들은 사자가 아니라 토끼였다.

그러다보니 정규시즌보다는 핵심 선수들의 출장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쿼터 10분까지 블레이크 그리핀이 무려 18분, 크리스 폴이 17분, 캐런 버틀러가 17분을 소화해내면서 이 기세대로라면 세 선수 모두 35분은 가뿐히 뛰어넘을 수준으로 경기를 뛰고 있었다.

[브랜든 헤이우드, 1쿼터 후반과 2쿼터 후반 나오는 시간마다 그야말로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덩어리 수비가 좋지만 가로수비가 약해서 그리핀의 페이스업에 제대로 대응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헤이우드로는 막아낼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칼라일 감독은 몇 번의 포제션을 지켜본 뒤 노비츠키가 그리핀에게 고전하자, 노비츠키의 체력도 아낄 겸 디안드레 조던에게 붙이고, 그리핀은 챈들러에게 맡겼다.

그래서인지 챈들러가 그리핀을 막은 9~10분 동안 그리핀은 1/3의 야투율은 물론이고 블락까지 당하면서 2득점에 불과할 정도로 좋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헤이우드를 상대로는 무려 3/3으로 6득점, 리바운드 4개를 기록하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훅-

[모 윌리엄스가 블레이크 그리핀에게 괜찮은 바운드 패스를 찔러줍니다.]

어찌되었든 바운드 패스는 그리핀에게 연결되었다. 노비츠키는 캐년 마틴을 막아서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그리핀을 막을 선수는 헤이우드가 전부인 상황.

퉁! 퉁!

"큿!"

헤이우드가 그리핀보다 컸고, 대인수비 만큼은 아직까지 쓸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지만 그리핀은 '비스트', 짐승이라고 불릴 정도로 조금은 투박하지만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호쾌한 인사이드 폭격을 즐기는 타입이었다. 힘이 문제가 아니라 반응속도나 스피드가 문제였다.

끼긱-!

농구화가 코트에 끌리는 소리가 헤이우드의 귀에 똑똑히 들렸고, 그 순간 그리핀은 헤이우드의 앞에 없었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서 등을 진 채 드리블을 하던 그리핀은 눈 깜짝 하고나니 스핀무브로 베이스라인을 다시금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야! 1쿼터 첫 공격에서 실패한 무브먼트를 똑같이 재현하는 블레이크 그리핀! 과연 헤이우드는 이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요?]

그리핀은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뛰어올라 림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참아내더니 슬쩍 양 손을 들어올렸다.

'슈팅?!'

헤이우드는 너무 근접한 거리였기 때문에 여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가볍게 2점을 적립해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 조급함이 헤이우드를 높게 뛰게 만들었고, 그리핀은 당연히 뛰지 않은 채 한 발 더 내딛으면서 안으로 파고들었다.

"흐읍!!!"

[블레이크 그리핀!!! 그대로 솟구칩니다!!]

온 몸이 C자가 될 정도로 역동적으로 팔과 다리를 뒤로 젖힌 채 림을 박살낼 듯 찍어버리는 원핸드 슬램.

콰아앙!!!

[BANG!!!!]

[블레이크 그리핀의 짐승같은 원핸드 슬램! 정말 대단합니다! 브랜든 헤이우드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그리핀은 싸늘해진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의 팬들에게 양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로써 점수는 다시 57 대 50! 끈질기게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LA 클리퍼스 입니다!]

"역시 짐승이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야."

영재는 그런 그리핀에게 대단하다며 휘유- 하고 휘파람을 불었지만, 정작 표정은 꽤나 느긋했다. 고작 저 정도로 기세를 뺏어가려는 생각이었다면 오산이었다. 지금의 댈러스는 흐름이 좋지 않다 싶으면 그것을 끊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충분했다.

만일 댈러스가 10 대 0 런을 당해 리드를 빼앗겼거나, 주전 라인업 싸움에서 계속 밀리는 양상이라면 모르겠지만 댈러스 역시 꾸준하게 클리퍼스가 하나 넣으면 다시 하나를 넣는 경기의 흐름을 가지고 갔다. 1쿼터 8점 차이를 여태까지도 좁히지 못한다는 것은 클리퍼스 입장에서 꽤나 난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댈러스는 제이슨 키드 대신 제이슨 테리가 투입됩니다.]

[조금 더 공격에 무게를 두겠다는 거겠죠. 게다가 키드나 윤과 같이 코트에 선 테리는 수비에 약점이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영재는 천천히 공을 쥐곤 하프라인으로 넘어왔다. 코트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던 영재는 고개를 슬쩍 끄덕이더니 생각을 정리했다.

'외곽에서 공을 돌리기보단 활발한 컷인과 컬 위주. 그리고 테리의 활용.'

테리의 앞에는 수비가 영 꽝인 모 윌리엄스가 붙어있는 형국. 영재는 플레이를 지시했고, 매리언이 나와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에 전개과정을 상상한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영재 윤과 크리스 폴의 맞대결! 하지만 댈러스에서는 션 매리언이 지원사격을 나서줍니다!]

매트릭스라고 불리는 피지컬 어디 가지 않고, 작년의 르브론 제임스를 수비로 꽁꽁 틀어막았던 수비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매리언의 스크린은 챈들러의 스크린만큼 믿을 만했고, 영재는 그런 매리언의 스크린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

[크리스 폴의 2:2 공격에 관한 수비는 정평이 나 있지만, 영재 윤의 스크린을 타는 타이밍과 위치가 너무 절묘합니다!]

매리언의 스크린에 저지당한 폴 대신 영재에게 캐런 버틀러가 붙었지만 당장 버틀러가 할 수 있는 것은 영재의 진행경로를 단 1초라도 막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재는 폴을 저지해놓은 뒤 손을 들면서 골밑으로 파고드는 매리언을 슬쩍 바라보았고, 그런 매리언에게 모 윌리엄스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투퉁!

[캐런 버틀러에게 달려드는 척 그대로 스텝백! 캐런 버틀러로는 영재 윤을 막아내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훅!

본인만의 리듬으로 공을 두어번 튀기던 영재는 매리언을 바라보면서 손은 우측 사이드에 서 있는 테리에게 그대로 공을 뿌렸다. 순간적으로 머뭇대던 모 윌리엄스는 황급히 테리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테리는 공을 받은 채 아름다워 보일 정도로 정석적인 자세로 3점을 쏘아올렸다.

슉!

[KABOOM! J.E.T FOR THREE!]

[저 틈을 노리고 패스를 찔러주는 영재 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겠네요! 테리의 좋은 위치선정과 모 윌리엄스의 최악의 수비이해도가 겹친 결과죠. 테리는 욕심이 많은 선수지만 반대로 오픈을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선수기도 합니다.]

[점수는 60 대 50! 드디어 두 자릿수 리드를 가져오는 댈러스 매버릭스! 왜 자신들이 1위팀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120점도 넘길 기세네요.]

2쿼터가 끝나고 하프타임이 되자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감독과 코치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몸을 추스렸다. 비니 델 니그로 감독은 생각이 복잡했다. 8위가 1위를 꺾고 2라운드에 진출하는 업셋은 극히 낮은 확률이었다. 게다가 팀간 상성마저도 썩 좋다고 보기 힘든 대진표. 나름 머리를 짜내 보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후. 무언가 상황을 뒤집을 변수가 필요한데... 정석적으로는 이길 수 없어."

"폴과 그리핀이 생각보다도 더욱 고전하고 있습니다. 상대는 우리의 약점을 너무나 잘 찌르고 있습니다. 윌리엄스나 버틀러가 뭔가를 해주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 겁니다."

코치도 옆에서 델 니그로 감독의 한숨을 들은 것인지, 말을 걸었다.

"알지... 카터나 조던에게 X팩터를 기대하는 건 아닐세. 포이의 활용을 높여야 하나...."

전문가 예측에서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댈러스의 5차전 혹은 6차전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올 시즌의 기록이나 경험이나, 감독의 수준까지 클리퍼스가 앞서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크리스 폴마저도 영재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고, 그리핀도 노비츠키보다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나머지 선수들의 클래스 차이는 말해봤자 입만 아픈 수준이었다.

"좋아. 잘 하고 있다."

그에 비해 댈러스 라커룸은 분위기가 이렇게 좋기도 힘들 정도로 선수들의 표정부터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2쿼터 종료 후 점수는 무려 64 대 52, 12점 차이까지 쭉쭉 벌려놓았기 때문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 팀은 플레이오프에는 자주 나갔지만 업셋을 당한 역사도 많다. 업셋은 기본적으로 방심에서 우러나온 결과다. 지난 시즌에 우승을 했다지만, 고작 한 번이야. 후반에도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칼라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클리퍼스는 아직 선수들끼리의 호흡이 완전치 않다. 그 점을 지속적으로 노려라. 폴을 제외하면 패싱라인 차단이 쉬울 정도다. 수비에서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막아야 하는지를 확실히 하지 못한 상태다. 공격 전술도 약속된 움직임보다는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칼라일 감독은 목이 말랐는지 음료를 마시고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는 상대보다 더욱 긴 시간 팀플레이를 해 왔고, 전술을 맞춰봤고,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다. 정규 시즌에서 보여준 우리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 그렇게 한다면 오늘 경기의 승리는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칼라일 감독의 말에 보컬 리더인 챈들러와 테리가 먼저 나서서 박수를 치며 파이팅을 외쳤고, 나머지 선수들도 그에 따라 박수를 치면서 승리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좀 더 움직여!"

영재의 돌파 부담을 줄여주는 유일한 팀메이트인 바레아가 투입되었다. 바레아는 앞에 서 있는 모 윌리엄스를 상대로 자세를 낮추더니 선수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J.J 바레아, 영재 윤과의 호흡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바레아는 윤이나 키드와는 잘 맞습니다. 테리와 설 때 조금 좋지 않은 호흡을 보여주지만 말이죠. 윤이나 키드는 리딩 부담은 덜어주면서 바레아가 본연의 돌파에 치중할 수 있도록 수비에서도 도움을 주고 활발히 움직여주니까요.]

바레아는 본인만의 무기인 빠르고 민첩한 드리블링으로 디안드레 조던과 캐년 마틴이 지키고 있는 골밑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마틴은 영리한 지시로 조던을 잘 이끌었다.

[조던과 마틴이 최선을 다해봅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워낙 댈러스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아요. 바레아가 돌파할 경로를 잘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바레아는 롸이트의 스크린을 가볍게 받아 골밑을 마구 휘저었다. 마치 제 집 드나들듯 휘젓는 바레아의 날렵한 드리블링은 조던이나 마틴이 제어하기 쉽지 않았고, 모 윌리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휙!

[J.J 바레아! 골밑까지 파고들다가 갑자기 킥아웃!]

[확실히 올라가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넓은 시야로 빈틈을 확인했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영재 윤입니다! 좌측 사이드에서 공을 받은 영재 윤, 빈스 카터가 뒤늦게 달려가지만 역부족 아닌가요?!]

그 순간 영재는 펌핑 페이크로 카터를 가볍게 제쳐버리곤 탑으로 공을 뿌렸다. 탑에서 공을 잡은 선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슈팅을 쏘아올렸다.

슉!

[BANG!!! CHANDLER PARSONS!!!!!]

[오늘 3점슛 2개 포함 10분 만에 8점을 뽑아내는 챈들러 파슨스! 쏠쏠한 활약을 보여주네요.]

파슨스는 탑에서 슛을 성공시키더니 홈 팬들에게 DC 코믹스에서 나오는 그린 애로우를 따라하듯 활 시위를 당기는 세레모니를 했고, 팬 들은 그런 파슨스에게 ARCHER!!!! 라면서 화답해 주었다.

"아! 어시스트 좀 쌓자, 응?"

바레아는 영재의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투덜거렸다. 하지만 눈꼬리는 웃고 있었다.

"바레아, 장난치지 마요. 별로 그런 거에 욕심도 없으면서."

영재는 웃으면서 바레아의 등을 팡팡 치면서 백코트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댈러스는 참 1라운드 업셋을 많이 당한 팀 중에 하나입니다. 정규시즌 승률에 비해 플레이오프 승률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샌안토니오에 비해 많이 부족하죠. 그래서 소프트하다는 이미지가 강했죠. 그래서 우승 전까지 노비츠키의 리더쉽이 지적도 많이 당했습니다. 1,2차전을 잡아놓고도 3차전부터 죽죽 무너지는 일이 흔했거든요.

@이 때 그리핀은 지금처럼 미들장인이 아니었습니다. 닥 리버스가 오면서 디조던을 골밑에 박고 그리핀이 하이포스트로 나와서 컨트롤타워를 하면서 미드레인지를 장착합니다. 물론 이 때도 미드레인지가 되긴 했지만, 즐기지는 않았습니다. 반대로 지금의 그리핀은 너무 골밑을 파고드는 플레이가 부족하다고 지적받기도 합니다.

위티드님, 이동석동님, 파이넨시아님, 사라질영혼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무협소설광님/// 골스는 커리랑 그린만 다치지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반즈랑 탐슨도 중요한 선수지만 커리, 그린만큼의 존재감은 아니다보니 말이죠. 반즈가 동부 원정 전체를 결장한다는데,인디애나전만 이기면 그마저도 다 이길 것 같습니다.

ㅎ0ㅎ님/// NBA 경기장 골대는 재질도 부드럽고, 충격흡수가 잘 되도록 설계되어있다고 하네요. 물론 선수들은 근육과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말이죠. 길거리 농구대에서 저런 덩크 찍으면 뼈나 근육 다칠 겁니다. 실제 길거리에서 덩크하다가 다친 분들이 적잖더군요.

울트라10님/// 폴이야 워낙 스킬과 BQ 위주로 먹고사는 가드였다보니 운동능력이 줄고도 일정 클래스는 유지해주더군요. 물론 로즈같이 선수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부상도 아니었긴 합니다. 전성기 때에도 데론에게 고전했으니, 작중 영재와도 그리 우위를 점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영재도 폴의 전성기라면 고전했을 테죠.

여신유리찬양님/// 넵.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의 능력과 기록은 실제와 비교해서 그리 크지 않습니다. 댈러스로 오게 되는 선수들은 역할과 동료가 다르니 좀 변화가 크긴 하지만요. 예를 들면 파슨스는 실제보다 출전시간이나 비중이 꽤나 적습니다. 반대로 바레아는 미네소타 가서 망하는데, 댈러스에 잔류해서는 쏠쏠하게 활약하고요.

실제 현실과 비틀린 선수들과 팀만 많이 다르고, 그 외의 팀은 비슷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챈들러가 없는 뉴욕이나 파슨스가 없는 휴스턴은 실제보다 더 고생하거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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