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40화 (240/296)

00240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투퉁!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영재였다. 빼놓은 왼발을 슬쩍 앞으로 끌어당긴 영재는 리차드슨을 앞에 두고 공격적으로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갑작스런 돌파에 놀란 리차드슨은 황급히 영재의 돌파루트를 막기 위해 왼쪽으로 사이드 스텝을 영민하게 밟으며 영재의 움직임을 쫒았지만, 영재는 리차드슨과 부딪히기 바로 직전 뒤로 눕듯이 휙 뛰어올랐다.

[영재 윤! 그대로 솟구칩니다! 돌파하던 속도를 양발로 멈추더니 두 발에 끝까지 힘을 주어 탄력있게 뒤로 튕겨지듯 올라갑니다!]

리차드슨은 설마하니 거기서 슈팅을 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는지 앞으로 달려오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무의미하게 뛰어올라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영재는 오른손을 끝까지 긁어서 공에 스핀을 제대로 먹였다는 생각에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텅- 터텅-

[약을 올리듯 림 위를 튀는 공!]

슉-

[OH! Y13 DIFFICULT FADEAWAY!]

[셀렉션만 놓고 보면 좋지 않지만, 상대의 예측을 벗어나면서 사실상의 오픈 샷을 만들어 냈습니다! 공중에 뜬 상태에서의 밸런스와 감각이 좋은 선수라면 정자세에서 수비를 달고 쏘는 것보다 저런 샷이 더 확률이 높을 수도 있죠!]

[2쿼터 8분여가 지난 상황에서 점수는 47 대 47! 오늘 양 팀이 모두 화끈한 공격농구로 맞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영재는 공이 골망을 흔드는 것을 보고는 노비츠키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백코트를 했다. 비단 공격에서 뿐만이 아니라 영재는 수비에서도 영민한 모습을 보여주며 올랜도의 백코트를 애먹게 하기 충분했다.

[자미어 넬슨, 공을 받습니다.]

[순간적으로 스위치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제이슨 리차드슨, 리차드슨에게 테리가 붙고 자미어 넬슨에게 영재 윤이 붙어버린 상황이죠?]

올랜도의 자미어 넬슨은 공을 꾸준히 돌리면서 댈러스 수비에 균열을 내려 했고, 그 결과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미스매치가 난 상황. 이제 미스매치가 난 제이슨 리차드슨에게 공만 투입하면 깔끔하게 공격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넬슨은 쉽사리 제이슨 리차드슨에게 공을 빼줄 수가 없었다. 영재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리차드슨에게 패스가 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막고 있었다.

"큭!"

넬슨은 곧바로 수신호를 보내 앤더슨을 외곽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노비츠키의 적절한 헷지 앤 리커버리와 앤더슨의 부정확한 스크린 때문에 앤더슨의 스크린을 받고도 영재를 떼어내지 못한 넬슨은 펌핑 페이크 이후 곧바로 동작을 이어나가듯 드라이브 인을 시도했다.

"?!"

[자미어 넬슨! 최악의 선택입니다! 앤더슨의 스크린이 실패하면서 수비를 떼어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어설픈 펌핑 페이크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3! 2! 1!]

결국 넬슨은 영재의 몰이에 꼼짝없이 말려들고 말았다.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어거지로 뛰어올라 림이라도 맞출 생각에 릴리즈를 조금 빠르게 가져갔지만 슈팅을 쏘기 위해 들어올린 양 손에는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파아앙!!

[BLOCK!!! 자미어 넬슨, 마치 높은 장벽처럼 앞을 막는 노비츠키를 의식해서 페이드어웨이를 구사한 것 같습니다만, 옆에 있는 영재 윤이 타이밍을 잘 읽어냅니다! 윤이 넬슨에 비해 키도 크고 점프도 높다보니 충분히 가능한 거죠!]

옆에서부터 날카롭게 들어간 블락은 아쉽게도 속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공의 소유권은 댈러스에게 들어왔고, 공을 집은 매리언은 안전하게 리딩을 도맡는 영재에게 건네주었다.

퉁- 퉁-

영재는 칼라일 감독이 소리치며 수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선수들은 넓게 퍼져있었고, 영재는 손가락을 펼치며 선수들에게 이리저리 지시를 했다.

[영재 윤이 칼라일 감독의 콜대로 선수들에게 전술지시를 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리차드슨이 다시금 영재 윤의 앞을 가로막는데요?]

영재는 잠시 공을 드리블하며 뜸을 들였다. 리차드슨의 뒤에 서 있는 노비츠키를 보던 영재는 노비츠키와 헤이우드의 더블 스크린을 1차적으로 시도하려 했지만, 올랜도는 영재에 대한 다른 수비방법을 강구했는지, 노비츠키를 마크하던 라이언 앤더슨이 노비츠키의 마크를 포기하고 순간적으로 영재를 향해 달려들었다.

"..."

하지만 노비츠키와 영재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노비츠키는 자연스럽게 하이포스트 쪽으로 한 걸음 파고들었고, 글렌 데이비스가 달려드는 순간 영재는 리차드슨과 앤더슨 사이를 정확히 찢어버리는 바운드 패스로 노비츠키에게 공을 건네주었다.

"헉!"

[오오, 엄청난 바운드 패스 아닙니까?! 글렌 데이비스, 질겁하면서 노비츠키를 허둥지둥 쫒아갑니다!]

노비츠키는 점퍼를 쏠까 싶었지만 데이비스가 꽤나 당황했는지 생각보다 빠르게 커버를 온 것에 슈팅을 쏠 듯 올렸던 공을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반대편 우측 사이드에 위치한 테리에게 건네주었다.

[덕 노비츠키, 제이슨 테리에게. 제이슨 테리, 순간적으로 우측 윙에서 림으로 컷인을 시도하는 숀 매리언에게 빠르게 패스를 뿌립니다!]

물흐르듯 이어지는 패스에 올랜도는 차분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워드와 양궁부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공격에서는 드와이트 하워드를 제외하면 3점슛과 미드레인지 점퍼가 가능한 4명을 채워넣은 1-4 모션 오펜스가 중심으로 공격에선 단순했다. 무엇보다 슈터들의 3점의 파괴력이 떨어졌고, 돌파 옵션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렇기에 단점이 명확한 시스템이었다.

반면 올랜도의 수비 시스템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돌파를 열어주더라도 오픈을 막아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오픈 점퍼만 허용하지 않으면 골밑에는 수비왕 3연패에 빛나는 드와이트 하워드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워드와 같은 압도적인 샷 블라커가 있다면 상대의 돌파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골밑을 지키던 드와이트 하워드가 숀 매리언의 앞을 가로막고, 컷인으로 인해 뚫렸던 히도 터글루가 다시금 뒤에서 매리언에게 터프하게 붙습니다. 순간적인 더블팀 이후 스위치, 다시금 맨마킹을 해내는 올랜도의 수비는 꽤나 정교하다고 보여지는데요?]

매리언은 하워드를 앞에 두고 슈팅을 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베테랑답게 슈팅을 하는 척 슬쩍 뛰어올랐고, 하워드는 설마 자신의 앞에서 슛을 쏠까 싶었던 방심 때문인지 평소보다 좀 더 과하게 수비를 하면서 높게 뛰어올랐다.

휙-

[숀 매리언! 베테랑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네요! 드와이트 하워드를 앞에 두고 과감하고 무모한 터프샷을 쏘나 했는데, 킥아웃 패스를 빼 줍니다! 매리언의 슛 자세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하워드가 너무 빠르게 반응한 것 같습니다!]

영재를 마크해야 하는 제이슨 리차드슨은 매리언에게 붙어버린 하워드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브랜든 헤이우드의 뒤에서 계속해서 헤이우드를 마킹하고 있었기에 킥아웃 패스를 받은 영재는 그야말로 노마크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영재 윤! 좌측 윙 3점 라인 뒤에서 어떤 선택을 합니까?!]

[탑에는 덕 노비츠키가 노마크 상태죠! 영재 윤, 공을 들더니 고개를 우측으로 돌립니다!]

영재는 리차드슨과 앤더슨이 자신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눈치챌 수 있게 하도록 고개를 노비츠키에게 돌리고는 뻔히 보이는 패스를 노비츠키에게 뿌렸다. 그 순간 리차드슨과 데이비스는 영재의 시선을 눈치 채고는 노비츠키를 향해 우르르 쏠려갔고, 노비츠키는 피식 웃더니 공을 받자마자 탭패스(공중에 있는 볼을 손으로 치듯이 하는 패스)로 영재에게 리턴패스를 뿌려주었다.

[리차드슨! 저런 수비 실수를 하는 선수가 아닌데요! 영재 윤의 페이크에 그대로 현혹되고 맙니다!]

[글렌 데이비스의 기동성이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매리언의 킥아웃 패스를 차단할 목적으로 하이포스트에서 로포스트 부근까지 움직인 게 크죠! 하지만 킥아웃 패스를 끊지도 못하고 공이 외곽으로 나와 저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니 데이비스의 속도로는 따라잡지 못하네요!]

[영재 윤, 환상적인 탭패스를 가볍게 받아들고 그대로 솟구칩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리차드슨과 데이비스!]

두 선수의 위치는 최악이었다. 영재도, 노비츠키도 막지 못하는 애매한 가운데에 낑긴 채 영재가 쏘아 올리는 3점슛을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최악의 위치.

슉-

[YES, SIR! Y13 CLEAN SHOT!!!]

[3점슛 감각도 물이 올랐습니다! 거기에 아주 사소하지만 상대방을 속이고 틈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그야말로 최고조에 달했네요!]

[이 3점슛은 댈러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3점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 첫 리드를 가져오는 댈러스 매버릭스! 점수는 47 대 50! 영재 윤은 지금까지 단 15분을 뛰면서 3점슛 2/2 를 포함 6/9! 자유투 2구를 포함해서 무려 16득점 2리바운드 5어시스트! 퍼리미터 수비가 좋지 않은 올랜도를 상대로 돌파보다는 유기적인 볼 흐름을 통해 손쉽게 득점을 올리고 있습니다.]

[워낙 선수들의 움직임이 유기적이고 공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패스만으로도 많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죠. 반면 올랜도는 그것을 끊어낼 만한 수비수들이 부족합니다. 점퍼만 쏘다보면 공격이 단순해질 수 있지만, 그게 잘 들어가면 올랜도의 수비 시스템으로는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영재는 가볍게 검지와 중지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오늘 3점슛 2개째라고 어필을 하며 백코트 했다.

3쿼터로 접어들면서 경기는 접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스탠 밴 건디 올랜도 감독은 오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 글렌 데이비스를 일찌감치 벤치로 불러들이고 노비츠키를 상대로 괜찮은 화력을 보여주는 라이언 앤더슨을 중용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제이슨 리차드슨을 계속 투입시켜서 수비가 좋은 영재를 리차드슨에게 강제로 붙게 하고, 가드진 중에서 오늘 공격력이 가장 좋은 자미어 넬슨이 휘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하워드는 철강왕답게 챈들러와 헤이우드를 상대로 분투하고 있었다. 스타일이 다른 7풋인 두 선수가 번갈아 나와 하워드를 마크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워드는 제 몫을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활약으로는 올랜도가 승리하기 힘들었다.

"..."

칼라일 감독은 그런 스탠 밴 건디 감독의 의중을 눈치챘다. 그래서 제이슨 리차드슨이 나올 때 키드를 기용해서 사이즈와 힘이 썩 괜찮은 키드에게 오늘 영재에게 꽁꽁 묶여 슈팅난조를 보이는 리차드슨에게 붙이고, 영재를 자미어 넬슨에게 붙이는 것으로 수비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양 팀의 감독, 전략이 정말 대단합니다. 이게 바로 지략싸움이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말해 올랜도의 시스템은 지난 플레이오프를 통해 완전히 공략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하워드를 제외한 선수들의 능력이 너무 부족해서 밴 건디 감독이 다른 전술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습니다. 넬슨을 제외하면 리딩도, 돌파도 되는 선수가 없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식스맨도 없습니다.]

텅!

[J.J 레딕! 또 다시 미스!]

[오늘 상태가 별로네요. 기동성이 느린 키드가 코트 위에 올라와 있음에도 제대로 떨쳐내지 못합니다! 현재까지 0/3! 오늘 단 1점도 올려놓지 못하는 J.J 레딕!]

"으아앗!!"

하지만 높게 솟구친 공은 마치 슬로우모션 비디오마냥 천천히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유유히 떨어졌고, 그 공은 멀리 튀지도 않은 채 림 근처로 떨어지고 있었다.

[타이슨 챈들러, 덕 노비츠키, 그리고 드와이트 하워드!!! 세 거구가 하나의 공을 향해 뛰어오릅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하워드를 제외하면 고비용 저효율로 가득찬 올랜도 선수단입니다. 벤치는 리그 하위권이고, 주전 4명도 다른 팀과 비교하면 중위권 이상이 되기 힘든 수준. 하워드가 팀에 불만을 품을 법 하긴 했습니다. 물론 방법이 안 좋아서 이미지가 망가졌지만...

※탭패스 : 공중에 있는 볼을 손으로 치듯이 하는 패스

DomZ님///지적 감사합니다. 저런 초보적인 실수를 할 줄은;;;

비드리히님, 탐식님, 환인님///조아라가 미쳤나보네요... 표시가 왜 들어가있지.... 저는 저걸 쓴 적이 없고, 올리고 나서 제 계정으로는 조회를 해 봐도 안떠서 무슨 말씀들을 하시나 했는데, 작품수정에 들어가보니 표시가 대화마다 들어가있더군요.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은 지웠습니다.

ㅎ0ㅎ님/// 최소한 스포츠 선수에 한해서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틀린 게 없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통용되는 말이라고 봅니다ㅋㅋ

파이넨시아님,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잠.자.비님/// 코멘 감사합니다!!

사라질영혼님/// ㅋㅋ 저도 이상민 맥도웰 시절부터 처음 농구를 봤습니다. 당시 기아는 최강팀이었죠. 저는 추승균 감독 은퇴 이후 KBL은 거의 안 보는데 NBA와는 너무 달라서 같은 스포츠인가 싶기도;;

이동석동님/// 저도 오늘 저녁이 공교롭게도 카레돈까스...ㅋㅋ

흙곰12님/// 적당한 도발은 팬들을 즐겁게 하죠

kingofking님/// 다시 정주행을 해주신다니 기쁩니다. 헌데... 108편에는 영재의 시즌 기록이 안 나오는데, 혹시 편수를 잘못 적으신 건 아닌지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울트라10님/// 당시 하워드야 뭐 단신으로 팀을 우승권으로 보내는 르브론급의 괴수였죠. 다른 선수들이 조금만 더 잘했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솔직히 허리디스크 이후의 하워드는 그냥 정상급 수비형 센터 정도로밖에 안 보입니다. 간간히 플레이오프에서 괴수모드가 나오기는 합니다만... 부상도 많고, 정규시즌 경기력은 정말 그닥이더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