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1 2011-12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동부와 서부의 빛나는 별들이 부딪히는 올스타 게임. 영재는 리저브 멤버로 벤치에서 자리를 지킨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나 스타팅으로 뽑힌 크리스 폴, 코비 브라이언트가 우선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었다. 양 팀의 감독인 스캇 브룩스나 탐 티보듀 역시 스타팅 라인업을 주구장창 굴리기로 유명한 감독이기도 했다.
"헤이. 윤. 얼굴이 왜 그래? 코트에 못 나가서 그러나? 올스타전이라는 게 잘하는 선수만 모아놓다 보니까는 출전 시간은 들쭉날쭉이야. 경기 하는 거 보면 다들 좀 즐기는 경향도 있으니까, 굳이 나가서 너무 힘 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뭐, 아직 네 나이라면 나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화려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말이지."
노비츠키는 2쿼터가 벌써 반이나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코트에 나서지 못한 영재가 기분이 좀 다운됐나 싶어서 말을 걸었지만, 영재는 그런 것 때문에 기분이 다운된 것은 아니었다. 올스타에 뽑힌 것은 좋았고, 경기에 나서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아니라고 해서 기분이 안 좋을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맞아요. 올스타 리저브에 뽑힌 것만 해도 저에겐 엄청난 일이죠. 전 딱히 스포트라이트를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죠. 이런 이벤트 경기는 즐기라고 있는 거지, 여기서 딱히 인기를 더 얻고 싶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영재는 무표정하게 경기를 바라보다가 노비츠키가 말을 걸자 표정을 풀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영재를 보면서 노비츠키는 괜한 걱정이었나 싶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전 괜찮아요."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는 했지만 영재의 머릿속에는 코트를 밟는 것보다 더욱 큰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체력... 그리고 더불어 슈팅까지.'
페이스가 뚝 떨어져 버렸다. 전반기 야투율이 50% 초중반을 왔다갔다할 정도였는데 2월 말부터 서서히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보여주기식 경기에 가까운 라이징 스타 챌린지에서조차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두 경기 오르락내리락할 수는 있겠지만, 몇 경기 단위로 표본을 나눠보면 현저히 페이스가 떨어진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경기를 보면서도 맘이 편치 않았던 영재는 이윽고 브룩스 감독이 출전준비를 지시하자 가볍게 몸을 풀고는 터치라인에서 교체를 준비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공이 터치아웃되면서 코비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코트로 나섰다.
"여, 드디어 처음 코트에 나서는구만? 잘 해보라고. 애피타이저보다는 메인 디쉬가 중요한 법이니까."
코비는 영재를 놀리는 듯한 한 마디를 던진다.
"꼭 그렇게 놀려야만 속이 편해요? 어느 누가 에피타이저를 메인보다 3배 이상 뛰게 해요? 좀비도 아니고. 안 지쳐요?"
영재는 종종 부상을 달고 뛰는 그를 지난 플레이오프 때부터 장난칠 때는 좀비라고 부르고는 했었다. 반은 질려서 그런 거고, 반은 그런 그가 존경스러워서 나오는 이야기였지만, 코비는 그 별칭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그어얽 소리를 가볍게 내더니 영재의 등을 툭툭 건드려 주었다.
"하하, 뭐 잘 해보라는 거지. 올스타전에서 내가 너를 놀려서 뭐하겠어?"
코비는 영재에게 베테랑의 여유를 한 껏 보여주면서 '즐기고 오라' 며 벤치로 들어갔다. 하지만 코비 역시 노비츠키처럼 영재의 굳은 표정을 눈치채긴 한 모양이었다.
[양 팀이 한 명씩을 교체합니다. 영재 윤이 코비 브라이언트와 교체됩니다,]
[점수는 69 대 55. 14점 차이로 서부가 앞서가는 가운데 오늘 윤이 처음으로 코트를 밟습니다. 이번 올스타전에 처음으로 뽑힌 6명 중에 가장 늦게 코트를 밟습니다. 러셀 웨스트브룩, 영재 윤, 케빈 듀란트, 블레이크 그리핀, 마지막으로 마크 가솔입니다.]
[동부는 데릭 로즈가 빠지고 라존 론도가 들어옵니다. 거기에 데론 윌리엄스, 카멜로 앤써니, 르브론 제임스, 마지막으로 드와이트 하워드네요!]
영재는 웨스트브룩이 공을 건네주는 것을 받고는 천천히 드리블을 해나갔다. 상대는 데론 윌리엄스. 이번 시즌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20-10 시즌을 보내고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찍으며 크리스 폴과 리그 포인트가드 TOP을 다투는 선수였다.
[영재 윤, 탑에서 데론 윌리엄스를 상대로 잠시 공을 끕니다.]
퉁- 퉁-
규칙적인 드리블 소리에 영재는 마른 침을 삼키더니 이윽고 짧게 드리블을 두 번 치고는 그대로 우측으로 파고들었다. 데론 윌리엄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영재를 타이트하게 막아냈지만, 하이포스트까지 파고 든 영재는 머뭇거림 없이 뛰어올라 풀업 점퍼를 쏘아 올렸다. 올스타전이었기 때문에 팀에서와는 다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었다.
[이야! 거침없는 영재 윤의 풀업 점퍼!]
몸이 기우뚱 기우는 와중에도 영재는 끝까지 공을 집중해서 던졌고, 공은 다행이도 림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가 발랄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몇 번 통통 튀더니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좋아. 그저께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일단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흔히들 뛰어난 슈터들은 몇 번 슈팅을 쏴보면 컨디션을 알 수 있고,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영재가 그 정도의 슈팅도사 급의 능력과 경험치가 쌓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태 정도는 슈팅으로 파악이 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영재의 첫 슈팅은 매우 좋았다.
데론 윌리엄스는 작년 유타에서 영재에게 호되게 당한 것이 떠올라 조금은 거칠게 영재를 밀어붙였다고 생각했지만 영재가 균형을 유지한 채로 득점에 성공해버린 것이다. 데론 윌리엄스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한 방 먹었는데요? 데론 윌리엄스, 그대로 반격합니까?]
영재는 데론 윌리엄스의 힘을 바탕으로 한 드라이브 인과, 사람을 현혹시키는 크로스오버로 자신의 앞에서 점점 하이포스트로 파고드는 모습에 슬쩍 미소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컨디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승부욕은 누구 못지않았다. 맞상대를 하고 싶은 상대가 자신에게 전력을 다해 부딪힌다면 그 상대와 전력으로 부딪혀 승리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었다.
[데론 윌리엄스의 크로스 오버! 왼쪽으로 상체를 살짝 기울이다가 그대로 반대편으로 튕겨나가는 데론 윌리엄스의 전매특허!]
[하지만 영재 윤, 그걸 따라갑니다! 역시 뛰어난 수비수입니다! 워낙 반응속도가 빠르고 민첩한 선수죠!]
발도 괜찮고, 반응속도도 괜찮다. 수비는 문제가 없다. 영재는 단순한 체력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억지로 솟구치는 데론 윌리엄스와 같이 뛰어올라 손을 뻗었다.
[데론 윌리엄스의 플로터!]
하지만 플로터는 블락을 피할 수는 있지만 정석적인 슈팅이 아니기 때문에 손끝의 감각이 중요한 법인데, 영재의 타이트한 수비에 제대로 거리를 재지 못한 윌리엄스의 플로터는 림을 맞고는 코트 바깥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나이스!"
골밑을 막고 있던 마크 가솔은 영재에게 엄지를 치켜올렸고, 영재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마크 가솔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이제 마지막 하나.'
영재는 꽤나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코트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저 의미 없는 움직임이 아니라 코트 위 9명의 움직임에 따라 좋은 찬스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공은 1개이기 때문에 현대 농구에서는 나머지 4명의 움직임을 매우 중요시하고 그 4명의 움직임만으로도 수많은 전술이 나오곤 한다.
[역시 영재 윤의 장기가 나오고 있죠! 저런 판단력과 지능적인 오프 더 볼 무브먼트가 지금의 영재 윤을 만든 가장 큰 능력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자, 영재 윤, 골밑에서 다시 탑으로 튀어나오는 V컷! 론도가 마크 가솔에게 막힙니다! 하이포스트에서 멈춰선 러셀 웨스트브룩의 패스를 받자마자 그대로 3점을 쏘아 올립니다!]
영재는 이를 악물고 뛰어올랐다. 평상시처럼, 이건 연습이야, 이건 연습이야를 되뇌이며 뛰어오른 영재는 공을 끝까지 잡아챘다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읏?!"
하지만 마지막 순간, 어깨가 뻐근하고 묵직한 느낌에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손 끝에 힘이 과도하게 들어갔고, 공은 얼핏 보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림을 향해 떨어지는 것 처럼 보였다.
텅!!!
[림 끝을 맞고 그대로 솟구치는 공! 들어갑니까?!]
터텅!
[아! 떨어집니다! 영재 윤! 3점이 불발되고 맙니다!]
영재는 3점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이를 뿌득 갈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어딘가 아픈 것도 아니고, 약간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뻐근함으로 인해 슛이 흔들린다는 것은 프로로써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영재는 작전타임 이후 표정이 굳은 채 벤치에 앉아 스스로 화를 식힐 수밖에 없었다.
'후, 왜지......'
"..."
노비츠키는 그런 영재를 바라보며 입을 달싹거리다가 결국은 다물었다. 이런 경기 중에 가벼운 이야기로 넘길 수준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정확히 그의 상태를 모르고 섣부르게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영재는 후반에도 몇 분 정도만 코트에 서며 자신의 첫 번째 올스타전을 마감했다. 고작 12분을 뛰는 데 그쳤고, 기록도 신통치 않았다. 경기는 마지막 포제션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패스미스를 범하며 서부 올스타가 동부 올스타를 152대 149로 꺾었다.
케빈 듀란트가 36득점을 퍼부으며 올스타전 MVP에 선정되었고, 선수들끼리 인사를 나누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모두가 열광했던 2012 올스타 브레이크도 마무리되었다.
영재는 댈러스로 돌아오자마자 구장으로 출근해서 스미스 트레이너와 심층면접을 나누었다. 당장 내일이 뉴저지 네츠와의 경기가 있었고 백투백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아니라면 시간이 없었다. 스미스 트레이너는 구단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선수단 총괄 Athletic Trainer인 그의 입장에서는 선수가 이상을 느꼈다면 최대한 안전 지향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재는 왠지 모르게 올가미처럼 자신을 옥죄는 어깨의 뻐근함으로 인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았다. 몇 시간 후, 팀닥터는 영재의 검사 결과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닥터.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
"별 문제는 없습니다. 피로가 쌓인 것 외에 뼈에는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윤이 뻐근하다고 느낄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팀닥터는 영재의 초조한 표정을 보면서 성실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다른 사진들과 대조하며 영재의 질문 하나하나에 자세히 대답해주었다.
"음... 근육에서도 이상이 없나요?"
영재는 답답한 듯,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뼈나 관절에 이상이 없다는데, 자신은 뻐근함을 느끼고 있으니 골치가 아팠다.
"네. 피로골절의 기미도 별로 없고, 여느 시즌을 진행중인 운동선수들과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에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전처럼 훈련해도 전혀 문제없겠군요."
"훈련도 좋지만, 오늘은 휴식을 취해보는 게 좋을 겁니다. 당장 일정도 당분간 엄청 힘들 텐데 몸이 불편한 곳이 있다면 휴식을 취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팀닥터는 영재에게 휴식을 취해보라며 잘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영재는 마뜩찮은 표정이었지만,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일단은 휴식을 취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이 경기다보니 훈련보다는 휴식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향후 백투백 일정이 연달아 펼쳐질 예정이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야베스님/// 오클은 수비 문제가 심각한 거 같습니다. 도노반 감독이 스캇 브룩스 시절의 수비 시스템을 완전히 벗어날려는 모양인지... 작년보다 수비가 안 좋아졌네요. 특히 2:2수비가 완전 자멸수준입니다. 전술만 정립되면 충분히 컨파까지는 갈 거 같네요. 물론 골스나 클블보다는 아래라고 봅니다만. 오클은 르브론도, 커리도 막을 수비수가 없다고 보거든요.
파란가오리님/// 홈경기를 4경기에 처음 했으니 스케줄 참;; ㅋㅋ. 디조던 엎어졌을 때부터 올시즌은 끝났습니다. 큐반이 상심해서 리차드 제퍼슨보고 우승컨텐더로 가라고 해서 클블로 간 순간, 파슨스의 백업도 없어졌고요. 심심하면 3가드 돌리는데, 센터는 수비가 그렇게 좋지도 않고 말이죠. 주전 4번은 수비구멍이고요. 이건 포포비치나 필 잭슨이 와도 안됩니다 ㅋㅋ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사라질영혼님, 이동석동님/// 코멘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ㅎ0ㅎ님/// 넵. 충분히 개인능력으로 이길 수 있었지만, 백코트에서 너무 압살당해서 팀 척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영재와 월은 너무 서로를 잘 알고 있어서 어느 정도 팀플레이가 되기도 하고요.
울트라10님///로즈는 실력도 실력인데, 입부터 좀 어떻게 좀... 참 안타까운 선수입니다. 더 이상의 반등이 없다면 최초로 MVP출신 선수가 명전에 못 가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goimosp님/// 한동안 덩콘이나 3점슛 콘테스트에 루키들 위주로 나오는 바람에 인기가 폭삭 망했습니다. MLB의 홈런더비처럼 덩콘이나 3점 콘테스트를 슈퍼스타들이 꺼리는 바람에 말이죠. 딱히 이젠 신선한 덩크도 없고... 좀 올스타급 이상 선수들이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입니다.
간큰악마님///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고딩때부터 미국에 가서 미국식 농구를 배우고, 협회가 노예처럼 부려먹지만 않으면 NBA급 선수는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프로에 가면 야구와는 달리 NBA급 선수는 영원히 될 수 없겠죠. 진짜 제발 축구처럼 조기유학가서 성공하는 한국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