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0 2011-12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야! 남자답게 가서 찐하게 하고 와!"
존 월은 영재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말했고, 영재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머리가 새하얘졌고, 당연히 월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헤이, 꼬맹이. 너도 남자라면 가서 여자가 부끄럽지 않게 해 줘야지?!"
가만히 있던 찰스 바클리도 멍때리는 영재를 보며 답답하던지 영재 곁으로 와서 머리를 툭툭 치며 그를 재촉했다. 영재도 더 이상은 이대로 놔둘 순 없겠다고 생각했고, 후다닥 에밀리가 앉아있는 자리로 달려갔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피앙세가 왔네요!"
영재는 후다닥 달려오기는 했지만, 막상 에밀리 앞에 도착하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암웨이 센터는 이미 두 사람을 연호하면서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결국 에밀리는 영재의 선택에 맞기겠다는 듯, 두 눈을 꽉 감았고, 영재는 어찌해야 하나 머리를 긁적였지만 이내 엄청난 속도로 에밀리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하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돌아섰다.
"아, 뭡니까? 영재 윤!! 키스 타임인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만큼 좀 보여주세요!"
"아오..."
그대로 돌아서던 영재는 해설자들이 곱게 자신을 놔주지 않자, 한숨을 내쉬더니 에밀리와 마지막으로 진하게 포옹하곤 그대로 코트 위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그래도 마지막 포옹은 제법 찐했는지 관중들은 오오~ 하며 감탄했고, 에밀리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으로 부채질을 연신 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후반전에는 영재 윤이 각성합니까?! 찐한 포옹과 함께 경기에 임하는 영재 윤, 얼마나 잘 하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볼 겁니다!]
[하하! 뭔가 질투를 하고 계시는 거 같은데 말이죠? 자자, 2쿼터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후끈한 분위기는 2쿼터가 끝날 때까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특히나 선수들의 플레이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밋밋해지기는커녕, 더더욱 평상시엔 볼 수 없는 엄청난 플레이들을 구사하면서 관중들의 흥을 더욱 끌어올렸다.
[존 월! 엄청난 드라이브 인!]
[그를 막는 카이리 어빙이 버거워합니다! 확실히 수비에선 약점을 보이는 카이리 어빙이죠?]
[프레임이 얇고 힘이 약한데다가 사이드 스텝이 떨어지는 선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존 월과 카이리 어빙은 마치 톰과 제리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두 캐릭터처럼 물고 뜯는 치열한 승부를 반복하고 있었다. 존 월은 어빙에 비해 긴 윙스팬과 빠른 반사신경을 바탕으로 어빙의 기교넘치는 드리블 돌파와 풀업 점퍼를 막아내고 있었다. 어빙은 뛰어난 드리블링과 잔스텝으로 공간을 만들어 점퍼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반대로 존 월이 공격할 때는 완벽하게 다른 양상이었다.
[속도와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역시 존 월의 가속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죠!]
속도만 붙었다 싶으면 어빙을 터프하게 밀어붙이고 림어택을 시도하는 존 월. 그리고 그 드라이브 인을 막으려고 가속도가 붙을 거리와 시간을 좁히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휙-
워낙 탁월한 시야를 가진 존 월 답게 자신보다 좋은 위치에 선수가 있으면 망설임 없이 패스를 찔러주었다.
[존 월! 노룩 백패스! 좌측 사이드 3점 라인에 서 있는 영재 윤에게 정확히 공이 갑니다!]
영재는 손에 착 들어오는 공을 쥐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루비오는 부드러운 스텝백에 깜짝 놀랐지만 몸은 이미 한 차례 움찔거리는 바람에 제대로 방향을 못 잡은 상황.
텅!
[영재 윤 스텝 백 3점! 림을 맞고 크게 튀는데요?!]
터덩- 텅-
[아! 슈터를 약올리듯 림 위를 몇 번이나 아슬아슬 튀어오르다가 속절없이 떨어집니다!]
영재는 오늘따라 슈팅 감각이 안 좋다는 걸 느끼면서 조금 마음이 답답했다. 물론 축제의 장이고, 서로가 공수에 있어서 약간은 힘을 빼고 흥미로운 경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슛을 쏘는 것 까지 힘을 빼고 하진 않는다. 게다가 수비가 타이트 하지 않은데도 이렇게 슛이 안 들어가면 영재로써도 뒷맛이 좋은 경기가 되기 힘들었다.
[오늘따라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의 슈팅 감각이 몇 경기 전부터 안 좋았거든요? 오늘도 썩 좋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존 월과의 호흡을 원래 스타일과는 다르게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존 월이 전반기 33경기 동안 3점슛을 고작 2개를 넣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윤이 스코어링을 하고 월이 리딩을 해야 정상인데 말이죠. 존 월의 3점이 작년에는 30%는 되었는데, 올 시즌 월의 3점은 9%에 불과합니다. 이게 가드의 3점 성공률이 맞기는 한지 의심스러울 정도거든요.]
뭔가 몸이 무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영재는 결국 골밑 마무리나 하이포스트에서의 점퍼가 아닌 이상 무리한 3점을 쏘지 않는 방향으로 경기에 임하기로 했다. 굳이 무리해서 기분이 상하는 것도 옳지 않았고, 정규리그의 경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슈팅이 이상하다는 것을 애써 신경쓰지 않으려 한 것이다.
삐이익!!
[40분간 펼쳐진 2012 라이징 스타 챌린지! 결국 팀 척이 148 대 130 으로 18점차 대승을 거둡니다!]
[예상대로의 결과입니다. 확실히 팀 척의 선수 구성이 좋았고, 실속도 있었어요. 팀 샤크는 관중들에게는 더 많은 환호성을 얻었지만, 결과에서는 패배했죠.]
레지 밀러는 자신들의 예상이 맞았다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품평했다.
[뭐,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팬서비스 경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게다가 팀 척도 팀 샤크보다는 적지만 충분히 멋진 장면들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본 경기도 아니고, 전야제 이벤트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였다. 물론 이기는 게 좋기는 하지만, 팬들부터가 어느 한 팀의 승리에 환호를 보내기보다는 매 장면, 각각의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는 경기였다.
[존 월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영재 윤! 오늘 29분간 뛰면서 득점은 단 19득점에 불과했지만 5리바운드 14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점퍼가 잘 들어가지 않자 과감하게 화려한 스텝과 드리블링을 바탕으로 득점을 만들어 내고, 환상적인 패스들을 보여주며 오늘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해냈습니다! 젊은 선수가 이벤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컨디션과 팀의 상황에 맞출 줄 아는 것은 참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실제로 존 월은 17득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 폴 조지는 23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드마커스 커즌스가 18득점 11리바운드를 해내는 등, 팀 척의 전체적인 선수들이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지만 영재는 한 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는 팀을 잘 이끌어 냈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영재는 라이징 스타 챌린지 MVP에 선정되었다. 30득점을 한 어빙이 있었지만, 월과 영재에게 막히는 장면도 자주 나온데다가 이벤트 경기라지만 승리팀 어드밴티지도 있었기 때문에 MVP는 영재의 몫이 되었다.
라이징 스타 챌린지는 2년차 이하만 나올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에 영재는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영재 입장에서는 제대로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었다.
그렇게 경기와 더불어 모든 이벤트가 마무리되고, 영재는 관중석에 있던 에밀리와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 영재는 SUV를 몰면서도 계속 말끔하지 않은 기분에 약간은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고, 에밀리도 그런 영재의 기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영재와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어제처럼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의미 없이 TV를 돌리다가 워킹데드가 재방송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잠시 동안 아무런 말없이 TV를 시청했다.
[소피아가 헛간에서 걸어나왔고, 릭은 소피아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그와 동시에 헛간에 갇혀있던 수십의 워커들이 걸어나오기 시작했고, 릭 일행은 무차별적인 사격을 자행하기 시작했다.
탕! 타탕!
"안 돼!!"
농장의 주인 허셜과 메기는 그저 절규할 수밖에 없었고, 1차 사격이 끝나자마자 메기의 여동생인 베스는 쓰러진 워커에게 달려갔다.
"엄마, 엄마!!"
베스는 이미 워커가 되어버린 엄마를 붙잡고 울었지만, 아직 완벽히 숨이 끊어지지 않은 베스의 엄마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베스의 머리를 붙잡았다.
"꺄아악!!!"
자신도 모르게 겁에 질려 엄마라는 사실도 잊은 채 뒤로 물러나려는 베스. 하지만 워커로 변한 그녀의 엄마는 그저, 자신의 딸을 딸이 아닌, 맛난 사냥감으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타앙!!!
"허억, 허억..."
결국 글렌이 장총으로 그녀의 머리를 날려버리자, 베스는 알 수 없는 슬픔과 안도감, 두려움 등에 의해 그 자리에서 몸을 떨었고, 메기는 베스를 꽉 껴안은 채 서글프게 울 뿐이었다.]
"저 때 어땠어?"
"음... 만일 정말 베스가 나라면 어땠을까? 싶었어. 그러니까 답이 나온 거 같아."
베스는 TV를 보면서 저 장면을 촬영했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는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엄마야. 단지 내 엄마일 뿐이야. 어떻게 변했든 내 엄마는 변함없어. 그런 막연한 희망에 홀려 엄마에게 생닭과 고기를 주잖아."
"그렇지."
"그거부터가 잘못 아닐까. 그냥, 만일 베스가 정말로 엄마를 엄마라고 생각했다면 요리를 가져다 줬겠지? 그리고 요리를 먹지 않았다면... 그건 정말로 사람이 먹이일 뿐인 워커가 된 것이고. 하지만 베스는, 메기는, 허셜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저런 위험한 상황이 생긴거고... 한 순간의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이 몰려오니까 저런 반응을 자연스럽게 냈다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시즌2에서 가장 연기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야."
역시나 자신의 역할에 프로페셔널한 에밀리를 보면서 영재는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컨디션이 별로이고 몸이 무거운 건 여전했지만 시즌이 워낙 빡빡하고, 지난 시즌에 비해 급격히 출전시간이나 역할이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휴식을 취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내일은 뭐 할까?"
영재는 워킹데드가 끝나자 티비를 토크쇼에 돌려놓고 에밀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에밀리는 뭔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영재를 힐끗 보다가 시선을 피하는 것을 반복했고, 영재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에밀리에게 물었다.
"저어... 윤. 정말 미안해."
"응?"
에밀리는 영재의 품에 살짝 파고들더니 마치 풀 죽은 강아지마냥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일정이 조금 앞당겨졌어. 그래서 1주일 후에 있을 인터뷰랑 스케줄이 내일로 당겨졌대. 매니저도 당황하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도무지 바꿀 수가 없었어..."
영재는 피식 웃으면서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성인이라면 당연히 이해해야 할 부분이었다. 톱스타라도 갑작스러운 스케줄이 생길 수 있는 것이고, 영재는 그것도 이해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가 아니었다.
"에밀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잖아. 우리, 그런 건 이해하기로 했으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그래도... 내일 오후부터 윤, 자기가 할 일이 없잖아. 혼자서 뭐 하려고..."
영재는 에밀리가 괜히 신경을 쓸까봐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장의 일정은 없었지만, 만들면 못 만들 것은 없었다. 지금 올랜도는 수많은 선수와 기자들, 팬들이 모인 곳이었다.
"인연 있는 선수들한테 연락해서 같이 시간을 보내도 되고, 인터뷰를 좀 오래 해도 돼. 에밀리랑은 올랜도에서 보고 싶었던 쏜튼 파크도 이미 같이 봤잖아. 그렇게 미안해 할 거 없어."
에밀리는 영재가 자신을 배려해서 그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스트레스를 풀어 주고 싶었는데, 정작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주게 되어 에밀리는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대한 빨리 올께. 인터뷰랑 스케줄은 드라마 촬영처럼 장시간 걸리는 건 아니니까. 매니저 말로는 나흘 정도면 스케줄 끝난다고 했어. 29일이면 멤피스 경기 있는 날이지?"
이미 영재의 경기 스케줄도 훤히 꿰고 있는 에밀리를 보면서 영재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런 영재의 웃음을 봤음에도 에밀리는 여전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영재의 손을 잡고 꼬물꼬물 만질 뿐이었다.
"다음 경기가 홈에서 뉴올리언스랑 경기니까. 내가 29일 밤이나 3월 1일 오전까지는 꼭 올 테니까."
"알겠어. 그렇다고 무리하진 말고. 그러다가 몸 상하면 나도 많이 걱정될 거 같아."
에밀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영재는 그런 에밀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에밀리의 코끝을 검지로 슬슬 매만졌다. 보들보들하면서도 탄력있는 코끝을 계속 만지던 영재는 에밀리가 자신의 품 안에서 지그시 눈을 감은 것을 보고는 불을 끄지도 않은 채 발만 살짝 덮고 있던 이불을 휙 끌어올렸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벤트 경기는 화려한 장면 위주로 몇 개만 하고 빠르게빠르게~~
@월의 3점 기록은 레알입니다. 11-12시즌의 1시즌 동안 42개 쏴서 3개 넣어서 7%... 3점 못 쏜다는 웨이드나 론도도 저 정도는 아닐 텐데 말이죠. 턴오버도 전체 선수 중에 최다 턴오버입니다. 255개(평균 3.9개). 정말 소포모어 징크스를 제대로 치룬 케이스가 아닌가 싶네요.
Han512님, 이동석동님, 울트라10님, 파이넨시아님, 사라질영혼님, misscherry님, 오말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재밌게 봐주시니 쓰는 저희도 즐겁네요 ㅎㅎ
개구리파워님////ㅋㅋㅋ 이벤트성 경기에는 이벤트!!
-DarkANGEL-님///그러게요. 말씀대로 올스타 전야제들 시청률이 시원찮죠. NBA는 본경기마저도 아무런 어드밴티지가 없다보니 좀 경기답지 않은 경기라는 느낌입니다. MLB는 월시 어드밴티지 때문에 양 팀 감독들이 꽤 승리하려고 노력하는데 말이죠.
흙곰12님/// 자, 불타오르는 장면을 생각하시는 겁니다. 펑!
파란가오리님/// 팝콘 투척!! 인가요 ㅋㅋ
Lazze님, 일루미네님/// 달려라 윤노예~~
ㅎ0ㅎ님/// 조금 밀리는 정도입니다.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많고 밸런스가 좋은 팀인데, 애초에 선수들간 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고, 수비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다보니 엄청난 차이까지는 나지 않네요.
누구게?님/// 오늘은 딱 내용이 마무리~~
레이니스카이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저희 커뮤니케이션의 실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