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27화 (227/296)

00227  2011-12 올스타전(All-Star Weekend)  =========================================================================

보브아의 이탈과는 별개로 댈러스 매버릭스는 경기를 치뤄나가야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까지 댈러스에겐 필라델피아 원정을 시작으로 뉴욕 닉스, 보스턴 셀틱스, LA 레이커스까지 19일부터 22일까지 꽉 짜여져 있었다. 게다가 5명뿐인 가드진에서 보브아가 이탈했기 때문에 브루어가 가드 포지션에서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자. 다들 추스리고, 보브아의 몫까지 뛴다고 생각하자."

칼라일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발걸음을 옮겼지만, 보브아의 이탈과 충격적인 소식은 선수들의 표정을 결코 밝게 할 수 없었다.

올랜도의 암웨이 센터. 영재는 2012년 올스타 행사가 열릴 올랜도 매직의 홈 경기장을 보더니 올랜도 국제공항(orlando international airports)으로 SUV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 ... 댈러스 매버릭스의 기세가 만만치가 않죠. -

영재는 의미없이 라디오를 틀었는데, 마침 댈러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음량을 슬쩍 올렸다.

- 올스타 브레이크 전 까지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총 4경기 동안 3승 1패. 1패가 레이커스라는 점에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그래도 나쁘지 않게 마무리를 지었네요. -

- 이번 시즌 댈러스의 에이스는 덕 노비츠키라기 보단 영재 윤이라고 생각되네요. 덕 노비츠키의 올 시즌은 그에게도 있어서 3년차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좋지 않으니까요. -

-노비츠키가 후반기에 반등해 줄 것이냐, 윤이 후반기에도 전반기의 기세를 이어갈 것이냐가 댈러스의 후반기 키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영재는 SUV를 몰면서 지금까지 댈러스가 얼마나 잘 해 왔는가, 자신은 얼마나 잘 해 왔는가를 생각해보니 영재는 옅은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서 한층 발전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기억이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 부진도 있었다는 점은 영재로써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인 레이커스 전에서 영재는 오랜만에 슈팅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33분 동안 13득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3점슛 1/4를 포함해서 4/12, 간신히 33% 남짓한 야투 성공률로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꽤나 호되게 당해버리고 말았다.

이전 LA레이커스전에서 버저비터로 코비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둔 영재였지만, 리매치에서는 클래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코비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역시나 디펜시브 퍼스트팀(Defensive First-Team) 9회는 거저 먹은 건 아니라는 거지. 여전히 진지하게 수비하려고 하면 충분히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 게다가 Mr.81이라는 별명답게 아무리 잘 막아도 슛감이 좋은 날은 수비가 의미없을 정도로 폭격이 가능한 선수.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는 코비지.'

물론 그런 경기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기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해둔다. 그럼에도 슈팅의 감각이라던가 측정을 하기 힘든 무형의 능력은 경기마다 들쑥날쑥했고, 그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은 선수의 개인 능력에 달려있는 부분이었다. 영재는 그래도 멘탈을 잘 컨트롤하는 축에 속했고, 그래서인지 가끔가다가 심한 부진에 빠지게 되면 본인은 어떻게 될까? 라며 쓸데없는 불안감에 빠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휴식인데 그런 생각은 말자."

4일의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었지만, 그 동안 푹 쉬고 축제를 즐기면 체력도 올라오고 경기력도 다시 올라오겠지. 영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올랜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곧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영재는 만나기로 한 게이트 앞에 서서 괜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드디어 게이트로 하나 둘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고, 영재는 몸을 앞으로 쭉 뺀 채 에밀리가 어디로 나오는지 찾기 시작했다.

"윤!"

"어? 엇! 에밀리!"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영재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볼에 차가운 느낌이 나자 억! 소리를 냈다. 에밀리는 그런 영재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꺄르르 소녀처럼 웃으면서 영재의 품 안으로 쏙 들어왔다.

"지금, 도착한 거 아냐?"

"출발하다보니까 전 비행기로 도착해서. 괜히 일찍 오게 하긴 싫어서 근처 돌아보고 있다가 여기로 왔어~"

몇 달만에 느끼는 에밀리의 따듯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에, 그 좋은 향은 여전했다. 강행군으로 인해서 초췌하고 피로해 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에밀리의 에너지는 주변 사람도 즐겁게 해 주는 신기한 능력이었다.

에밀리를 세게 껴안고 손을 잡은 영재는 에밀리가 건네 준 아메리카노를 쪽쪽 마시면서 차로 천천히 걸어갔다.

"많이 피곤하지?"

"음... 괜찮아. 나만 피곤한 거면 윤이 얄밉겠지만, 나만큼. 신체적으로는 나보다도 더 힘들잖아. 그래서 이렇게 피곤해도 즐겁게 윤이랑 만날 수 있어서 좋아."

에밀리는 깍지를 낀 영재의 손을 매만지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영재는 그렇게도 지금이 좋은지 웃고 있는 에밀리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에밀리의 손을 놓고 허리를 감싸안았다.

"이러니까 참을 수가 있어야지."

"지금... 대낮인데."

영재는 대낮이라는 에밀리의 말에 슬쩍 웃음을 짓더니 차 문을 열어주면서 에밀리에게 말했다.

"그러면, 밤이 되면 뭔가가 달라져?"

"..."

꽉!

"억!!"

괜히 입 잘못 놀렸다가 운전석에 타자마자 에밀리의 매운 손에 옆구리를 꼬집힌 영재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꼬집힌 옆구리를 매만졌고, 에밀리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늑대.' 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쏜튼 파크(Thornton park). 사람이 많은 곳을 굳이 좋아하지 않는 두 사람에게 딱 알맞는 올랜도의 조용한 명소였다. 넓게 퍼진 잔잔한 에올라 호수(Lake Eola in orlando)를 거닐면서 호수 건너편의 도시를 바라보고, 호수길 옆에 나있는 긴 가로수길은 2월의 겨울임에도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

두 사람은 굳이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단지, 영재가 호수 쪽으로 걷고, 에밀리가 영재의 오른편에서 손을 잡고 호숫가를 거닐 뿐이었다. 그러다가 손이 좀 시리겠다 싶으면 영재가 에밀리의 잡은 손을 자신의 주머니로 쑥- 넣어주고, 에밀리는 그런 영재를 보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다.

"카페에서 좀 쉴까?"

"으응. 아직은 괜찮아. 그냥 좀 더 걷고 싶어."

에밀리는 영재 쪽으로 조금 더 붙었고, 영재는 에밀리의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에밀리의 어깨를 감싸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많이... 섭섭했지?"

한참을 가만히 걷기만 하던 에밀리가 먼저 입을 열었고, 영재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에밀리를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에밀리는 시선을 옆으로 떨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영재에게 말했다.

"그냥, 첫 시즌에 비해서 두 번째 시즌은 소포모어 시즌이라고, 윤이 더 힘들 시기잖아. 그런데 나도 일이 생기다 보니까 윤하고 연락을 제대로 못하고,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영재는 에밀리를 나무라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대신에 감싸쥔 어깨를 조금 더 꼭 감싸쥐더니 에밀리의 어깨를 손으로 슬슬 쓰다듬었다.

"윤."

"서로 힘든 시기잖아. 분명 오늘은 우리 둘 다 기분이 좋고, 하던 일이 잘 되서 만났으니까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것에 난 정말로 감사하고."

"..."

"하지만, 분명 그런 날이 생기긴 할 거야. 내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아니면 에밀리가 하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이런 식으로 매일 좋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에밀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영재는 미소를 지으면서 에밀리를 다시금 꽉 껴안아 주고는 풀어주었다.

"내가 섭섭한 만큼 에밀리도 섭섭했을꺼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별로 섭섭하지 않아."

"응."

에밀리는 그제야 안도하는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고, 영재는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서 따듯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시켜 가지고 왔다.

"아~ 좋다."

몸이 뜨듯하게 녹는 느낌에 두 사람은 김이 나는 커피를 호로록 마시곤 미소를 지었다. 영재는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마시다가 밖을 보고, 다시금 에밀리를 보더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응?"

"그냥. 귀여워서."

"아닌데.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입술에 우유 거품이 묻은 채로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에밀리를 보던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슬쩍 일어나 에밀리의 입술에 묻은 커품을 혀로 핥고는 가볍게 키스를 하고 떨어졌다.

"아..."

에밀리는 기습적인 영재의 키스에 너무 놀라 뭐라고 반응을 하지 못했지만, 영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상시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고, 에밀리는 자신도 모르게 하얀 검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더니 이내 수줍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은 아니고, 아까 에밀리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걱정이 조금 생겼어."

"무슨 걱정?"

"우리가 만난 지 1년이 다 되어가잖아. 그런데도 아직 싸우지도 않았고, 서로 의견 충돌이 있지도 않았잖아."

에밀리는 그렇지, 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리 역시 몇 번의 연애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서로 잘 맞고, 싸움도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재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기에 그게 왜 걱정일까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가 처음으로 싸우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게 걱정이야."

평상시와는 달리 정말로 걱정을 하는 것 같은 영재의 표정에 에밀리는 컵을 잡던 손을 놓고 영재의 손을 잡아주었다.

"분명, 이렇게 좋지만은 않은 날도 있을 거야. 그리고 그런 날에 우리는 만나야 할 때가 생길것이고. 내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에밀리가 노래나 연기에서 만족하지 못할 때. 과연 내 모습은 에밀리가 생각하던 오빠 같은 모습으로 대할 수 있을까 싶어. 실망할 거 같기도 하고."

"치- 그런 맛도 있어야 연하 사귀는 맛이 있는 거 아냐?"

"..."

"가끔 보면 귀여운 맛이 없기도 해. 나보다 6살이나 어리면서... 맨날 오빠처럼 행동하고. 애늙은이도 아니고~"

영재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런가하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에밀리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카페라떼를 마셨다.

"그래도, 지금은 연하 같아. 귀여워! 누나로써 한 마디 해 주면."

"응."

"안 싸우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봐. 우리는 분명 좋게 가고 있지만, 서로 속으로 참고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서로가 섭섭해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거야. 싸운다는 건, 우리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좋은 계기라고 난 생각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솔직히 두렵고 슬프기도 해. 싸우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곤 해."

영재는 진솔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에밀리를 보면서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 에밀리의 말 대로 싸우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싸운다는 건 분명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누나 같네."

"나이는 일단 누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윤이랑 같이 서 있으면 동갑처럼 보이지 않아?"

에밀리는 애교를 부리면서 약간은 굳은 분위기를 능숙하게 풀어냈고, 영재는 엑-! 소리를 내면서 그런 농담은 행여라도 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질색하는 척 했다.

"6년이면 밥만 따져도 2000끼 넘게 더 먹었고, 내가 14살일 때 20살이었고, 에..."

"그, 그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나이 말하지 마!"

에밀리는 황급히 영재를 말리고 카페 밖으로 낑낑 끌고 나왔고, 영재는 능청스럽게 끌려나오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밥을 몇 끼 더 먹었느니, 내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 나이로만 따지면 졸업하고도 2년이나 더 살았다느니 하면서 에밀리를 놀려댔다.

"후아~"

해가 질 때 까지 쏜튼 파크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영재와 에밀리는 호텔로 돌아왔고, 차례대로 씻은 뒤 자연스레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영재는 에밀리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에밀리는 상체를 영재에게 기댄 채 코난쇼 같은 토크쇼를 보다가 NBA 관련 방송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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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의 시작.

야베스님/// 3점슛 마스터는 내쉬나 알렌 정도면 충분히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좀 밸붕입니다. 물론 지금 성공률이 시즌 내내 갈 리는 없겠지만서도;;;

흙곰12님///내년에는 올 시즌보다 더 성장할 겁니다. 이미 지금도 어느 정도 하드캐리는 가능한 수준이죠. 이게 해외축구 소설이면 팀을 옮기는지는 스포일러가 되겠습니다만, 미국 프로스포츠기 때문에 말씀드려도 스포일러는 되지 않겠네요. 최소한 내년 시즌까지 영재는 팀을 옮기지 않습니다. MLB나 NBA는 리그 특성상 3년차 이하의 리그 최고 수준 선수가 팀을 옮길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가 배경인 야구소설들이 많은데, 주인공들이 대부분 완결까지도 팀을 옮기지 않죠. 그 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소설 진행하면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goimosp님/// 저러면 일반인도 한동안 멘탈 나갈 것 같긴 합니다.

rtg98님/// 라인스도프야 뭐 짠돌이로 유명하니 말입니다. 사치세 안 내겠답시고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구단주니 뭐...

ㅎ0ㅎ님, 울트라10님, 비켜봐님/// ㅋㅋㅋ 샤크팀 밸런스가 좀;;;보브아 참 아쉬운 유망주입니다. 큰 부상과 정신적 충격으로 성장이 멈춘 케이스라.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이동석동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신유리찬양님, misscherry님/// 가족이 아프거나 그러면 대부분 경기에 집중 못해서 경기력이 똥이 되죠. 그래서 구단에서도 간병하고 오라고 보내는 경우가 적잖더군요. 상을 당하면 한동안 일도 손에 안 잡힐 텐데, 컨디션이 좋은 게 이상할지도...

코비도 불륜 사건 전후로 경기력이 엉망이었고, 멘탈에 충격이 가면 회복될때까지 신체도 엉망이 되더군요.

사라질영혼님/// 하핫. 꾸준연재는 계속해서 지킬 겁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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