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20화 (220/296)

00220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맷 보너의 패스를 받은 개리 닐은 공격제한시간 24초를 모두 소진하는 것이 가장 좋거나, 아니면 공격 한 번을 성공시켜야 그나마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15초에서 10초로 줄어들면서 개리 닐은 조급함에 그대로 달려들었고, 테리는 능숙하게 몸으로 막으면서 개리 닐을 저지했다.

[개리 닐! 무리하는 것 같은데요! 자유투라도 하나 얻어내려는 걸까요?!]

테리가 혼자 들러붙었다면 충분히 좋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이른 시간에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골밑에는 디펜시브 팀 센터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개리 닐은 너무나 간과했다.

"으아아아!!!!"

하이포스트에서 로포스트의 경계에서 뛰어오른 개리 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읽어낸 타이슨 챈들러는 괴성을 지르면서 개리 닐의 손에 올려져있던 공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파아앙!!!

[타이슨 챈들러의 파워풀한 블락!!!]

[공은 튀어서 덕 노비츠키에게! 남은 시간은 단 8초!]

원래라면 작전타임을 부른 후 패턴 플레이를 진행했겠지만, 댈러스는 충분히 트랜지션(빠른 공수전환)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속공이 가능한 경우를 대비해서 이전 작전타임에서 충분히 전술적으로 교감을 나눈 선수들은 재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이제는 누구도 발을 끌어서는 안 된다. 다섯 명이 모두 앞으로 내달리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선수들은 황급히 골대를 지키기 위해 백코트를 하는 상황. 탑까지 끌리는 발을 억지로 끌면서 달려온 노비츠키는 곧바로 뒤를 돌아 달려오는 영재에게 패스했고, 순식간에 영재에게는 두 선수가 들러붙었다.

훅!!

[영재 윤! 더블팀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줍니다! 아아!! 제이슨 테리에게 붙어야 하는 개리 닐마저 영재 윤에게 들러붙는 바람에 완벽하게 노마크입니다!! 다급히 뛰어오는 제임스 앤더슨! 탑에서 저지해야 합니다!]

3.7초. 테리는 탑에서 자신을 막는 앤더슨 뒤편으로 보이는 샷클락을 슬쩍 보더니 속도를 죽이지 않고 탑을 지나 하이포스트까지 단 투 스텝만에 파고들었다. 스몰포워드인 제임스 앤더슨이 막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인 테리의 속도.

"쏴요!!!"

"그냥 갈겨버려!!"

영재와 챈들러의 외침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테리는 마지막 세 번째 스텝을 양 발로 디디더니 그대로 무릎에 힘을 주고는 뒤로 튕겨지듯 뛰어올랐다. 제임스 앤더슨은 조금 더 파고들 줄 알았던 테리가 급정지를 한 후 뒤로 눕듯 뛰어오르자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못했다.

[제이슨 테리!! 그대로 슈팅!!!]

테리는 손끝까지 힘껏 공을 긁어냈고, 테리의 손에서 공이 떠나자마자 샷클락은 0초가 되었다.

삐이이이-

그리고 착지한 테리는 거만한 표정으로 슛을 바라보지도 않고 뒤를 돌았다.

슉!

[OH MY GODNESS!!!! J. E. T IS BACK!!! THE GAME IS OVER!!!!]

아메리카 에어라인스 센터에 모인 수만 명의 팬들은 앞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양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성을 질러댔고,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테리를 향해 뛰쳐나왔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칼라일 감독마저도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전율에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마크 큐반 구단주는 역시나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뛰어내려와 테리를 껴안으며 'He's The No.1 MIP!' 라고 소리쳤다.

[경기는 92 대 91! 결국 댈러스 매버릭스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포포비치 감독,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모습이 오늘 경기를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댈러스 매버릭스! 4쿼터 초반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4쿼터 후반에 다시금 재역전을 이뤄냅니다! 과연 10년 이상 이어진 라이벌 팀들간의 경기답게 멋진 역전승으로 경기가 마무리됩니다!]

테리는 별 거 아니라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영재가 마지막에 건네 준 패스가 떠올랐는지 달려든 영재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주면서 크게 웃었다.

"아주 그냥 꿀패스였어, 응?!"

"아주 그냥 꿀버저비터였어요! 테리!"

그렇게 텍사스 라이벌 매치는 라이벌 매치 답게 끝까지 엄청난 긴장감과 희열을 주면서 막을 내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선수들은 단 1점차로 졌다는 것에 엄청난 박탈감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였지만, 팀의 주장인 팀 던컨이 선수들을 한 명씩 다독여 주면서 잘 했다고 말해주며 빠르게 팀 분위기를 추스렸다. 던컨과 파커는 클러치 타임에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전혀 불만없는 얼굴로 아쉬움이 가득한 선수들을 위로했다.

"윤. 오늘은 내가 졌다."

오늘 23분간 6득점 6리바운드, 33%의 야투율을 기록하면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카와이 레너드는 역시나 영재에게 가장 먼저 와서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고, 영재는 슬쩍 웃으면서 레너드에게 말했다.

"응. 오늘은 내가 이겼어. 하지만, 오늘만 내가 이긴 거지."

"그런가? 그럼, 오늘만 그 기분 충분히 만끽해. 다음번엔 더 노력해서 그 곳에 도달할 테니까."

"그래. 기대할게. 다음 번엔 더 좋은 경기를 해보자고."

둘은 그렇게 가볍게 상대를 끌어안고 서로를 토닥였다. 레너드가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던 영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3대 파워포워드 중 2명의 맞대결이라는 타이틀 답게 노비츠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샌안토니오의 주장 팀 던컨이, 레너드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영재에게 뚜벅뚜벅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

위에서 부터 내려보는 던컨. 영재는 이전 시즌에서도 샌안토니오와 몇 번 맞붙었지만, 정작 던컨과는 몇 마디 말을 나눠본 적이 없었다. 평상시 던컨이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던 데다가 영재 자신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던컨이 먼저 영재에게 왔다는 건,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던컨과 정면으로 마주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스윽-

별 말 없이 손을 내미는 던컨. 영재는 던컨의 손을 맞잡았고, 던컨은 왠지 자신의 팀원을 보듬듯 가볍게 포옹하면서 영재의 뒷통수를 오른손으로 토닥거렸다.

"조금 더 노력하면, 너의 시대가 올 거야."

던컨의 유명한 일화. 르브론 제임스에게 '이제 너의 시대가 올 거야.' 라고 말한 것은 농구팬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화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팀 던컨은 계속해서 리그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군림했고, 그래서 던컨은 우스갯소리로 마왕이다, 악마다, 던컨은 70세까지 선수를 할 것이다 라는 NBA MEME (일종의 짤) 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영재 역시 던컨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매너있고 위트있는, 리더쉽도 있고 침착한 팀의 기둥. 하지만 그 누구보다 농구에 대한, 아니 승부에 대한 욕심이 많은 투쟁적인 이면을 가진 선수. 그게 바로 던컨이었다.

"거짓말 하지 마요. 당신은 그 곳에서 내려 올 생각이 없잖아요."

"...그래. 난 내려올 생각이 없다. 그러면, 이 곳으로 올라와 봐."

영재는 던컨이 포옹을 풀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던컨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기억력이 나쁘네요. 작년에는 누가 최고의 자리에 있었는지 기억 못하는 건 아니겠죠? 도전자는 내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물론. 하지만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는 올해일 뿐이라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둘은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더 악수를 나눈 뒤 던컨은 라커룸으로 돌아갔고, 영재는 자신의 주장이었던, 너무나 높은 곳에 있어서 올려다 볼 수도 없었던 선수와 대등하게 이야기하고, 악수를 나누었다는 것에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

하지만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불안한 표정으로 풍성한 머리숱이 나 있는 자신의 뒷통수를 어루만졌다. 마누 지노빌리의 선례가 있듯, 영재는 던컨이 어루만진 뒷통수에 혹시라도 탈모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풋 하고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1월 30일에 벌어진 피닉스 선즈와의 원정경기까지 깔끔하게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렸던 댈러스는 이틀 만에 다시 홈으로 돌아와서 맞이한 오클라호마시티에게 9점차 패배를 당했다. 그 이후로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다시 잡아내며 연패의 수렁에서는 빠져나왔지만 바로 다음 날 벌어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선 또 다시 3점차 석패를 당하고 말았다. 빡빡한 단축시즌 답게 팀 평균 연령이 높은 댈러스는 체력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와오... 정말 힘들다. 이겨서 다행이긴 한데."

2011년 2월 8일. 2월 4일 클리블랜드와의 경기 이후 덴버 원정경기를 위해 이동했지만 그래도 4일 동안 경기가 없었기 때문인지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 가뿐해져 있었다. 체력적인 부분도 많이 보충을 해서인지 오늘 덴버와의 경기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는 110 대 95라는 깔끔한 15점차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챈들러답지 않게 왜 그래요?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말도 다 하고."

"으... 아무리 나라고 해도 끔찍한 건 끔찍한 거야. 4일 쉬지 않았으면 정말 쓰러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내 체력은 엉망진창이었을거야."

경기 후 선수들은 잠시 개인적으로 뒷정리를 하고 샤워를 했다. 그 중에서 노비츠키와 영재는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위해서 칼라일 감독과 같이 프레스 룸으로 이동했다.

기자들은 영재를 첫 타겟으로 생각했는지 영재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기 직전에 올스타 팬투표 최종 결과가 공개되었기 때문에 댈러스 내 팬투표 1위인 영재가 첫 타겟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는 부진한 시즌을 보낸 탓에 포워드 3위이며 댈러스 팀 내에서는 영재 다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주전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 중에 가장 높은 득표를 했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영재는 경기를 이겨서 그런지 평상시보다 더 기쁜 표정으로 질문에 응했다.

"저를 지지해주신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해서 팬들이 저를 1위로 뽑더라도 당당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자신이 뽑은 선수가 1위라면 어느 팬이건 당당하고 기쁠 것이다. 영재는 팬들이 그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즉 올스타 투표 1위를 할 수 있는 선수까지 되겠다는 뜻이었다.

"컬쳐맵 댈러스의 아이락 라이커 입니다. 당신은 분명히 당신보다 아래 순위의 선수들보다 좋은 활약을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득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는 한국이나 아시아 계열의 몰표를 지적하고 있었다. 영재가 뛰어난 활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70만 표 이상의 득표를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 서부 포워드 2위인 그리핀이 90만 표가 채 되지 않고, 가드 포지션 4위인 리키 루비오는 35만 표에 그칠 정도였다. 다른 포지션을 통틀어 봐도 주전에 선발되지 못한 선수들 중에 영재의 뒤는 54만 표의 라존 론도였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열성적으로 투표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스스로가 충분히 3위를 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팬투표는 1일 1회라는 규칙 아래서는 어떤 투표도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어떤 부정한 방법을 쓴 것도 아니고 말이죠. 저나 저를 투표한 분들이 제 득표수에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4위인 리키 루비오가 5위인 내쉬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했나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루비오는 분명히 내쉬보다 못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첫 시즌치고는 매우 좋은 활약을 보이며 미네소타의 돌풍을 이끌고 있기는 했지만, 서부 가드들 중 4위의 성적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에 영재는 코비와 폴 외의 모든 가드보다 꿀릴 게 없었다. 소속팀인 댈러스의 성적도 준수한 편이었고, 그 팀의 에이스로서 1차 스탯은 물론 2차 스탯까지도 좋은 편이었다.

올스타 팬투표 최종 결과.

동부 가드

데릭 로즈 151만 표(주전)

드웨인 웨이드 133만 표(주전)

라존 론도 55만 표(탈락)

...(생략)

동부 포워드

르브론 제임스 136만 표(주전)

카멜로 앤써니 104만 표(주전)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38만 표(탈락)

...(생략)

동부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 166만 표(주전)

조아킴 노아 23만 표(탈락)

...(생략)

서부 가드

코비 브라이언트 139만 표(주전)

크리스 폴 97만 표(주전)

영재 윤 73만 표(탈락)

...(생략)

서부 포워드

케빈 듀란트 133만 표(주전)

블레이크 크리핀 87만 표(주전)

덕 노비츠키 54만 표(탈락)

...(생략)

서부 센터

앤드류 바이넘 105만 표(주전)

타이슨 챈들러 32만 표(탈락)

...(생략)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한국 화력집중과 자체 인기를 더해봤지만 코비와 폴은 넘사벽.

@던컨은 르브론만이 아니라 영재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줍니다.

goimosp님///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ㅎ0ㅎ님/// 역전의 극의는 티맥타임이죠 ㅋㅋ. 티맥타임은 그야말로 전율이었습니다.

사라질영혼님, misscherry님, 이동석동님, 여신유리찬양님, 흙곰12님, -DarkANGEL-님/// 코멘 감사드립니다^^

울트라10님/// 이기는 팀은 다행인데 지는 팀은 ㄷㄷ

파란가오리님///엌ㅋㅋ 잠재적으로 팬이 될 수 있는 동생분을....파슨스나 코버의 얼굴로도 안될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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