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9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칼라일 감독은 이쯤이면 되었다 싶었는지 챈들러를 진정시키고는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말했다. 표정은 침착했지만,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선수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이건 우리가 지난 시즌에 다른 팀들에게 보여줬던 시나리오가 아닌가? 왜 이걸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가? 지난 시즌 숱한 역전승을 일궈냈던 백전노장들은 다 어디로 갔나. 지금 여기에 있는 선수들은 지난 우승 때 어디 다른 팀에 있었나?"
지난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는 4쿼터 득실마진 1위였고, 4쿼터 역전승 횟수도 1위였다. 그만큼 끈끈한 팀워크와 높은 집중력을 통해 탄탄한 수비와 확률 높은 공격을 선보이며 드라마틱한 우승을 일궈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팬들에겐 이런 경기력은 그야말로 실망감만 안겨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칼라일 감독의 신랄한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칼라일은 멈추지 않고 선수들을 더욱 날카롭게 후벼팠다.
"지난 시즌 브랜든 로이에게 당한 것을 벌써 잊었나? 그 꼴을 또다시 팬들에게 보여줄 셈인가?"
선수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다. 이대로 지기 싫은 건 댈러스 선수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포틀랜드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쿼터에 18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한 경기는 그들로서는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바레아, 테리, 파슨스, 롸이트, 마힌미. 준비하게. 지금부터 정신 차리고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수비를 할 때 도전적인 스틸이나 블록은 절대 금물이다. 최대한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방을 틀어막아라. 이제는 한 포제션이 곧 승패를 가리는 순간이다."
"알겠습니다!"
경기에 나가게 될 선수들이 다시금 위에 입고 있던 긴팔 티셔츠를 벗으면서 몸을 풀었고, 경기를 다시 뒤집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윤, 노비츠키, 챈들러. 일단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투입되면 전력을 쏟아부어야 할 테니."
칼라일 감독의 말이 끝나자 테리는 나가기 전에 영재에게 '내 자전거 타려면 타. 괜찮으니까.' 라면서 영재에게 말했고, 영재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재도 타이슨 챈들러만큼이나 화가 나 있고, 답답한 마음이었기 때문에 표정이 밝을 수가 없었다.
"걱정 마. 제트기가 폭격하고 올 거니까."
테리는 그렇게 말 하고는 코트위로 올라갔다. 확실히, 오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건 단연 테리였다. 11/17의 야투율로 무려 23점을 홀로 꽂아넣은 테리는 슈팅감각을 되찾은 모양인지 요새 들어 고감도의 슈팅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영재도 3점슛 1/2를 포함해서 7/11의 좋은 야투율로 15점 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타이슨 챈들러도 골밑에서 터프하게 비벼주면서 5득점 10리바운드 2블록이라는 경이로운 수비력을 보여주었어도 지금 점수는 뒤집혔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영재와 테리를 제외한 나머지 득점루트가 막힌데다가 수비가 급격히 무너진 탓이었다.
"보브아. 왜 그래? 마크 충분히 가능하잖아?"
결국 영재의 입에서도 쓴소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아무리 개리 닐이라고 해도 너가 속도로, 체력으로 밀릴거란 생각이 전혀 안 드는 상대인데 자꾸 노마크 찬스가 나 버리잖아. 충분히 막을 수 있잖아?"
보브아도 잘 알고 있다는 듯 표정을 일그려트렸지만, 영재는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20분 넘게 뛰고 있고, 4쿼터에도 또 나갈 수 있잖아. 3점이야 경기 때 마다 성공이 오락가락 한다고 해도 대충 35% 이상 점퍼도 꽂아넣고 있잖아?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수비에서도 그렇게 해야지!"
"미안. 왠지 모르게 막기가 버거웠었어. 나라고 수비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 아니라고."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싫어서 안 하는 게 아니면 멍청해서 못 하는 거야?'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아내야 했다. 화가 난 상황이긴 했지만, 보브아가 정말로 안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의지는 충분히 있지만 어느 타이밍에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어떤 타이밍에 움직여야 하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훼이크에도 쉽게 속고, 픽앤롤 한 번이면 자동문처럼 뚫려버리는 것이었다. NBA에서 수비가 안 되는 수많은 선수들은 세 가지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운동능력이 부족하거나, 수비할 의지가 없거나, 수비를 하는 법을 모르거나. 보브아는 세 번째 부류였고, 이는 또 다른 백업센터인 마힌미도 마찬가지였다.
"잘 할 수 있잖아. 보브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해. 이 경기 이기면 정말 그 어떤 경기보다 뿌듯할 거라고."
보브아는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서 화를 삭힌 챈들러도 영재의 등을 툭툭 두드리면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영재를 말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벤치 멤버는 그야말로 미쳤다고 할 정도로 댈러스의 벤치를 폭격하고 있었다. 전반전에 단 4점만을 넣었던 벤치멤버가 4쿼터 5분여가 남은 시점에서, 후반전 40점을 폭격하며 84 대 77 까지 점수를 벌려버렸다. 특히 손이 뜨겁게 달아오른 개리 닐, 대니 그린, 맷 보너가 각각 19득점, 12득점, 8득점으로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벤치에서 출발하는 센터이지만 드후안 블레어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져가는 티아고 스플리터는 수비무뇌인 마힌미를 농락하고 있었다.
"윤. 남은 시간은 5분이다. 추격하기엔 전혀 무리가 없는 시간이야. 절대로 조급해하지 마라. 테리와 번갈아가며 2:2플레이를 전개하되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무리한 슈팅은 절대 금물이다. 지금 샌안토니오는 노비츠키의 슈팅이 좋지 않아서 스위치 디펜스를 사용하고 있으니 무리한 돌파보다는 점퍼 위주로 풀어가도록 해."
"오케이. 알겠습니다. 스크린 플레이 콜 표시는 그대로 맞죠?"
칼라일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영재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자! 댈러스 매버릭스의 선수교체입니다! J.J 바레아, 로드리고 보브아, 챈들러 파슨스, 브랜든 롸이트, 이안 마힌미가 모두 빠지는군요!]
[영재 윤을 시작으로 제이슨 테리, 코리 브루어, 덕 노비츠키, 타이슨 챈들러가 코트 위로 나옵니다. 제이슨 테리가 오늘 환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잠깐 동안 로드리고 보브아가 슈팅가드로 나서서 바레아와 합을 맞췄죠. 하지만 보브아와 바레아의 조합은 공격에서도 시너지가 썩 좋지 않은데다가 수비에서는 자동문을 연상시키며 수많은 오픈찬스를 내주었죠.]
전반과는 전혀 달라진 상황. 영재는 멤버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보면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주전 라인업보다 벤치 라인업이 훨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상황. 게다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신들린 로테이션으로 모든 선수들이 아직까지도 20분 초중반을 뛴 상태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샌안토니오가 우세했다.
하지만 영재는 적당히 긴장했을 뿐, 위축되지 않았다. 이런 위기의 상황은 전년도에도 엄청나게 많았다. 핀치에 몰릴수록 댈러스는 힘을 내는 스타일이었고, 4쿼터의 악마라고 부를 수 있는 제이슨 테리와 클러치의 사나이 덕 노비츠키가 존재하고 있었다.
'할 수 있어.'
공을 받은 영재는 하프라인을 넘어서 탑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잠시 상황을 둘러보던 영재는 역시나 완벽에 가까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챈들러를 보면서 슬쩍 웃더니 대니 그린을 가볍게 제쳐버리고는 우측 윙을 거쳐 하이포스트로 치고 들어갔다.
[타이슨 챈들러!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타이슨 챈들러와 가장 상성이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영재 윤! 두 선수의 호흡은 상대편을 미쳐버리게 만들기 충분하죠!]
영재는 스크린에 걸려 허우적대는 개리 닐 대신 챈들러를 막던 티아고 스플리터가 재빨리 앞길을 가로막자 무리하지 않았다. 우측 사이드에 잠깐 빈틈이 생긴 노비츠키에게 공을 뿌렸지만, 역시나 오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모양인지 노비츠키는 공을 살짝 펌블하고 말았다.
[위험한데요?! 영재 윤을 마크하던 티아고 스플리터, 펌블을 하는 노비츠키에게 달려듭니다!]
하지만 노비츠키는 다행이도 공을 제대로 간수하고는 다시금 우측 윙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영재는 로포스트까지 깊숙히 파고들다가 탑으로 빠져나오는 V컷을 시도했고, 비어버린 우측 사이드는 탑 근처의 하이포스트에 서 있던 테리가 달려들었다.
퍽!!!
"윽!!"
테리와 영재의 동선이 겹치는 순간, 테리는 교묘하게 영재를 돌아나갔고, 영재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스크린을 걸었다. 상체가 단단한 편이 아닌지라 스크린을 자주 서는 편은 아니었지만 테리를 추적하던 개리 닐 정도라면 영재가 충분히 스크린을 서서 버틸 만한 선수였다.
[기습적인 스크린! 정말 아슬아슬했죠?!]
[움직이면서 스크린을 걸면 일리걸 스크린 파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리를 먼저 잡고 멈춘 다음 스크린을 거는 게 보편적이죠. 하지만 잘 보시면 영재 윤 역시 그 찰나의 순간에 테리와 사인을 주고받은 것 마냥 테리가 돌아나가기 직전에 서서 스크린을 미리 걸죠! 이런 스크린이라면 누구라도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순간적인 무브먼트에 테리는 우측 사이드에서 아무도 없는 상황이 되었고 노비츠키는 노련하게 테리를 향해 패스를 뿌렸다. 어쩔 수 없이 림을 홀로 지키던 맷 보너가 뛰쳐나왔지만 테리는 능구렁이처럼 스팟업 슈팅을 쏠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재빨리 골밑을 파고들었다.
[베이스라인을 따라 돌파하는 제이슨 테리!! 맷 보너 맥없이 뚫렸습니다! 아무도 없는 골밑!!]
퍽!
"아악!!!"
테리의 레이업이 올라가기 직전, 뚫려버린 맷 보너가 마지막까지 수비를 하기 위해 뛰어오르는 테리의 뒤에서 황급히 손을 뻗었고, 뻗은 손은 애석하게도 테리의 어깨를 건드리고 말았다. 테리는 고함을 지르면서 끝까지 레이업을 올려놓았고, 심판은 힘껏 휘슬을 불며 파울을 선언했다.
슉!
그리고 테리의 레이업은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입니다!! 제이슨 테리의 엄청난 앤드 원!!!! 저런 플레이를 보면 그 누구라도 함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죠!!]
테리의 멋진 앤드 원에 점수는 84대 79. 정확한 자유투로 정평이 난 테리가 추가 자유투까지 가볍게 성공시키니 점수는 어느덧 84 대 80. 침울했던 댈러스 팬들과, 댈러스 벤치는 영재를 시작해서 챈들러, 노비츠키까지 참여해서 결국 테리가 마무리지은 멋진 플레이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YES!!!]
[영재 윤의 치명적인 3점이 작렬합니다! 남은 시간은 단 27초! 점수는 91대 90 입니다!샌안토니오가 1점 차이로 앞서고 있죠!]
[이번 공격이 성공하면 댈러스는 3점이 강제당하므로 샌안토니오가 수비하기 쉽지만 공격이 실패할 경우 댈러스는 2점과 3점 어떤 것을 넣더라도 이기기 때문에 샌안토니오가 불리해집니다. 공격제한시간을 최대한 다 쓰더라도 충분히 원샷 패턴 플레이 정도는 가능한 시간이 남습니다.]
또 다시 분위기는 댈러스에게 넘어왔다. 5분 중에 3분 정도를 오늘 경기 스타팅 라인업으로 바꾼 포포비치 감독의 선택은 어찌보면 벤치 멤버들의 체력을 위해서 필요한 교체였을지는 몰라도, 간신히 가지고 있던 4점의 리드는 결국 1점 차이, 원 포제션 차이로 좁혀지고 만 것이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수님과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느라 많이 늦게 귀가했습니다. 다행히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아서 글을 쓰는데는 지장이 없었네요.
@BQ가 낮은 선수들은 노력해도 안 늘어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야가 좁은 선수들을 포인트가드로 백날 훈련시켜도 안 되듯이 말이죠.
ㅎ0ㅎ님///ㅎㅎ 첫 코 자주 달아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라질영혼님/// ㅋㅋ 솔직히 한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여자분들이 가장 예쁩니다. 손 댄 분들이 좀 많다고는 하지만, 외국 미녀는 좀 보통의 한국 남자들이 가지는 미녀 스타일과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ㅋㅋ. 게다가 미국 스포츠 치어리더는 우리나라와는 좀 궤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외모만 보고 뽑지는 않습니다.
이동석동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DarkANGEL-님/// 항상 코멘 감사드립니다^^
goimosp님, 울트라10님/// 물론 그런 저력을 강팀들이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걸 뒤집히는 팀은;;;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시리즈에서 닥 리버스나 LA클리퍼스가 엄청나게 까였죠. 그걸 뒤집히냐고. 그런 걸 안 뒤집히는 게 강팀이긴 한데, 샌안이나 댈러스, 레이커스가 21세기 승률 1,2,3위인데도 역사적인 역전패의 희생양들이기도 하죠. 물론 역전패와 역전승 비율은 세 팀 다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파란가오리님/// ㅎㅎ 댈러스 치어리더가 그래도 미국 프로스포츠 치어리더 팀 중에선 비주얼이 좋은 편이죠. 뭐 우리나라는 외모를 많이 보고 뽑는데다가, 우리나라 미인관에 딱 맞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국내 농구야 뭐;; 강동희 이후 계속 막장이죠 뭐. 총재도 맛이 갔고, 선수들도 미쳤고, 감독들도 미친거 같습니다.
rtg98님/// 생각보다 위독했나 보더군요. 얼마 전까지 업무도 하셨던 분이고, 샘 미첼에게 감독대행을 맡긴 지도 얼마 안되서 곧 복귀할줄 알았는데, 시즌 아웃 판정난지 며칠 되지도 않아서 갑자기 사망기사가 뜨더군요.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림프종이면 혈액암의 일종일텐데, 그걸로 이렇게 급사한다는 건 4기라고 봐야 할 텐데 4기면은 한참 전에 위독하다는 기사가 나왔어야 할 텐데 말이죠. 어쨋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