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12화 (212/296)

00212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남은 시간은 17초, 70대 70의 동점 상황에서 이 타임아웃은 댈러스에게도, 레이커스에게도 승패의 갈림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마지막 공격일 듯 싶습니다. 댈러스 매버릭스. 이렇게 되면 댈러스 매버릭스가 조금 더 유리한 상황 아닙니까?]

마이크 브린의 이야기에 샤킬 오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댈러스는 충분히 클러치에 강한 선수들이 많죠. NBA 30개 구단의 감독들이 코비 브라이언트 다음으로 손꼽은, 클러치에 믿을 수 있다고 하는 선수 덕 노비츠키, 4쿼터의 악마 제이슨 JET 테리, 팀 내 최고의 샤프슈터 Y13 영재 윤까지. 클러치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택지가 세 개나 되는 팀은 정말 보기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댈러스가 극강의 점퍼팀으로 악명을 떨치는 것이겠죠! 레이커스 벤치로서는 머리가 지끈거릴 겁니다!]

찰스 바클리 역시 동의의 뜻을 내비치며 샤킬 오닐의 이야기에 첨언했다.

[덕 노비츠키가 사기꾼이라는 별명답게 8/17의 야투로 4쿼터에 깔끔하게 세탁을 잘 했고, 악마 제이슨 테리 역시 수년간 노비츠키와 함께 댈러스의 원투펀치로 치명적인 샷들을 여러 차례 꽂은 선수죠. 영재 윤은 3/11의 야투율로 오늘은 자신의 샤프 슈터 기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도 올 시즌의 야투율이나 지난 피닉스전의 버저비터를 생각해봐도 위협적인 슈터입니다.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챈들러는 적절한 위치에 스크린을 서 줄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조율하게 될 제이슨 키드까지. 솔직히 제 눈에는 댈러스가 조금 더 우세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연장까지 가면 불리하다고 판단한 칼라일 감독도 이번 공격을 성공시켜야 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더욱 날카롭게 판단하고, 최고의 상황을 선수들이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시하기 시작했다.

"챈들러, 자네는 노비츠키의 수비수를 최대한 떨어트리는 역할을 도맡는 거다. 자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자네의 스크린으로 노비츠키에게 단 1초라도 여유를 준다면, 그 슈팅이 들어갈 확률은 더욱 높아지겠지."

거친 몸싸움과 허슬을 마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크린의 위치와 방향, 타이밍까지 완벽히 잡아줄 수 있는 타이슨 챈들러가 아니면 절대로 믿고 지시할 수 없는 스크린 플레이. 하지만 칼라일 감독은 타이슨 챈들러라면 충분히 이 임무를 완수해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지시를 내렸고, 챈들러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 침을 삼켰다.

"테리는 윤과 서로 순간적으로 S자로 움직이면서 사이드쪽으로 빠지고, 윤은 탑 지역에 자리를 잡도록 하는 게 1차적 목표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메타 월드피스가 자네들을 위협적으로 느끼고, 자네들에게 붙을 수 있도록 오프 더 볼 무브먼트에 모든 정신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 이는 노비츠키에게 더블팀이 가지 않는 것이 목표이지만 자네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위협적이냐에 따라 찬스는 자네들에게도 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하게."

노비츠키에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역할은 슈팅. 그리고 그 슈팅을 완벽하게 집어넣는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 하나의 연극은 주인공인 덕 노비츠키를 위해 나머지 4명의 조연이 주연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키드. 마지막 슛을 누구에게 맡길지는 자네의 판단에 맡기겠네."

하지만, 또 다른 주인공. 어찌 보면 진정한 주인공이자 최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선수, 제이슨 키드에게 칼라일 감독은 공격의 전개를 일임했다.

"나는 세팅을 해주는 사람일 뿐, 최후의 순간에 내가 내린 지시처럼 상황이 흘러갈 거란 예상을 한다는 건 섣부른 판단일 뿐이지."

키드는 칼라일 감독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 답을 했다. 그건 그 어떤 말 보다도 믿음직스러운 고갯짓이었다.

"전술 자체는 노비츠키를 위한 세팅이지만, 상대 감독이나 선수들이 윤과 테리를 버리고 노비츠키쪽으로 몰릴 수도 있다. 그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자네뿐이야."

삐이이-

그렇게 칼라일 감독의 마지막 지시와 함께 선수들이 코트 위로 다시 올라왔다. 레이커스도 단단히 준비를 한 모양인지 결연한 표정으로 마크맨을 진득하게 따라붙으면서 패스를 끊어내기 위해 호시탐탐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제이슨 키드를 시작으로 제이슨 테리, 영재 윤, 덕 노비츠키, 타이슨 챈들러가 나오는군요. 아무래도 공격을 위한 라인업이다보니 매리언 대신 세 명의 가드가 나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오늘 경기에서 키드나 윤의 슈팅 감각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선수들이 낫지 않을까요?]

마이크 브린의 염려에도 찰스 바클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런 클러치 상황, 특히 단 한 번의 공격을 전개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최고의 선수들을 믿어야 합니다. 슈팅이 좋은 선수라도 이런 라스트 샷의 부담감은 엄청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팀 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팀에서 주전이라고 하는 선수들은 그만큼의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고, 이런 중요한 순간에 참여하는 건 주전 선수들의 프라이드와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덕 노비츠키가 책임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이슨 테리나 영재 윤이 쏠 수도 있겠지만, 후반전 두 선수의 컨디션을 감안하면 노비츠키가 답이겠죠. 4쿼터의 사나이라고 한다면 단연 덕 노비츠키를 떠올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이드라인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댈러스 매버릭스. 타이슨 챈들러가 패스를 건네려고 했지만 바로 앞에서 계속 팔을 휘젓고 뛰어오르는 바이넘 때문에 제대로 된 패스를 건네기가 어려웠다.

휙-

다행이도 영재가 탑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척하다가 챈들러의 앞까지 달려나와 공을 건네받았고, 영재는 곧바로 키드에게 공을 안전하게 배급해준 후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키드는 너무나 빠르게 슈팅을 넣어버리면 또 다시 레이커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시간이 되기 전까지 자신이 공을 소유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

테리와 영재가 좌우에서 언제든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안팎을 계속 넘나들고 있었고, 챈들러 역시 바이넘과 몸싸움을 하면서 골밑을 노리는 척했지만 시선만큼은 하이포스트에 머물고 있는 노비츠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비츠키는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도록 가솔과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드디어 5초 안으로 들어온 시간. 댈러스 선수들이 일사분란하게 자신의 롤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5초!]

[제이슨 테리와 영재 윤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동시에 타이슨 챈들러 좌측 윙 3점까지 빠져있던 덕 노비츠키의 앞으로 달려나와 스크린을 걸어줍니다!]

하지만 문제는 레이커스 선수들의 대응이었다. 타이슨 챈들러의 스크린을 읽어낸 모양인지 챈들러가 노비츠키의 앞을 가로막던 파우 가솔을 스크린으로 가로막았지만, 그 뒤로 같이 달려나온 앤드류 바이넘은 애초부터 노비츠키를 막으려고 달려온 것처럼 슬쩍 돌아나가려는 노비츠키에게 맹렬하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앤드류 바이넘이 노비츠키에게 달려듭니다! 골밑은 아무도 없는데요!]

[역시, 노비츠키를 노린 원 플레이였네요!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댈러스 매버릭스란 팀을 이끌고, 이런 상황이 되면 당연히 덕 노비츠키 카드를 쓸 수밖에 없죠! 자, 제이슨 키드! 덕 노비츠키를 선택합니까?!]

키드는 초조하게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을 수밖에 없었다. 데릭 피셔가 앞에서 가로막고 있었기에 조금 치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 틈이 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쏴야 하거나, 앤드류 바이넘이란 7풋 센터를 앞에 달고 노비츠키가 슈팅을 쏘아야 했다. 그런 도박을 했다가는 최악의 컨디션을 가진 상태로 연장까지 가야 할 판이었다.

"?!"

테리는 코비에게 꽁꽁 묶였다. 아무리 테리가 4쿼터의 악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해도 디펜시브 퍼스트(Defensive first-수비력만 따져서 가장 우수한 선수를 가드 2명, 포워드 2명, 센터 1명을 뽑음)팀만 9회나 수상한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상대는 버겁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우측에서 계속해서 안팎을 넘나들던 영재가 키드의 눈에 들어왔다. 영리하게도 노비츠키의 근처에서 왔다갔다하며 월드피스가 노비츠키를 강제로라도 신경쓰도록 움직이는 영재.

[이제 2초입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그 순간, 노비츠키가 영재의 움직임을 돕기라도 하듯, 월드피스가 아슬아슬하게 헬핑을 올 수 있을 법한 루트로 윙에서 하이포스트로 파고들다가 그대로 스크린을 서버렸다. 월드피스는 자신도 모르게 영재와 노비츠키를 동시에 신경쓰다가 생각지도 못한 노비츠키의 스크린에 그대로 걸려버리고 말았다. 수비왕 시절일 때라면 충분히 반응할 수 있었지만, 이미 느려져버린 월드피스의 신체로는 제 타이밍에 움직일 수 없었다.

훅-

그리고 키드의 손에서 공은 떠났다. 남은 시간은 이제 기껏해야 1초 남짓. 빠르게 쏘아진 공은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타고 윙에서 탑까지 거슬러 올라온 영재의 손에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노비츠키의 스크린입니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노비츠키의 스크린! 노비츠키를 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완벽하게 레이커스를 속여버리는 노비츠키의 스크린! 이미 타이슨 챈들러에겐 파우 가솔이, 노비츠키에겐 앤드류 바이넘이 붙은 상태에서 월드피스까지 노비츠키의 스크린에 걸려버립니다!!]

하지만 데릭 피셔의 스틸 시도에 패스가 조금 빗나가 버렸고, 결국 영재는 3점라인 바로 근처가 아닌, 두 발자국은 뒤로 물러난 지점쯤에서 공을 받았다. 공을 받으면서 본 시간은 0.8초. 영재가 위치한 곳은 3점 라인 중에서도 가장 먼 탑 3점 라인에서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나야 하는 장거리 3점 스팟.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었다. 월드피스 역시 그의 수비력에 걸맞게,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금세 떨쳐내고 달려오고 있으니 여기서 슛을 쏴야만 했다.

'간다.'

태연하게. 항상 슈팅을 쏠 때, 이 역시도 연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편안하게 쏘려고 하는 영재였기에, 조급함은 없었다. 물론 이 슛을 성공하지 못하면 연장을 가야 한다, 더 멀리 내다보면 이 슛을 넣지 못할 경우 연장전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에도 쏴야만 했다. 이런 것을 망설이는 선수는 한 팀의 에이스가 될 자격이 없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신과 같은 나이에 기라성같은 팀 선배들이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동안 자신이 나섰다. 실패하면서 수많은 욕도 먹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거름이 되어 지금의 리그 최강의 클러치 슈터, 코비 브라이언트를 만들었다.

한 번의 드리블과 동시에 왼발을 힘껏 디뎌 순간적으로 멈춘 뒤, 상체를 비틀어 림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슈팅을 위해 마지막으로 오른발도 자연스럽게 코트를 디디게 한다. 월드피스가 뛰어오는 건 이미 영재에겐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우사인 볼트가 달려오다가 점프해서 자신의 슛을 가로막으려 해도 두 발자국은 떨어진 거리에서 뛰어올라 손을 뻗는 게 전부일 정도로, 영재가 서 있는 곳은 림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발끝까지 힘을 주어 땅을 최대한 박차고, 무릎을 자연스레 굽혔다가 펴서 점프한다. 그리고 공을 머리 위까지 들어올리고 오른손으로 공 밑을 가볍게 받쳐들고, 왼손은 슛을 쏘아올릴 때 방향이 엇나가지 않도록 보조해준다.

삐이이-

찰나의 순간, 영재의 손에서 공이 떠났고, 공이 림 위에 도착할 즈음에 평상시보다 커다랗게 들리는 버저비터가 울렸다. 그리고 타임 보드가 00.00을 표시한 상황.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재별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울트라10님///소설과 같은 날짜의 경기입니다. 실제로는 어부샷으로 레이커스가 이겼습니다.

엥카나숀님///분량은 이전과 같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항상 14~15를 왔다갔다하니까요. 그런데 조금 루즈하다는 것은 좀 걱정스럽네요. 소설이라는 게 완성도만이 아니라 독자분들의 만족도도 높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일단 스포츠 소설이라는 게 중후반으로 갈수록 루즈해지는 게 일반적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경기 장면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나름 고민하고 쓰고 있지만, 처녀작이다보니 그 루즈한 느낌을 어떻게 안 받게 할지가 어렵네요. 최대한 다양한 방식, 다양한 장면, 다양한 선수들을 묘사해보고 있습니다. 코멘으로든 쪽지로든 어떤 부분이 루즈한지, 어떤 부분이 만족도가 덜한지 알려주시면 머리를 짜내보겠습니다.

ㅎ0ㅎ님, 마케렐레님///암걸리는 경기인데, 컷도 여기서...

컵속의컵님/// 월드피스로 이름 바꾸기 전인 론 아테스트 시절에는 좋은 수비수였죠. 요즘의 토니 앨런만한 수비력에 준수한 공격력까지 있었죠. LA 레이커스로 이적할 때도 너무 강해진다고 할 정도였으니...

파이넨시아님, 여신유리찬양님, 이동석동님, misscherry님, 사라질영혼님-, DarkANGEL-님///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내일도 즐거운 일욜 보내세요^^

goimosp님/// 리모컨을 던지시게 될지는 다음편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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