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11화 (211/296)

00211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양 팀의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감독과 선수들끼리, 이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타개하는 게 좋을지 머리에 열이 나도록 고민하는 동안 해설을 맡은 샤킬 오닐과 찰스 바클리, 마이크 브린은 너무나 치열한 경기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너무 치열하게 내가 더 못한다고 시위를 해서 말이다. 이대로 흘러가면 이긴 팀은 이긴 바보가 되고, 진 팀은 진 바보가 될 뿐이다.

[양 팀 다 정말 대단합니다, 아니 정말 치열합니다. 정말로 뜨거운 라이벌리네요. 최근 10여년 간 서부 컨퍼런스의 왕좌를 두고 다퉈온 팀들 답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못하죠. 정말 이 경기 자체가 쓰레기(garbage)타임으로 48분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샤킬 오닐의 독설이 또다시 나오자 바클리도 허허거리는 허탈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동의합니다. 평상시라면 샼, 이 친구에게 한 마디 따끔하게 하면서 '헤이, 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방송이야. 말을 좀 부드럽게 해야지.' 라고 말할 텐데, 오늘 이 경기만큼은 예외입니다. 정말 WTH(What The Hell) 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오랜 해설 경력의 바클리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스테이플스 센터의 홈팬들은 오죽할까. 정말 레이커스가 이기고 있지만 않았더라면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져나와도 할 말 없을 수준. 그게 딱 오늘의 경기였다. 마이크 브린은 전반전 기록을 쭉 살펴보니 두 해설위원이 느끼는 감정을 본인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양 팀의 야투율이 각각 33.7%와 28.8%입니다. 3점은 더 처참하네요. 댈러스는 11%, 레이커스는 0%입니다. 지금 리그 수비 1,2위인 시카고 불스와 보스턴 셀틱스가 맞붙어도 이것보단 나을 겁니다. 두 팀이 야투허용률(상대팀의 야투율이며 낮을수록 높은 순위) 1,2위기도 한데, 그래도 41.9%와 42.1%입니다. 그렇다고 양 팀이 백투백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두 팀 다 홈에서 경기를 하고 하루를 쉰 상태에요. 심지어 LA 레이커스는 지금도 홈경기입니다.]

[댈러스는 지난 새크라멘토 킹스전에서 프랜차이즈 역대 최소실점을 기록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는 프랜차이즈 역대 최소득점과 최소실점을 동시에 갱신할 기세입니다.]

[그래도, 결국 승자는 정해집니다. 이런 역대급으로 최악인 경기에서도 승리를 따내는 것이 바로 강팀의 덕목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승리는 값진 것이니까요. 이겨도 져도 바보라면 이기는 바보가 낫습니다.]

독설을 날렸던 샤킬 오닐이 한 말인가 싶을 정도로 깔끔한 멘트에 마이크 브린과 찰스 바클리는 잠깐이지만 당황한 표정으로 사킬 오닐을 바라보았다. 샤킬 오닐은 그저 익살스런 표정으로 어깨를 슬쩍 들썩이는 것으로 두 사람에게 대답했다.

감이라는 건 이성적이 아니다. 철저히 감성적이고 사람이 예측하기 힘든 것이 바로 감이었다. 분명 양 팀 선수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막장인 경기는 아니었어야 했다고. 하지만 이미 경기의 흐름은 막장으로 치닫고 있었고, 선수들은 차선책으로 이 막장 속에서도 승리를 따내기 위해 처절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막아!"

테리의 외침에 로드리고 보브아는 이를 악 물고 매치업 상대인 다리우스 모리스의 드리블을 온 몸으로 저지했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41번 픽으로 뽑힌 다리우스 모리스는 6-4의 썩 괜찮은 사이즈로 입단했고, 8분 남짓 나오면서 2.2득점에 1.4어시스트라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선수였다. 다만, 그의 3점슛만큼은 매우 준수하여 올 시즌 데뷔시즌임에도 44%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었다.

높고 어설픈 드리블이라 보브아는 계속해서 틈을 엿보았다. 팀 디펜스와 2:2 픽앤롤 수비를 터무니없이 못할 뿐이지, 긴 윙스팬과 뛰어난 민첩성을 통한 1:1수비는 매우 준수한 그였다. 시간당 스틸 개수는 영재보다도 많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윽!"

끈덕지게 쫒아가던 보브아는 뒤에서 능숙하게 스크린을 서서 자신을 방해하는 메타 월드피스에게 가로막혀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보브아의 치명적인 문제였다. 상대가 스크린을 걸면 그대로 매치업 상대를 놓치기 일쑤였다. 어느 타이밍에, 어느 방향으로 스크린을 피해 수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잡히질 않았다. 벌써 3년째 칼라일 감독과 코치들에게 지적받는 사항이었지만, 도무지 고쳐지지를 않았다.

메타 월드피스의 스크린에 보브아가 걸려버리자, 외곽 수비의 중심인 브루어는 빠르게 판단을 하고는 월드피스를 놓은 채 다리우스 모리스를 마크하며 뒤로 물러났다. 지금 센터가 수비지능이 떨어지는 마힌미인 이상 다리우스 모리스 정도라면 충분히 자유투나 골밑 마무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툭- 툭-

상대가 신경쓰이도록 위협적인 스틸을 시도하면서 브루어는 능숙하게 모리스의 돌파를 막아냈다. 오늘 메타 월드피스의 슈팅은 0/5, 처참하리만큼 들어가지 않았고 모리스가 영리한 킥아웃 패스에 그다지 큰 재능을 보이지 못하는 선수였기에 브루어의 판단은 좋은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Shit!"

브루어 정도의 수비수를 맞상대 한 경험이 거의 없는 다리우스 모리스. 게다가 브루어는 1:1 대인방어 잠재력을 보고 댈러스가 코리 브루어를 데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브루어의 맥시멈 기대치는 오늘 상대인 메타 월드피스(2004년 NBA 수비왕 출신. 당시 론 아테스트)였다.

결국 밖으로 뺄 수밖에 없던 다리우스 모리스는 순간 아차 싶었다. 너무 읽히는 킥아웃 패스, 그 순간 다리우스 모리스를 놓아버리고 패스길로 뛰어드는 코리 브루어. 빠른 손놀림과 민첩성으로 강력한 수비력을 보여주는 브루어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탁!

[이야! 코리 브루어! 엄청난 스틸입니다!!]

[모리스가 신인 티를 내는 턴오버를 저지르네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에 처하자 당황해서 제대로 된 후속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브루어는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브루어의 엄청난 기동력을 따라잡을 선수는 다리우스 모리스나 메타 월드피스 정도였는데, 월드피스는 픽앤롤을 위해 골밑으로 파고든 상황이었고, 다리우스 모리스가 그나마 브루어의 뒤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익!"

악에 받친 듯 뒤따라오던 다리우스 모리스는 어느덧 로포스트까지 파고들어 레이업을 올려놓으려는 브루어의 뒤를 쫒아 뛰어올라 공을 - 물론 손을 공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걸 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 힘껏 내리쳤다.

삐익!!

[코리 브루어! 손목은 괜찮은가요? 저건 완전히 손목을 박살내려고 한 듯한 반칙이었는데요?]

브루어는 이를 악물고 화를 참았지만, 다리우스 모리스의 뻔뻔한 행동.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농구선수에겐 손만큼 스킬에 영향을 주는 곳이 없다. 물론 그렇게까지 박살날 정도는 아니지만 고의적으로 파울을 범했으면 적어도 모른 척하면 될 것을, 저렇게 억울하다는 듯 연기하면 브루어의 입장에선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브루어, 다혈질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프로 선수라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헤이."

그런 브루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테리는 브루어의 등을 토닥이더니 화 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루어는 자유투 라인에 서서 공을 튀기더니 가볍게 2구를 모두 꽂아넣고는 다리우스 모리스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다리우스 모리스는 마른 침을 삼키긴 했으나,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자, 코리 브루어의 자유투로 3쿼터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바클리는 말해 무엇하냐며 이젠 해탈한 듯한 말투로 마이크 브린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젠 지치네요. 그냥 양 팀 선수를 속 시원하게 까고 싶습니다. 3쿼터 양 팀 점수 16:7 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배우 브랜든 프레이저 아시죠? 그 미이라 찍은 분 말입니다. 그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중에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잃어버린 12분을 찾아서 라는 단편 영화 1개가 나올 정도입니다! 양 팀의 점수를 모두 합쳐야 한 팀이 1쿼터에 넣는 평균 득점 정도 되네요!]

샤킬 오닐은 찰스 바클리를 잠시 진정시키더니, 마치 엄청난 걸 발견한 연구자처럼 놀란 표정을 짓더니 진중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혹시 눈치채셨습니까? 시청자 분들도, 눈치채셨나요? 이건 정말 엄청난 발견입니다... LA 레이커스는 2쿼터 시작 후 4분 48초에 넣은 필드골이 마지막 득점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무려 7분 12초째 무득점이고, 댈러스 매버릭스도 코리 브루어의 자유투 2개가 없었더라면 6분 13초째 무득점 이었습니다. 즉 3쿼터 후반 6분 동안 스테이플스 센터의 스코어보드의 점수는 바뀌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마 샤킬 오닐의 해설을 들었다면 시청자들은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말 너무 못해서 재미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오늘은 개그가 범람하는 경기력이었고, 개그의 댓가는 움직이지 않는 점수판이었다.

[샼! 한순간 소름이 돋아버렸어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돌아버리겠네요. 도대체 왜 저희가 해설하고 있어냐 하나 싶습니다. 이게 우승후보 팀들끼리의 대결입니까? NCAA 토너먼트, 아니... NCAA에서 50점 저득점 경기를 보더라도 이거보다는 볼만할 것 같습니다. 거기는 적어도 열정이 있고, 조금씩 커 가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을 즐겁게 볼 수 있을텐데요!]

[관중들은 지금 이 말을 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내 돈 내놔!! 라고 말이죠.]

[오늘 경기만큼은 집에서 TV로 보는 시청자 분들이 승리자입니다. 아니죠, 이 경기를 안 보고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잠을 자거나... 어쨌든 이 경기를 안 보고 숨쉬는 자가 승리한 사람입니다! 제가 알기로 오늘 스테이플스 센터 일반석 입장료가 110달러를 넘는 걸로 아는데요. 그 비싼 입장료를 주고 보는 경기가 이따위 눈썩는 경기라니 말입니다.]

점수는 46대 51. 분명한 것은 이 점수는 2쿼터 종료 후 점수가 아니라 3쿼터 종료 점수라는 것이었다. 댈러스가 5점차로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이 리드도 언제든 뒤집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두 팀이 치열한 삽질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어느 팀이 고꾸라지고 턴오버의 대풍년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이지, 절대로 한 팀이 잘해서는 아니었다.

4쿼터라고 뭔가가 달라지거나 하는 기대감은 무참히 짓밟혔다. 다행인 점은, 경기가 정말로 치열하다 못해 처절했고, 이젠 어이없음을 넘어 재미가 느껴질 정도로 막장이라는 게 이 경기를 보는 팬들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못해도 너무 못하면 화도 안 난다고 하는데, 딱 그 꼴이었다.

어찌되었든, 서술하기도 아까울 정도의 경기력은 꾸준히 이어졌고 지옥과도 같던 개그의 경기도 어느덧 20초밖에 남지 않았다. 점수는 공교롭게도 70대 70. 그렇다는 건 양 팀이 4쿼터에는 그래도 좀 공격력이 살아나서 레이커스는 26점, 댈러스는 19점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14점을 시작해서 앤드류 바이넘 11점, 파우 가솔과 데릭 피셔가 10점으로 고루고루 그래도 이름값은 해냈지만 댈러스의 경우에는 덕 노비츠키가 21점으로 압도적이었고 그 다음이 영재가 10점, 타이슨 챈들러가 9점. 나머지는 죄다 7점 이하로만 득점을 성공시켰다.

텅!!

[이야! 20초가 남기고 데릭 피셔의 노마크 3점이 림을 맞고 높게 튀어오릅니다! 리바운드를 따내는 타이슨 챈들러! 작전타임을 부르는 댈러스 매버릭스입니다! 마지막 공격은 제대로 세팅해서 위닝샷을 노리겠군요!]

[클러치에 강한 선수들이 많고, 이런 전술 수행능력이 좋은 댈러스지만 오늘은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싶습니다.]

[4쿼터에 슈팅이 들어가기 시작한 노비츠키에게 마지막을 맡길 것 같습니다. 보통 마지막 클러치는 드리블링이 좋은 가드가 맡는 편이지만 오늘 테리와 윤의 상태는 좋지 않고, 노비츠키는 클러치 상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죠. 사실상 블락이 불가능한 선수고 턴오버도 적은 선수거든요.]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래는 이겨도 병신, 져도 병신이면 이기는 병신이 되는 게 낫다 라는 해설을 넣어야 하는데, 명색이 방송이라 병신이라는 단어를 넣기는 조금 그렇더군요. 바보 대신 병신이라고 생각하고 읽으시면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NBA티켓 가격 평균은 48.5달러(약 5만 5천원)입니다. 1위는 뉴욕 닉스가 117.5달러(약 13만 3천원), 2위가 LA 레이커스가 99달러(약 11만 2500원), 3위가 보스턴이 68.5달러(약 7만 7천원), 4위는 시카고가 68.5달러(약 7만 5천원), 5위는 마이애미가 67달러(약 7만 6천원)입니다. 이건 평균치라서 상대 팀에 따라 입장료가 다릅니다. 국내 스포츠는 정규시즌은 전 경기가 입장료가 동일하죠. 하지만 NBA는 경기마다 입장료가 다르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레이커스 대 보스턴, 닉스 대 마이애미 이런 경기는 평상시보다 비싸진다고 합니다. 암표가 아니라 정식 표값이요.

울트라10님/// 정말 크블경기보는 느낌입니다. 진짜 집에서 본 사람이 승리자, 아니 안 보고 결과만 본 사람들이 승리자인 경기였습니다.

파뱐님/// 14년 5월 1일 SK가 1경기 8실책의 신기록을 세운 경기가 생각나네요. 날짜는 기억 안 났는데, 8실책은 기억납니다 ㅋㅋ. 오죽하면 네이버에 sk 8까지만 치면 자동완성이 됩니다. 저것과 거의 맞먹습니다. NBA에서 보기 힘든 에어볼의 향연이었습니다.

여신유리찬양님, ㅎ0ㅎ님, 神天花님///수비가 잘 되서 저득점이면 그나마 보는 맛이라도 있지, 저건 그냥 병림픽이었습니다.

이동석동님, -DarkANGEL-님, 사라질영혼님, 오마리온님, 파이넨시아님/// 코멘 감사합니다!!

goimosp님/// 해당 날짜와 동일한 경기입니다. 웬만하면 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만;;;

misscherry님/// 선수들의 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몇몇의 선수는 그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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