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06화 (206/296)

00206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점수를 더욱 벌린 벤치멤버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코트에 들어가는 키드, 영재, 매리언, 노비츠키, 챈들러는 이미 똥 씹은 표정으로 경기를 임하고 있는 새크라멘토 킹스의 선수들을 보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응원하는 홈팀이 경기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건 팬들을 충분히 흥분시킬 수 있는 요소였지만, 지금의 경기는 이미 승패가 갈려지고 팬들은 승패보다 이젠 어떤 하이라이트 필름이 나올까? 라는 기대감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지만, 솔직히 응원의 열기는 살짝 식을 수밖에 없었다.

승리의 종류는 여러 가지이지만 치열하게 서로 모든 것을 퍼부어서 결국 승리를 하는 것과, 그냥 거져 먹는 승리는 같은 1승이지만 그 짜릿한 쾌감은 천지차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떤 기록을 세울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었다.

'좀 안쓰럽네.'

영재는 마침 와 있는 페쟈 스토야코비치가 떠올랐는지 슬쩍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필 우승 반지를 수여받은 날 이런 경기를 보게 된 것이 아이러니했다. 10점이든 20점이든 앞서고 있더라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게 바로 스포츠이기 때문에 항상 꾸준하고 성실하게 경기에 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텅!

[마커스 쏜튼의 터프샷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네요!]

주전이 투입되자마자 새크라멘토의 마커스 쏜튼은 무리와 같은 어거지 슛을 쏘면서 의미 없이 슈팅을 날렸다. 챈들러는 커즌스와 뒤엉켜 있었고, 결국 공이 떨어지는 곳은 노비츠키와 힉슨의 대결이었는데, 힉슨은 리바운드만큼은 꽤나 괜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답게 노비츠키를 거칠게 밀어붙이고는 어깨를 들이밀었다.

[J.J 힉슨이 오랜만에 골밑에서 공을 잡습니다! 멋진 공격 리바운드였죠?!]

"헤이!"

공격 리바운드를 얻자마자 커즌스는 하이포스트로 슬슬 물러나며 힉슨을 불렀지만, 힉슨은 못 들은 척 공을 쥐고 노비츠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로포스트에서 하이포스트로 빠져나온 커즌스가 손을 흔들어도 힉슨은 묵묵부답! 아무래도 매치업이 노비츠키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태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성공하지 못한 힉슨이 자신있게 골밑을 밀고 들어가는 모습은 나쁘지 않네요. 타이슨 챈들러에게 묶인 커즌스의 숨통을 틔워주려면 다른 선수들도 힘을 내 줘야 하거든요?]

힉슨은 역시나 수비 상황에서는 아직까지 몸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아 허술한 노비츠키를 힐끗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더 밀고 들어가서 타이밍만 뺏어 올라가면 슛 하나는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힉슨은 페인트 에어리어에서 3초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훅을 올라가는 척 손을 들자 노비츠키는 움찔 하면서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힉슨은 반 박자 느리게 타이밍을 뺏어 다시 올라갔다.

탁!

올라가려 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지만.

[Y13 FOR STEAL!!!]

[이게 슈팅 자세라서 스틸로 인정이 될지, 블락으로 인정이 될지는 조금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 J.J 힉슨! 노비츠키와 매치업을 할 생각이었다면 좀 더 빠르게 슈팅을 쏴야 했죠! 아무리 공격자 3초 바이얼레이션에 걸리진 않았다고 해도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에 곧바로 슈팅을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그 찰나에 영재 윤에게 걸려버립니다!]

[정확하게 공만 툭 쳐낸 영재 윤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역시 스틸 1위를 다투는 선수답게 정말 손이 빠릅니다!]

댈러스 매버릭스가 아무리 노장 팀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큼 위치선정이나 패싱이 좋은 팀이었다. 당연히 트랜지션 오펜스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왕좌왕하는 새크라멘토의 수비진들을 가볍게 떨쳐내고 영재를 가장 최전방으로 숀 매리언이 뒤따라 달려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타이슨 챈들러도 빅맨 중에서 기동성이 좋은 빅맨이기 때문에 빠르게 코트를 넘어오고 있었다.

[영재 윤을 악착같이 따라붙는 건 다름아닌 타이릭 에반스! 힉슨의 공격 상황에서 탑에 위치해 있던 게 어찌보면 득이 되었네요!]

에반스는 루키 시즌에 무려 20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역대 네 번째로 달성하면서 2009-2010 NBA 신인왕, 2009-2010 NBA 루키 챌린지 MVP를 휩쓸면서 최고의 가드 반열에 당당히 입성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첫 시즌부터 너무나 높은 고공행진을 해서 그런지, 2년차부터 야금야금 자신의 기록이 떨어지고, 에고가 강해지며 2010-2011 시즌에는 부상까지 겹쳐 단 57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오프 더 볼 무브에 흥미가 없고, 공을 쥘 때만 열심히 뛰는 케이스였다.

퍽!!

"윽!"

영재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팀워크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선수는 그저 1인이 하는 스포츠를 하는 게 나았다. 팀원인 이상 팀이 잘 돌아가야 자신의 가치도 높아지는 간단한 이치. 영재는 그래서인지 에반스에게 어깨를 들이밀며 투 스텝을 더 전진했다. 그대로 올라가려는 영재를 에반스가 강력하게 저지했다.

[타이릭 에반스!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영재 윤에게 맞서 밀리지 않네요! 윤! 그대로 돌파할 것인지!]

하지만 영재는 더 이상 파고 들 생각이 없었다. 떠밀리기 직전까지 하이포스트로 파고들던 영재는 곧바로 에반스를 등진 뒤 뒤늦게 달려오는 노비츠키에게 가볍게 킥아웃 패스를 건네주었다.

[아, 노비츠키가 탑 3점 라인에서 오픈 찬스를 맞습니다! 한 타이밍 늦게 달려온 덕분에 새크라멘토 선수들이 노비츠키를 미처 신경쓰지 못했어요!!]

[DIRK FOR THREE!!]

슉-

[YES!!! YES!!!]

[소름돋을 정도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빨려 들어간 덕 노비츠키의 3점! 정말 대단합니다! 조금씩 좋은 모습을 되찾고 있는 덕 노비츠키!]

노비츠키는 영재와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을 쭉 펴서 3점 모양을 만들고 팬들에게 흔들어 주었다.

2쿼터 5분 경 쯤부터 투입된 댈러스의 주전들은 체력이 보전되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가 전혀 없었고, 그에 반해 새크라멘토는 1쿼터부터 트리플 스코어를 당하더니 2쿼터에는 그래도 경기를 좀 따라와 보겠다고 주전을 무리해서 기용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점수는 어느덧 45대 20, 25점 까지 점수가 벌어졌는데요?]

[활발하게 움직이는 댈러스 매버릭스에 비해 새크라멘토 킹스는 남은 2쿼터 5분과 후반전은 지옥과도 같은 시간일 것 같습니다. 지금 이대로 뛴다면 그다지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야투율 차이가 두 배가 넘는데, 저희가 NBA를 보고 있는 게 맞는가 싶습니다.]

방금 전에도 무리한 3점을 남발한 타이릭 에반스 덕에 공을 잡은 댈러스 매버릭스. 타이릭 에반스는 자신이 경기를 망친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뭐가 그렇게 당당한 지,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표정으로 경기를 임하는 에반스와, 이미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드마커스 커즌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경기를 뛰는 것 같은 나머지 선수들.

[제이슨 키드, 탑에서 좌측 윙으로 천천히 이동합니다. 곧바로 엔트리 패스를 넣어줄 만한 곳이 없는지, 템포를 서서히 늦춥니다.]

키드는 잠시 공을 가진 채 고민했다. 스크린으로 도움을 받아 공격을 조립할 것인가? 아니면 좋은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드는 선수에게 공을 뿌릴까?

[영재 윤 움직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우측 윙에서 하이, 로포스트를 지나 베이스라인 돌파! 순식간에 좌측 사이드로 넘어가는 영재 윤! 저 움직임 때문에 상대의 골밑 수비가 엉켜버리고, 영재 윤을 마크하는 수비수가 골밑에서 턱 걸려버리는 거죠!]

[본인이 뛰어난 온볼 플레이어인데도, 공이 없을 때 활발하게 움직여 주네요! 팀이 승리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잘 아는 선수 같습니다.]

휙-

영재의 움직임은 곧바로 키드의 눈에 띄었다. 게다가 골밑에 있던 타이슨 챈들러가 교묘하게 영재의 길을 터 주다가, 뒤따라 오는 에반스에게 스크린을 걸어 시간을 지연시켜 주었다. 그러니 외곽으로 나온 영재에게 붙는 선수는 당연히 0.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솟구칩니까! 노마크 상황인데요!]

[타이릭 에반스! 그래도 근성있게 쫒아와 뛰어오릅니다!]

영재는 이런 상황이 익숙했다. 그리고 트리플 쓰렛 상황에서 모든 움직임이 가능한 선수였다. 그렇다면 무작정 뛰어오르는 게 아니라 설령 슈팅을 허용하더라도 손만 뻗어서 슈팅을 방해하고 약간의 거리만을 두어서 돌파, 슛에 모두 대응하는 수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이가 없네."

영재는 가볍게 손만 들어올렸을 뿐인데 마치 오버액션을 하듯 뛰쳐오르는 에반스를 보면서 손을 내리고는 오른쪽으로 한 걸음 사이드스텝으로 이동했다.

[아아!! 타이릭 에반스, 너무나 성급한 수비! 너무 의욕만 앞서 있습니다!]

[저런 수비는 독이죠! 다양한 공격 스킬을 가진 상대에게 올인성 수비는 곧 실점입니다! 영재 윤, 부드러운 사이드 스텝 이후 다시 노마크 3점!]

슉-

안 들어갈 리가 없다. 작년에도 180클럽에 입성했던 영재는 올 시즌에도 3점슛 성공률이 43%를 기록하고 있었고, 코너 3점은 50%를 넘었다.

[BAAANG!!!!!]

[다시금 달아오르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아무리 가비지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저런 멋진 장면이 나오면 흥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죠!]

[오늘은 모든 선수들이 에이스 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슈팅을 꽂아넣는 것 같은 댈러스 매버릭스!]

영재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타이릭 에반스와 드마커스 커즌스를 노려보다가 이내 무시해 버리고는 백코트를 했다. 무슨 말, 무슨 행동을 해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냥 그 곳에서 정체되는 게 프로의 세계다.

그 이후로도 경기력은 전혀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키스 스마트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선수들을 교체했다. 아무리 패배가 눈앞에 보이더라도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었다.

[타이릭 에반스의 자리에서 경기를 이끄는 아이재아 토마스! 5-9(175cm)의 단신이란 한계로 인해 실력이 출중함에도 2라운드 30번, 즉 60번 픽으로 간신히 드래프트 된 선수답지 않게 짧지만 괜찮은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네요!]

[다양한 공격 스킬은 물론 힘과 리딩까지 좋지만, 너무나 작은 키 때문에 드래프트의 마지막 문을 닫은 선수죠.]

아이재아 토마스는 자신의 앞에서 수비를 해 내고 있는 J.J 바레아를 슬쩍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서로 같은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바레아는 토마스보다는 조금 더 컸다. 현재 아이재아 토마스와 같은 키의 네이트 로빈슨을 제외하면 NBA의 초단신이라 불리는 가드는 실제로도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 물론 파워라는 점에서는 자신이 바레아보다 위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NBA의 역사 중에서 초단신 가드로 1980년대 후반 멋진 모습과 준수한 성적으로 팬 들의 사랑을 얻은 먹시 보그스는 5-3(160cm) 의 초단신 가드임에도 알론조 모닝, 래리 존슨과 함께 샬럿 호네츠에서 10년 간 주전 포인트가드로써 경력을 쌓았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동시대의 앤써니 웹, 더욱 유명한 이름으로는 스퍼드 웹은 5-6(168cm) 의 키로 역대 최단신 덩크 컨테스트 우승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무려 812 경기 동안 9.9득점, 5.3어시스트, 평균 야투율 45.2% 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둔 적이 있었다.

아이재아 토마스는 바로 이런 선수들을 롤 모델로 삼아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공격력을 갈고 닦고, 수비에선 키가 작기 때문에 스틸이나 지능적인 플레이를 개발해야만 했다.

휙-

아이재아 토마스는 충분히 그들처럼 작은 거인이 될 법한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바레아를 앞에 두고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도전적인, 그리고 센스 넘치는 패스를 곧잘 뿌려주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적우전설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꼬꼬마들의 맞대결입니다 ㅋㅋ 바레아는 실제 신장은 170 후반으로 보는 편입니다. 물론 그래도 아이재아 토마스보다는 크죠. 토마스도 실제 신장은 더 작다고 보거든요. 미국 프로스포츠 선수들 프로필은 보통 신발 신고 잰 키라서 보통 1.5~2인치 정도 더 작은 키가 실제 키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단신 선수들은 자신의 선수가치를 높여서 연봉을 더 받기 위해 프로필상의 키를 속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실력이라면 키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거든요.

※엔트리 패스 : 외곽에 서 있는 가드가 포스트에 위치한 빅맨에게 넣어주는 패스. 얼마 전에 이 엔트리 패스에 관해 손대범 기자님이 장문의 칼럼을 쓰셨죠. 엔트리 패스라고 검색하시면 뉴스란에 바로 뜰 겁니다.

Han512님///오오 초스피드 코멘 감사합니다!!

은신설야님, 파이넨시아님, 소심찌질열등남님, 여신유리찬양님, -DarkANGEL-님, 이동석동님, 오마리온님/// 항상 코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되세요~~

사라질영혼님/// 벌써부터 월요병이 도지기 시작합니다 ㅠ.ㅠ

goimosp님/// 직위 자체가 단장이 감독의 위, 그러니까 회사로 치면 단장이 이사고, 감독이 부장인 셈이니까요. 물론 명장들은 단장을 겸하거나(샌안토니오의 포포비치(연봉 2위), 클리퍼스의 닥 리버스(연봉 1위) 등), 단장이 일방적으로 일처리하지 않고 양해를 구하거나 의논을 합니다. 댈러스도 칼라일 감독(NBA 연봉 3위)이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를 단장이 구해다 주죠. 칼라일 감독이 싫어하는 선수는 과감히 버립니다. 그래도 NBA는 MLB에 비하면 감독 입김이 좀 셉니다. 웬만한 팀은 그래도 단장이 감독과 협의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MLB의 감독 대우는 정말 딱 중간 관리자 수준입니다. 100만 달러 이하 연봉 감독이 15명입니다. 드래프트, 트레이드, FA에 관여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ㅎ0ㅎ님/// ㅎ0ㅎ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ㅠ.ㅠ 전 이미 걸린 상태...

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봐주세요 ㅎㅎ

울트라10님/// 킹스는 내년도 참 애매합니다. 신임 블라디 디박 단장이 통계를 무시하기로 작정을 한데다가 무리하게 플레이오프를 계속 노리는 터라... 선출이라 그런지, 본인의 감을 너무 과하게 믿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무사™님/// 원고료 쿠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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