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03화 (203/296)

00203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

댈러스 선수들은 비행기에서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1월 7일 홈에서 열린 뉴올리언스 호네츠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딱 하루를 쉰 뒤 떠나는 원정길인 데다가 9일 워싱턴, 10일 디트로이트, 11일 보스턴으로 이어지는 여행피로를 막으려면 미리 쉬어둘 필요가 있었다. 원정 백투백 경기만 해도 피로감이 어마어마한데 백악관 방문 때문에 백투백투백을 하게된 댈러스 선수단이었다.

"으으으!!!"

1월 9일 오전에 맞춰 도착한 로널드 레이건 공항. 선수들은 긴장을 잔뜩 했는지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우리 정말로 가는 거 맞지?"

가장 활기차던 챈들러마저 걱정이 되는지 크게 긴장하고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쯧쯧. 이래서 초보들은 안 돼. 하긴, 백악관 문턱이나 넘어봤어야 알지."

이 중에서 유일하게 백악관을 들른 적이 있는 테리는 나머지 선수들 보다는 덜 긴장한 모습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긴장 풀라며 거만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그거 알지? 백악관 들어갈 때 신발 털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님과 만나는 곳에 가면 윤이 사는 한국처럼 신발 벗고 들어가야 돼."

"지, 진짜?"

의외로 이런 거에 순진한 챈들러는 바짝 긴장을 하면서 테리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고, 테리는 당연하지! 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생각해 봐. 대통령님께서 일을 보는 곳인데 진흙과 먼지 투성이인건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그, 그렇긴 하지."

"항상 청결! 깔끔! 기억해 둬야 한다?"

테리의 장난에 껌뻑 속아 넘어가는 챈들러를 보면서 선수들은 웃음을 참으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최고 연장자인 키드는 손가락을 딱! 튀기며 테리를 끌고 갔다.

"자~ 장난은 여기까지!"

"아, 아! 잠깐, 잠깐만!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는데!!"

"어서 빨리 버스 타야 됩니다, 테리 씨. 얼른 가시죠."

챈들러는 벙찐 표정으로 멀어지는 테리를 보다가 이내 당했다는 생각에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와, 왔다."

대절한 버스가 백악관 앞에 멈춰서자 양복을 차려입은 선수단과 릭 칼라일 감독, 마크 큐반 구단주, 도니 넬슨 단장까지 내려서 안내원이 나올 때 까지 기다렸다. 그 동안 선수들은 백악관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처음이었는지 신기한 표정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챈들러 앞에서 거만함을 떨던 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장 긴장한 표정으로 애꿎은 넥타이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왜, 아까는 별 거 아니라면서?"

매리언은 테리의 긴장이나 좀 풀어줄 겸 농담삼아 말을 건넸지만, 테리는 이미 들리는 게 없는지 연신 넥타이를 고쳐 매다 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말이지... 하, 하하. 대학교 때라고? 막내만한 나이에 와 보고 십년도 더 넘어서 다시 오는 건데 긴장이 되네..."

테리는 머쓱하게 웃으면서 다시 넥타이를 매만지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어느덧 비서가 나와 댈러스 매버릭스 선수단에게 정중히 인사했고, 큐반 구단주가 대표로 인사를 받았다.

"이 쪽으로 오시죠."

안내인의 말에 따라 선수단이 뒤를 따라갔고, 점점 백악관이 가까워지면서 큼직해지자 선수들은 온 몸으로 실감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백악관에 들어가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을 말이다.

"대통령경호실(US Secret Service)의 검문이 있을 예정입니다."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이라서 그런지 경비는 꽤나 삼엄했다. 외부에서 본 백악관은 아름다운 건물이었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과정만큼은 삼엄하기 그지없었다.

맨 처음으로 큐반 구단주가 경호실 경호원들로부터 몸수색을 받았다. 그 이후로 한 명씩 차례대로 검문을 했고 영재 역시 검문을 받았다.

"휴, 살벌하다. 그치?"

평상시에는 강하고 거칠어 보이는 브루어마저도 진이 빠졌는지 혀를 내둘렀고, 영재도 브루어와 같은 느낌을 받아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님 만나는 건데 이 정도는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삼엄하긴 하네요."

"소문이나 매스컴에서 본 대통령님은 꽤나 유쾌한 분 같은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이윽고 모든 선수단의 검문이 문제없이 끝나자, 비서는 앞장서서 선수단을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선수단 주변으로는 경호실 인원이 따라붙었다.

"이 곳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댈러스 매버릭스 선수단 초청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둔 홀 앞에 도착하자, 비서는 문을 두드렸고, 그 안에서는 무게 있는 목소리였지만 밝은 기색의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문이 열리자 홀 안에서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양복차림으로 반갑게 선수단을 맞이해 주었다.

"반갑습니다! 버락 오바마 입니다. 설마 저 모르는 분은 없겠죠?"

"하하! 그럴 리 있겠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뵈었더라..."

악수를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는 오바마 대통령과 큐반 구단주의 위트에 긴장감에 굳어있던 선수단은 가볍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자,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우선 앉죠."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앉자, 마크 큐반 구단주를 시작으로 모든 선수단이 차례로 의자에 앉았다.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길다란 테이블 위에는 하얀 천이 고풍스레 깔려 있었고, 목을 축일 수 있는 가벼운 음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 정말로 대단한 시리즈였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죠. 구단주인 저 역시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최고의 반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종 스포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년의 파이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굉장히 깊은 인상을 남긴 파이널이었고, 한 번은 선수단을 만나고 싶었다.

"역시, 길들이기 어려운 망아지란 뜻의 매버릭스와 아주 잘 맞는 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콧대를 콱 눌러버린 것 아닙니까? 하하! 아주 통쾌했겠어요?"

오바마 대통령의 유쾌한 목소리에 선수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고, 큐반 구단주는 평상시에 보여 주는 괴짜의 이미지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볼 법한 여유로운 회장님 같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도 전혀 위축이 되지 않고 위트있게 답변을 해 주었다.

"전문가들을 생각하면 미안합니다만, 어쩔 수 있겠습니까? 길들이기 힘든 망아지를 추측하려 한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우리 팀의 수준이 그렇게 높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전문가들의 민망함을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라 생각해서 별다른 이벤트를 하진 않았습니다."

"하하! 정말로 텍사스 주만큼 넓은 배려를 가지고 있군요!"

큐반 구단주는 그 이후로 잠시 이야기에서 빠졌고, 오바마 대통령은 근처에 앉은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씩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이 앉은 덕 노비츠키를 시작으로 제이슨 테리, 제이슨 키드, 타이슨 챈들러와 이야기를 나눈 대통령은 그 다음에 앉은 영재를 슬쩍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NBA 선수 중에서 아시아인은 정말로 흔치 않은 걸로 아는데 말이죠. 어떻습니까, 이런저런 힘든 점은 없나요?"

영재는 왠지 모르게 아슬아슬, 뼈가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질문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면서 영재를 안심시켰다.

"편히 말해도 괜찮아요. 여기서 뭐라고 잘못 말해도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니까요. 난 그저... 궁금할 뿐이거든요."

오바마 대통령 역시 흑인으로써 겪은 차별로 인해 그러한 '차별' 이란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시대에 차별이란 것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예전에 비해 약해진 것이지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차별이나 부당함을 겪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NCAA에서 샌디에이고 주립대학, 그리고 NBA의 댈러스 매버릭스에 합류한 이후로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런 일이 생길 순 있지만, 이제는 한 팀의 일원이니까 별 걱정 없다고 생각합니다."

...

"하하하!! 이거 참, 어린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네요! 잘 들었어요! 잘 들었어! 역시, 댈러스 매버릭스가 성공한 이유는 이런 어린 선수부터 훌륭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일화 중 하나를 이야기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글로벌화 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통념과 차별은 있기 마련입니다. 나 역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 했을 때, 어떤 백인 남자가 나에게 그랬죠. '이 봐, 여기 라떼 한 잔 주겠어?' 라고 말이죠. 아마 그 남자에게 흑인이란 카페의 점원, 아니면 자신의 아래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겠죠. 이미 옛날이야기지만, 나는 그 때 느꼈어요. 아직 미국은 글로벌화 되었다고 하지만 멀었다는 거죠. 그래서 나는 윤과 같은 젊은이들이 윤과 같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고 말이죠. 하하! 그러기엔 제 능력이 될런지는 모르겠지만요."

"분명, 대통령님 이라면 훌륭하게 해 낼 겁니다."

큐반 구단주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끝낸 후,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서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자자, 좀 붙어봐요? 기적의 우승팀이 내뿜는 기운을 잔뜩 받아서 힘 좀 내려고 하니까!"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근처에 있는 릭 칼라일 감독과 마크 큐반 구단주에게 말을 했고, 두 사람은 험- 하는 소리와 함께 반 발짝 더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이에 섰다. 그러자 선수들도 가까이 붙어서 자리를 잡았고, 이윽고 카메라가 팡!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사진 찍는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자 선수들도 조금씩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기 시작했고, 사진과는 상관없이 구단 측에서 준비한 작은 이벤트를 시작했다.

자신만의 특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노비츠키의 트럼펫이 화제가 되었고, 큐반 구단주는 씨익 웃으면서 노비츠키에게 미리 준비해 놓은 트럼펫을 건네주었다. 노비츠키는 슬쩍 빼는 듯 했지만 이내 능숙하게 트럼펫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오, 이 음악은..."

QUEEN의 We are the champion 을 능숙하게 연주하던 노비츠키는 자신도 모르게 흥에 겨워 2절은 직접 부르기 시작했다. 왠지 무반주로 부르면 뻘쭘할 것 같았기에, 막내인 영재는 슬쩍 눈치를 보다가 아이폰으로 황급히 We are the chapion 의 2절 부분부터 반주를 찾아 틀었다.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우린 챔피언이야, 나의 친구여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우린 끝까지 싸울거잖아

We are the champions. We are the champions

우린 챔피언이야. 우린 챔피언이야.

No time for losers 'cause we are the champions of the world

패배자에게 남겨진 시간이란 없어, 우린 전 세계의 챔피언이니까

노비츠키의 노래가 끝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박수를 치면서 호쾌하게 웃었다.

"내 평생 이렇게 고통스러운 노래를 들은 건 이게 최고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잘 들었습니다!"

"대통령 님 께서는 23번이란 숫자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렇죠. 내 우상이기도 했던 마이클 조던의 등번호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 불스의 오래된 팬이었다. 시카고 출신이고, 기반도 시카고인지라 스포츠 팀들은 모두 시카고의 팀을 좋아하는 오바마였다. 그 중에서도 마이클 조던이라 하면 대단한 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노비츠키는 준비했던 유니폼을 꺼내 오바마 대통령에게 건네주었다.

파란색을 바탕으로 한 깔끔한 댈러스 홈 유니폼에 박힌 23번, 그리고 OBAMA 라 새겨진 유니폼은 오바마 대통령도 마음이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받아들었다. 23번은 조던의 등번호이기도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고등학교 시절 농구 선수를 할 때 달았던 번호이기도 했다.

"이거 참! 기쁘기 그지없군요! 하지만... 어쩌죠?"

오바마 대통령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유니폼을 받아들고는 이야기했다.

"유니폼은 받았지만, 왠지 다음 해에 이 곳에 있을 팀은 시카고 불스일 거 같은데요? 하하! 그래도 유니폼이 참 마음에 드는군요! 잘 쓰겠습니다."

"음, 유니폼을 다시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노비츠키의 농담에 선수단과 오바마 대통령은 하하 웃을 수 있었고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연휴입니다.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이제 크리스마스까지는 휴일이 없습니다 ㅠ.ㅠ

misscherry님, 이동석동님, 여신유리찬양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드려요~~ 즐거운 3일 연휴 보내시길^^

ㅎ0ㅎ님/// 하하.. 유익하게 쓴다기보다는 그냥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해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더 그런듯합니다. 해야 할 거를 다 못하는 게 함정 ㅠ.ㅠ

꿈꾸던그날님/// 한번 저런 대사를 쳐보고 싶었습니다 ㅋㅋ

울트라10님/// 내쉬가 피닉스에서 데뷔해서 댈러스의 돈 넬슨 감독이 요청해서 데려와서 올스타 급으로 키워냈죠. 그런데 30줄에 접어드는 수비가 약한 내쉬에게 큐반이 거액의 장기계약을 꺼려서 FA가 되어서 피닉스로 가서 MVP가 되죠. 댈러스의 6년은 내쉬의 발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댈러스가 내쉬에게 코치를 제안한 바 있죠. 노비츠키는 내쉬의 은퇴 관련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 댈러스에서 같이 뛰지 못해서 아쉽다고.

goimosp님/// 내쉬는 아마 가끔 나올 것 같습니다.

야베스님/// 기량발전상이라...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충분히 레이스에 참여할 만하죠

rtg98님/// 그나마 캐나다 선수들은 비미국 출신 선수들 중에는 가장 차별이 적고 좋은 대우를 받습니다. 워낙 미국과 사이가 좋고, 문화권도 비슷하다보니까요. 노비츠키같은 유럽 출신들은 인종차별은 당하지 않지만 미국도 자국우선주의가 있다보니 매스컴의 주목이 떨어지고, 심판콜에 있어서 유리한 경우는 드뭅니다. 흔히들 말하는 슈퍼스타 콜, 코비, 하든, 폴, 르브론 같은 선수들은 심판콜에서 후한 편이죠. 반칙이나 트레블링이나. 그리고 미국 출신 선수들끼리 많이 친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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