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202화 (202/296)

00202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영재는 오늘 경기의 MVP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영재는 NCAA에서 경기를 했을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보니 번스타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윤! 정말 반가워요. 이게 얼마만이죠?"

"저도 반가워요. NCAA 이후로 처음이니까 1년도 넘었네요. 보니."

자연스러운 인사로 시작된 인터뷰는 매우 매끄러웠다. 보니 번스타인은 역시나 40대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외모가 출중했지만, 영재는 그저 인터뷰에 집중할 뿐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31분 동안 무려 33득점 5리바운드 12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는데요,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고 생각이 되는걸요? 어떠신가요?"

"아, 물론 황홀한 경기였습니다. 제가 MVP에 선정되었긴 했지만, 팀원들의 경기력이 점점 올라오는 것 같아서 너무 기쁠 뿐이에요."

영재의 말에 번스타인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약간은 민감한 질문을 꺼냈다.

"오늘 경기를 이겼는데도 아직 3승 4패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지금 댈러스가 이긴 3경기 모두 윤이 매 경기 MVP일 정도로 다른 선수들과의 경기력 차이가 상당합니다. 영재 윤의 기록은 꾸준했던 반면 다른 선수들은 정규시즌에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솔직히 작년의 우승에 심취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팀원들뿐만 아니라 저 역시도 승리와 우승의 달콤한 행복에 취해 있었죠. 다행히도 저는 국가대표에 합류하게 되어 꾸준하게 훈련을 했지만, 저 역시도 이번 시즌이 열릴지 장담하지 못했어요. 아마 다른 선수들도 모두 의심을 했을 거예요."

영재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깨를 슬쩍 으쓱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마무리지었다. 이런 질문은 민감한 질문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정형화된 답변이 있었다. 영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좋지 않은 성적과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나긴 했을지언정 팀원들을 원망하거나 이해를 못하지 않았어요. 저부터도 국가대표 합류가 아니라면 휴식을 길게 취했을 거고, 저 역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겠죠. 지금부터 다시금 경기력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작년의 영광을 되찾을 거라 생각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최소한 플레이오프에서는 작년의 경기력을 보여줄 겁니다."

영재야 이번 시즌이 단축시즌이라도 열리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꾸준히 개인 훈련을 해 왔지만 그걸 숨긴 채 자신도 그저 시기가 맞아 몸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하며 팀원들을 배려해 주었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오늘 2쿼터 종료 직전에 터진 윤의 엄청난 버저비터는 어땠나요?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에서는 버저비터를 꽂아넣은 적이 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처음으로 알고 있거든요."

"정말 짜릿했죠! 뭐라 설명하기 힘들 정도였어요. 그 슛이 들어가면서 오늘 경기는 이길 수 있겠다! 라는 확신이 들었죠. 저 뿐만이 아닐 거에요. 팀원들도 그 슛을 보면서 더 기운을 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팀에는 노비츠키나 테리같은 뛰어난 클러치 슈터들이 있기에 라스트 샷을 쏠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은 제가 쏘게 되었죠."

보니 번스타인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고, 영재는 지쳤지만 뿌듯한 표정으로 라커룸에 향했다. 오랜만에 정신적인 피로에 극이 달했을 정도로 내쉬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위압감을 가져다 주었다.

"푸우우!"

얼굴로 뜨듯하게 샤워기에서 뿌려지는 물을 맞으니 한결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의 샤워는 정말로 중독이 될 만큼 개운하고 몽롱한 쾌감을 주었다.

"수고했어! 다들 푹 쉬고, 내일 보자고."

댈러스의 홈에서 펼쳐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선수들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고, 영재도 에밀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집으로 갈 생각을 했다.

"윤. 잠깐만."

라커룸에서 가방을 번쩍 들고 나가려던 영재는, 노비츠키의 부름에 약간은 피곤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노비츠키를 마주보았다.

"다름이 아니고, 내 친구가 너와 함께 밥이라도 한 끼 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피곤하지 않으면 저녁이나 한 끼 먹고 가겠어?"

노비츠키의 말을 듣고 영재는 정신이 번쩍 뜨이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는 그런 영재의 표정을 읽었는지 슬쩍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쉬가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하더라고. 원래 경기가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되면 같이 식사를 하는 편이거든. 오늘은 너랑 같이 가려고."

내쉬는 노비츠키와 함께 걸어오는 영재를 보면서 아까 영재가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를 떠올렸다.

["헤이. 저 친구 말야."

코트 위에서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적이었지만, 코트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절친인 내쉬와 노비츠키. 10년 이상 우정을 나눈 두 선수는 영재의 인터뷰를 멀찍이서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윤?"

"응. 저 친구 어때?"

내쉬는 자신의 에이전트이자, 친구이자, 조력자인 빌 더피에게서 영재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기 때문에 은근히 영재가 어떤 사람인지 떠 본 것이다. 지난 시즌에 몇 번 맞붙었지만 간단한 인사 외에는 딱히 나눈 이야기가 없었다.

내쉬는 사교성이 나쁘진 않았지만, 엄청 좋은 편이 아니었고, 영재도 댈러스 동료들 외에 상대 팀 선수들 중에 인사를 나누는 선수들은 NCAA 때부터 알던 선수들 정도였다.

"많이 들었잖아? 에이전트도 같은 사이인데 몰라?"

"에이전트가 같다고 해서 만나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다리 건너 들은 말이 전부인데 내가 어떻게 알겠어? 에이전트 소속 선수들끼리 회식하거나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광고나 스케줄을 같이 한 적도 없으니 말이지."

내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연예인들의 소속사와 달리 스포츠 선수들이 에이전트가 같다고 해서 친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한 에이전트가 많은 숫자를 관리하는데다가 에이전트사를 선수가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딱히 모임 같은 걸 가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 그래서 더피가 뭐라고 했는데?"

노비츠키의 말에 내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딱 한 마디가 기억에 남더라고. 나 이후에 자신이 관리하는 선수 중에 MVP가 나온다면 그가 될 것 같다고. 그 정도 말을 하는데 관심이 안 갈 수가 있나."

노비츠키는 내쉬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내 생각보다 더 후한 발언이네. 하긴, 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그 비슷한 수준까지는 오를 거라고 확신하고 있어. 아마, 더피도 나처럼 그의 경기 외에 많은 것들을 보고 내린 생각이겠지."

노비츠키의 확언에 내쉬는 점점 호기심이 동했고, 노비츠키에게 슬쩍 운을 뗐다.

"오늘, 저녁이나 한 끼 먹을까?"

"저 친구 불러서 같이 먹자고? 맨입으로?"

...

"쯧, 알았어. 이번에는 내가 살게."

"그래. 거하게 이번엔 얻어먹어야겠군."]

내쉬는 지갑이 얇아지겠다는 생각에 헛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영재를 처음 만난다는 생각에 궁금증이 풀린다면, 그 정도는 별 것 아니었다. 애초에 매년 수백만 달러 이상을 버는 내쉬나 노비츠키가 아무리 비싼 식사라도 한 끼 식사에 손을 벌벌 떨 리는 없었다.

"반갑습니다. 영재 윤 입니다."

"아, 반가워. 스티브 내쉬야. 오늘 좋은 경기였다."

코트 위에서 그렇게 서로를 물어뜯으려 안달이 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금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악수를 하는 두 13번의 모습은 노비츠키의 눈에는 웃겨 보일 수밖에 없었다.

"후후, 무슨 소개팅 해? 두 사람? 배고프니까 어디든 가자고. 윤! 먹고 싶은 거 있나?"

"피닉스에서 여기까지 온 내쉬 선수가 고르는 게..."

"내쉬 선수가 뭐냐? 그냥 내쉬라고 하면 되지. 괜찮아,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자고. 오늘은 내쉬가 다 쏘는 날이니까."

결국 노비츠키의 주도 하에 세 사람은 고급져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코스 메뉴로 거하게 먹기로 했다. 에피타이저가 나오자 세 사람은 가볍게 입맛을 돋우고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2년차인데, 좀 어때? 적응은... 아. 적응 운운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해야 하나?"

내쉬의 말에 노비츠키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봬도 우리 팀 에이스라고. 올 시즌에 윤의 경기력을 보면 솔직히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냐. 이거 민폐를 제대로 끼치는 느낌이라고. 가장 어린 친구인데, 이 어린 친구가 우리 멱살을 잡아 끌고 가는 느낌이야."

노비츠키의 말에 영재는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내쉬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경기는 정말...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지. 작년에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2년 만에 이런 실력을 낸다는 건 정말 대단하지. 2년차에 이만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얼마나 되겠어?"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매일 매일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는 것뿐인데 이런 칭찬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가벼운 이야기가 끝나자 스프가 나왔고, 스프를 먹으니 생선요리가 나왔다. 순차적으로 나오는 음식은 아쉽다 싶을 정도로 양이 좀 모자랐지만, 노비츠키는 걱정 말라며 앞으로 나올 게 무려 7개나 남았다며 영재를 안심시켰다.

상큼한 맛에 과일 샤벳을 먹은 뒤 메인 디시가 나왔고, 세 사람은 꽤나 그럴듯하게 칼질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통 2년차를 보면 선수들의 미래가 어느 정도 나눠지는 편이지. 2년차에 출전시간을 줘도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는 특별한 인연을 만나지 않는 이상 거기서 끝이야. 반대로 2년차에 성장하는 선수는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 그런 면에서 너에겐 매우 중요한 시기지. 이번 오프시즌이 길었다고는 하지만, 작년에 붙었을 때보다 너무 성장해서 놀랐어. 작년에도 신인답지 않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어."

"국가대표로 뛰어본 경험도 그렇고, 지난 파이널을 비롯한 플레이오프 경기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뛰어난 선수들과 하루걸러 맞붙는 그 치열함, 전국, 아니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그 짜릿함. 이러한 것들이 저를 성장시켰죠. 저는 나약한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았죠. 자만심은 아니었지만, 망설이고 겁먹기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는 길을 택했어요."

영재는 포크와 나이프를 놓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내쉬와 대화를 나누었다. 노비츠키는 잔잔한 웃음을 띄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주었다. 내쉬는 영재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노비츠키를 쳐다보았다.

"노비츠키, 너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도시 가이드도 해주고, 이곳 문화에 적응하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준 거 기억나나?"

"기억나지.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사이가 이럴 수 있는 거잖아. 미국에 처음 온 애송이를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준 건 너가 유일했으니까. 너 덕분에 1년도 안되서 적응을 마칠 수 있었지."

노비츠키는 내쉬의 질문을 듣고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쉬는 NBA 문화와 미국식 문화 등을 잘 알려주고 댈러스 팀 동료들과 잘 융화할 수 있도록 노비츠키를 물심양면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팀이 갈라지고 나서도 피닉스나 댈러스에서 경기를 끝내고 여유가 되면 항상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이 친구에게도 잘해줘. 내가 너에게 해준 것과 같이 말이야. 내가 떠나고, 너가 댈러스를 지탱하듯이. 너가 떠나도 이 친구가 댈러스를 지탱해줄 수 있게."

내쉬는 회한이 섞인 목소리였다. 댈러스에서 오래 뛸 생각이었지만, 금전적인 문제로 그러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랐던 것이다.

"걱정 마라. 내가 앞장서고 말을 많이 하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챙기고 사니까. 게다가."

노비츠키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표정을 굳히고는 말을 이었다.

"내가 이 곳에서 '비'미국인으로서 받은 차별들과 무시를 너가 막아줬듯이.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뱀프님, 방인798님, 망고쪼아님, 재핑님 후원 쿠폰 감사드립니다!!

@내쉬와 노비츠키는 실제로 매우 절친입니다. 아무래도 내쉬도 캐나다 출신이라 타국 선수들만큼 차별받지는 않았지만, 노비츠키를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동료이지 않았나 싶네요. 노비츠키는 내쉬가 없었으면 자신은 지금의 커리어를 쌓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내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이죠. 그런 노비츠키이기에 영재를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죠.

사라질영혼님/// ㄷㄷ 조아라 이놈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파이넨시아님, 이동석동님,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misscherry님/// 코멘 감사드립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켈록

ㅎ0ㅎ님///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가네요 ㅋㅋ

울트라10님/// 업앤다운이 적당히 있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클래스라는 게 있다보니 ㅋㅋ

goimosp님/// 저희도 내쉬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따로 만남까지 집어넣었습니다 ㅋㅋ. 내쉬가 이 때 슬슬 노쇠화가 본격화되고, 시즌 초반에 컨디션이 별로였습니다 ㄷㄷ

꿈꾸던그날님/// 감사합니다ㅋㅋ. 그저 NBA를 좋아하고, 열심히 볼 따름입니다^^

은쌍님/// 가비지는 쓰레기가 맞습니다만, 저 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씁니다. 보통 가비지 타임이라고 해서 이미 승부가 결정난 이후의 시간을 지칭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종료 3분 전인데 20점 차라던가 말이죠. 그 때 투입되는 선수들을 가비지 멤버라고 팬들이나 언론에서 표현하곤 합니다. 보통 15인 로스터 중에 주전과 핵심 벤치가 8~10인이면 나머지 5~7인은 평균 10분 이상을 뛰기 힘든 보험용 선수들인데, 이들을 주로 가비지 멤버라고 부릅니다. 방송에서는 직접적으로 가비지 멤버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가비지 타임은 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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