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8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오랜만에 댈러스의 홈 구장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1월 1일 신년에 벌어진 미네소타와의 원정경기에서 10점 차 대패를 당했지만 그 이후에 홈으로 오클라호마시티를 불러들여 103 대 84 라는 19점 차 대승을 거두면서 다시금 분위기를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은 전년보다 더욱 강력해진 듀오를 자랑하면서 각기 25점과 17점을 폭격했지만, 정작 영재와 가장 많이 매치업이 된 제임스 하든은 야투율 4/11을 기록하면서 13점으로 꽁꽁 묶이고 말았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미네소타 전을 제외하면 영재의 활약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작년에는 15점 정도만 착실하게 수행해 주면 다행이라 여겼던 루키였지만, 올 시즌은 경기에 나오면 항상 +20 득점 언저리는 꾸준히 올려 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에이스급 선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덕 노비츠키도 올 시즌 처음으로 단일 경기 야투율 50% 를 넘겨 10/16의 야투율을 뽐내며 27점을 올려넣었고, 작년과는 달리 숀 매리언이 적극적인 스코어링에 가담하면서 심지어 3점까지도 간간히 성공시켰다. 17점을 올려넣으니 기세가 바짝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금 더 뛰어! 다음 경기는 피닉스 선즈다!"
"속공 수비에 좀 더 집중해! 내쉬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칼라일 감독은 묵묵히 훈련을 지켜보았고, 그 옆에서 테리 스토츠 어시스턴트 코치는 열정적으로 선수들에게 주문하면서 강도높은 훈련을 마무리지었다. 선수들도 훈련이 끝나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상의를 벗고 자리에 주저앉았고, 칼라일 감독은 그런 선수들 앞에서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넸다.
"이제 오전 훈련을 끝낸다. 원래대로면 씻고 식사를 하러가야 하지만, 큐반 구단주가 전달할 이야기가 있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
찝찝한 땀을 얼른 씻어내고 싶지만, 마크 큐반 구단주의 호출이라면 먼저 가는 것이 옳았다. 칼라일 감독은 선수들과 코치들을 잠시 대기시켰고, 선수들은 땀이 덜 묻은 쪽으로 슥슥 몸을 닦아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신년 선물은 이미 받은 거 같은데?"
역시나 챈들러가 먼저 물꼬를 텄고, 선수들은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했다.
"신년 선물 뭐였어? 다 똑같은 거였나?"
테리는 다른 선수들의 선물이 궁금했는지 슬쩍 운을 뗐고, 챈들러는 무덤덤하게 '호텔 자유이용권 두 장 받았어.' 라고 이야기 했다.
"여행권?"
"어. 요번에 결혼식 올리고 나서 제대로 신혼여행을 못 갔어. 그런데 단축시즌이라 시간이 짜 내려 해도 없잖아? 뭐... 어쩔 수 없어서 그냥 호텔에서 하루 푹 묵으면서 달링하고 좋은 시간이나 보내야지."
테리는 싱겁다는 듯, 미적지근하게 대답하면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나는 오케스트라 공연 VIP티켓 두 장 하고, 텍사스 레인져스 관람 티켓 두 장."
트럼펫과 클래식, 그리고 야구에 일가견이 있는 노비츠키는 취향저격 신년 선물을 떠올리면서 아직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테리는 한 명씩 선물을 듣자하니 큐반 구단주가 의외로 이번에는 센스있게 선물을 챙겨줬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정말로 무슨 일일까?"
브루어의 말에 바레아는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아! 하면서 입을 열었다. 갑자기 떠오른 것이 있었던 것이다.
"우승 반지 때문 아냐? 우리 시즌 개막했는데도 아직 안 받았잖아."
"그런가? 그래! 그럴 수 있겠네! 이번에는 시즌 개막이 늦어서 우승 반지도 해를 넘겨서 받나 봐? 그런데 원래 우승반지는 언제 받는 거야?"
챈들러는 정말 궁금해서 질문을 했지만 그 누구도 챈들러의 물음에 대답을 해 주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 아무도 안 받아 봤지?"
챈들러는 하.하. 하면서 국어책 읽듯 웃었고, 영재는 그런 챈들러를 보면서 핀잔을 주었다.
"그건 챈들러도 마찬가지면서 그런 걸 물어보고 그래요?"
"윽, 야. 내가 직접 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상대 팀이 수여식하는 걸 본 적은 있다? 보통은 시즌 개막전이나 개막 직후에 하더라고. 그러니까 우리도 슬슬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야."
"하긴 그건 그러네. 챈들러가 몇 시즌을 뛰었는데, 그런 건 볼 수도 있겠지."
챈들러의 항변에 바레아와 브루어는 그건 그렇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후! 엄청나구만. 역시 우리 팀 선수들의 훈련은 남자답지!"
땀 냄새가 풀풀 나는 걸 위트있게 돌려 말한 큐반은 코를 막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선수들은 하하 웃으면서 각자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에요? 저녁이라도 한 끼 사 주시려고요?"
테리는 배고프다는 제스쳐를 취하면서 말했고, 큐반은 '아~ 아쉽지만 그건 아냐. 밥은 각자 알아서 먹도록 하고!' 라면서 본론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다들 NBA 우승팀이 백악관을 방문하는 관례는 들어서 알 거야. 그 날짜가 정해져서 알려줄 겸, 반지 수여식 날짜도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불렀어."
백악관 방문. 선수들은 오오! 하면서 마치 중, 고등학교 학생들마냥 눈을 반짝였고, 큐반은 그런 선수들의 반응을 기대했는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갔다.
"백악관 방문 날짜는 1월 9일이야. 원래는 거리상 워싱턴이나 근처 원정경기를 갔다가 방문하는 게 보통인데, 빌어먹을 사무국이 우릴 엿먹이고 싶나봐. 흥행을 위해서 우리가 2연속 우승을 하려는 걸 막으려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 시즌 워싱턴 원정경기가 아예 없더라고? 역시 그 돌대가리들한테는 질렸어."
큐반의 말대로 원래는 백악관과 사무국이 협의해서 적당한 일정을 잡아주었지만, 이번 시즌은 단축 시즌의 탓인지 사무국의 대응도 썩 매끄럽지 못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백악관을 시즌 중에 들러야 하는 데, 빡빡한 단축시즌 일정 중간에 원정도 아닌 워싱턴까지 날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큐반은 화가 났지만, 딱히 어찌 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통해 사무국의 멍청함을 비난하며 구단 CEO인 터드마 어서리에게 백악관 방문 예약을 따로 준비해달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쥐어 짜 봐도 살인적인 일정을 피할 수가 없어. 정말... 하! 욕을 계속 해 봤자 변하는 것도 없으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결국 백악관을 갔다가 디트로이트-보스턴 원정을 가는 게 그나마 베스트야. 보스턴 전에 가고 싶지만 날짜가 나질 않아. 그래서 워싱턴-디트로이트-보스턴을 계속 이동해야 한다는 게 문제지."
큐반 구단주의 불같은 성격을 익히 봐 왔던 노비츠키와 테리는 분위기도 바꿀 겸 큐반 구단주에게 사무국의 대응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무국은 뭐라고 하던가요? 댈러스 매버릭스의 길들여지지 않은 구단주, 마크 큐반께서 뭐라고 했으면 그에 반박은 하잖아요? 그치들 그런 거는 꼬박꼬박 잘 하고."
큐반은 그들에게 넌덜머리 난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 '사무국에 불만을 표해봤자 이득이 없다. 리그는 이런 걸 챙길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이렇게나 멍청할 수 있는가' 라고 말야.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 사무국 부사장이나 된 작자는 '매버릭스와 위저즈 경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때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있거나 시간을 낼 수 있는지는 장담 못하는 일이다. 다행히 1월 9일에 시간이 가능해 매버릭스와 함께 일을 처리했다' 라고 하는군. 매버릭스와 함께 일을 처리해? 손이나 빨고 강 건너 불구경이나 했으면서 우리가 직접 나서서 일정을 잡으니까 그제야 발등에 불 떨어진 것 마냥 허겁지겁 중간 단계 한 번 거쳐준 것 뿐인데."
큐반은 다시금 화가 나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의 인터뷰와 NBA 부사장의 인터뷰를 그대로 말해주었다.
"자기들한테 이익이 되는 거는 잘 챙기면서 이런 거는 제대로 안 해주네. 레이커스가 우승했으면 이렇게 했겠나?"
키드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노골적으로 티를 내진 않았지만 NBA 사무국은 항상 암묵적으로 빅마켓 팀을 우대해 왔다는 것쯤은 선수들도 아는 사실이었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답게 빅마켓 팀들의 선전을 바라는 내심이 숨겨져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키드는 NBA 에서 가장 빅마켓인 LA의 팀 LA 레이커스가 우승했으면? 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사무국을 비꼰 것이다.
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 백악관 방문은 내 자비로 가게 될 거야. 내가 직접 추진했고, 직접 예약하고, 직접 했으니 직접 돈 까지 내라고 하더라고?"
...
...
선수들은 이젠 별 감흥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큐반 구단주를 보면서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엑?! 그게 뭐하자는 거에요?! 완전 호구로 보는 거 아냐!"
역시나 다혈질인 테리가 먼저 버럭 화를 냈고, 챈들러도 맞장구를 치면서 씩씩 거렸지만 큐반은 너무나도 쿨하게 '그거 몇 푼이나 한다고, 쪼잔하게 굴길래 그냥 그렇게 한다고 했지.' 라고 말 해 버리니 선수들도 그제서야 화를 삭히고는 진정할 수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고, 멍청한 사무국 관련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아, 반지 수여식 말이지. 준비는 거의 다 되었는데, 좀 미뤘으면 좋겠어. 요즘 팬들의 반응이나 숫자가 신통치를 않아. 날짜를 늦추더라도 팬들이 많이 오고,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했으면 하는 생각이야. 다들 생각은 어때?"
큐반은 최근 경기력에 실망한 팬들의 열기나 숫자가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는 열광적인 팬답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기념비적인 우승반지 수여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더불어 사업가적 마인드로 따져봐도 팬들이 가득 찼을 때, 그리고 전미의 주목을 받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보통은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방문하는 홈경기에 맞추어 하거나, 개막전에 하는 편이었지만 개막전은 이미 지나갔고, 타 팀으로 이적한 주전급 선수는 캐런 버틀러 한 명뿐이었는데, 그의 소속팀인 LA 클리퍼스와의 홈경기는 너무 먼 날짜였다.
아직까지는 2승 4패의 저조한 팀 성적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팀 성적을 끌어올린 뒤에 반지수여식을 하면 기세를 타면서 팀의 분위기도 순풍을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큐반 구단주의 깊은 생각이 담긴 한 마디였다.
"저도 동의합니다. 일단 우리 경기력부터 회복하고 수여식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완벽히 끌어올리지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수여식을 하면 우리도 기분이 별로고, 팬들도 마찬가지겠죠."
노비츠키는 가장 먼저 나서서 동의했다. 자신 역시도 승부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연패 중에 우승반지를 받는 것은 몇 년전 양복을 입고 MVP 트로피를 받은 좋지 않은 추억이 생각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거 경기력을 빨리 끌어올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네. 계속 이 꼴로 경기하다가는 우승반지 끼는 날이 미뤄지는 거잖아?"
"솔직히, 어제와 같은 경기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이번 피닉스 전도 오클라호마시티 전 처럼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하면, 아마 팀 분위기도 한결 좋아질꺼야."
테리는 어제 열린 오클라호마시티 전 대승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팀의 분위기가 반전될 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고 있었다.
"기왕이면 백악관 가서 대통령님도 웃는 얼굴로 보면 좋잖아?"
테리는 97년 NCAA 우승팀인 애리조나 와일드캣츠의 일원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 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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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을 큐반의 자비로 방문한 것은 실제 이야기입니다. NBA 사무국과 큐반이 사이가 안 좋은 건 NBA 열혈 팬들은 알만한 이야기죠. 몇 년간의 통계 중에 사무국에 낸 벌금의 일정 퍼센트 이상을 큐반이 혼자 냈다고 할 정도였죠. 거의 1/3이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판정 항의나 규정 개정 요구 등... 사무국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존재기는 합니다. 선수들이나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말이죠.
물의숙면님/// ㄷㄷ 혹시... 그 다음 장면을 기대하셨다면;;
은신설야님/// 영재 탓으로 몰아가죠ㅋㅋ
이동석동님, Naye님, ㅎ0ㅎ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1234567890123님, -DarkANGEL-님/// 코멘 감사드립니다~~
울트라10님/// 말씀대로 키가 작아서 수비력은 매우 별로입니다. 돌파밖에 모르는 바보였다가 점차적으로 3점을 장착한 케이스입니다. 리딩이 안 되는데 키는 포인트가드 사이즈다보니... 몬타 엘리스나 제이슨 테리, 자말 크로포드, 루 윌리엄스와 비슷한 부류죠.
goimosp님/// 이유는 모르겟는데, 자유투가 안 되는 선수가 정말 많죠. 일단 가슴 근육이 발달한 선수들은 자유투 동작이 잘 안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빅맨들은 워낙 경기 자체가 거칠어서 연습과 자유투 갭이 크다고 인터뷰를 많이 하더군요. 뭐 이건 그들만이 아는 사실일 테니 잘은 모르겠습니다. 이게 맞다면은 포워드나 스윙맨 중에도 자유투가 낮은 선수들의 대부분이 돌파를 즐기는 슬래셔입니다. 르브론도 자유투가 약점이고, 이궈달라는 야투율과 동급, 론도는 3점보다 자유투가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점퍼와 드리블 위주인 듀란트, 어빙 등은 자유투가 높은 편이죠. 여기의 예외는 하든이나 웨스트브룩이 되겠죠.
starkeeper님/// 으음, 너무 밋밋햇나 보군요. 의견 반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유동자님/// 2년차 징크스라는 게 게으른 선수나 멘탈이 약한 선수들이 당하는 거다보니 말입니다. 영재의 경우에는 걸릴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실제로는 말씀처럼 10년차다보니 상대의 거친 견제나 분석에도 부동심 유지가 가능하고, 죽어라 노력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