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95화 (195/296)

00195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1쿼터까지만 하더라도 댈러스 매버릭스는 전문가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마이애미 히트와의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대등하기만 할 뿐, 계속해서 뒤쫒기만 하는 양상이었고 야금야금 마이애미가 점수 차이를 벌리고 있다는 것은 경기장에 온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었을 만큼 릭 칼라일 감독의 표정을 굳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댈러스의 아이덴티티 중에 하나가 추격과 역전이었지만, 이건 점점 가면 갈수록 벌어져 가는 양상이었다.

[조엘 앤쏘니! 브랜든 헤이우드를 밀어내고 리바운드를 따냅니다!]

[브랜든 헤이우드, 주전급 백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재작년 8-8을 기록했던 센터가 맞나 싶을 정도네요. 조엘 앤쏘니가 곧바로 르브론 제임스에게 패스를 뿌리는데요?!]

조엘 엔쏘니는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한 브랜든 헤이우드를 상대로 착실하게 수비 리바운드를 따내고는 르브론 제임스에게 공을 패스했다. 여기서 숀 매리언이 타이트하게 수비를 붙어줘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1,2 쿼터를 합쳐 12분 정도만에 숀 매리언의 체력은 벌써부터 르브론 제임스를 쫒아가기 버거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아! 타이트하게 수비를 붙지 못하네요! 숀 매리언의 허술한 마크로 르브론 제임스, 앞이 완전히 비었죠?! 가볍게 매리언을 제치고 앞으로 힘껏 패스를 뿌립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드웨인 웨이드와 영재는 이를 악 물고는 서로를 힐끔 흘겨보았다. 웨이드는 매리언이 제쳐지기 전부터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고, 영재 역시 매리언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에 드웨인 웨이드의 속공을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스틸?'

아니다. 그건 악수다. 도박적인 수비는 기세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르브론 제임스의 패스와 드웨인 웨이드의 속공이라면 도박 보다는 팀원들이 백코트를 할 시간을 벌고, 터프샷을 유도하는 게 최선이었다.

퍼억!!

"큿!"

가슴이 아릴 정도로 어깨를 밀고 들어오는 드웨인 웨이드. 영재는 죽을 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는 오른발을 뒤로 내빼면서 균형을 유지했다. 마치 존 월의 대응법과 비슷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웨이드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영재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아! 또 다시 드웨인 웨이드와 영재 윤의 대격돌!]

[지난 파이널부터 두 선수, 정말 많이 부딪힙니다! 앙금이 삭기도 전에 또 다시 맞붙는 두 선수! 오늘 경기만 놓고 본다면 아직까진 두 선수 서로가 서로를 봉쇄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죠?! 드웨인 웨이드는 8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2턴오버, 영재 윤은 9득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 1턴오버! 그리고 두 선수의 야투율도 각각 3/7, 4/9로 채 50% 가 되지 않습니다!]

[웨이드는 단독으로 영재 윤을 잘 막아내고 있고, 영재 윤도 영리한 수비와 동료들의 도움 수비를 활용해 웨이드를 잘 제어해 내고 있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웨이드를 이만큼이나 막아내는 선수는 몇 없을 정도죠!]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드웨인 웨이드는 정말 짜증이 나도 이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영재를 한 번 더 파워풀하게 밀어붙였고, 영재는 감량한 웨이드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 벌크업을 한 오프시즌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밀리지 않기 위해 상체가 뒤로 휘청이면서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드웨인 웨이드! 떠오릅니다! 동시에 좋은 타이밍으로 솟구치는 영재 윤!]

공중에서 얽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곳을 본 채, 서로 정반대의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해 고함을 내질렀다. 웨이드는 단단하게 몸이 오른 영재에 맞서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림 위로 공을 올리려 했지만 도무지 타이밍이 나지 않았다. 왼손은 분명히 위를 뻗고 있지만, 오른손은 언제든지 후속동작을 할 수 있도록 어깨높이까지만 들어올리고 웨이드의 손에 들린 공을 영재가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로터인가요!?]

오른손으로 공을 받쳐든 듯 들어올린 웨이드. 영재는 들어올린 왼손으로 웨이드의 공을 갈취하기 위해 낫처럼 오른손을 휘둘렀지만, 그와 동시에 웨이드는 플로터 자세를 억지로 무너트리고 오른팔을 빠르게 접어 공을 가슴께로 옮긴 뒤 왼손으로 공을 다시금 받아 들어올렸다.

[더블 클러치!!! 왼손으로 공을 옮기는 드웨인 웨이드! 하지만 영재 윤, 이미 거기까지 읽었다는 듯 오른손으로 웨이드의 진행경로를 방해합니다!!]

웨이드도 영재도, 이젠 정면으로 맞부딪칠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점에 다다른 체공, 그리고 더 이상은 페이크가 무의미한 마지막 순간. 웨이드는 왼팔을 공격적으로 영재의 오른손과 머리 사이로 비집어넣어 림에 최대한 근접시키려 했고, 영재는 화들짝 놀라 진행경로를 막고 있던 오른손을 재빨리 웨이드가 파고들려는 틈새로 끌어당겼다.

퍽!!

"아악!!!"

한 순간, 두 선수는 엉켰고, 비명은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새어나왔다. 공은 이미 웨이드의 손을 벗어났고 영재와 웨이드는 서로가 뒤엉킨 채 그대로 코트에 추락하고 말았다.

삐이익!!

[아! 영재 윤의 디펜스 파울을 선언하는군요!]

[후! 정말 대단했습니다. 시간은 기껏해야 2~3초였는데 그 사이에 오고간 두 선수의 수 싸움은 정말로 NBA 중에서도 최고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멋진 장면이었네요!]

레지 밀러는 정말 순수하게 감탄한 나머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레지 밀러의 흥분과는 다르게 코트의 분위기는 점점 술렁이면서 식어가고 있었다.

먼저 드웨인 웨이드가 일어났다. 하지만 드웨인 웨이드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왼손의 손목을 감싸쥔 채 약간 고통이 있었는지 얼굴을 찡그리는 드웨인 웨이드. 하지만 아직까지 코트에 넘어진 채 영재는 비칠대다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헤이, 윤! 윤!"

코트 위에 있던 키드와 노비츠키가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을 눈치채고는 영재에게 달려와 부축을 해 주었다. 영재는 괜찮다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영재는 이마에서부터 피를 흘려서 눈 밑까지 흐르고 있었다.

"윤!!"

피를 흘리면서 일어나는 영재를 보면서 에밀리는 초조함과 불안함에 관중석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코트 위로 달려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 에밀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에밀리를 갑갑하게 만들었다.

경기에 지장이 있을만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더블 클러치의 마지막 상황에서 왼손을 자신의 오른손과 머리 사이로 뻗을 때, 그의 손이나 팔, 아니면 농구공이든. 너무 찰나의 상황이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마를 찢어버린 것이다. 그다지 많이 찢어진 상처도 아니고, 피가 썩 많이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눈 위쪽이라 그런지 시야에 거슬리긴 했다.

잠시 경기가 중단되고 댈러스 의료진은 재빨리 영재를 벤치에 앉히고 지혈을 시작했다. 칼라일 감독은 영재를 대신해 브루어를 투입하고 코트에 집중하고, 케이시 스미스 트레이너와 의료진은 영재의 옆에 붙어 흐른 피를 닦고, 더 이상의 이상은 없는지 체크해 나갔다.

"스미스 씨. 괜찮아요. 이제 뛸 수 있어요."

응급용 스테이플러로 간단하게 상처를 고정하고, 상처를 깨끗하게 소독한 뒤 밴드를 붙인 영재는 팀닥터가 이마에 단단히 붕대를 둘러주는 것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두통이나 구역질, 균형감각 등은 괜찮고?"

이윽고 붕대를 두텁게 감고 밴드까지 완벽하게 붙이자 영재는 영락없이 머리를 다친 환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예. 부상당한 그 상황에는 조금 그랬지만, 지혈도 제대로 되었고, 충분히 경기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

"스미스 씨. 그저 스친 거에요. 심각한 부상 같은 게 아니라고요."

스미스 트레이너도 잘 알고 있다. 영재의 부상이 단지 스쳐서 찢어진 거라고. 정말 다행히도 눈두덩이가 찢어졌으면 오늘 경기는 절대로 나설 수 없었지만 눈과는 좀 떨어진 이마 부근이 찢어졌기 때문에 경기에 참여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래도 머리는 충분히 위험한 부상부위 중 하나였기에 스미스 트레이너는 잠시 고민을 한 것이었다. 그의 역할은 선수들의 건강을 챙기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 씨. 49 대 58 이에요. 벌써 9점 차이나 벌어졌어요. 제 경기력에 문제가 생긴거라면 저도 고집부리지 않겠지만, 저는 멀쩡합니다. 멀쩡한데 이렇게 쉬는 것은 저 스르로가 용납할 수 없어요."

철컥-

"그래, 자네의 승부욕이나 근성은 나도 잘 알고 있지. 머리는 확실히 괜찮나?"

2쿼터가 끝나고 하프타임이 되자 칼라일 감독과 노비츠키, 키드는 영재가 걱정되었는지 곧바로 회복실로 들어와 영재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예, 충분히 쉬었습니다."

"... 그래. 그렇군."

칼라일 감독은 머리에 칭칭 붕대를 감은 영재를 보면서 마음이 쓰였지만, 지금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영재가 웨이드를 찰거머리처럼 수비했을 때 까지만 해도 점수는 45대 49.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점수차였고 머지않아 체력이 빠진 매리언 대신 브루어를 투입해서 르브론을 다시금 타이트하게 막고 웨이드가 교체 될 상황에 영재도 같이 뺄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재가 웨이드에게 불의의 일격을 얻어맞은 이후,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웨이드를 빼지 않는 강수를 두었고 부득이하게 칼라일 감독은 브루어와 파슨스를 동시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브루어가 웨이드를, 그리고 파슨스가 르브론을 막아내는 것이 기본 골자였지만 올 시즌에 드래프트가 되어서 여타 시즌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짧은 기간 동안만 훈련을 받아 온 챈들러 파슨스가 르브론 제임스를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브루어가 본업은 스몰포워드지만 르브론을 막기에는 프레임이 얇고 힘이 약했다.

그럼에도 파슨스는 넘어져도 일어나고, 제쳐지더라도 끝까지 이를 악 물과 뒤를 쫒아 파울로라도 끊는 근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9점 차 리드로 2쿼터를 어떻게든 끝낼 수 있었는지도 몰랐다.

"윤, 3쿼터 초반까지는 쉰다. 대신에 3쿼터 5분이 지나는 순간 다시 자네를 투입하겠네. 스포엘스트라도 3쿼터는 드웨인 웨이드와 르브론 제임스를 한 번씩 쉬게 할 것이고, 아마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드웨인 웨이드를 짧게나마 쉬게 할 거야. 윤, 자네는 웨이드가 다시 나오는 순간 경기에 들어간다. 만일, 드웨인 웨이드가 출전하지 않더라도 자네는 5분 뒤에 출전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

드웨인 웨이드는 벤치에서 영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은 동양인 가드라곤 하지만, 실력으로 누르고 싶었지 이런 식의 예상치 못한 부상은 아니었다. 왠지 모르게 악인이 된 것 같은 느낌에, 웨이드는 애꿎은 손목만 빙빙 돌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와라. 이대로 끝낼 순 없잖아.'

웨이드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랐지만, 작년 파이널 경기의 패배 이후 크리스 보쉬가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너무 거만했는지 몰라. 그래, 우리는 충분히 챔프가 될 자격이 있었지. 하지만, 우리는 지난 한 시즌 동안 너무나 거만했고, 프로답지 못했어. 간절했지만 더욱 간절하지 못했어. 난, 노비츠키를 보며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해. 웨이드, 너는 어때?'

"많은 거라."

보쉬는 올곧은 전사와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은 재미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기도 해서 그런지 웨이드의 개인적인 친분은 솔직히 르브론과 조금 더 깊은 관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웨이드는 그러한 보쉬가 한 말을 당시에는 '헤이, 그게 무슨 소리야?' 라면서 가볍게 흘려 넘겼지만, 지금에서야 웨이드는 보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영재와 맞부딪쳐 보면 알 것 같은데 그 '조금' 이 부족했다.

"그래. 좀 더 하자고. 좀 더 알려줘 봐."

점점 유능한 유망주들이 포인트가드로 컨버젼하면서 슈팅가드 포지션의 정상급 선수들은 줄어만 갔다. 코비 브라이언트, 드웨인 웨이드, 마누 지노빌리가 지난 시즌 슈팅가드 탑3를 유지하고 있었다. 브랜든 로이는 부상으로 커리어를 끝낼 위기였다. 레이 알렌, 빈스 카터, 폴 피어스 등은 이미 노쇠화가 시작되었다. 30대의 선수들이 정상급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을 정도로 새로운 젊은 선수가 나타나질 않았다.

그러한 슈팅가드 포지션의 젊은 선수 중에서도 영재는 유니크한 존재였다. 그랬기에 웨이드는 조금 더 영재와 맞붙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3쿼터도 이제 5분 정도 지난 상황. 웨이드는 아직까지 자신을 넣을 생각이 없는 것 같은 스포엘스트라 감독을 물끄러미 보면서 얼른 경기로 넣어달라고, 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chaikopusuki님, 신들의만찬님, 아기파랑님, 호원님, dmdman님, 크헬헬푸헬헬님 후원 쿠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밌는 소설을 쓰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이애미 빅3의 에이스는 르브론일지라도 구심점은 웨이드였습니다. 르브론이 보쉬와 사적으로 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성향이 달라서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르브론이 보쉬와 경기 내에서 호흡이 안 맞진 않았습니다.

@소위 육성(6성) 슈가 시대(코비, 아이버슨, 티맥, 앨런, 피어스, 카터의 2000년대 슈팅가드 탑6) 이후 슈팅가드는 제임스 하든의 등장 이전까지 젊은 슈퍼스타 슈가가 없었습니다. 몬타 엘리스 정도가 한계였죠. 지난 시즌 슈팅가드 탑 10만 봐도 클레이 탐슨, 웨슬리 매튜스, 카일 코버, 브래들리 빌 등 3&D에 가까운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나마 더마 데로잔, 지미 버틀러 정도가 팀의 에이스이자 슬래셔로 활약했습니다. 하든이야 넘사벽 슈가 NO.1 이었고요.

은신설야님, 여신유리찬양님, 이동석동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10월의 시작이네요. 보람찬 한 달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라질영혼님/// 한글날을 말씀하시는군요. 저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goimosp님/// 감사합니다. goimosp 님도 좋은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울트라10님, ㅎ0ㅎ님/// 지난 시즌보단 많이 구를 겁니다ㅋㅋ

류미너스님/// 지적 감사합니다. 착각을 했네요;;

죠와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비오는날엔우울해님/// 하핫, 그 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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