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93화 (193/296)

00193  2011-2012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작년에 처음 데뷔한 영재가 센세이션한 활약을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2년차에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었다. 정상급 선수들은 대부분 처음 몇 시즌간 연차가 올라가며 기록이 향상되는 게 보통이었다. 육체가 NBA에 맞게 단련되고 경험과 스킬이 늘어나기에 그런 것이었다. 물론 그 반대로 소포모어 징크스로 인해 루키시즌이 커리어 하이로 끝나는 선수도 있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프리시즌에서 그런 걱정을 조금이나마 불식시켰지만 애초에 주전급 선수들에게 프리시즌의 결과는 별 의미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작년에 비해 영재에 대한 분석과 압박이 더욱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었다.

"윤!"

그런 논란의 주인공인 영재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점심쯤, 공항에 나가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윽고 귀여운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에밀리를 보고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우!"

그대로 달려와 품 안에 안긴 에밀리를 껴안은 영재는 그간 힘든 스케쥴을 모두 소화하고 돌아온 에밀리가 대견했는지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는데?"

"못 본 사이에 몸이 더 좋아졌는걸?"

꽤나 민망할 법한 이야기도 이젠 자연스럽게 나누는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어엿한 연인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마중 안 나와도 괜찮다니까... 맨날 미안하게만 만들고."

에밀리는 내일 정규리그 개막을 대비해서 오늘 오전에 팀 훈련이 있다는 것쯤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젠 척척 알 정도로 NBA에 관해, 그리고 영재에 관해서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 에밀리의 예상대로 영재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그 어떤 선수들보다도 일찍 도착해서 개인훈련을 가볍게 소화하고, 팀 훈련까지 성실하게 한 뒤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까지 훈련을 마무리하고 에밀리를 만나러 온 것이다.

"나? 오늘 집에서 늘어져라 잔 거 밖에 없는데 당연히 마중이라도 나와야지."

영재는 능글맞게 말하면서 에밀리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주차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에밀리는 거짓말 하지 말라면서 영재의 옆구리를 쿡 찔렀지만, 영재도 에밀리의 옆구리를 슬슬 만지작거리니 에밀리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꺄르르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으흠~ 옆구리가 약점이군?"

"으... 아, 아니거든! 그렇게 작정하고 간지럽히면 누구라도..."

영재는 그래? 라면서 에밀리의 옆구리를 다시 한 번 간지럽혔다. 자신의 몸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에밀리인만큼 탄력있는 몸매도 참 좋았지만, 탄력이 있으면서도 촉감이 좋은 부드러움에 영재는 조금 짖궂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밖이니까, 라면서 영재는 웃음을 못 참고 몸을 꼬는 에밀리를 보면서 손을 슬쩍 떼어주었다.

"아우, 정말. 맨날 장난만 치고."

"정말 좋아하니까."

영재의 기습적인 고백에 에밀리는 본인도 모르게 헷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이내 새침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영재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 또 한 번 기분이 좋았지만 옆구리라는 약점이 들킨 이상 조금은 새침한 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삐쳤어?"

"몰라."

"어떻게 해야 내 애기가 기분을 풀까?"

에밀리는 애기라는 말에 뭐라고 하려고도 하기 전에, 자신의 입을 막아버리는 영재를 보면서 지그시 눈을 감았고, 주차한 SUV에 올라탄 두 사람은 10분이 넘어서야 시동을 걸고 공항을 떠났다.

퉁퉁-

영재는 집 앞 마당에 딸려있는 반코트의 농구코트 앞에서 미소를 짓고 왼손을 든 채 어설프게 드리블을 하는 한 사람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잘 봐?"

퉁, 턱!

"얏!"

어설픈 드리블을 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에밀리. 영재는 아예 농구를 취미로 재미를 붙인 에밀리가 공을 가지고 짬짬이 연습을 했다는 것이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본기는 착실히 독학을 했는지 무게중심을 낮추고 스틸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낮은 드리블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재의 눈에는 충분히 대견해 보였다.

그러다 에밀리는 갑자기 얏! 소리를 내면서 오른발을 앞으로 크게 내 뻗었다. 그래도 한참이나 작은 에밀리의 전진은 영재에게 훤히 보였지만, 정말 놀란 건 그 다음이었다. 입으로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던 에밀리와 맞붙게 된 영재는 에밀리가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는 건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오른발을 뻗고 왼발을 축으로..."

영재가 보기에 정말 느렸지만 형식만큼은 완벽하고 차근차근 해내는 에밀리. 에밀리가 지금 시도하는 것은 다름아닌 스핀무브 동작이었다. 물론 농구에 ㄴ자도 모르던 에밀리가 서로 바빠 만나지 못한 2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짬짬이 연습한 걸로는 택도 없었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을 쪼개가면서 이 정도로 연습을 해 낸 에밀리가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영재는 느꼈다.

"어어어!"

영재는 마치 발 연기의 교과서마냥 당황하는 척 했지만 몸동작은 정말 리얼했다. 그대로 뒤로 물러나다가 에밀리가 휙 돌아나가자 영재는 뒤로 꺼덩 넘어지면서 에밀리의 슈팅 동작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근력이 부족해서 정석적인 슈팅 폼은 어렵지만, 여자농구선수들에게 자주 볼 수 있는 양 팔을 이용해서 밀 듯이 쏘는 슈팅. 영재는 개인적으로 이 슛이 들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퉁-

"아아!"

하지만 슈팅 연습은 림이 없으면 하기 힘들었고, 슈팅 연습을 제대로 못 한 에밀리가 NBA 정식 높이의 농구대는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농구대의 높이에 공을 올려놓은 것 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다.

"핫!"

콰아앙!!

어느새 영재는 벌떡 일어나더니 에밀리가 놓친 슈팅이 나가지 않도록, 솟구쳐 올라 튕겨나온 공을 양 손으로 꽉 쥐더니 그대로 림에 내리 꽂았다.

끼익- 끼익-

풋백 덩크가 작렬하자 에밀리는 멍한 표정으로 영재를 바라보았고, 영재는 하하 웃으면서 한 손으로 림에 매달린 채 나머지 한 손의 엄지를 세우곤 미소를 지었다.

"에밀리! 대단한데? 스핀무브에 이어서 어시스트까지!"

영재는 림을 놓고 내려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밀리의 옆에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 이렇게 연습을 한 거야? 깜짝 놀랐어."

영재는 정말로 껌뻑 속았다면서 에밀리를 치켜세웠고, 에밀리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윤이 내 촬영장에 오고 날 위해서 카메오로 연기까지 했는데. 나도 윤이랑 같이 농구를 해 보고 싶었어."

영재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 에밀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농구를 하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냥 서로 슈팅이나 쏘고 하겠지 싶었는데 이 정도로 자신을 생각해 줘서 농구를 연습해 온 게 참으로 멋진 여자라고 영재는 생각했다.

"덕분에 스핀무브만큼은 모두 막아낼 수 있겠는걸?"

"치, 내 스핀무브가 얼마나 느리고 서툴렀는데! 내일 홈경기 마이애미 슈팅가드는 드웨인 웨이드 선수잖아. 빛의 속도로 돌파가 가능하다는 선수."

영재는 오오~ 하면서 에밀리를 번쩍 안아들었고, 에밀리는 싱긋 웃으면서 영재의 목을 양 팔로 감싸안았다.

"그래서 영상도 보고 했는데, 너무 어려운 것만 하는 거 있지?"

"맞아. 그 선수가 좀 어렵긴 하지."

영재 역시 동의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저것 연습해 봤는데 그나마 이거랑 크로스오버라는 게 흉내낼 수 있어서, 요번에는 스핀무브 연습! 다음번에는 윤 앞에서 크로스오버도 해 줄게."

"어우, 무섭네. 오늘도 엉덩방아 찧었는데 다음번에 크로스오버 하면 앵클 브레이크 당하는 거 아냐?"

영재는 어느덧 침대에 에밀리를 조심스레 눕히고, 자신도 에밀리의 옆에 누웠다. 에밀리는 영재 쪽으로 돌아눕더니 영재의 팔을 뺏어서 팔베개를 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윤, 아직 오후 3시인데?"

"그냥, 운동하면 피곤하잖아. 그래서 낮잠이라도 잘까 했지."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응, 그렇구나! 라고 순진하게 말하더니 영재의 품 안에서 눈을 감았다. 그런 에밀리의 모습을 보면서 영재는 분명히 다 아는 거 같은데 이렇게 순진하게 행동을 하는 것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에, 어? 자, 자기?"

영재의 목소리는 어느덧 낮게 깔렸고, 에밀리는 상상하지도 못한 '자기' 라는 소리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배고파."

...

"으, 응. 나도... 읏!"

영재는 에밀리도 배가 고프다고 하니,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에밀리의 보들보들한 입술을 먹기 시작했다.

"우와..."

챈들러 파슨스는 NCAA의 무대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과 중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타이슨 챈들러는 그런 파슨스 옆에서 씨익 웃더니 왁! 하고 파슨스를 놀래켰다.

"헉!!"

"야, 그렇게 얼빠진 표정으로 있으면 잡아먹힌다?"

챈들러의 장난스런 말투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건지 파슨스는 얼어붙었던 방금 전에 비해선 조금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찌되었든 액티브 로스터에 든 데뷔전이니까... 긴장이 되죠."

챈들러는 그래? 라고 하더니 슬쩍 웃으면서 관중의 한 편을 가리키며 웃었다. 파슨스의 모델같은 얼굴을 크게 확대해서 만든 플랜카드가 흔들리고 있었고, 파슨스는 그 쪽을 보면서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역시 얼굴값을 한다니까? 그렇지 않아요? 챈들러."

어느샌가 다가와서 이야기에 끼어든 영재를 보면서 챈들러는 암! 그렇지. 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파슨스는 그런 거 아니라면서 머쓱하게 웃었다.

"에이, 파슨스. 솔직해져요. 잘 생긴거 본인도 잘 알면서. 미남미녀는 자기가 잘생기고 예쁜거 다 안다던데."

"그, 그게 말이지. 솔직히 못 생긴 건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농구실력으로도 인정받고 싶어서."

챈들러는 오~ 하면서 파슨스에게 엄지를 세웠고, 파슨스는 머쓱하게 웃을 뿐이었다.

"하긴! 잘 생긴 사람들은 자신이 잘 생긴 걸 알긴 하지. 얼굴 값 하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하... 그래서인지 요즘 좀 피곤하단 말야. 수염도 기르니까 더더욱 내 외모가 말야."

챈들러의 실없는 농담에 영재는 웬일로 맞장구를 쳐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챈들러 정도면 어디서 먹히는 얼굴이죠. 듬직한 외모에 거친 턱수염, 그리고 바짝 민 스포츠머리. 전형적인 남자의 외모이긴 해요."

"그렇지? 역시 보는 눈이 있어. 응?"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게 참 아까워요. 챈들러. 아니, 20대이기만 했어도 가망이 있었을텐..."

휙!

"어쭈?!"

챈들러의 가벼운 펀치를 날렵하게 피한 영재는 슬쩍 웃으면서 말했다.

"아, 이젠 주먹도 느려졌어요?"

그렇게 투닥거리는 둘을 보면서 파슨스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뻘쭘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반갑습니다! 2011-2012 NBA 개막전이자 크리스마스 매치! 디펜딩 챔피언 댈러스 매버릭스와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 ESPN에서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지난 파이널에서 맞붙은 두 팀의 리벤지 매치입니다! 해설에는 레지 밀러, 캐스터 크레익 셰이거 입니다. 레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크레익 셰이거는 레지 밀러를 보면서 정말 반가워했고, 밀러도 하하 웃으면서 셰이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번 시즌에는 뭘 하고 보내야하나 눈앞이 캄캄했거든요? 이렇게 리그가 열려서 크레익과 같이 경기를 중계한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이고, 팬 분들도 다 같은 마음이겠죠. 자, 작년의 디펜딩 챔피언인 댈러스 매버릭스와,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마이애미 히트와의 대결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밀러는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더니 흠- 하고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양 팀 모두 너무 기대가 되는 팀이죠. 하지만 오늘 경기 결과만 생각해 본다면 마이애미 히트가 우세하다고 생각됩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잠자는돼랑이님,  잠룡객님,  asdsdds님,  ceracs님, chaikopusuki님,  穹河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도 잘 보내시길^^

@추석은 잘들 보내셨는지요? 이제 연휴도 3일이 지나서 대체휴일인 내일 하루 남았네요. 내일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파이넨시아님, Han512님, -DarkANGEL-님, ㅎ0ㅎ님, chaikopusuki님, 이동석동님, 사라질영혼님/// 코멘 감사합니다!! 내일 남은 연휴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

울트라10님/// 르브론 같은 선수는 구단주나 단장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선수죠. 하지만 지략가 스타일의 감독들에게는 탐탁치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스타 플레이어와 감독간의 역할분배, 플레이 콜 가지고 싸우는 경우는 적잖죠. 그리고 보통은 감독의 패배로 끝납니다. 르브론 입장에서도 골스, 샌안, 애틀 같이 공을 많이 돌리고 자신 위주의 공격이 적은 모션 오펜스를 주로 쓰는 팀은 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 르브론만이 아니라 웨스트브룩, 하든, 코비 등의 본인 포제션이 높은 선수는 저런 시스템적인 전술을 그닥 선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하는 역할이 줄고, 슈팅도 줄고, 볼 소유시간도 줄거든요.

goimosp님/// 어제 자정 즈음이 가장 달이 크고 잘 보였다고 하더군요. 저는 일찍 잠들어서 그것까진 못 봤습니다. 어제 슈퍼문은 잘 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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