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3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혼자서 하는 훈련도 좋지만, 이제는 슬슬 여럿이서 하는 게 좋지. 실전이랑 같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상황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다른 선수들은 각자 하고 있는 게 있더라고. 여기 온 선수들은 어차피 개인훈련 중이어서 모여서 하기로 한 거고."
"그렇죠. 코치랑 1:1하는 거랑 선수랑 1:1 하는 거는 다르니까요. 그나저나 키드, 벌크업도 했는데 포스트업하는 것 좀 도와줘요. 테리는 풀업점퍼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많이 쏴야 할 거 같은데."
영재는 키드와 테리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부분을 말했다. 키드는 가드의 포스트업에 있어서는 조던 이후 최고 수준이었고, 테리 역시 점퍼의 달인이었다.
"오케이. 너가 쓸 일은 많이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익혀 두는 게 낫지."
"키드랑 하고 나서는 내가 봐줄게. 어차피 오래 할 건 아니잖아? "
키드와 테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불러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좋아. 우리도 오전에는 각자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하고 있어. 피트니스 훈련 먼저 해야 되니까 근처의 헬스장에서 서로 알아서 훈련하거든. 그리고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같이 모여서 이런저런 훈련을 하니까 그 때 봐주도록 할게. 그리고 2:2나 3:3 도 같이 해보자고."
"키드, 어차피 우리가 이렇게 말 안해도 저 놈은 알아서 잘할 거야. 이제 한 명만 더 오면 3:3 연습도 할 수 있을 거고. 헤이우드가 조만간 오겠다고 했으니까."
테리의 너스레에 키드는 한숨을 쉬면서 오히려 우리들 걱정을 해야겠다고 어깨를 으쓱였다.
"너야 뭐 항상 우리가 오기 전부터 와서 모두 간 뒤에나 갈 놈이었지. 잠깐 못 본 사이에 까먹었네."
"그게 바로 나이가 들고 있다는... 억!"
퍼억!!
그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눈 영재는 자신의 훈련을 봐주는 조나스 임도 선수들에게 소개해주고 곧바로 팀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임은 다른 선수들의 개인코치의 틈 속에서 부드러운 친화력을 보여주며 잘 적응했고, 영재도 오랜만에 보는 마힌미와 보브아를 보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음, 오늘은 윤도 처음 온 날이니까 가볍게 아이솔레이션을 연습해 보자고. 내가 패스를 주면 윤, 보브아, 테리가 공을 받고 골밑으로 파고들어 마힌미랑 미스매치라고 가정하고 1:1을 벌이는 거야. 마힌미의 수비 연습이랑 우리들의 골밑 마무리 연습을 겸하는 거라고 보면 돼."
맨 처음으로 나선 건 테리. 키드의 패스를 받은 테리는 부드럽게 앞으로 달려들어 마힌미에게 어깨를 툭 밀어붙였다. 당연히 밀릴 리 없는 마힌미는 그간 처참하게 당하면서 수비력이 어느정도 물이 올랐기 때문에 섣부른 스틸 시도나 앞 쪽으로 튀어나오는 허튼 수비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테리가 뒤로 물러나 슈팅을 쏘거나, 갑작스런 스핀무브를 펼칠 수 없도록 테리의 어깨에 자신의 상체를 딱 붙이고 무게중심을 낮춰 양 팔을 좌우로 넓게 벌리며 테리의 다음 공격을 기다릴 뿐이었다.
"좋아졌는데?"
하지만 테리는 테리였다. 순간적으로 페이크를 건 뒤 스텝백을 밟았고 마힌미는 아차 싶어 손을 뻗었지만 이미 테리는 어디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페이드어웨이를 쏘아 올렸다.
슉-
마힌미의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공은 림도 닿지 않은 채 쏙 들어갔고, 마힌미는 아우! 하면서 아쉬운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자, 다음."
이번에는 영재의 차례. 이 훈련은 영재가 벌크업한 이후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첫 실전훈련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키드도 이 방식의 훈련을 하자고 한 것일테고 말이다.
퉁퉁-
보브아와 키드, 테리도 영재가 벌크업한 것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궁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의 매치업을 구경했다.
단 일직선의 드리블일 뿐인데도 마힌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위압감에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더욱 단단해진 영재가 달려들면서 드라이브 인, 왼쪽 어깨를 들이밀면서 파고들어버리니 마힌미는 자신도 모르게 영재의 힘을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흐읍?!"
분명히 강한 힘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의 영재에 비하면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단단해진 힘은 분명했다. 마힌미는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키드와 테리를 상대하면서 올라간 수비력 덕에 왼발을 뒤로 내빼면서 단단히 무게중심을 고정시키고 영재의 뒷 동작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좋아졌어.'
마힌미와 컨택한 후 영재는 균형이 예전보다 잘 잡힘을 느꼈다. 제 아무리 벌크업을 해도 센터를 이길 수 있으리란 생각은 눈꼽만치도 하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 영재의 자유투 획득 개수가 적은 이유는 본인이 컨택을 피했기 때문이었다. 상체 밸런스와 파워가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려운 셀렉션이 되더라도 최대한 컨택을 피했던 것이 지난 시즌의 영재였다.
"흡!"
마힌미와 한 번의 컨택이 있은 뒤에 뛰어올랐어도 중심이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영재는 다시금 가벼운 페이크 후 레이업을 시도했다. 마힌미는 영재의 부탁대로 파울에 가까울 정도로 터프하게 수비해주었고,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의 신경은 온 손 끝에 집중되어 있었다.
슉-
"그렇지!!"
그리고 영재의 손을 떠난 공은 가볍게 림을 스쳐 빨려들어갔다.
영재는 며칠 동안 꾸준히 키드와 테리, 보브아, 마힌미와 훈련을 해나갔고, 중간에 헤이우드가 합류해 3:3 연습경기도 매일 치르곤 했다. 포워드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센터가 둘, 가드가 넷이었기 때문에 딱 맞는 비율이었다.
키드와 테리를 상대로 포스트업 공격을 꾸준히 연습했고, 마힌미와 헤이우드를 상대로 계속 골밑마무리 연습을 해나갔다. 하지만 3:3 연습만으로는 뭔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윤, 일 주일 뒤에 시간이 좀 돼?"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연습을 끝내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을 먹던 자리였다. 갑자기 테리가 영재에게 다음 주에 시간이 되는지를 물어보았다.
"음, 특별한 일은 없어요. 아시다시피 지금까지처럼 하루 종일 훈련하는 것뿐인걸요."
영재는 여전히 하루 종일 농구에만 몰두해 있었다.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훈련을 했고, 남는 휴식시간에도 조나스가 찍어준 비디오를 같이 보면서 슈팅 폼이 흐트러지진 않았는지, 착지 자세는 좋은지, 스텝은 어떤지를 같이 의논했다. 그 모든 것을 매일매일 소화하는 영재도 대단했지만 비슷한 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는 에밀리와의 연락을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는 것 또한 대단할 지경이었다.
"그러면 자선 경기에 같이 갈래? 조쉬 하워드라고, 예전에 같이 뛰었던 친구가 주최하는 경기야. 11월 12일에 하고, 경기장도 멀지 않아. 정식 경기처럼 뛰는 거라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거야. 다른 선수들도 비시즌이 길어지다보니 길거리 농구나 자선 경기에 많이들 참여하고 있거든."
조쉬 하워드. 올스타 출신의 스몰포워드로 근 십여년간 댈러스에서 유일하게 성공적으로 드래프트한 선수였다. 1라운드 29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올스타 급까지는 성장했지만 급격한 폼 하락으로 인해 캐런 버틀러와 트레이드된 선수였다. 그는 아직 댈러스에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댈러스에 대한 애착이 컸다.
마이애미 지역에서는 르브론과 웨이드, 폴, 앤써니 등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각자 친분이 있는 선수들을 모아서 나이키와 함께 자선 대회를 열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각 지역별로 여러 선수들이 자선 경기를 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직장폐쇄라는 특이한 상황 때문에 여느 시기와는 다르게 수많은 자선 경기들이 열리며 농구 팬들의 갈증을 일부나마 풀어주고 있었다.
"저는 좋아요. 경기를 뛸 수 있다면 환영이죠. 근데, 누구누구 와요?"
영재는 국가대표 경기 이후의 오랜만의 정식 경기에 많은 기대가 되었다. 특히 NBA 선수의 자선경기라면 같이 나오는 선수들도 NBA 선수들일 터였다. 조쉬 하워드 역시 오랜 기간 NBA에서 뛰었던 만큼 친분을 가진 선수들도 여럿일 터였고 말이다.
"너랑 친한 선수는 월이나 브루어 정도겠지. 열두 명이서 가볍게 30분 정도 경기를 할 거야. 내가 나중에 주소를 줄 테니까, 그날은 오전훈련만 마치고 그리로 오면 돼. 다운타운 남동부 쪽에 P.C. Cobb Athletic Complex 라는 곳이야."
"월과 브루어라, 오랜만에 보겠네요. 둘 상대로도 잘 통할지 실험해 봐야겠네요. 날짜나 위치를 보면 그냥 오후 팀 훈련 대신에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근데 키드나 다른 선수들은 안 가요?"
"키드는 그날 다른 일이 있다더라고. 그리고 이건 하워드가 주최하는 거니까, 하워드랑 친한 선수들 위주로 초대되겠지. 하워드가 워싱턴으로 갔으니 월하고는 친해졌나 보지."
테리는 대수롭잖다는 듯이 대답했다. 하워드가 댈러스 출신이긴 하지만 하워드가 팀을 떠난 이후 하워드가 같이 뛰었던 선수들 중에 현재 댈러스에 남아있는 선수는 키드, 자신, 노비츠키, 바레아, 보브아, 매리언 뿐이었다. 나머지 선수들은 하워드가 떠난 이후 합류한 선수들이었다.
To 윤
윤, 자세한 내용을 동봉해야 하기 때문에 메일을 보냅니다. 어젯밤 극적으로 CBA협상이 구두로나마 합의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마 공식 합의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음 달 이내로 시즌이 개막할 겁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다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완료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인 선수들의 연봉에 관해서는 그리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뭐 이런 것들은 따로 첨부한 파일을 보시면 됩니다. 양이 8페이지나 되지만, 읽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에이전트지만, 본인이 웬만큼 알아 두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윤은 이런 쪽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큰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해외 리그로 나간 선수들 외에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은 조금 문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몸을 만들어 두지 않았을 텐데, 시즌이 급하게 개막될 것이니까요. 윤도 몸을 잘 만들어 두십시오. 다음 달이면 트레이닝 캠프와 FA시장이 열리면서 구단과 선수간 접촉이 허용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단축시즌이라 매우 빡빡하게 돌아갈 겁니다. 예전처럼 백투백투백(3연전)까지는 안 가겠지만, 백투백 경기의 수는 분명히 늘어날 겁니다. 아직 몇 경기가 될지는 사무국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이라면 이미 다 준비는 해두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체력적으로도 작년보다 더 준비를 많이 하셔야 할 겁니다.
그러면 기타 질문사항은 저나 제이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2011년 11월 17일
From 빌 더피.
"역시나... 이 때 쯤으로 기억했는데 맞구나. 해를 넘기지 않는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확한 시기가 기억나질 않아서 계속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다행이네."
영재는 자신의 기억에 맞춰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직장폐쇄 때문에 휴식을 취하던 선수들이 단축시즌에 제대로 몸을 만들어오지 못해 부진하거나 급격히 노쇠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노장이 많은 댈러스는 그 여파를 심하게 받을 터였다. 그래서 지난번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고 나서 식사중에 노비츠키에게도 너무 쉬지만 말고 운동 좀 해두라고 장난스럽게 타박하곤 했었다.
여기서 같이 훈련하는 선수들이나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선수들이야 별 문제가 없었지만, 계속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매리언이나 노비츠키는 후유증이 상당할 터였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후우,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술을 마시는데, 놔주지를 않아서 늦었습니다;;;
@11월 16일 CBA 구두합의가 되고, 공식적으로 12월 9일에 정식 발표와 동시에 트레이닝 캠프, FA시장이 열립니다. 워낙 FA시장이 짧아서 폭풍처럼 휘물아친 시즌이죠.
goimosp님/// ㅋㅋ 코비에 꿀리지 않을 정도의 연습벌레입니다. 아직 스케줄이 많은 슈퍼스타도 아니라서 ㅋㅋ
키마리에님/// 쿠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즐독해주세요~
흙곰12님/// 뭘 쓸지는 정해져있는데, 그 길이는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는 그리 오래잖아 경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섣부르게 편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190편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
은신설야님, 파이넨시아님, 사라질영혼님/// 코멘 감사합니다!!
ㅎ0ㅎ님//// 아아 ㅋㅋ 그것 말씀이셨군요. 조만간 스폰서 개념의 에피가 나올 겁니다. 길이는 모르겠지만요 ㅋㅋ;;
친님/// 아아 저처럼 3개월 계속 끊는 상황이 아니시군요 ㅎㅎ.
울트라10님/// 작년보단 훨씬 나아진 슬래셔가 되어야죠 ㅎㅎ. 오늘도 좀 늦었습니다 ㅠ.ㅠ
야베스님/// 하킴스쿨은 주로 빅맨이 갑니다. 볼핸들링이 안 좋은 빅맨들 위주로 가르치기도 하고요. 또 하킴이 초대를 하는 입장인데 하킴과 인연이 없는 영재로서는...
에스프레소ㅎ님///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보는 몇 소설에서 개연성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껴서 그 부분을 철저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dsmk12님/// MLB나 NBA는 같은 팀 선배들이 후배들을 참 많이 가르쳐 주더군요. 자기가 내년에 FA라서 이 팀에 잔류할지 안할지도 모르는데도 경기중이나 벤치에 있을 때 직접 시범까지 보여가면서 신인들이나 젊은 선수들에게 가르쳐주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