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82화 (182/296)

00182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 이거,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 그래도 내일 하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

영재는 침대 위에 던져놓은 외투마냥 널브러져 있었는데, 전화의 주인공을 확인하자마자 벌떡 상체를 일으켜 정자세로 앉았다.

"노비츠키, 괜찮아요. 그나저나 어쩐 일이에요? 뭐 좋은 소식이라도?"

댈러스 매버릭스의 주장이자 NBA FINAL MVP를 수상하며 화려한 한 시즌을 보낸 덕 노비츠키는 진중하게 웃으면서 별 일은 아니고, 라며 운을 뗐다.

-음, 윤도 야구 좀 보나? -

"네. 야구 꽤 좋아해요. 이래뵈도 나름 야구 기사는 챙겨보는 편이라고요?"

- 다행이군. 지금 메이저리그가 월드시리즈 기간이거든. 이번에 MLB 월드시리즈 3차전 말이지, 텍사스가 세인트루이스와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치르게 되거든. 혹시 그 경기에 같이 갈 수 있나 해서 말이야. -

텍사스 레인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월드시리즈 3차전 경기. 영재 역시 미국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MLB 에 대해 꽤나 많이 알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야구 기사도 종종 챙겨보고는 했다. 그렇지만 딱히 아직 응원팀을 정하지는 못했다.

현재 1승 1패의 치열한 접전 중인 상황에서 노비츠키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광팬답게 힘을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었는지 직접 가서 응원을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마침 댈러스가 우승을 하면서 텍사스 레인저스가 우승을 하게 되면 댈러스 지역민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었다.

"저야 괜찮죠. 야구를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요? 야구장 직관은 처음이라서 기대되는걸요."

- 하하! 그렇지? 같은 댈러스 지역 팀인 만큼 우리처럼 레인저스도 월드시리즈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해서 말야. 보러 갈 경기는 이틀 뒤인 10월 22일이야. 자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몸만 챙겨서 오기만 하면 돼. -

노비츠키의 시원시원한 말투에 영재는 본인도 모르게 슬쩍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아, 그리고 말이지. 내일 잠깐 시간 될까? 운동이나 좀 같이 할까 해서. -

"그러죠. 오전 훈련 끝내고 비행기 타고 이동해야 하니까 오후에 봐요."

- 어어. 그래. 간단한 운동이니까 할 거 다 하고 와. 장소는 내가 알려줄게. -

팡!!

"나이스!"

무언가가 경쾌하게 꽂히는 소리가 문 밖에까지 울려퍼지고, 영재는 이런 소리를 내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싶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파아앙!!!

"굿!!"

7풋 (213cm) 의 엄청난 높이에서 내리꽂히는 위압적인 강속구가 포수의 미트에 정확히 빨려들었다. 포수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는 제대로 들어갔다. 사자처럼 기른 금발의 곱슬머리를 휘날리던 한 남자는 영재가 들어오자 방긋 웃으면서 손을 들어 인사를 해 주었다.

"어서 와! 하하, 조금 당황했나?"

영재는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노비츠키가 이번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시구를 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봤기 때문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 야구도 잘 해요? 몰랐네요. 그냥 팬으로서 좋아하는 정도일 줄 알았는데."

"그냥, 잘 한다기 보다는 취미 정도지. 스트라이크 존에 넣으려다보니 70마일(112km) 조금 넘는 정도 밖에 안 나오긴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 봐야지. 다행인건 그래도 몇 달 전에 시구를 한 번 해봐서 익숙하다는 정도랄까."

노비츠키는 2010년에도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하고자 했지만, 스케줄이나 레인저스의 상황상 맞지 않아 무산된 바가 있었다. 결국은 올 시즌에 우승 이후인 6월 25일에 시구를 하게 되었었다. 이번에 시구를 하게 되면 올 시즌에만 두 번째 시구를 하는 셈이었다. 아까 영재가 본 기사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는 우승을 이끈 노비츠키의 시구를 통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영재는 잠시 구경해도 되냐는 말에 노비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본다는 것에 노비츠키도 약간은 긴장했는지 오른손으로 든 야구공을 등 뒤로 능숙하게 뺀 채 공을 만지작거렸다.

연습 부족인지 키 때문인지 야구 선수들과는 다른 어색한 폼. 어마어마한 길이의 왼쪽 다리를 허리께까지 끌어올리고 오른팔을 뒤로 젖히고는 시선은 끝까지 미트 정중앙을 바라본 채 어금니를 악 물었다.

쐐애액-!

영재는 엄청난 속도로 미트에 꽂히는 야구공을 바라보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본 거라 뭐라 말 하긴 어려웠지만 직구도 아닌,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미트에 꽂히자 포수는 연신 나이스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노비츠키의 시구연습을 지켜보던 영재는 갑자기 노비츠키가 글러브와 야구공을 건네주자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던져 봐. 저 팡! 소리가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참 좋아."

"그, 그럴까요? 한 번도 안 던져 봤는데... 배팅장에서 스트레스 해소 겸 배팅은 해본 적이 있지만, 투구는 한 번도 안 해봤다구요."

"뭐 잘할 게 있다고? 그냥 해 봐. 멍하니 보기만 하는 것도 재미없잖아?"

영재는 머쓱하게 글러브와 야구공을 들고 마운드 위에 올라섰다. 약간 뻘쭘한 듯 몇 개의 공을 실험삼아 던진 영재는 그제야 좀 감이 왔는지 침착하게 공을 쥐고는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무릎을 끌어올리고...'

와인드업, 그리고 앞으로 최대한 왼발을 내뻗고 땅을 굳게 디디던 오른발을 힘껏 차올려 힘을 싣고 공을 미트에 힘껏 뿌린다.

파아앙!!!

"구웃!!! 패스트볼만큼은 노비츠키 만큼 던지는데요?! 하하, 폼도 노비츠키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영재는 미트에 꽂히는 야구공의 경쾌한 소리에 본인도 모르게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영재의 키는 투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키에 가까웠다. 보통 6-4(193cm) ~ 6-6(198cm)을 가장 투수의 이상적인 키로 본다.

그렇게 시구연습까지 끝내고 10월 22일. 영재는 시구준비로 인해 자리를 비운 노비츠키로 인해 홀로 관중석에 앉아 식전행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선 이미 영재를 많이 알아봐서인지 여러 사람들이 영재를 반갑게 알아봐주며 NBA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OH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컨트리 음악계의 최고봉이라고 알려져 있고 그레미 어워드 2회 수상에 빛나는 브룩스&던의 로니 던이 마운드에 올라가 미국의 애국가인 THE STAR SPANGLED BANNER 를 부르기 시작했다. 힘이 그대로 느껴지는 묵직하지만 청량한 목소리에 수만명의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다가 일순간 조용해졌고, 오늘 경기에 참가하는 양 팀 선수들을 포함해 경기를 보러 온 모든 사람들은 가슴에 오른손을 올려놓고 애국가를 경청하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건한 행사가 끝나고 이제 덕 노비츠키가 마운드로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 이번 시구는 2010-2011 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주장이자 팀 창단 이후 최초로 우승을 시킨 주역, 덕 노비츠키의 시구가 있겠습니다. -

노비츠키는 마운드에 올라서자 흔들던 모자를 꾹- 눌러쓰고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꽤나 그럴듯한 자세로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파아앙!!!

와아아아!!!

- 시구가 끝났습니다. 구속은 67마일의 스트라이크! 구종은... 커브 혹은 너클볼이겠군요! -

그렇게 커브도 너클볼도 아닌 어정쩡하지만 정확히 스트라이크 구석으로 공을 던져넣은 노비츠키는 환한 미소로 모자를 흔들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선발투수인 해리슨과 가볍게 포옹을 한 노비츠키는 곧바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와 영재와 같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2011년 10월 26일, 서던메소디스트 대학교 (sauthen methodist university)

영재의 원래 집인 댈러스와 지근거리에 위치한 대학교에 영재는 밝은 표정으로 SMU의 체육관 앞에 자신의 애마 SUV를 주차하고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 오랜만이야?!"

11월의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영재는 고작 서너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굉장히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키드! 몸은 좀 괜찮아요? 볼이 쑥 들어갔는데요?!"

2010-2011 시즌, 본인의 첫 우승 이후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고 있는 키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만큼은 거스를 수 없었지만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날카롭게 경기력을 가다듬고 있었다.

"하하! 나야 뭐 오프시즌 때는 푹 쉬던 타입이라 살이 찌는 체질이긴 했는데, 이거 쉬어도 너무 오래 쉬니까 좀이 쑤신단 말이지. 원래 같으면 이미 몇 주 전부터 트레이닝 캠프를 시작했을 텐데 말이야."

키드는 오히려 영재의 몸을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너야말로 엄살 부렸던 거 아냐? 응? 국가대표니 뭐니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해도 몸 제대로 만들어 왔는데? 너무 빨리 끌어올린 건 아냐?"

영재는 시즌 중 211lb(96kg)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즌 중에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인해 잘못 관리하게 되면 근육마저 빠져버려 전체적인 근력이 떨어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에 근력의 유지만으로도 벅찰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영재는 215lb(98kg)까지 몸무게를 늘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 2kg 이 순수한 근육이라는 것이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국가대표로 두 개의 대회에 출전하고, 몇 개의 광고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두 달 이상을 한국에 체류하면서 벌크업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몸믈 만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전체적인 체중이 2kg 늘어났지만 체지방은 오히려 1.2kg 빠지고 근육이 붙으면서 총 근육량은 2kg이 아닌 3.2kg 이 늘은 영재의 몸은 많이 단단해졌다. 작년보다는 훨씬 힘 부분에 있어서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벌크 업이 제대로 되었어, 응? 이제 그 몸에 맞는 스킬훈련을 한다면 대단할 거 같은데? 스피드는 어때?"

어느새 다가온 테리도 영재의 떡 벌어진 체형에 대단하다는 휘파람을 불면서 박수를 쳤다.

"안 그래도 스킬훈련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데, 제 개인코치님이 혼자만 계속 훈련하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코치와 하는 훈련 외에 따로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서 키드가 여기서 같이 하자는 말에 바로 달려온 거라고요.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제이슨 키드와 제이슨 테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훈련 파트너가 될 수 있었다. 원래 처음 생각했던 것은 존 월이나 카와이 레너드 등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선수들에게 연락해서 훈련을 하자고 할 생각이었지만 키드가 먼저 영재에게 연락을 해왔던 것이다. 키드 입장에서는 댈러스에서 자신의 뒤를 이어줘야 할 선수이고, 아끼는 후배인 셈이었기 때문에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자신과 테리는 댈러스 근처인 SMU에서 이미 같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식 트레이닝 캠프만큼 빡세게 훈련하지는 않지만, 매일 가벼운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보브아, 마힌미도 프랑스 국가대표팀 일정을 끝내고 이곳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었다.

영재 입장에서도 월과 카와이와 훈련하는 것보다는 이게 차라리 나았다. 키드와 테리와 같이 훈련한다면 충분히 더 배울 것이 많았다. 1년간 같은 팀 동료였지만, 시즌 중과 비시즌의 훈련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키드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슈팅을 완성시킨 케이스였고, 테리는 신체적인 한계를 다양한 기술과 자신만의 리듬을 통해 슈팅을 완성시킨 케이스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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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노비츠키가 우승의 기운을 나눠주려고 시구를 했는데 텍사스는 16-7로 대패를 했습니다 ㅋㅋ 맷 해리슨이 초반부터 무너졌고, 불펜에서 오간도가 방화를 제대로 저질렀거든요.

@조금 웃긴 거는 3차전에 노비가 시구를 텍사스를 위해 했는데, 칼라일 감독은 3차전 직전에 토니 라루사 감독(세인트루이스)과 식사를 했습니다 ㅋㅋ. 아마 둘 다 지략가다보니 전략적인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죠 ㅋㅋ

@직장페쇄 기간이라 구단과 접촉은 못하니, 댈러스 선수들 중 몇몇이 SMU에 모여서 같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도 저 선수들이 먼저 모여 훈련을 하고 헤이우드가 이후에 합류합니다.

사라질영혼님/// 하핫, 그러게 말입니다. 학기 중이다보니 가끔 불규칙한 연재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goimosp님, 에스프레소ㅎ님, 코카콜라중독님, 키마리에님/// 정답은 원래의 동료들인 키드와 테리였습니다. 키드도 역대급 선수니까요. 테리도 충분히 명전급, 영구결번급 선수고요. 개연성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인연이 있는 선수랑 해야 하는데, 인연이 없는 레전드를 뜬금없이 등장시키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월은 친분은 있지만, 딱히 배우기보다는 친분을 다지는 용도에 가까울 거 같더라구요.

Dark닭님/// 코비가 지독하게 훈련하죠 ㄷㄷ; 영재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코멘 항상 감사드립니다.

ㅎ0ㅎ님/// 하하 노비츠키의 전화였습니다.

울트라10님/// 운도 따라줬고, 선수들도 열정의 끝을 보여줬죠. 칼라일의 전략도 가장 빛났고요. 그래서 다음 해에 우승 멤버를 해체한 것이 이해는 됩니다. 아쉽기는 하지만요.

흙곰12님/// 후후, 어디까지 성장할까요?

rtg98님/// 그렇죠. 매입해서 구단주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부시 일가가 그 지역 의원이었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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