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8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두 사람이 입국장을 나서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가 쏟아졌고, 영재는 매니저인 제윤과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회견 부스로 향했다. 이윽고 준비된 부스에 영재가 자리하고 마이크와 카메라들이 자리하자 제윤이 20분 동안만 인터뷰를 받겠다고 하며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SKE SPORTS의 방시윤 기자입니다. 3년 만에 귀국하신 소감은 어떻습니까?"
"오랜만에 돌아오니 반가운 느낌도 들고, 여하간 기분이 좋습니다."
방시윤은 의례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끄덕이곤 정말로 원하는 질문을 던졌다.
"윤영재 선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습니다. 각종 언론에서도 한국에서 나온 최고의 신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본인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NBA 첫 시즌을 본인이 평가해본다면?"
영재는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방시윤의 질문에 적당하게 대응했다.
"첫 시즌에 이 이상을 바랄 게 있을까 싶네요. 저로서는 100%, 아니 200% 만족한 시즌이었습니다. 첫 시즌에 미래에 도움이 될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받았고,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까요."
"신인왕과 파이널 MVP 모두 2위였는데 아쉽지는 않나요?"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 둘 다 1위가 저와의 기록 차이가 현격했으니까요. 아쉽게 여기기에는 좀 차이가 났죠. 개인적으로는 2위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신인왕은 지나갔지만, 다른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두 개의 상에 미련은 없었다. 둘 다 넘사벽의 기록을 거둘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자신이 넘을 수 있는 상황이나 실력이 아니었다.
영재는 NBA에서의 생활과 올 시즌에 대한 몇몇 질문에 성실히 답해나갔다. 이미 미국에서는 숱하게 받은 질문이지만, 한국에서는 첫 인터뷰였기 때문에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귀국 후 첫 인터뷰였던 탓인지 나름 정제된 질문과 답변이 계속 오갔다. 그리고 어느덧 질문은 국가대표로 뽑힌 부분까지 이어졌다.
"농구월간지 점프샷의 이석일 입니다!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월간지 점프샷.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농구월간지의 양대산맥인 점프샷과 루키즈. 그 둘 중에서 점프샷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것에 영재는 일반 방송사에서 나온 질문에 대답할 때보다는 조금 더 자세히 대답했다. 그들은 일반 방송사보다는 농구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의 인터뷰를 더 길게 적어줄 사람이기도 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를 몇 년 만에 느끼니 몸이 좀 힘들더군요. 하루간 시차적응을 할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내일 용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팀 훈련에 합류할 생각입니다. 허재 감독님께도 하루의 휴식을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이 끝날 때까지는 농구에만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 외의 스케줄은 그 뒤에 잡혀 있습니다."
점프샷의 이석일은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타자를 치면서 동시에 영재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윌리엄 존스컵과 아시아선수권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것으로 아는데, 목표는 어떻게 되십니까?"
그런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 영재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대회 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 팀 한 팀, 얕보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아시아선수권에서 꼭 우승해서 내년 런던 올림픽 진출권을 따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윤영재 선수에 대한 기대가 상당합니다. 우리 대표팀에서 세계 수준의 선수는 윤영재 선수 한 명 뿐입니다. 이란이나 필리핀, 중국 등에 요즘 밀리는 상황인데,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습니까?
"괜찮습니다. 그 정도의 부담감은 오히려 긍정적인 압박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에는 좋은 선배들이 계시고, 그분들과 호흡을 맞춘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 국민들이 기대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재의 입장에서 올해는 차라리 별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아시아 레벨, 충분히 여유있는 대회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만날 세계적인 팀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지만 그걸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그 이후, 기자회견의 주제는 국가대표로 점점 치우쳤고, 그 결과 국가대표에 대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지지부진한 기자회견이 이어질 쯤, 드디어 영재가 원하던 질문이 나왔다. 그간 회사가 충실히 언론플레이를 해왔지만, 선수 본인의 인터뷰만큼 효과가 클 리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영재는 계속해서 벼르고 있던 것이었다.
"루키즈의 양미영 입니다! 윤영재 선수가 몸담고 있는 NBA는 이번 7월 1일을 기준으로 선수협회와 NBA 사무국의 협상이 결렬되어 직장폐쇄가 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직장폐쇄로 사무국에서 해주던 보험이 체결되지 않아 선수가 직접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의 보험료를 지불해주지만 한국농구협회에서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며 대표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실 수 있었나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밝혀서는 절대 안 되며, 그렇다고 어영부영 넘어가서도 안 되었다. 자신이 생각해놓은 흐름대로 강하지도 않으면서, 호구처럼 되지도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그간의 언론플레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바였다.
"솔직히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수많은 NBA에서 뛰는 선수들이 보험료 지급 전 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합류를 고민했었습니다. 그만큼 보험료라는 것이 선수에게는 꽤나 큰 부담임에는 분명합니다. 특히 고액 연봉자일수록 그건 더하죠."
영재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남은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첫 국가대표 차출이기도 하고, 16년만의 올림픽 진출을 위해 한 손을 거들기 위해서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했습니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일이었지만, 국가대표라는 명예로운 자리를 위해 이번에는 제가 감내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부담을 떠안은 만큼 더욱더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하고 싶어졌죠. 요즘 우리나라 농구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 국제대회의 호성적으로 그 인기가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그만큼 손해를 감수하고 온 만큼 협회에서도 대표팀에 충분한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 금전적으로 힘들다면 스케줄이나 훈련 장소 지원이라도 말이죠."
애국심이 넘치고, 자국 농구를 신경쓰는 이미지로 잘 포장해서 버무린 영재의 대답. 그저 고액의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국가대표에 참가한 착한 이미지도 괜찮았지만 협회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둘 필요는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선수를 필요로 하면서도 그만한 돈조차도 내줄 수 없는 곳은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었다. 게다가 국가대표 훈련장을 마련하지 못해 국가대표 감독의 소속팀 훈련장(허재 감독의 소속팀 KCC 용인 훈련장)을 빌려 쓰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아직 신인에 불과한 저에게 과분한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점점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내년에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로 나가는 두 대회 모두 좋은 경기력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분간 진행된 인터뷰는 별 문제 없이 취재진과 영재 양쪽이 모두 만족하며 끝을 맺었다. 영재는 딱히 거부하는 것 없이 사생활적인 문제도 적당하게 대답해주었고, 기자들 입장에서도 무리한 질문 없이도 기삿거리는 충분히 챙겨갔기 때문이다. 첫 기자회견인 덕분에 오히려 기사를 쓸 면이 부족하면 부족했지, 내용이 부족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영재도 몇 년간의 생활 덕분에 기자들과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멀리하면 손해라는 것은 철저하게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그들과 괜찮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자신이 필요할 때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언론은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리는만큼,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없었다.
영재는 인터뷰를 마치고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차량에 탑승했다. 당연하겠지만 운전은 매니저인 제윤의 몫이었다. 영재는 짐을 트렁크에 싣고 조수석에 털썩 주저앉았다.
"잘 하셨습니다. 첫 귀국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좋은 대처였습니다."
"그런가요?"
영재는 그제야 한 숨 돌렸다는 듯, 온 몸을 차 시트에 기댔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제윤은 슬쩍 뒷좌석을 보면서 영재에게 말했다.
"잠을 좀 자두십시오. 내일 바로 팀에 합류하려면 오늘은 최대한 휴식을 취해 두는 게 좋습니다. 그간 미국에서 어느 정도의 시차에는 적응하셨겠지만 날짜변경선도 넘었고 말이죠. 비행기도 10시간을 넘게 탔으니까요. 묵으실 호텔까지는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간 미국에서 동서 왔다갔다하면서 적응된 거 같았는데, 한국으로 오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어서 빨리 적응되야 할 텐데..."
영재는 마지막 말끝을 흐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시트에 기댔다.
"그럼, 조금만 눈을 붙이겠습니다."
영재는 오랜만의 장시간 비행과 시차적응에 피로함을 느껴서 제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들었다. 짭은 시차적응은 익숙해졌지만 거의 지구를 반 바퀴 도는 수준의 시차는 회귀 후 처음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어느 정도 수면을 취했지만, 그것으로 완전히 피로가 풀릴 리가 없었다. 피로를 빨리 풀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오롯이 자기의 몫이기 때문이다. 몸이 생명인 운동선수와 사무직원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영재 씨. 다 왔습니다. 내릴 준비하시죠."
"... 으어어!!"
아저씨마냥 쭈그린 몸을 쭉 편 영재는 벨트를 풀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푹 잤네요. 운전 솜씨도 좋으신 것 같습니다."
피곤했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편함 없이 푹 잠든 영재였다. 제공받은 차가 좋은 것도 있지만, 운전자의 능력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별 거 아닙니다. 일단 오늘 일정은 더 이상 없으니, 호텔에서 푹 쉬시면 됩니다. 내부에 웬만한 시설은 다 있으니, 따로 바깥으로 나가셔야 할 일이 있다면 제가 말해주시면 제가 대신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딱히 관광할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용인으로 내려가면 되는 건가요?"
제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일의 일정을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알려주었다.
"예. 8시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내일도 아마 훈련에 합류하면 거기서도 또 추가로 인터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감독과 코치, 대표팀 몇몇 선수와 합동 인터뷰를 하려는 듯 합니다."
영재는 한숨부터 나왔다. 웬일로 기자들이 그렇게 쉽게 물러났나 싶었다. 자신이 충실히 대답해줘서 금방 끝난건가 싶었는데, 또 내일 인터뷰가 있었던 것이다. 다행인 것은 자신이 인터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질겁할 정도로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내일은 국가대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과의 합동 인터뷰라면 좀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기자들이 순순히 물러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내일 또 기회가 있다는 것일 테니까. 그러면 제윤 씨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단 저는 근처에 따로 숙박하고 있다가 내일 영재 씨를 용인에 데려다준 뒤 당분간 한국에 체류할 예정입니다. 영재 씨의 향후 광고나 인터뷰 건을 정리해야 하거든요. 언제든지 필요하실 때 연락하시면 됩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염모설 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국가대표 이야기는 빠르게 스킵할 예정입니다. 요새 나오는 뉴스나 꼬라지를 보면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을 등장시키고 싶지가 않네요;;; 그냥 기사로 처리할까 생각중입니다. 협회만이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도 저꼴이어서야 원...
@국가대표팀이 프로 구단 훈련장에서 룬련을 하는 개그...당연히 실화입니다.
개구리파워님///노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ㅋㅋ
은신설야님, 울트라10님/// 농완얼이죠 후후.
여신유리찬양님/// 나이가;;; 우리나라는 나이를 따지니 말이죠 ㅋㅋ. 20대 중반은 되야 할 텐데, 게다가 주장이 되더라도 묘사를 할 생각이;;;
ㅎ0ㅎ님/// 엘리트 스포츠의 어두운 면이죠... 세계적인 선수들은 종종 나오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희생자가 되죠. 게다가 대부분의 종목에서는 학업을 병행하는 해외 선수들만도 못한 스포츠가 많죠. 야구, 축구, 농구 등의 구기종목에서 포지션 탑 10안에 드는 선수가 있기는 했나 싶습니다. 그나마 박찬호, 차범근 선수가 정상급에 제일 가까웠다고 보네요. 김병현 선수도 짧긴 했지만 최고 중 하나였던 때가 있었죠.
소심찌질열등남님, goimosp님/// 배구가 남녀 모두 비주얼 국내 4대 스포츠 중 최고라고 봅니다 ㅋㅋ. 나름 그래도 양희종도 미남으로 꼽히더군요. 저도 개인적으로 강병현을 제일 높게 봅니다. 제가 생각한 이미지는 강병현에 가깝습니다.
-DarkANGEL-님, 오마리온님, 1234567890123님///코멘 감사합니다!!
파이넨시아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우유동자님/// 아시아 레벨에서는 하드캐리가 된다고 봅니다. 물론 올림픽에 가면은 발리겠지요 ㅋㅋ 아시아에서는 편파판정으로도 막기 힘든 게 영재입니다. 한 경기에 배정된 심판이 통째로 황현우(황순팔씨가 개명함), 장준혁 정도면은 모르겠지만요. 이 심판들이면 영재가 아니라 조던이 와도 못이깁니다. 야구로 치면 박근영, 권영철, 나광남 같은 심판들 수준입니다. 작년에 전자랜드 동부 전에서 전자랜드가 오심 9개를 KBL에 판독을 요청했다는데 실제로도 6개가 오심이라고 KBL에서 인정했다고 합니다. 전설의 김주성과 포웰 더블 파울 경기;;;김주성이 돌격했는데 더블 파울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