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72화 (172/296)

00172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댈러스 구단 훈련장의 한 사무실.

영재는 트레이닝실 옆의 사무실에 노크를 한 뒤 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스미스 트레이너. 좋은 아침입니다."

"오, 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올라왔나? 자네가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트레이닝실에서야 자주 봤지만 말이야."

책상에서 수많은 종이와 컴퓨터를 살펴보던 케이시 스미스가 일어나서 영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사무실을 방문한 영재를 의외라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케이시 스미스. 댈러스의 트레이너 팀장(Head Athletic Trainer)이자 미국 국가대표의 트레이너 팀장을 맡고 있기도 했다. 그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피지컬 트레이닝, 관리 및 재활을 총괄하는 인물이었다. 전미에서 손에 꼽히는 스포츠 의학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 덕분에 댈러스는 수많은 선수들을 재활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팀 내 부상 빈도가 가장 적은 팀 중에 하나기도 했다. 덕분에 댈러스는 피닉스와 함께 재활공장의 양대 산맥이기도 했다.

"다름이 아니라, 오프시즌 동안의 트레이닝 계획 말입니다. 그걸 좀 이야기하러 왔습니다."

"음.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었네. 며칠 더 있다가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7월 1일이 되면 연락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루키라서 이런 거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먼저 찾아오다니 의외로군."

"원래 부를 생각이었나요?"

영재는 꽤나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스미스 트레이너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스케줄을 주고 메일로 상황을 봐가면서 수정해가면서 몸관리를 하면 되는데, 이번엔 그게 안될 수도 있으니 말이지. 자네 같은 루키가 자세한 설명 없이 스케줄표랑 간단한 설명만으로 오프시즌을 보내면 어떤 꼴이 날지 안 봐도 비디오야."

케이시 스미스는 호탕하게 웃으며 영재의 물음에 답변해 주었다. 이미 수많은 선수들을 트레이닝해본 명 트레이너답게 이미 다 생각해둔 바가 있었던 것이다.

"자, 직접 온 김에 이야기를 하겠네. 일단 내가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자네는 오프시즌에 피지컬 트레이닝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나?"

영재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 시즌을 겪으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가감없이 솔직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잘 아시겠지만, 저는 우선 체력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뛰면 기록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경기 후반에 체력 부족을 통감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수비나 공격이나 둘 다 말이지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 반대는 제한된 시간을 부여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아닌가? 실제로 자네의 효율성은 리그에서도 손꼽힐 만한 수준이고."

여전히 웃음기 띈 목소리로 자신을 달래는 스미스의 말에 영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 아시는 분께서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하네요. 언제까지나 제한된 시간만 받으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적인 예로, 제 슈팅 릴리즈는 20분 정도 까지는 일정하게 유지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확실히 흔들립니다. 슈팅 레인지가 짧아지는 거죠.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팔을 앞으로 최대한 뻗어서 물리적인 거리를 줄이는 슈팅폼을 가져가긴 하지만 그걸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당장 다음 시즌만 되도 간파당할 거라고 장담하죠."

영재의 말에 스미스는 슬쩍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루키임에도 자신을 너무 담백하고 솔직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선수. 딱 자신이 본 그대로였고, 코치들의 평가 그대로였다.

"그래 맞아. 자네는 롤 플레이어에서 멈출 인재가 아니니까 말이지. 먼저 생각하고 왔다니 다행일세. 주는 스케줄을 최대한 소화하면 소화했지 덜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야. 몇몇 루키들은 첫 오프시즌을 허투루 보내서 2년차에 기록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지. 특히 첫 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라면 더더욱 말이지."

신인왕을 받은 선수가 2년차에 기록이 급락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08-09시즌 20-5-5를 달성한 신인왕인 타이릭 에반스는 루키 시즌 이후로 기록이 하락했다. 그 외에도 신인왕 시즌이 커리어 하이인 경우가 몇 있었다.

물론 운동능력과 재능에 철저히 의존하는 농구라는 스포츠 특성상 야구에 비해서는 소포모어 증후군의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야구는 데이터 스포츠답게 집요한 분석을 버텨내지 못하는 경우가 높은 편이었다.

"저는 딱히 그런 부분은 별 생각이 없습니다. 다음 달부터 바로 훈련에 들어갈 생각이라서요. 딱히 무언가 쉬고 싶거나 놀고 싶은 게 없네요. 그런 거는 나중에 생각하렵니다."

"호오, 뭐 열심히 하려는 자세는 좋지만, 무리하지는 말게. 휴식도 중요하다는 것쯤은 자네도 알 테지. 물론, 자네 나이 때에는 너무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꾸준한 훈련이 더 좋기는 하지. 자, 이제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스미스 트레이너는 뼈있는 조언을 한 마디 던진 후 책상 위에서 얇은 파일을 가져와 영재에게 보여주었다.

"자, 기본적으로 자네는 추가적인 벌크업이 필요해. 물론 기동성을 잃지 않는 한에서 말이지. 자네의 플레이스타일이나 신체적 특성상 기동성이 줄어들면 파워가 좋아져도 말짱 꽝이야. 자네도 알겠지만, 어떻게 몸을 만든다 해도 자네는 비슷한 체형과 근육량을 가진 선수들보다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

스미스 트레이너의 이야기는 영재의 한계를 뜻하고 있었다. 즉, 스피드를 -1 하고 파워에서 +2~3을 하는 것이 제로인 상태보다 더 손해라는 뜻이었다.

"일단 자네가 우리 팀의 가장 위력적인 슬래셔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고. 일단 자네는 상체 밸런스는 꽤나 좋은 편이야. 솔직히 힘이 약해서 컨택에 쭉쭉 밀리는 편인데도 앤드원 수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 아니지. 즉 밀리더라도 균형을 잡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뜻이야. 하지만, 단점이라면 그 덕분에 자네는 철저히 자유투 겟을 노리기보다는 컨택을 피해 메이드시키려고 하지."

영재의 자유투 획득 수치는 적은 편이었지만, 그 중에 앤드원 비율은 좋은 편이었다. 자유투를 얻기 위한 액션이나 플레이를 기피했지만, 어쩔 수 없이 파울을 당했을 때의 균형감이나 집중력이 좋았던 것이다.

"그게 제게 맞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제가 판정을 좋게 받는 편도 아니고, 힘보다는 스킬과 스피드에 의존한 돌파이기에 자유투를 노리기보다는 어렵더라도 컨택을 피한 슈팅을 지향했죠."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하지만, 슬래셔가 가져야 될 본질 중에 하나가 뭔지 아나?"

"돌파를 통한 상대 수비라인 붕괴와, 그로 인한 공간 창출과 찬스 메이킹 아닙니까?"

"그게 기본적인 거지. 추가적으로, 상대 빅맨의 파울유도는 슬래셔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일세. 자유투 획득은 단순히 확률 높은 2점 획득 루트만이 아니야. 상대 빅맨의 파울 횟수를 증가시켜서 상대 빅맨이 공격과 수비시에 인사이드에서 소극적이게 만드는 거지. 이는 상대의 수비를 약화시키며 공격루트를 줄이게 되기도 해. 특히 상대 팀의 주전과 벤치 빅맨의 수준 차이가 크다면 더더욱 말이지. 자네도 작년 파이널 때 느꼈을 텐데? 헤이우드가 부상으로 빠진 후 우리가 인사이드에서 꽤나 고전한 것을 말이야."

영재도 그제야 왜 스미스 트레이너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마이애미는 르브론과 웨이드가 공격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무리하게 계속 인사이드를 파고들었었다. 수비만 하면 파울이 불리는 마힌미가 백업이었기 때문에 챈들러는 이전처럼 터프하게 림 프로텍팅을 하지 못해 고전했던 바가 있었다. 결국 두 선수가 다 5파울을 하면서도 48분을 소화하지 못해 노비츠키가 10분 남짓 센터를 봐야 할 정도였다. 당연히 노비츠키가 센터였을 때 인사이드 수비력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기억납니다. 꽤나 고전했죠. 상대방은 집착하듯이 거기에 매달렸고요. 그러한 역할을 저도 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래,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팀의 슬래셔는 고작 둘일세.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자유투 획득 능력은 정말 약한 편이지. 바레아도 신체적 한계 때문에 플로터나 더블 클러치를 주로 쓰느라 자유투 겟 능력이 약해. 우리 팀이 자네를 슬래셔로 활용하는 이유는 힘이 좋거나 파울 유도를 잘해서가 아니야. 바로 자네의 뛰어난 센스와 BQ덕분이지."

스미스 트레이너는 세 번째 페이지를 펼치면서 자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영재의 낮은 턴오버 비율과 오펜스 파울 수치가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영재의 돌파 이후 패스, 점퍼, 림어택 비율이 나누어져 있었다. 패스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림어택, 점퍼 순서였다.

"보면 알겠지. 자네는 돌파 이후 턴오버나 오펜스 파울이 매우 적은 편이야. 그만큼 퍼스트 스텝이 빠르고 퀵니스가 좋은데다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매우 영리하게 할 줄 알지. 그러다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제대로 막아내기 힘들어. 게다가 우리 팀은 스페이싱이 매우 잘 되있고, 오프 더 볼 무브가 좋은 선수들도 많아. 그리고 자네는 그걸 잘 이용할 줄 알지. 선택지가 많다보니 막기가 어려운 거지. 하지만 내년에는 분석을 통해, 집중 견제를 통해 올 시즌보다 잘 막아낼 거야. 그렇다면 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영재의 몸은 체지방률은 NBA 선수들 중에서도 낮은 편이었다. 그렇다는 건 근육 비율이 높다는 뜻인데 그런데도 힘이 약하고 왜소하다는 것은 근본적인 웨이트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더불어 같은 웨이트와 근육량을 가지고도 극복하기 힘든 운동능력의 차이를 인정할 필요도 있었다.

케이시 스미스 코치는 그러면서 영재가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를 적은 서류를 쭈욱 설명해 나갔다. 다양한 운동방식이 적혀 있었고, 얼마나 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던 중 케이시 스미스는 영재를 직시하며 한 마디를 던졌다.

"윤. 자네의 문제 중 하나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각각의 문제점이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이야."

"?!"

"서머리그에서 데릭 암스트롱의 훈련. 기억나나? 거기에서 분명 모든 능력을 한꺼번에 끌어낼 수 있는 훈련을 받았고, 실제로 많이 좋아졌지. 하지만 거기까지야. 근력과 체력은, 결국 근지구력일세. 근지구력의 부족함은 결국 신체의 결함이란 소리지. 내가 말하는 신체의 결함이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키, 골격, 윙스팬 등이 아닌 후천적인 능력을 말하는 거야."

스미스는 마시던 커피를 들고는 살짝 돌리면서 말했다.

"아메리카노는 단순히 보면 에스프레소와 물. 두 가지지. 시럽을 첨가한다면 첨가할 수 있고. 하지만 이 컵 안에 든 건 아메리카노야. 에스프레소와 물이 따로 떨어져서 분리되어 있지 않고 섞여 있는 거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윤의 훈련은 전체적인 훈련이 되어야 하네. 드웨인 케이시 코치, 아니 감독이 어째서 자네의 단점을 찾아냈음에도 다른 훈련을 줄이지 않고 추가했을까? 그건 자네의 전체적인 몸이 아직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야. 물론 케이시 감독이 전적으로 다 한 것은 아니고 나나 트레이닝 팀의 조언과 분석이 합쳐진 것이지만."

영재와 케이시 스미스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영재는 많은 자료를 받아 사무실을 나섰다. 직장폐쇄는 사실상 확정이지만, 아직 공식적인 것은 아니므로 6월 30일까지는 훈련장에서 훈련할 수 있으니 그 때 마저 이야기하자는 것으로 두 사람의 미팅은 마무리되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하... 이 부분을 짧게 한다고는 했는데, 결국은 안 되더군요. 써야 될 얘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 쓰고, 내용이 어색하지 않게 쓰려다보니 한 편까지 되버렸습니다. 적당히 끊고 다음 부분을 좀 썼어야 하는데 말이죠. 어제 후기에서 말씀드린 훈련 파트를 절반 정도에서 끝낸다는 말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번 편도 정 어려우시다면 스킵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전편보다는 덜 어려우리라 생각됩니다. 용어적으로나, 수치적으로나 말이죠.

※퍼스트 스텝 : 공격시 첫 스텝을 뜻합니다. 이게 빠르고 넓은 선수들은 막기가 힘들죠. 대부분의 뛰어난 슬래셔는 퍼스트 스텝이 좋은 편입니다. 르브론 같은 경우는 좀 예외적이고요. 르브론의 퍼스트 스텝은 최상급 슬래셔 치고는 평균 정도에 불과합니다.

※자유투 겟(get) : 자유투 획득 능력

은신설야님/// 하핫, 오늘 비가 낮에 꽤나 왔는데 즐농구 하셨나요?

가연을이님, ㅎ0ㅎ님, dlzkfn님/// 좀 어려운 내용이긴 하죠. ㅠ.ㅠ 대략적으로라도 이해하시면 이후가 좀 더 재밌을 수는 있지만, 모르고 넘어가셔도 문제는 없습니다. 게임소설에서 스탯 정보같은 것을 보지 않고도 읽는데는 무리가 없듯이 말입니다.

진시황님, 오마리온님, CountOfDark님, -DarkANGEL-님, 파이넨시아님/// 코멘 감사합니다. 이젠 날씨가 선선해지는데 좋은 하루들 보내시길~

goimosp님///한 번에 다 개선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방면에서의 성장으로 인해 내년은 좀 더 영재의 기록도 좋아지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게 될 겁니다.

울트라10님, 라피르and진트님/// 아마 말씀하신 작품은 '패배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이겠군요. 저도 그 작품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야구를 농구 다음으로 좋아하는지라 세세한 스탯이나 비화 같은 걸 보니 재밌더군요. 저희 소설도 너무 어려우면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난 편은 농구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셨을 테지만, 농구를 스탯까지 보지 않는 분들은 어려우셨을 겁니다.

비켜봐님/// 웨이드나 하든보다는 코비 스타일이 동양인이 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ㅎㅎ.

강자일님/// 몇 편 전의 댓글에서도 나왔지만 요새는 노력하는 천재들의 세상이다보니 ㅎㅎ

여신유리찬양님/// 맞습니다. 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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