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0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짧은 작전타임 이후 양 팀에서 한 명씩 교체가 이루어졌다. A팀은 팀 쉘톤이 빠지고 카와이 레너드가, B팀은 자말 프랭클린 대신 영재가 투입되었다.
우와아아아!!!
드디어 본 게임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한 팬들은 엄청난 함성을 질렀고, 5분여 동안 팬들의 함성소리에 가슴이 뛰면서 경기를 펼치던 나머지 선수들은 더욱 커지는 함성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켈빈. 내가 리딩해볼게요. 득점에 주력해 봐요."
"그래, 꿀 패스나 한 번 받아먹어 보자. 받아먹기만큼은 제대로 꽂아넣을테니."
영재는 슬쩍 점수를 올려보았다. 17 대 11. 딱 6점 차이. 영재는 이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오프에서 두 자릿수 점수 차이를 역전한 경기만 해도 수두룩했다. 슬슬 공을 끌고 전진하는 영재는 오랜만에 추억 속에 잠기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1년 전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그리운 팀이 되었나 싶을 정도였다.
"?!"
그렇게 감성에 젖을 쯤, 영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대 팀에서 자신의 앞을 막는 것은 다름 아닌 카와이 레너드. 이번 드래프트에서 15번 픽으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되고 조지 힐과 트레이드되어 샌안토니오 스퍼스로 입단을 하게 된 선수였다. 더불어 대학 시절 자신과 룸메이트였던 친구기도 했다.
'레너드가 날 마크하고, 게이와 타플리가 2번, 3번을 맡는 형태인가?'
확실히 사이즈 상으로 열세이긴 하지만 영재를 틀어막기엔 D.J 게이도, 체이스 타플리도 수비력이 썩 좋은 가드들이 아니었다. 레너드가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를 둘 다 볼 정도기는 하지만 수비에서는 가드까지도 충분히 막을 스피드와 민첩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경기에서는 에이스의 기량 대결에서 승부가 갈리는 편이고, 관중들도 자신들의 맞대결을 원할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팬서비스라고 봐도 될 것이었다.
"..."
친선경기답게 동료들은 레너드와의 1:1을 부추기는 듯 스크린이나 헬핑도 오지 않은 채 두 사람의 플레이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영재는 한숨을 내쉬면서 공을 튕겼다. 자신은 아이솔레이션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서조차 스크린을 요구할 정도는 아니었다.
'엇박자가 심해졌다. 완벽한 자신만의 리듬이야.'
하지만 레너드는 느낄 수 있었다. 1년간 도대체 영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NCAA에서 같이 뛰었을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속도로 성장은 하고 있었어도 자신이 수비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자신이 쉽게 지진 않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레너드였다. 하지만 지금의 영재는 예전보다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에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투퉁!!
"윽!!"
NBA에서 살아남기 위해 1년간 단련한 영재의 몸은 이미 대학농구선수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은연중에 자신이 스킬에서 밀릴지언정 힘이나 스피드에서 밀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상대는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헛-"
예의 그 힘 빠지는 기합. 왼쪽 어깨를 거칠게 밀어넣던 영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스무스하게 뒤로 투 스텝 정도 밟으면서 떨어졌고, 레너드는 이를 악 물고는 거리를 벌리지 않기 위해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 모험적인 스틸이나 찰싹 달라붙는 밀착 수비를 최대한 지양한 채 레너드는 숨을 고르기 위해...
훅-
"?!!"
하지만 영재는 한 발 정도밖에 거리가 벌어져 있지 않은 빡빡한 수비 속에서 거침없이 슈팅을 쏘아 올렸고, 레너드는 그런 영재의 모습에 질린 듯이 슈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슉-!
우와아아아아!!!!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뻗어서 슛 컨테스트까지 했음에도 깔끔하게 빨려 들어간 미드레인지 점프샷. 레너드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버린 영재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가?"
하지만 영재는 레너드에게 정신차리라는 듯,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 했다.
"나보다 괴물인 선수들이 넘쳐나는 곳이야. 내 플레이 보고 그렇게 좌절하면 절대 못 살아남아. 너도 직접 느껴보면 알 거야."
영재의 단호한 말에 레너드는 그제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영재는 그런 무덤덤한 레너드를 보면서 그제야 본인도 슬쩍 미소를 지었다.
"NBA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줄게. 각오 단단히 해. 예전의 나를 상상하면 큰코다칠 거야."
영재와 레너드는 계속 경기 내내 매치업되었다. 영재는 레너드와의 매치업에서 공격, 수비 양면에서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레너드의 다듬어지지 않은 스킬셋을 공략했고, 밀리는 파워와 사이즈를 스피드와 경험으로 메꾸었다.
그리고 15분 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B팀은 32 대 44. 무려 12점 차이로 역전을 한 채 경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15분간 33대 15의 점수 차이가 나버린 것이었다.
영재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시간이면서도 자신에게 다시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레너드가 아직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레너드의 미래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 레너드와의 대결에서 이런 완승을 거두면서 얻은 자신감은 충분했다.
행사가 끝난 뒤 영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는 행사 뒤에 곧바로 약속을 잡으려 했지만, 오랜만의 회포를 풀 겸 해서 양해를 구하고 미팅을 다음 날로 미룬 것이었다.
다음 날 오전, 영재는 샌디에이고 시내의 한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나 남았지만 홀로 호텔에서 멍하니 TV나 보느니 이 기회에 바깥이라도 좀 둘러보고 분위기를 느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지이잉-
"아, 에밀리!"
그 때 걸려온 화상전화 한 통에 영재는 이어폰을 끼고 전화를 받았다.
- 지금 카페야? -
얼굴에 숯검댕을 묻히고 바깥에서 촬영을 하는지 에밀리는 약간 피곤한 기색으로 웃고 있었다.
"어, 잠깐 만날 사람이 있어서. 그나저나 야외 촬영은 언제까지야? 힘든 건 아니고?"
- 응! 이래뵈도 체력 하난 튼튼하니... 꺄아아아!! -
갑자기 들려오는 엄청난 소리에 영재는 자신도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에밀리의 뒤에서 좀비 분장을 한 채 뛰어온 스티브는 으거어얽 소리를 내면서 스마트폰에 손을 뻗었다.
"허어- 스, 스티브. 뭐 하는 거예요? 놀랐잖아요!"
- 어? 이게 누구야~ 우리 동생 아냐? -
목덜미 옆에 섬뜩하게 패인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데도 스티브는 해맑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덩달아 습격을 당한 에밀리는 하얀 목과 뺨에 특수효과 용 피가 살벌하게 묻어 여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티브도 고생 많이 하네요. 볼이 쏙 들어간 거 보니까."
- 말도 마. 누가 좀 보양식이라도 딱 차려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안 그래? 동생~ -
영재는 단호하게 '우리 집에 왔을 때 선물을...' 이라고 운을 떼자 스티브는 언제 그랬냐는듯 하하~ 웃으면서 전화 잘 하라고 말하고는 후다닥 뒤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 미팅 잘 하고 이따 밤에 연락해. 오늘은 내가 할 차례니까 기다리고 있어? -
"어엄. 알겠어."
- ... 그래놓고 먼저 연락하면 진짜 화낸다?! 나 갈게~ -
"알겠어. 얼른 가 봐."
그렇게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면서 영재는 오늘도 자신이 먼저 연락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앞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간 생각에 잠겨 있던 영재의 앞에 그림자가 졌다.
"음, 실례입니다만, 혹시 윤 맞습니까?"
약속 시간보다 조금 전에 도착한 남자를 올려다 본 영재는 반갑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재가 보더라도 그다지 작아 보이지 않는 키에 운동을 제대로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탄탄한 몸. 그리고 약간은 날카롭지만 전체적으로는 웃는 인상이 매력적인 20대 후반의 남자가 영재와 악수를 나누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가 바로 영재 윤입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조나스 임 입니다. 빌 더피 씨의 연락을 받고 사실 굉장히 놀랐습니다. 당신같은 분이 저를 원한다고 해서 말이죠."
조나스 임은 아직도 자신을 원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었는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지만 영재는 그런 조나스 임의 모습을 보면서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어수룩하기만 한 사람이 이런 경력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분명히 이 행동은 어느 정도 계산이 된 것이라는 걸 알아채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도 사실 그렇습니다. 이제 첫 시즌이 끝나 비시즌 훈련을 같이 해줄 코치가 필요해서 더피 씨가 이리저리 알아봐 주셨는데 마침 조나스의 이력서가 눈에 보이더군요. 설마 이런 젊은 분이 그만한 경력을 쌓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영재의 너스레에 조나스 역시 영재를 슬쩍 보더니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수룩한 척 연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조나스의 행동에도 전혀 당황하거나 실망한 기색 없이, 오히려 본인도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저런 너스레를 떤다.
운동만을 해온 스무 살의 루키라면 자신과의 미팅에 별반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텐데 영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조나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다.
"이거, 정말 무서운 분을 만났군요."
조나스는 더 이상의 꾸밈은 필요 없다고 느꼈는지 태도를 바꾸었다. 좀 더 날카로워진 분위기에 영재도 너스레를 그만하고는 묵묵히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실 뿐이었다.
"첫 시즌부터 개인 코치를 두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직까지는 충분히 팀 코치들과의 훈련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게다가 첫 시즌에 그만큼 뛰었고, 그만한 성적을 냈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을 텐데요. 운동선수에게 휴식은 훈련만큼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는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아마 이번 오프시즌에 직장폐쇄가 현실화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구단 관계자들과의 접촉이 금지되죠. 저는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불만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지만, 휴식기를 포함해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시기에 홀로 훈련을 하는 것은 제게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혼자서 배우고, 발전시키기보다는 도움을 줄 코치를 두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휴식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훈련을 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비시즌은 최고의 휴식기임과 동시에, 개인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고의 시기이기도 했다. 시즌 중 드러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여 다음 시즌에는 그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시즌 중에는 아무래도 체력 안배나, 시즌 경기, 이동 시간 등을 생각하면 개인 기량 향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었다. 특히 슈팅 폼 교정이나 벌크업 같은 경우는 시즌 중에는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되는 부분이었다. 비시즌에 수많은 반복 훈련으로 다듬고 몸에 배이게 해서 시즌에 적용시켜야 할 부분이었다.
"분명 댈러스 매버릭스의 훈련 시설은 환상적인 시스템과 인재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실제로 NBA를 비롯한 미 프로스포츠의 수많은 선수들이 개인 코치를 두고 있는 것은 알고 계실 텐데요? 모든 선수들이 경제적인 여유만 된다면 개인 코치를 두고 싶어하는 것은 충분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맞습니다. 구단에도 충분한 수의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있지만, 전담 코치와 트레이너들에 비할 바는 아니죠. 그렇다면 본인이 저를 통해 개선하고 싶은 것들은 무엇입니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도 중간 중간 사이트가 맛이 갔네요;;; 오늘은 앱도 맛이 갔;;;
@이 때의 레너드는 영재와 비교해 많이 아래입니다. 아직 대학 레벨이고, 스킬셋도 투박했죠. 레너드가 데뷔해서 더 발전해야 대결이 가능하죠. 물론 레너드가 15-16 시즌 SI지에서 뽑은 선수랭킹 탑10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하긴 합니다.
ㅎ0ㅎ님/// 앱은 그간 터지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렉도 심하고 결국 터졌었네요;;
미얄마님/// 오늘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goimosp님/// 하핫... 친선경기라... 길게 쓰기엔 좀 그렇더군요. 몇몇을 제외하면 다들 대학생이기도 하고...
화영웅님/// ㅠ.ㅠ 개강해서 과목들 알아보고 정정하고 조 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울트라10님/// 토마스가 대학에서는 언더사이즈 센터를 계속 봤습니다. 모비스에서는 프로 경험이 없는 상태로 가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좋은 상태가 아니었죠. KBL은 NBA 다음으로 스케줄이 빡세고, 엄청난 체력을 요구합니다. 게다가 제 기억에 저 때는 용병이 1인 보유제라 용병이 많은 시간을 소화해야 했는데, 그럴 정도의 체력이 되지 못했죠. 유럽은 1년 경기도 KBL보다 적고 출전시간도 적어서 그 쪽을 먼저 갔다가 갔었으면 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Han512님, 베이비돌님, 찬란한유산님, 사라질영혼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즐거운 불금되세요~
rtg98님/// 음... 크롬하고 파폭이 있으니 안될 때는 그것들로 해봐야겠습니다.
비오는날엔우울해님/// 게이의 이름이 ㅋㅋㅋ
잠.자.비님/// 하핫... 웹소설은 몰아서 보는 걸 즐기는 독자분들도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