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64화 (164/296)

00164  2011년 오프시즌(Off-Season)  =========================================================================

"아빠! 아빠! 이 형아가 Y13이야?"

유일하게 자신의 아들을 데려온 타이슨 챈들러는 영재에게 자신의 아들을 소개해 주었다.

"자, 윤. 타이슨 챈들러 주니어야."

챈들러는 분명 결혼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대뜸 아들이라고 데려와 버리니 영재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어벙벙한 표정으로 챈들러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게 뭐 대수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이 걸과 사랑하면 아이를 가질 수도 있는 거잖아? 다만 우리는 신중하게 만남을 이어간 것  뿐이라고. 안 그래도 이번 우승을 기회로 제대로 프로포즈도 했고, 시즌 시작 전에 결혼식 조촐하게 올릴 거야. 아직 식만 안 올린거지 결혼한 거나 다름없다고."

쿨하게 말하는 듯하지만 왠지 모르게 찔렸는지 자신도 모르게 디테일한 설명을 해버렸고, 선수들은 그런 타이슨 챈들러의 또 다른 모습, 즉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가장의 모습을 보면서 틱틱거렸다.

물론 미국은 혼전임신 비율이 40%에 달할 정도로 결혼 이전에 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흔했다. 식을 올리지 않고 동거하는 비율도 꽤 높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도 적잖은 편이었기에 챈들러의 경우가 희귀할 정도는 아니었다.

"누가 뭐래? 그러고 보니까 나이 차이도 좀 나지 않냐?"

"너가 따라다니다가 너무 좋아서 아이부터 만들어 버린 건 아니고?"

수위가 꽤나 높은 대화가 오고갔음에도 선수단의 분위기는 훈훈하기 그지없었다.

선수들 각자에게 간단하게 자리가 배정되었고 영재는 챈들러와 브루어, 그리고 보브아와 함께 같은 픽업트럭에 올라갔다.

"보브아, 너 시가 필 줄 알아?"

조금씩 폼을 찾던 보브아는 플레이오프 직전에 부상이 재발해서 잔여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두 번이나 되는 대수술을 한 탓인지 이전에 봤던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매력의 보브아는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표정도 독해지고 마음고생을 많이 한 듯, 초췌한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우승은 모두에게 기쁜 일이었는지 보브아도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질겅질겅 씹는 척 하고는 입에서 퉤 하고 시가를 손바닥에 뱉었다.

"필 줄 알겠냐? 그냥 패션 아이템이지?"

영재는 속으로 '지랄도 풍년이다. 그딴 패션 아이템이 어디 있냐?'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챈들러와 함께 앉아있는 챈들러 주니어를 보니 차마 험한 말은 못하겠어서 시가가 몸에 안 좋으니 행여 필 생각 말라는 정도로 가볍게 대답했다.

"챈들러, 그러면 챈들러 주니어도 사진촬영 때 와요?"

"아, 퍼레이드 끝나고 나서 찍는 공식 서포터스 화보 촬영? 아냐. 그 때는 잠깐 내 어머니가 봐 주실 거야. 오랜만에 손자한테 맛있는 햄버거라도 사 주라고 하려고."

퍼레이드 차량은 드디어 출발하기 시작했고, 이제 막 8시가 된 이른 아침임에도 바리게이트 양 옆에는 수백, 수천 명의 댈러스 매버릭스 팬들이 도열해서 환호성을 질러주었다.

와아아!!!

LET'S GO MAVS! LET'S GO MAVS!

엄청난 환호 소리에 선수들은 절로 심취하여 두 손을 들면서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큐반 구단주도 우승트로피를 든 채 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챈들러와 브루어, 보브아, 그리고 영재가 탄 픽업트럭은 퍼레이드 메인카 바로 앞에서 천천히 전진했고, 사람들은 챈들러와 영재가 탄 픽업트럭을 보면서 메인카 만큼은 아니어도 엄청난 환호성으로 네 선수를 맞이해 주었다.

"오오!!!"

그 때, 저 멀리서 보이는 낯익은 깃발. 오히려 챈들러와 브루어가 더 호들갑을 떨면서 영재에게 저기 보라며 손짓했다.

"윤영재~!!!"

물결치는 깃발의 정체는 대한민국 국기들이었다.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한민국 깃발을 휘두르는 수많은 교포들. 댈러스는 한인 교포들이 5만이 넘는 곳이었기 때문에 한인 사회도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다들 영재의 활약에 열광했고, 카 퍼레이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축하를 해주는 것이었다.

영재는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약간의 껄끄러움에 당황했다. 영재는 그런 감정을 쓸데없다고 치부하곤 반가운 척 대한민국 국기를 가리키며 손을 크게 휘저었다. 그 모습을 본 챈들러와 브루어는 영재에게 무슨 일이 있나 대충 눈치는 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이어진 성대한 퍼레이드도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 도착하면서 끝이 났고, 선수들도 드디어 대단원의 한 막을 끝낸 듯한 뿌듯함에 피곤해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주장이랑 챈들러, 윤만 추가 일정이 남은 거네?"

노비츠키와 챈들러, 영재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화보 촬영이 남았지..."

"아아~ 말도 마. 피곤하다구! 우리 아들내미랑 집에서 뒹굴거려야 하는데~"

노비츠키는 마치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한숨을 푹푹 쉬었고 챈들러는 챈들러 주니어를 안아들고는 으아~ 하면서 생떼를 썼지만 그렇게 프로의식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저 챈들러에게 수고하라는 말만 해 줄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에게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이 해산하려는 선수들을 붙잡고는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우승반지 말고 다른 특별한 모양으로 제작하는 건 어떤가? 목걸이라든가?"

...

"반지가 좋습니다!"

"찍겠습니다, 하나, 둘, 셋!"

모여있는 사람들은 댈러스 유니폼을 입고 있긴 했는데 선수들이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팬의 자격으로 댈러스 공식 서포터스가 된 사람들의 사진촬영이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팬 역시 또 한 명의 선수라는 컨셉으로 댈러스를 공식적으로 응원해주고, 댈러스의 한 일원으로써 공식 서포터스를 모집해서 지금 이렇게 홍보용 화보를 찍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리얼 월드 발언을 서슴없이 한 르브론 제임스에 대한 정면 비판이나 마찬가지였고, 실제로도 팬들 사이에서는 댈러스의 행보가 정말 매력적이라면서 댈러스의 팬으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었다.

등 번호 101번을 배정받은 존 시몬스는 엄지를 척! 들면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JOHN SIMONS' 유니폼을 입고는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 까지, 이른바 시몬스 일가가 모두 모여 댈러스 매버릭스 공식 서포터스 촬영을 마치자 아이들도 신이 나서 꺄르르 웃었고, 부인도 황홀한 체험이었다면서 다음 시즌 댈러스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했다.

다른 일반인들의 촬영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사람들이었다.

"유, 윤이다! Y13이야!"

"와~ 타이슨 챈들러다!"

"덕 노비츠키도 왔어!"

세 사람은 자신들이 사진 촬영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린 팬들에게 한 명씩 직접 인사하면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날 쯔음,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친 세 여자는 약간은 수줍은 듯 머뭇대다가 살며시 등장했다.

"와, 진짜 귀엽다~"

"어머, 정말 인형 같네~"

팬 들은 에밀리 키니의 등장에 그 귀엽고 아름다운 외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타이슨 챈들러와 덕 노비츠키의 여자친구는 일반인이었기도 했지만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지만, 에밀리 키니만큼은 달랐다.

파이널 6경기 종료 후 포옹하는 모습과 함께 fakebook 을 통해 두 사람이 다정하게 포옹을 한 채 셀카를 찍은 것이 게시되면서 사귄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리긴 했지만, 공식 석상에서 두 사람이 같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각자 선호하는 3자리 번호를 배정받았고, 에밀리는 777번이 박힌 매버릭스의 유니폼을 입은 채 수줍게 영재에게 물어보았다.

"잘, 어울려?"

"그럼. 잘 어울리지."

영재와 에밀리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다른 두 커플도 훈훈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 커플의 촬영답게 분위기는 굉장히 부드러웠고, 세 커플이 같이 찍은 사진들은 꽤나 익살스럽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특히 에밀리는 연기자답게 각종 컨셉을 잘 소화해 내면서 총괄감독의 칭찬세례를 받았고, 의외로 영재가 컨셉 같은 것에 제대로 적응을 못 하면서 어색하고 뻘쭘한 자세로 한 소리 제대로 듣고 말았다.

"연기란 게 진짜 힘들구나."

"응응. 하지만 처음치고는 잘 하는 거 같은데. 아무래도 공식 서포터스라는 중요한 화보 촬영이니까 감독님께서 꼼꼼하게 지적하시는 걸 거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농구선수가 연기 못한다고 뭐라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두 사람은 역시나 쉬는 시간마다 떨어지기 싫어 안달이 난 것 마냥 뭐가 그리도 할 이야기가 많은지 나란히 앉아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국 1시간이 넘는 촬영 끝에 세 커플의 단체촬영, 그리고 덕 노비츠키, 타이슨 챈들러의 커플 촬영까지 모두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사진을 찍겠습니다."

마지막이란 말에 영재는 가슴이 살짝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에밀리 역시 배우와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자 노력하는 여자. 그러다보니 플레이오프 기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옆에서 뒷바라지 해주고 사랑을 듬뿍 주었지만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내일, 다시 촬영장으로 가니까.'

영재는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있던 무언가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더 이상 시간을 늦추고 싶지도 않았고, 더 이상 늦추면 에밀리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마지막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그런 영재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밀리는 감독에게 들은 컨셉대로 촬영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감정을 잡으려 했다.

착!

그 때, 갑자기 촬영장에 모든 불이 꺼져 버렸고, 에밀리는 당황한 나머지 어둠 속에서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팟!

그러더니, 몇 대의 조명만이 팟 하고 켜졌고, 영재와 에밀리 주변에는 분홍색과 빨간색의 꽃잎이 아름답게 깔려져 있었다. 그리고 서 있는 에밀리 앞에서 영재는 천천히 오른쪽 무릎을 꿇더니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조심스레 꺼내들었다.

"..."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열렸고, 그 안에는 한 쌍의 은색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미리 못 해 줘서 미안. 아... 시즌 중반에 정신적으로 무너진 나를 붙잡아주고. 본인의 일도 힘들 텐데 나에게 많은 관심을 주고, 그 누구보다 이쁘고 귀엽게 나를 바라봐 준 당신에게 이제야 말을 합니다."

에밀리는 점점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아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눈을 비볐지만 점점 눈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어찌 할 길이 없어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말았다.

"저랑, 진지하게 사귀어 주세요."

영재는 더 이상 말이 필요하지 않은 듯 일어나서 목걸이를 하나 집어서 에밀리의 긴 생머리를 오른손으로 부드럽게 말아 쥐어 앞으로 넘겨주었다. 에밀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어깨를 들썩이며 울 뿐이었고, 영재는 목걸이를 다 채워준 다음, 자신의 목걸이는 본인이 하기 위해 집어 들었다.

"자, 잠깐만..."

에밀리는 그런 영재의 모습에 우는 것도 신경쓰지 못하고 목걸이를 뺏어들었다. 영재는 그저 웃으면서 슬쩍 몸을 숙였고, 에밀리는 그런 영재에게 목걸이를 채워 주었다.

"오오! 야~ 키스 해! 키스 해!"

챈들러는 입이 근질근질 했었는지 휘파람을 불면서 부추겼고, 점잖았던 노비츠키 마저 '음, 그건 당연한 절차지.' 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보니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사람들이 축복의 박수를 쳐 주면서 키스를 연호했고, 영재와 에밀리는 서로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

에밀리는 이윽고 미소를 지은 채 눈을 감았고, 영재는 양 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에밀리의 눈가에 흐른 눈물을 닦아 주더니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드디어 레알 고백타임 ㅋㅋ

@댈러스는 한인타운이 꽤 크게 발달한 지역입니다. 미국 남서부 금융 중심지기도 하며 예술과 문화의 도시기도 하죠. 금융위기 이후 한인들이 급증해서 14년도 기준으로는 한인들이 9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뉴욕이나 LA만큼은 아니지만 한국 관련 음식이나 대화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지역으로 봐도 될 정도죠. 덕분에 2013년부터 인천-댈러스 직항노선이 개설되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텍사스 레인저스도 추신수 선수 영입 이후 한인회와 제휴해서 여러 마케팅을 펼치며 한인들을 구장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근데 댈러스는 한인 마케팅 없이도 좌석 점유율이 99%를 넘는 팀이라서;; 농구는 구장이 작아서 웬만한 인기팀이면 90%는 거의 넘습니다. 그냥 마케팅 없이도 영재가 뛰는 걸로만 해도 충분히 전 경기 매진이 가능합니다.

goimosp님/// ㅋㅋ 한글파일에 로스터 변동을 다 적어놓으려고 합니다. 순위변동도 엑셀로 계산해야 할듯 ㅋㅋ

여신유리찬양님, -DarkANGEL- 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오늘도 코멘 감사합니다~~ 즐거운 불금되세요^^

울트라10님/// 하하... 향후 중간중간 묘사될 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의설님/// ㄷㄷ 그것까지는...

ㅎ0ㅎ님/// 한국은 가긴 갈 겁니다.

김인연님///으음? 2k14? 15를 잘못 쓰신 건지, 예전 거를 사신건지 ㄷㄷ

either님/// 변동 파일을 따로 만들어놔야 할듯합니다 ㅋㅋ

동화와현실님/// 쿠폰 감사합니다!! 저희 때문에 이용권 지르셨다는 글 보면 저희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죠

비오는날엔우울해님/// 일상을 위해서입니까?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