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60화 (160/296)

00160  2010-2011 파이널(Final)  =========================================================================

3쿼터도 어느덧 마지막 10초만을 남겨 둔 상황. 영재는 테리와 함께 공을 주고받으면서 코트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마이크 밀러를 보면서 영재는 자신이 돌파해서 들어갈지, 공을 돌리며 테리나 노비츠키에게 슈팅을 맡겨야 할지 고민했다. 칼라일 감독은 최대한 시간을 끈 후 직접 슈팅을 하든 패스를 건네주든 자신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했다.

영재가 공을 잡자마자 스크린을 걸어주기 위해 달려나온 덕 노비츠키. 영재는 동시에 스크린이 걸리자마자 돌아나가기 위해 슬슬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하지만 노비츠키는 스크린을 서지 않았다. 오히려 서는 척만 해주고 재빠르게 골밑으로 파고들었다. 스크린이 아닌 슬립이었던 것이다. 영재는 노비츠키의 엄청난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본인도 속고 말았다. 항상 연습은 했었던 것이지만, 자주 쓰는 것은 아니었던 탓에 반응이 조금 늦어버렸다. 다행히도 영재보다 상대 선수들이 더 반응이 늦은 탓에 노비츠키에게 평소보다 강한 패스를 찔러 넣을 수 있었다.

훅!!

[오오오!!! 덕 노비츠키의 픽 앤 슬립!! 이번에도 항상 하는 윤과 노비츠키의 2:2 픽앤팝을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픽 앤 슬립입니다!]

[윤도 예상치 못한 듯 잠시 반응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마이애미 선수들이 더 반응이 늦어버렸어요! 패스를 찌르긴 하는데 좀 불안합니다!]

7풋(213cm)의 어마어마한 높이는 장신 선수가 없는 마이애미 선수들이 커버할 수 없는 높이가 아니다. 평상시 노비츠키를 점프를 높게 뛰는 편이 아니었기에 패스가 높다고 보였지만, 노비츠키는 패스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평상시보다 높이 뛰며 패스를 받아내어 어려운 자세로 공을 던져 넣었다.

삐이이!!

0초가 되었다. 바로 직전, 노비츠키는 자세가 와르르 무너진 상태에서 슈팅을 쏘아 올렸다. 일 순간의 정적,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슉-

그는 덕 노비츠키란 것을.

[BAAAANG!!!!! 이로써 점수는 82 대 72!!! 뒤집히지 않습니다! 점수 차이가 좁혀지질 않습니다!!!!]

방송으로 전달되는 캐스터의 목소리도 완벽히 사라질 만큼 어마어마한 함성소리가 아메리카 에어라인스 센터에 울려퍼졌고, 덕 노비츠키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자신에게 환상적인 패스를 선보인 영재 윤과 하이파이브를 하더니 관중들 앞에서 영재의 손을 번쩍! 들어 주었다.

Y13! Y13!

그러자 덕 노비츠키를 연호하던 관중들은 어느새 영재에게도 우레와 같은 응원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영재는 자신이 한 거라곤 노비츠키에게 좋지 않은 패스를 준 것뿐. 그 찰나의 시간에 어려운 패스를 받아 마무리를 지은 것은 누가 뭐래도 덕 노비츠키였다.

"가슴 펴! 너가 준 패스 없었으면, 지금 점수도 없었으니까!"

노비츠키의 마지막 한 마디에 영재는 들려진 팔에 힘을 주더니 배에서부터 끌어올려 힘껏 포효했다.

[오늘도 시청률이 대박이 나겠군요! 이런 명장면들이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 경기도 12.9%의 시청률로 작년 보스턴 셀틱스-LA 레이커스전을 제치고 최근 10년 동안 5차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죠. 마이애미와 댈러스 지역에서는 30%가 넘었다고 합니다. 정말 이번 파이널은 드라마틱한 팀들 간의 대결답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도 기록 갱신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 이제 4쿼터가 남아 있는데 과연 얼마나 더 재밌는 장면들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마지막 4쿼터는 그야말로 마이애미 히트에겐 지옥과도 같은 12분이었다. 빅 3라고 자부하는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크리스 보쉬를 비롯한 마이애미 선수들은 어떻게든 10점의 리드를 좁히기 위해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다.

[드웨인 웨이드! 그대로 돌진합니다!]

[영재 윤, 힘에서 밀립니까?!!]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영재를 상대하는 드웨인 웨이드. 웨이드는 가볍게 레이업을 올려놓고 수비를 해야 하는데, 자꾸 끈덕지게 들러붙는 영재와 바레아 때문에 시간은 시간대로 지연되고, 공격은 공격대로 되질 않아 미칠 지경이었다.

훅!

그러다보니 결국 터프샷. 림을 뱅- 돌고 흘러나온 공은 박스아웃에 성공한 타이슨 챈들러가 신장도 차이나는 우도니스 하슬렘에게 뺏길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리바운드를 잡으면 느긋하게 공을 주고받는 영재와 바레아 때문에 마이애미는 미칠 지경이었다.

댈러스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속공 찬스가 아니라면 굳이 속공을 펼칠 필요가 없었다. 마이애미 선수들은 이미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었고, 점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급해 하고 있었다. 상대가 원하는 공격을 해줄 필요가 없었고, 찰머스의 이탈로 인해 지공 상황에서도 영재나 바레아, 테리가 공격하기는 한결 쉬워졌던 것이다.

원래 같으면 찰머스, 웨이드, 르브론의 미칠듯한 전방 압박으로 댈러스 가드진의 턴오버를 유발해야 하는데, 한 명은 퇴장이었고, 두 명은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르브론은 플레이오프 내내 평균 44분 이상을 뛴 탓인지 매 경기 4쿼터에서는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키드와 테리, 영재, 바레아는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며 네 명이 합쳐서 고작 5개의 턴오버를 범하고 있었다.

공격 쪽에서는 리딩 외에 스코어링도 해줘야 할 르브론 제임스가 4쿼터에 들어와서는 패스 위주의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해 버리니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력이 제대로 발휘 될 리 만무했다. 저런 엄청난 기술과 신체조건을 가지고 돌파나 골밑 마무리, 슈팅이 아니고 단순 포인트가드마냥 플레이를 하니, 더 쌓일 수 있는 점수가 쌓이질 않는 것이다.

[JET! BANG!!!!]

[DIRK FOR THREE!! FIRE!!!]

[Y13!! AMAZING SHOT!!!]

세 명의 초고감도 점프슛이 그야말로 불을 뿜는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모두 꽂아넣는 것 같은 착각에 마이애미 히트는 점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댈러스 매버릭스의 수많은 파란 팬들, 그리고 맨 앞자리에서 관중들과 껴안으며 환호성을 지르는 마크 큐반 구단주,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댈러스 매버릭스의 팬들은 점점 환희에 찬 표정으로 마지막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마지막 50초! 마지막 50초면 길고 길었던 2010-2011 nba 의 final Champ 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챔프는 댈러스 매버릭스가 될 가능성이 99% 가 되었습니다!]

공을 쥔 채 반쯤은 포기한 듯한 마이애미 히트의 선수들을 보면서 덕 노비츠키는 묘한 복수심이 가슴에서 일었다. 여기서 2점을 넣든 말든 결과에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5차전의 조롱은 승리로 갚아줬다고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겸손하지 않고 경거망동하며 자신을 모독한 게 조금은 앙금으로 남아있던 것이다.

"후."

하지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공을 드리블하던 노비츠키는 공격제한시간이 몇 초 남지 않자 여전히 활발하게 움직이던 영재에게 패스를 뿌렸다.

슉-

"?!"

영재는 너무나도 깔끔한 자세로 미드레인지 슈팅을 쏘아 올렸고, 그 슛은 정확히 림을 통과했다.

[하하! 마지막까지 쐐기를 박아버리는 Y13!]

[110 대 99! 정말 일말의 가능성도 없어졌습니다! 이제 고작 32초가 남았습니다.]

[이로써 영재 윤, 오늘 무려 36분을 뛰면서 29 득점 5리바운드 11 어시스트 3스틸 1턴오버를 기록합니다! 오늘 팀내 최다 득점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영재 윤! 오늘 6차전의 MVP는 윤이라고 봅니다!]

[파울작전으로도 따라가기엔 시간에 비해 점수 차이가 너무 크고, 댈러스에는 자유투가 90%를 넘는 도사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파이널 기간 동안 노비츠키는 자유투가 46/47, 윤은 23/24입니다. 키드와 테리도 80% 후반이고요. 파울작전을 통한 추격이 의미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수비에서도 파울작전을 하지 않은 것이겠죠.]

영재의 마지막 미드레인지 점퍼에 벤치에 기립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댈러스 벤치 멤버들과 마크 큐반 구단주는 점퍼가 꽂히자 드디어 되었다는 짜릿함에 너나 할 것 없이 방방 뛰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영재는 쯧쯧 하고 혀를 차더니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선 밟았네요. 30점은 채워주려 했는데."

당찬 영재의 말에 노비츠키는 큭큭 웃으면서 영재의 머리를 그 커다란 손으로 벅벅 쓰다듬어 주었다.

"하, 하하!"

"했다, 드디어 했다고!!"

노비츠키는 감격한 나머지 영재를 쓰다듬은 후 그 커다란 두 손으로 자신의 긴 머리를 위로 쓸어올렸고, 골밑에서 터프하게 온 몸으로 마이애미의 공격을 막아 낸 타이슨 챈들러는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양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다가,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제이슨 키드를 보며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하아-"

매트릭스, 숀 매리언 역시 감회가 새로웠는지 입을 벌리고 계속해서 이 모습을 눈에 담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르브론 제임스라는 최고의 선수를 맞이했음에도 수비적인 면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최대한 저지하며 터프니스의 끝을 보여준 숀 매리언.

벤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J.J 바레아, 제이슨 테리, 코리 브루어, 페쟈 스토야코비치, 브라이언 카디널, 이안 마힌미. 그리고 마크 큐반 구단주까지도 댈러스 창단 이래 첫 우승이 점점 실제로 피부에 와닿고 있었다.

삐이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최종 점수 110 대 99! 댈러스 매버릭스, 마이애미 히트를 4:2 로 꺾고 구단 통산 첫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수고했어!"

마크 큐반 구단주는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릭 칼라일 감독을 와락 껴안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고, 칼라일 감독은 약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큐반을 달랬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코트 위로 올라와서 이 기쁨을 나누고, 서로를 껴안는 동안 노비츠키는 눈물을 숨기기 위해 옷으로 눈을 가리더니 그대로 라커룸 안으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밟은 파이널 무대인 2006년에 진 상대도 바로 마이애미 히트. 노비츠키의 감격은 실로 대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재는 앙금이 남아있는 드웨인 웨이드와는 별 말을 나누지 않았다. 키드와 테리, 매리언과 포옹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웨이드는 영재를 보자마자 날카롭게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는 그대로 라커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Y13."

그 때, 영재는 자신을 부르는 한 선수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으로 인해 초췌해 보이긴 하지만 강렬한 눈매에 굳게 다문 입술은 그야말로 전사로 봐도 무방한 선수. 챈들러와 매리언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에게 온 듯했다.

"먼저 우승을 축하한다. 그리고 사과도 해두고 싶다. 5차전부터 시작된 우리의 플레이는, 확실히 잘못 되었어. 나는 노비츠키에게 먼저 사과하고, 그 이후에 곧바로 너에게 와서 사과를 하고 싶었다. 아까 찰머스의 행동은 정말로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영재는 르브론과 웨이드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실상 보쉬는 이번 플레이오프 동안 더티 파울을 한 적도 없고, 인터뷰에서 상대를 비하한 적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재도 보쉬에게는 별 악감정이 없었다.

"보쉬. 당신은 제대로 된 프로네요."

"... 그런가. 고맙다. 자, 다음에 또 보자. 나도 여기까지 날 보러 온 내 사람들을 보러 가야 하니까. 그리고 이번 파이널은 명백한 우리의 패배였다. 다음 시즌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 다시 좋은 대결을 펼쳐보자."

보쉬는 살짝 눈이 빨개져 있었다. 아마 눈물을 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윽고 인사를 나누고 보쉬가 라커룸으로 향하자 영재는 보쉬의 한 마디 말이 떠 올랐다. 날 보러 온 내 사람을 만나러 간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물극필반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보쉬는 실제로도 파이널 종료 후 라커룸으로 가는 길에 눈물을 흘립니다. 아마 상당한 마음고생을 한 탓이겠지요. 통로에서 균형을 잃고 쓰러질만큼 아픔이 컸던 모양입니다. 파이널 기간 동안 가장 인터뷰나 행동으로 성숙한 선수는 르브론이나 웨이드가 아닌 보쉬였습니다. 그러나 정규시즌 동안 워낙 큰 비난을 받았던지라 우승마저도 차지하지 못하면서 그게 터진 게 아닌가 싶네요.

※픽 앤 슬립 : 가드가 볼을 소유하고 있을 시 픽을 걸러나오면 당연히 그 선수의 마크맨도 따라나오기 마련인데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픽을 서는 척 하면서 다시 돌아 들어가고 패스가 들어가는 전술입니다.

천사의사정님/// 첫 코 감사합니다~~

goimosp님/// 쿠폰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가연을이님/// 어제보다 늦지 않아 다행이군요 ㅎㅎ

CountOfDark님, -DarkANGEL-님, 찬란한유산님, BlueRuiN님, 사라질영혼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항상 코멘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우유동자님/// 우승입니다!!

ㅎ0ㅎ님/// 스포츠 경기들 보다보면 가끔 보이는 장면이죠 ㅎㅎ. 농구보다는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죠.

白日夢者님///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anwkdk님/// 아, 멤피스가 스몰마켓일 뿐만 아니라 치안도 떨어지는 모양이군요. 뉴욕은 워낙 도시가 커서 이래저래 문제가 꽤 많습니다. 아마 다운타운은 괜찮은데, 외곽이 문제가 좀 있는 거 같더군요. 국대 스토리는 고민중입니다. 일단은 길지 않게 쓸 생각인데, 과연 그 정도 분량으로 마무리가 될지는 써봐야 할 듯합니다.

오멘님/// 네. 딱 6차전 끝나고죠 ㅎㄷㄷ

구멍난스카프님/// 재밌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울트라10님/// 정말 찰머스는 멘탈이 문제죠;;; 차라리 노리스 콜이 낫다고 봅니다 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