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6 2010-2011 파이널(Final) =========================================================================
5차전이 끝난 후 댈러스로 돌아온 영재는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서도 엄청난 긴장감과 부담감에 편히 쉬지도 못하고 있었다.
"후아, 후아..."
평상시에도 팀 동료들이나 스태프들에게 짐 렛(gym rat : 체육관 쥐, 우리나라 표현으로는 연습벌레라는 뜻입니다.)이라 불리는 영재였는데, 플레이오프에 진입하면서 점차 개인훈련의 양이 늘어나더니 파이널 때 정점에 다다랐다.
에밀리와 만나고, 틈틈이 집에 멜리와 스티브, 로렌 등이 놀러오고 동료들 중 절친인 타이슨 챈들러와 코리 브루어, J.J 바레아와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정말 그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농구, 농구 뿐이었다. 친구들도 많지 않았고, 개인적인 취미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옆에서 에밀리가 걱정스레 보고 있음에도 개인운동을 쉬지 않고 있었다. 시즌 중의 벌크업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1초라도 더 뛸 수 있는 근지구력 훈련 위주로 몸을 움직이고 있는 영재였다. 경기 중의 체력 저하는 슈팅이나 패스의 미묘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이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에밀리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러닝머신 위에서 뛰고 있는 영재에게 다가가 러닝머신을 끄면서 말했다.
"윤, 그러다 쓰러져요!"
"허어, 허억..."
영재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더니 손목에 찬 시계를 슬쩍 보고는 에밀리에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다는 건지, 에밀리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영재는 러닝머신에 내려오자마자 시계를 빤히 보더니 쉴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면서 바닥에 깔린 매트위에 드러누워 복부를 자극하는 크런치를 파워풀하게 하기 시작했다.
"윤!!"
에밀리는 그런 영재의 어깨를 꽉- 누르면서 소리쳤고, 영재는 멍한 눈빛으로 누운 채 에밀리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오전부터 팀 훈련 스케줄을 다 소화하고 와서 지금까지 한 시간도 안 쉬고 운동했어요. 물론 중요한 경기라는 거 아는데 이러다간 쓰러진다구요! 훈련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중요하지 않아요?!"
영재는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밀리. 워킹데드의 오디션 보러 갔을 때, 그 전날 밤에 뭘 했어요?"
"..."
"그저 잤나요? 목이 쉬면 안 되니까 연습 안 하고 그랬나요? 에밀리도 분명... 후회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을 거예요. 내가 본 에밀리는 그랬을테니까요."
정곡을 찌르는 영재의 한 마디에 에밀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입을 뻥끗하려는 순간 영재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주변에서 보기엔 내가 내 몸을 혹사시키는 걸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에밀리라면 철저하게 목 상태를 체크하면서 연습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노력하고 준비했겠죠? 나도 그래요. 쉬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내 스스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열량을 섭취하고 있어요. 하하, 약간 기계 같죠?"
"그래요. 지금의 윤은 기계 같아요."
"에밀리가 기껏 파이널 기간에 같이 있어 주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거에 대해선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이틀 뒤의 경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잖아요? 나, 그 경기에서 후회하고 싶진 않아요. 혹시나, 내 체력이 모자라서 후회하는 경기가 된다면 나는 그 경기를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에요."
영재의 말은 에밀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워킹데드의 오디션을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100을 넘어선 120% 의 컨디션을 당일 이끌어내기 위해 준비한 나날들은 그야말로 삶을 오롯이 오디션에 투자했던 에밀리. 지금의 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지금 내 상황이 루키니까. 사람들은 '루키 치고 참 잘하네.' 라는 말을 많이 하고 있잖아요?"
영재는 계속 할당량의 크런치를 채우기 위해 상체를 들어올리면서 이야기했고, 에밀리는 어쩔 수 없이 영재가 정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복부와 가슴의 경계쯤에 손을 대 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윽! 루키 치고 잘 하고 있다. 악! 루키 중에서 가장 잘 하고 있다. 읍! 댈러스의 미래다. 후!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첫 시즌이 만족스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으악!!"
마지막 한 번을 끝까지 힘을 주고 내려온 영재는 완전히 지쳐버린 표정이었지만 입꼬리는 슬쩍 올라간 채로 에밀리의 손을 잡았다.
"나는 충분히 잘 했다고, 거기서 멈추고 만족하면 끝이잖아요."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정말로 영재가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20살의 선수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26년을 살면서 남자 한 번 만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에밀리의 경우 다양하거나 많은 남자를 만난 건 아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귀여운 외모로 몇 번의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었다.
에밀리는 자신의 일에 프로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의 행동이나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좋아했다. 물론, 에밀리 본인이 그런 책임을 지지 못하고 실력이 부족해서 좌절하고 있을 때여서 더욱 만나는 남자들에게 실망한 것일 수 있지만, 영재의 지금 모습은 에밀리가 만났던 남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 20살이 된 어린 선수가 말이다.
"에밀리. 파이널 6, 7차전에 올 수 있어요?"
드러누운 채로 힘이 빠져 작게 내뱉는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피곤에 찌든 영재의 상체를 일으켜주곤 땀을 닦아 주었다.
"글쎄요. 6차전은 갈 수 있지만, 7차전은 무리에요."
"어? 어디 가요?"
영재의 말에 에밀리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영재의 목에 마른 수건을 걸쳐주면서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난 믿어요. 이번 6차전에서 파이널이 끝날 거라고. 그리고 그 승자는 당신일 거라고요."
영재는 너무나 예쁘게 웃는 에밀리를 보면서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표 세 장을 꺼내 에밀리의 손에 쥐어주었다.
"꼭, 이 표를 사용해서 보러 와요. 스티브와 로렌, 멜리 일행도 바로 옆 자리로 예약했다고 하니까, 꼭 이 표로 보러 와 줘요."
영재의 신신당부에 에밀리는 살짝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표를 소중하게 받아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2011년 6월 12일.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 댈러스.
[안녕하십니까! 파이널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6차전이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저는 ESPN 캐스터 크레익 셰이거, 해설에는 레지 밀러, 제프 밴 건디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크레익! 오늘이 과연 NBA 시즌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기가 될 것인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이런 경기에 해설을 맡게 되었다는 게 정말로 영광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이애미 입장에서는 2경기 연속 대패의 후유증에다가 원정 엘리미네이션 게임인데, 과연 이것을 극복하고 7차전에 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그리고 댈러스는 홈 팬들 앞에서 창단 첫 우승의 축포를 쏠 수 있을까요? 어느 한 팀은 이기고, 어느 한 팀은 질 수밖에 없는 외나무 다리에서의 만남입니다!]
크레익 셰이거의 시작 멘트에 레지 밀러와 제프 밴 건디가 각자 한 마디씩을 이어받는 동안 경기가 시작되었다.
영재는 뚜벅뚜벅 코트 위로 올라서서 홈구장을 둘러보았다. 수만 명이 넘는 팬이 찾아와 한 치의 틈도 없이 빼곡한 파란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영재는 가슴이 마구 뛰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구장 좌석 점유율이 100%를 넘는 세 구단 중의 한 구단이었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도 거의 매 경기가 빼곡하게 가득했지만, 오늘 경기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언뜻 보이는 댈러스 선수들의 기대 반, 긴장 반의 표정들, 악밖에 남지 않은 마이애미 선수들의 표정들이 스쳐지나갔다.
삐이이!
수십, 수백 번을 들었던 경기 시작 휘슬. 그리고 뛰어오르는 타이슨 챈들러와 조엘 앤써니. 영재는 챈들러가 공을 걷어낸 것을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감상에 젖어있기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는 것을 영재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재는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키드가 탑에서 공을 쥐고 조율을 하는 동안, 영재는 평상시보다 더욱 역동적으로 뛰어다니면서 웨이드의 체력을 빼며 찬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영재를 전담마크하는 드웨인 웨이드는 경기 시작부터 엄청난 활동량과 속도, 그리고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골밑을 파고들다가 휘릭 돌아나오는 영재를 쫒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차라리 온볼 플레이어면 막기 쉬울 텐데, 활동량 자체를 많이 가져가는 선수를 막으려면 자신의 체력 소모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공격에서도 해야 할 것이 많은 탓에, 가장 막기 귀찮은 유형의 선수들이 저런 오프 더 볼 무브가 좋은 선수들이었다.
'젠장!'
차라리 1경기부터 이랬다면 막기 수월했을텐데, 그간 꽁꽁 숨겨라도 놓은 건지, 아니면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은 건지 타이슨 챈들러와 조엘 엔써니의 박스아웃 싸움의 정중앙을 재빨리 파고들어가 빠져나왔고, 뒤따라가던 웨이드는 같은 팀 앤써니에게 가로막히고 만 것이다.
[제이슨 키드! 덕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타고 넘으면서 곧바로 왼쪽 사이드라인으로 패스!]
[엄청납니다! 스크린을 타려는 바로 그 순간! 드웨인 웨이드의 추격을 뿌리치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야말로 횡으로 마이애미 수비진을 부드럽게 잘라버린 영재 윤이 노마크를 만들어 냈죠?!]
훅!
역시나 명불허전. 제이슨 키드의 패스는 그야말로 손에 착 감길 정도였다. 영재는 숨도 쉬지 않은 채 손 끝의 떨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뛰어올랐다. 뒤늦게 달려와 뛰어오른 웨이드의 탄력은 아무짝에 쓸모도 없게 만드는 높은 타점에서 쏘아지는 빠른 타이밍의 점퍼였다.
[B,B,BANG!!!!]
[와우! 들어간 게 맞습니까? 너무 고각도로 치솟았다가 뚝 떨어지는 바람에 그물이 스치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서 들어간 지도 몰랐습니다!!!]
[Y13의 폭발이 시작됩니까?! 올 시즌 슈팅가드 중에서도 가장 날카롭고 치명적인 선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영재는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저 오른손 검지 하나를 들어올릴 뿐이었다. 팬들도 난리가 나서 고함을 지르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지만, 영재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댈러스 선수들도 그야말로 무아지경. 경기 이외의 것은 전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듯 엄청난 집중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 이후로 양팀은 단 한 번의 포제션에서 실패 없이 모든 포제션의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그야말로 엄청난 긴장감을 주는 시소게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양팀 다 엄청난 집중력입니다! 이게 바로 파이널의 엘리미네이션 게임의 힘이겠죠?!]
[1쿼터 단 4분이 지난 지금 점수는 11 대 10! 댈러스가 단 1점차 리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양상이죠!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끝내고 싶은 댈러스 매버릭스! 그리고 7차전까지 끌고 가고 싶은 마이애미 히트! 두 팀의 절박함이 명승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마이애미는 역시나 짜기라도 한듯 빅 3가 너 한 번, 나 한 번 공격을 나눠먹기라도 하는 듯 고른 득점분포가 이루어져 있는 반면 댈러스는 오늘따라 유독 폭주하는 영재 윤이 11점 중에 무려 8점을 꽂아넣었습니다! 슈팅은 단 3개! 3점 2개와 2점 1개를 모두 성공시킨 경악스런 100% 샤프슈터! 바로 영재 윤 아니겠습니까?!]
마이애미의 선수들은 영재가 질리도록 미운 듯, 얼굴을 와락 구긴 채 영재에게 거친 수비를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영재는 넘어지거나 나뒹굴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리듬과 플레이를 계속 유지하니 마이애미 선수들도 질릴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일상 묘사를 다양하게 했지만, 기본적으로 영재는 연습벌레고, 성실파입니다.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고, 취미도 많지 않죠. 매일 연습장으로 제일 먼저 가서 제일 늦게 나서는 타입입니다. 코비나 레이 앨런, 내쉬 같은 선수들과 비슷한 타입입니다.
@제임스 하든이 지난 플레이오프 때 레딕을 막느라고 체력 낭비가 심해서 공격에서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죠. 슈퍼스타들의 체력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오프 더 볼 무브가 좋고 말체력인 선수들과 매치업을 시키는 겁니다. 찰머스나 밀러가 영재를 막을 수 없다보니 웨이드가 막을 수밖에 없죠. 르브론은 몸이 너무 커서 한두 포제션이면 모를까 경기 내내 영재를 막다가는 무릎 아작납니다.
Naye님, 베이비돌님/// 이런...그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지적 감사합니다.
울트라10님/// 당시 칼라일 감독의 여러 잽을 마이애미가 견디지 못한 양상이었습니다. 당시 댈러스는 패배 후에는 꼭 패배한 전술을 수정하고 카운터를 먹일 수 있는 변화를 가져와서 잽을 날렸죠. 칼라일 감독이 파이널에서 꾀한 변화가 대표적인 케이스만 해도 일곱 가지가 넘습니다. 마이애미의 감독이 당시 사장인 팻 라일리였으면 그에 맞대응을 했겠지만,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4년이 지난 아직도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ㅎ0ㅎ님/// 그렇습니다. 홈에서 2경기 중에 1승만 해도 되니 이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되죠.
사라질영혼님, CountOfDark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페이토님/// 코멘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zigichacha님/// 음 말씀대로 그리핀은 대단한 선수입니다. 다만 수비가 안된다면 노비츠키가 그 공격력과 더 맨 우승을 가지고도 가넷보다 수비가 안되서 낮은 평가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케빈 러브도 20-15가 가능했음에도 낮은 평가를 받았고요.
anwkdk님/// 너무 동료들 위주의 묘사였군요... 의견 감사드립니다.
야베스님/// 이미 래리 버드 다음은 온 것 같습니다. 르브론 팬들은 이미 버드도 넘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아마 우승을 더 못해도 누적 기록만으로 역대 스포 1위는 찍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조던과 전설의 3센터(빌 러셀, 체임벌린, 카림)을 넘지 못하겠지만요. 확실히 역대급 선수가 우승의 두 배나 되는 준우승을 한 것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될 것 같긴 합니다.
goimosp님, -DarkANGEL-님/// 그렇습니다. 2연패를 하면서 새가슴 이미지도 많이 털어냈고, 작년은 확실히 투혼이 엿보였습니다. 맥시멈급 두 명을 잃고도 분전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