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53화 (153/296)

00153  2010-2011 파이널(Final)  =========================================================================

1:2로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4차전에선 반전을 꾀하기 위해 원정 중임에도 끊임없이 전술회의와 브리핑이 이루어졌고, 마이애미로 따라온 에밀리에게도 사정을 이야기하고 연락을 줄였다. 다행히도 마이애미는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였고 같이 여행 차 따라온 로렌과 스티브 덕분에 심심하진 않다고 하지만, 영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4차전 시작도 이제 3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영재는 코치들의 지시하에 진행된 모든 전술훈련을 끝마치고는 슈팅을 던지기 시작했다. 평상시와는 특별하게 다르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영재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경기 직전에 가장 좋은 상태가 바로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상태. 남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영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상시보다 안 들어가면 조급해지고, 평상시보다 잘 들어가면 좋으면서도 왠지 불안해진다. 그냥 적당히 평범하고 감을 잃지 않는 지금의 상태가 영재에겐 딱 좋은 영점이었다.

슉-

연습중이었기 때문에 노마크 상태로 3점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앞에서 바레아와 브루어가 양쪽에서 손을 쭉 뻗었다. 순간 놀라긴 했어도 영재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공을 던졌고, 결과는 깔끔한 클린 샷이었다.

"히야~ 괴물이네. 괴물이야."

"거 봐. 내 말 맞다니까? 이 놈은 괴물이라고."

바레아와 브루어는 감탄하면서 영재를 괴물이라 말했지만, 영재는 '깜짝 놀랐잖아요.' 라면서 심장 떨어지는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컨디션 좋은가 본데?"

"딱 괜찮은 거 같아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헤이! 주장, 괜찮아?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그렇게 셋이 농담을 나누는 동안,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팀의 주장, 덕 노비츠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전술회의 때 칼라일 감독에게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보는 건 오늘 처음이어서 그런지 선수들은 어느샌가 노비츠키에게 몰려와서 괜찮은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아, 열은 많이 내렸어. 조금 어지럽긴 한데 몸 상태는 썩 나쁘지 않아."

독감으로 인한 39도가 넘는 엄청난 고열이 덕 노비츠키를 덮쳐왔다. 특히 1승 2패로 기세가 한풀 꺾인 댈러스에겐 크나큰 악재나 다를 바 없었다.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에게 닥친 갑작스런 고열과 감기는 선수단 분위기를 한층 쳐지게 할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파이널 경기를 뛰게 되면 더 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팀닥터의 설명에도 노비츠키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왼손의 중지 상태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몸이 좋지 않다는 기정사실 앞에서도, 피하지 않고 더 고생하는 한이 있어도 경기를 선택하는 의지는 지난 10년간 얻어내지 못한 우승에 대한 단 하나의 열망이었다.

"주장~ 무리하지 말라고. 응? 나이도 생각해야지~"

챈들러는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나이 타령을 하면서 노비츠키에게 농담을 건넸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키드와 테리가 양쪽에서 챈들러의 옆구리에 가볍게 주먹을 날려주었다.

"커컥! 노인네들이 날 죽일라고!"

"지도 슬슬 노인네가 되고 있다는 걸 모르나 보네, 응?"

세 선수들의 장난에 다른 선수들도 약간은 긴장이 풀린 건지 가벼운 미소를 지었고, 노비츠키도 그들의 장난에 웃음기 서린 얼굴로 말했다.

"감기 정도로 이런 멋진 경기를 못 나오면, 내 자신이 용납 못하겠더라고. 그리고, 이거 봐봐."

노비츠키는 탑에서 공을 잡더니 가볍게 뛰어올라 3점을 꽂아 넣었다. 7풋의 어마어마한 높이에서 뿜어져나오는 초고각 슈팅. 림마저 닿지 않고 그물만 스치는 그의 엄청난 슈팅에 선수들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며 한껏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ESPN에서 보내드리는 파이널 4경기! 캐스터 마이크 브린, 해설에는 레지 밀러, 크리스 웨버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레지? 크리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마이크. 오늘 같은 경기에 제가 해설을 맡다니, 정말 환상적인 하루가 될 거 같은 느낌인데요?]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하! 선수 시절에 섰던 파이널 무대와는 사뭇 다른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선수들의 압박감은 오죽할까요? 저 기분을 해설로써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설레네요!]

레지 밀러와 크리스 웨버는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해 온 경험으로 선수의 입장에서 조금 더 역동적인 해설을 부탁받았고, 두 해설위원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흔쾌히 ESPN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역대 최고의 3점 슈터와 최정상급까지 올라섰던 파워포워드. 두 해설위원의 첫 조합이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이끌어낸 건 당연한 것이었다.

[홈팀 마이애미 히트 라인업은 3차전에 비해서 스타팅 센터 자리에 변화가 있습니다. 포인트 가드에 마이크 비비를 시작으로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크리스 보쉬, 마지막으로 센터에는 우도니스 하슬렘입니다.]

[사실, 크리스 보쉬가 토론토 랩터스에서는 센터의 롤을 곧잘 수행했지만, 빅3를 구성하기 위해 마이애미 히트로 가면서 많은 부분 롤의 희생과 더불어 롤의 변화도 감수해냈죠. 하슬렘이 보쉬보다 키는 작지만 플레이스타일이 보쉬에 비해 인사이드 위주이고 박스아웃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하슬렘이 센터를 보는 것이 더 낫죠. 그렇기 때문에 유일한 센터 조엘 앤써니를 제외하면 하슬렘이 가장 센터에 알맞습니다!]

[실제로도 하슬렘은 출전시간 대비 리바운드 개수가 보쉬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블락 역시 마찬가지고요. 보쉬보다 터프하면서, 슈팅 레인지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아무래도 댈러스의 전술 변화에 맞춰 스포엘스트라 감독이 스타팅 센터를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양 팀 감독들의 지략 싸움도 볼만하겠군요!]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댈러스의 전술 변화에 맞춰 스타팅 라인업을 변화시킨 것이다. 1차전에는 댈러스의 노비츠키를 활용한 2:2 플레이를 막기 위해 트랩 디펜스에 능한 조엘 앤써니를 스타팅으로 기용했으나, 댈러스가 3차전부터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줄이고 챈들러를 스크리너로 쓰며 노비츠키를 이용한 스페이싱을 확대하자 조엘보다는 하슬렘이 매치업 상대로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에 비해 댈러스 매버릭스 선발 라인업은 그대로 입니다. 딱히 변화를 주기도 애매한 게 댈러스의 스타팅이죠! 제이슨 키드를 시작으로 영재 윤, 숀 매리언, 덕 노비츠키, 그리고 타이슨 챈들러 입니다! 굳이 라인업을 변화하자면 윤과 테리의 교체 정도인데, 그렇게 되면 키드가 웨이드를 장시간 막아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스타팅 라인업 변화보다는 경기 중간 중간의 라인업 변화가 해결책이라 봅니다.]

[그렇습니다. 댈러스의 플로우 오펜스를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는 제이슨 키드, 유일하게 르브론을 막을 수 있는 매리언, 공격과 수비의 중심인 노비츠키와 챈들러는 스타팅에서 뺄 수 없죠. 백업 선수들과 기량 차이도 상당합니다.]

열띤 해설과 함께 선수들도 마지막으로 기합을 넣고 코트 위로 올라갔다. 덕 노비츠키는 정신을 또렷하게 하기 위해, 굳은 얼굴로 물병을 하나 따서 자신의 머리 위로 한 병을 콸콸 부은 뒤, 수건으로 아무렇게나 슥슥 닦아냈다.

"가자."

긴 말도 필요 없었다. 그저 노비츠키의 '가자' 라는 두 글자에 선수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코트 위로 올라갔다. 원정이 5차전까지 있기 때문에 오늘 패배하면 내일이 원정 엘리미네이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경기부터가 사실상의 배수진이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초반에는 노비츠키의 슈팅 감각이 어떤지 확인할게. 그거에 따라서 역할 변화가 있을 거야.  노비츠키의 감각이 좋지 않다면 오늘 너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해. 감독도 그렇게 얘기했고."

입을 가리고 영재와 이야기하는 키드를 보며 영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비츠키가 부진한다면 자신이 1옵션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부담이 안 생긴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이 이 팀에 옴으로써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사양이었다. 이 팀은 자신이 없었을 원래에도 우승팀이었다. 자신이 와서 우승하지 못하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영재는 마지막으로 키드와 의견을 조율하고는 점프볼을 바라보았다.

삐이익!

[역시 점프볼은 타이슨 챈들러가 따냅니다. 높이에서 워낙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마이애미 히트로써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챈들러가 탭으로 쳐낸 공은 영재의 손에 쏙 들어왔고, 영재는 초반부터 내달리는 것 보다는 키드에게 안전하게 공을 건네주는 것으로 경기를 전개했다.

[제이슨 키드, 탑까지 천천히 다가오는데요.]

[천천히 온다고 해서 댈러스의 템포가 느리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쉽게 말하면, 댈러스의 템포는 느린 척하는 것이거든요!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고 해서 느린 게 아닙니다. 패스는 빠르고, 찬스가 나면 망설임 없이 꽂아넣는 팀입니다. 수비를 확실히 해줘야 해요!]

[물론입니다! 저런 베테랑일수록 한순간 영리하게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순식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그냥 뚫리는 경우도 다반사죠!]

그 말을 키드가 들었는지, 키드는 눈앞에 자신을 막는 마이크 비비를 슬쩍 보더니 옆을 보는 척하며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렸다.

'왔다.'

키드는 오른쪽 윙 보다도 한참 뒤에서 서성이던 영재가 엄청난 속도로 하이포스트를 파고들기 시작하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레이져를 연상시키는 엄청난 빠르기의 직선패스를 쏘아냈고, 영재는 순식간에 하이포스트에서 베이스라인 바로 앞 까지 파고들며 패스를 왼손으로 잡아냈다. 드웨인 웨이드 역시 갑자기 공도 없는데 달려드는 영재의 예측하기 힘든 오프 더 볼 무브먼트에 당황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영재의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영재 윤, 베이스라인까지 엄청난 속도로 돌파! 하지만 드웨인 웨이드가 어느 틈에 쫒아와서 영재 윤의 등 뒤를 점합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스피드의 두 선수죠?! 영재 윤, 재빠르게 돌아섭니다. 돌파가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영재는 잠시 드리블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살피면서 웨이드의 주의를 끌었고, 영재는 약속된 플레이를 기다렸다. 지금처럼 영재가 순간적인 스피드로 파고든 것처럼, 또 한 명의 선수가 파고들 때를 기다려야 했다.

[보이십니까! 한 순간 덕 노비츠키를 놓치는 크리스 보쉬! 서성이기만 하던 덕 노비츠키가 저런 식의 순간적인 스핀으로 보쉬를 떼어내고 인사이드를 파고들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재 윤! 노비츠키와 반대편으로 움직이면서 파고드는 덕 노비츠키의 진행방향으로 패스!!]

드웨인 웨이드는 당황한 나머지 공에 손을 쭉- 뻗었지만 높이 차이가 애초부터 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반응했다 하더라도 허무한 손 뻗기에 지나지 않았다.

노비츠키는 공을 받자마자 황급히 뛰어나오는 우도니스 하슬렘을 보면서 전혀 당황도 하지 않았고, 표정의 변화 조차도 없었다. 그저, 몸이 기억하는 대로 페이스업에서 포스트업으로 전환. 그리고 우도니스 하슬렘을 등으로 한 번 밀어낸 뒤, 턴어라운드 페이드 어웨이. 물론, 축으로 사용하지 않은 오른발은 학처럼 ㄱ 자 모양으로 꼿꼿이 세워 블락은 엄두도 내게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슉-

[OH, OH!!! WHAT A GORGEOUS FADEAWAY!!!]

[이게 바로 댈러스의 무서움입니다. 이게 바로 덕 노비츠키 입니다! 정말 엄청난 페이드어웨이 아닙니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4차전은 노비츠키의 플루 경기라고 회자되는 경기기도 합니다. 이것 때문에 나중에 르브론과 웨이드의 조롱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39도의 고열에서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저런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레지 밀러는 인디애나의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레이 앨런이 11년에 기록을 깨기 전까지 3점 성공 갯수 통산 1위인 역대 최고의 3점 슈터이며, 숱한 클러치 슛을 터뜨리며 밀러타임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도 했던 선수입니다. 크리스 웨버는 2000년대 초반 밀레니엄 킹스의 일원으로 던컨-가넷과 함께 3대 파워포워드였던 선수입니다. 부상으로 폼이 떨어지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는 던컨-가넷-노비츠키의 3대 파워포워드로 재편되지만 말이죠.

헬릭님, TaylorSwift님, ㅎ0ㅎ님, 크레연님/// 종합적으로 답변해드립니다. 크레연님 말씀대로 시즌 중에 피지컬은 키의 성장 외에는 힘듭니다. 그것도 스타팅으로 풀시즌을 치르는 선수가 함부로 벌크업같은 피지컬 변화를 꾀하면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야구나 축구에서도 피지컬을 다듬어야 할 선수는 2군으로 보내버리죠. 가서 몸 만들어 오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전전편에 협력수비 부분은 영재는 좀 자만심?도 있어서 스스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막았지만, 밀려 넘어지거나 하면서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막으려기보다는 매리언이나 챈들러와의 협력수비가 가능한 방향으로 버티는 방식으로 변화한 겁니다. 즉 돌파를 당하더라도 매리언이나 챈들러가 막기 쉬운 방향으로 유도하는 거죠. BQ가 좋은 선수가 아니면은 이런 방식은 쓸 수 없긴 합니다. 그렇다고 다 막는 것도 아니고, 1차전에 비해 잘 막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웨이드가 락다운을 당할 클래스가 아니라서 ㄷㄷ

찬란한유산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DarkANGEL-님, CountOfDark 님/// 오늘도 코멘 감사합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goimosp님///감사합니다. 내년에는 테크닉이나 피지컬이나 점점 향상되어야죠 ㅎㅎ

울트라10님///3차전까지 넣기는 너무 길어져서요. 그냥 졌다는 것만 넣었습니다.

은쌍님/// 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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