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49화 (149/296)

00149  2010-2011 파이널(Final)  =========================================================================

[아! 결국 영재 윤, 다시 라커룸으로 들어가네요. 오늘 16분 동안 16득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대로 경기를 마감할 듯합니다.]

[영재 윤이 스타팅 슈팅 가드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제이슨 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영재 윤을 무리해서 쓰지 않겠다는 칼라일 감독의 의중인 듯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웬만하면 부상을 안고 뛰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팀에서 절대로 대체 불가능한 선수이고 베테랑이라면 뛸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윤의 부상 부위나 상태에 따라 감독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지금 노비츠키는 왼손 중지에 부상을 안고 뛰고 있죠. 자세히 보시면 왼손 중지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 연습부터 실전까지 뛰고 있습니다. 헤이우드도 약간의 부상을 안고 뛰고 있고요.]

노비츠키도 현재 왼손 손가락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도 슈팅, 레이업, 패스까지 다 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노비츠키의 존재가 댈러스에 중요하고, 손가락 부상은 충분히 감내하고 뛸 만한 부상인 것이었다. 손가락 부상으로 테이핑을 한 상태로 플레이오프를 치루는 선수는 제법 볼 수 있다. 케빈 가넷, 코비 브라이언트 등의 슈퍼스타들은 자잘한 부상은 물론이고 발을 끌면서도 경기를 뛰는 부상 투혼을 보여주곤 했다.

"..."

그래도 영재는 스스로에게 아쉬움을 느꼈다. 자신에게 너무나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릭 칼라일 감독과 코치들을 믿기로 하면서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길에 팬들을 보며 박수를 쳐주었다.

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영재에게 '수고했다.' 라면서 보내주는 멋진 박수와 함성소리에 영재는 그제야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재는 불안함과 슬픔이 뒤섞인 채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밀리를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딱- 딱- 딱- 딱-

영재는 앞으로 엎드린 채 등에 빨판처럼 생긴 패드를 붙이고 전기 치료를 하고 있었다. 홈 경기였기 때문에 곧바로 구단 지정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도 심한 부상은 아니고 일반적인 타박상이라는 결과에 영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 윤, 좀 어때? -

"그다지 아프지 않아. 이젠 거의 다 나은 거 같아."

영재는 스피커폰 상태로 에밀리와 전화를 하면서 치료를 받았다. 딱딱거리는게 등을 쏘는 듯한 느낌에 영재는 기분이 요상하긴 했지만 확실히 뭉친 근육이 풀린다는 느낌에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다행이야, 정말로.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길래 큰 부상인 줄 알았어. 병원에서도 별 거 아니라고 하는 거지? -

"그렇다니까~ 별 거 아니래. 그냥 타박상이야. 다음 경기에도 출전이 가능할 거래."

에밀리는 혹시나 자신이 걱정할까봐 영재가 숨기는 건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을 더 물어보았지만, 영재는 그런 에밀리가 귀여운지 계속 미소를 지으면서 그런 거 아니라고 몇 번이고 말해주었다.

- ... 보고 싶다. -

"그러게. 나도 보고 싶네."

에밀리의 수줍은 고백에 영재는 입이 귀에 걸릴 듯 미소가 지어졌다.

삐이이-

"윤, 치료 끝났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훨씬 경미한 부상이었지만 부위가 부위인 만큼 경기 전까지는 충분히 휴식을 취해주세요. 가능하면 내일 팀 훈련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습니다."

물리치료사의 말에 영재는 '들었지?' 라면서 에밀리를 안심시켜 주었고, 에밀리는 배시시 웃으면서 다행이다고 대꾸해 주었다. 옷을 챙겨입고 병원을 나서면서도 영재는 전화를 끄지 않고 에밀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고, 차에 올라타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놓은 뒤 영재는 계속 에밀리와 잡담을 나누었다.

"마트 가는 중인데 뭐뭐 사가면 좋을까?"

영재는 에밀리가 써 준 쪽지가 지갑 안에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괜히 한 번 더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능청스럽게 질문했다.

- 그러니까, 된장이랑 고추장이랑... 두부? 하고 호박하고... -

에밀리가 읊는 재료를 딱 들어보니 찌개를 할 것 같은 재료목록이었다. 다 듣고 난 후 영재는 일부러 더 놀란 척을 하며 애정표현을 했다.

"한식 마스터라도 될 기세야~ 나 한식 잘하는 여자 너무 사랑스럽더라~"

- 에, 에이... 처음 만들어 보는 건데. 맛없을지도 몰라. 옆에서 꼭 도와줘야 해. -

영재의 기대감에 부담을 느낀 것일까, 에밀리가 엄살을 부리자 영재는 알겠다면서 기분 좋게 웃었다. 마트에 도착한 영재는 이 코너 저 코너 둘러보면서 지갑에 집어넣었던 쪽지를 보며 하나 하나 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큰 마트여서 그런지 한식 재료들도 꽤나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고, 영재는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두부와 대파, 쫄깃해 보이는 돼지고기와 버섯을 골라잡았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파스타 재료와 소스, 스테이크에 쓰일 안심 몇 덩이를 골라잡아 넣고 마지막으로 브로콜리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흐음, 흠~"

탁탁탁-

도마 위에 올려놓은 재료들을 잘게 썰어내는 영재. 그리고 오늘의 메인 셰프인 에밀리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를 맛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윤, 이런 맛이야?"

영재는 앞치마를 하고 앞머리를 올려 핀으로 고정시킨 에밀리가 주는 국물을 살짝 맛보더니 짧은 감탄을 내뱉었다.

"이거야, 이거! 그래, 이게 된장찌개지."

에밀리는 처음이라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에밀리가 끓인 된장찌개는 충분히 영재의 입맛에 맞았다. 영재는 된장찌개임에도 고추장을 살짝 첨가해서 감칠맛이 나는 걸 좋아했다. 역시나, 고추장은 한국인의 입맛을 배신하지 않았다. 에밀리는 둘이 살짝 맛본 수저를 깨끗하게 닦더니 약불에 천천히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게 한국식으로 지은 밥."

몇 년을 혼자 살면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영재가 얹힌 냄비밥을 그릇에 뜨면서 에밀리는 굉장히 신기해했다. 후 불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점성을 가진 채 윤기를 자랑하는 한국 밥을 보면서 손가락에 붙은 밥풀을 떼먹어 보았다.

"와!"

에밀리는 마치 어린이처럼 맛있다는 의미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영재는 그런 에밀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손님들을 위한 사이드 메뉴로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능숙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된장하고 고추장도 있겠다, 아예 소스를 한국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영재는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띵동-

"어, 왔다!"

입구 쪽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영재는 요리를 허겁지겁 플레이팅하고는 에밀리와 같이 현관으로 나왔다.

"오셨어요?"

문 밖에 서 있던 타이슨 챈들러, 코리 브루어, 그리고 J.J 바레아는 각자 손에 선물을 잔뜩 든 채 영재의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영재가 오늘 휴식을 받은 김에 팀 훈련이 끝날 시간에 맞춰 동료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선수들인 챈들러와 브루어, 그리고 한 명 더해서 바레아까지였다. 노장들이 즐비한 댈러스를 생각하면 부상 중인 보브아를 제외한 팀 내의 20대 선수들의 모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오오~ 이게 바로 Y13의 집인가? 훈련할 때 생각하면 뭔가 더 우중충하고 우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집안 분위기는 밝구먼?"

가장 앞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바레아의 실없는 농담에 대응해 영재도 피식 웃으며 구질구질한 농담은 사절이라고 대꾸하고는 세 명의 손에 들린 선물을 바라보고는 눈을 빛냈다.

"제가 말 한 대로 양손에 선물 가득 가져왔죠? 뭐 가져왔나 어디 한 번 봅시다."

"에헤~ 그 전에 옆에 계신 레이디 소개를 해 줘야지, 응?"

챈들러는 소개도 시켜주지 않고 선물부터 챙기려는 영재를 제지하며 선물을 뒤로 빼더니 영재의 배를 팔꿈치로 툭 건드렸다. 영재는 알겠다는듯 당당하게 에밀리의 허리를 팔로 감싸안으며 말했다.

"에밀리 키니. 제 여자친구에요."

세 선수는 오오~ 하면서 에밀리가 아깝다는 둥, 역시 소문대로 선수라고 농담을 하면서 영재를 놀리기 시작했다.

"자자, 음식 식으니까 일단 들어와요. 아, 다들 잊지 말고 신발 벗고 들어와요."

"에? 신발을 왜 벗어?"

처음 경험해보는 것에 세 선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영재 대신 에밀리는 자신의 맨발을 꼬물꼬물 거리며 상냥하게 설명해 주었다.

"한국은 집 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고 해요. 윤도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으니까 집 안에선 그렇게 생활하고요. 그래서 집 안 바닥은 깨끗해요. 의외로 편하더라구요~"

세 사람은 알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가장 작은 바레아조차도 6-0 (183cm) 이다 보니 집 안은 꽉 들어찬 느낌이 들었고 에밀리는 눈앞에 마치 장벽이 서 있는 듯한 느낌에 허둥지둥 거릴 뻔 했다. 영재를 만나면서 키가 큰 사람들에 면역이 있었지만, 챈들러 같은 경우는 자신이 한참이나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던 것이다.

세 선수를 식탁 자리에 앉게 한 뒤, 영재는 에밀리 역시 반대편에 앉게 하곤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에밀리는 자신이 해도 된다면서 영재와 아웅다웅했지만, 결국에는 영재가 음식을 날라왔다.

"오? 이거 한식 아니야?!"

브루어는 한 번 먹어봤다면서 '이거 굉장히 오묘하고 맛있어!' 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상 위에는 각자의 그릇에 된장찌개와 밥이 푸짐하게 차려졌고, 에밀리에게도 따로 된장찌개를 퍼 주고 커다란 냄비에 남은 된장찌개를 밥에 들이부었다.

사이드 메뉴는 영재가 만든 스테이크와 약간의 파스타였다. 어찌 보면 굉장히 오묘한 조합일 수 있었지만 한식과 양식을 골고루 맛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차린 한상이었다.

세 선수는 평상시에 맛보기 힘든 한식의 매력에 빠져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역시! 윤의 요리 실력이 헛소문은 아니었구먼!"

"그러니까 말야. 지금 떠먹는 이게 바로 한식이란 말이지?!"

하지만 영재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내가 한 거 아닌데요?' 라고 대꾸했다.

"이거 에밀리가 다 한 건데. 나는 옆에서 재료나 썰어놓은 게 다에요."

"오오! 그런 거야?! 이야, 대단합니다! 에밀리 씨. 이거 너무 맛있는 거 아니에요?"

갑자기 대화의 주체가 자신이 되자 에밀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테이블 밑에서 영재가 에밀리의 왼손을 잡아주자 영재의 뜻을 알아채곤 감사 인사를 했다.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푸짐하게 했다고 만든 건데 조금 모자란 건 아닌지..."

"아유! 걱정 마세요, 이 정도 양이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말이지, 이거 계속 먹을 수 있겠는데? 너무 맛있는 거 아냐?"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밥을 싸그리 비워버린 다섯 사람은 만족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를 마치자 영재와 에밀리는 세 명에게 거실에 가서 티비나 보면서 소파에서 좀 쉬라고 하곤 부엌에서 뒷정리를 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서도 꽁냥꽁냥하면서 자신이 뒷정리를 하겠다고 두 사람이 투닥거렸지만 결국 영재가 설거지를 하고 후식으로 마실 커피는 에밀리가 타기로 했다.

"후~ 입이 호강했다. 입이."

바레아는 아직도 한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지었고, 챈들러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손가락을 딱딱 튀기며 바레아에게 정신 차리라고 했다. 브루어는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가지고 온 노트북을 켜서 USB를 꽂았다.

"마실 게 마땅치가 않아서 커피라도 가져왔어요, 시럽은 가운데에 놓을테니 입맛에 맞게 적당히 타서 드시면 될 거 같아요."

"어이쿠, 이거 감사합니다."

에밀리는 그렇게 커피를 한 잔씩 건네주었고, 영재도 설거지를 다 끝내고 돌아와 소파에 앉았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원하는대로 잘 안 써져서 자고 일어나서 마무리했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ㅎ0ㅎ님///첫 코 축하드립니다! 하하... 첫 시즌인데 벌써부터 그런 부상이면 ㅠ.ㅠ

goimosp님/// 넵. 부상으로 스러져간 젊은 선수들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선수들이 많죠.

-DarkANGEL-님, 라피르and진트님, CountOfDark님, 파이넨시아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 조심하세요^^

울트라10님/// 1차전은 실제 3차전을 모티브로 했던 거라 아쉽게 패배...이제 반격의 서막??!!

파뱐님/// 현실에서도 등 부상은 참 잔혹하죠 ㅠ.ㅠ

실버로드님/// 뇌와 눈이 착오를 일으켰습니다 ㅋㅋㅋ 눈으로 보는 거는 보쉬인데, 뇌로 생각하는 건 다른 선수였...

zigichacha님/// 그렇습니다. 하워드가 등 부상으로 그렇게 폼 떨어진 거 보면;;

reinhard님, 사라질영혼님/// 죄송합니다. 오타 수정하였습니다. 어제는 상태가 안 좋았는지 두 군데나 틀렸네요. ㅠ.ㅠ

새우군주님/// 새롭게 보고 계시는 분이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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