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33화 (133/296)

00133  2010-2011 컨퍼런스 파이널(Conference Final)  =========================================================================

"하하하! 귀엽다! 귀여워~ 에밀리, 왜 이렇게 귀여워요?"

눈을 꼭 감고 있던 에밀리는 자신을 와락 껴안는 영재를 보면서 또 당했다는 듯,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영재의 목을 자신이 직접 양 팔로 감싸고는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결국 프라이팬 하나를 태워먹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에밀리가 촬영을 마무리하고 잠시 영재의 집에 들른 것은, 영재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이젠 촬영 때가 아니면 거의 영재의 집에서 머무는 게 당연해진 것처럼 에밀리는 이미 영재의 집 비밀번호도 알고 있었고, 영재도 언제든 오라면서 내심 에밀리가 집에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경기는 언제 보러 갈까요?"

"음... 파이널을 보러 와 달라고 했으니까. 이번엔 그냥 쉬는 게 좋겠어요. 긴 촬영도 끝나서 힘들기도 하고, 에밀리가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게 하긴 싫어요. 아무래도 경기장에 찾아오면 이야기가 안 나올 수는 없으니까."

물론 워킹데드 시즌 2 예상 방영일인 10월까지는 꽤나 기간이 남아있었지만, 아직까진 워킹데드 시즌 2의 촬영은 대외적으로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에밀리의 경우 주연급이긴 했지만 시즌 2에서 처음 등장하는 배역이고 로렌 코헨처럼 스티브 연과 러브라인이 이어진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촬영분이 모두 끝나자 영재의 집으로 온 것이다.

"그냥 집에서 봐요. 어차피 경기장에서 뭐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나 원정경기 갈 때는 혼자 있으면 심심할 텐데 집에 가서 부모님 뵙고 오고 개인적으로 시간도 가지고 해요."

"걱정 마요, 저한테는 이게 휴식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건데요?"

"그래도, 부모님 뵙고 와요. 친구들도 보고 오고."

꾹꾹-

"앗! 콧대 낮아진다니까요?"

"괜찮아요. 난 콧대 보고 에밀리 만나는 거 아니니까."

꾹꾹-

2011년 5월 17일.

그렇게 또 다시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컨퍼런스 파이널 첫 번째 경기가 댈러스의 홈구장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영재는 경기를 앞두고 여러 위치에서 슈팅을 던지면서 몸 상태를 체크했고, 생각보다 괜찮은 몸 상태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슉-

터프샷 이미지를 떠올리고 포스트업 이후 턴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 마저 깔끔하게 들어가자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 주먹을 꽉-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진통제를 먹었기에 딱히 통증은 없었고, 움직임도 충분히 자연스러웠다. 어차피 통증 없이 뛰는 운동선수는 없다는 것쯤은 옛날부터 알던 사실이었다.

'이 정도면 오늘 경기에서 별로 뛰는 데 큰 문제는 없겠어.'

오늘 경기는 벤치에서 시작하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스타팅이든 벤치멤버든 경기에 투입되어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그것만이 영재에겐 가장 큰 목포였다. 그리고 그것이 댈러스 매버릭스가 우승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요~ 슈팅 감각이 썩 좋은데?"

챈들러는 옆에서 휘~ 휘파람을 부르면서 영재의 빠른 회복력에 감탄했다.

"그런 터프샷도 경기에서 슉슉 꽂아넣으니까 참 든든한데?"

"아- 챈들러도 나이 걱정을 할 때가 되어가니까 공격 리바운드 할 때 고생 좀 덜 하게 하려고요. 아차, 공격리바운드를 해야 챈들러가 득점이 올라가는데."

챈들러는 영재의 농담에 '말이나 못하면!' 이라고 대꾸했다.

"음..., 잠깐만, 윤."

그런데, 오늘따라 챈들러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거침없는 입담과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인 챈들러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평상시엔 절대로 볼 수 없는 머뭇거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에이, 챈들러답지 않게 왜 그래요? 소심병이라도 걸렸어요?"

"뭐?! 어휴. 그냥 좀 민감한 이야기라 그래."

챈들러는 영재를 잠시 불렀고,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브루어에게 공을 건네곤 챈들러를 따라 코트 한 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무슨 이야기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뭐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라도 되나. 좀 시원하게 말 해봐요."

챈들러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벤치에 털썩 앉고는 영재에게 조심스레 이야기를 건넸다.

"그... 바이넘 있잖아. 거 있잖아! 그 뭐야, 어? 아주 그냥 개차반 같은 놈."

"네, 개차반 같은 바이넘이 어쨌는데요?"

"어... 그러니까, 음... 나만 언뜻 들어서 제대로 항의는 못 했어. 공식 석상에서 나온 이야기도 아니고 물증도 없어서 말이지. 그런데 윤, 너한테 아무래도 인종차별적인 말을 한 거 같더라고. 워낙 혼잡한 상황이라 주변에서 듣는 사람도 없었던 거 같고... 괜히 들쑤시자니 바이넘 그 놈이 자긴 안 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나밖에 듣지도 못한 것 같고, 솔직히 나도 확실하게 들은 건 아니라서."

챈들러는 바이넘이 영재에게 Yellow Monkey처럼 들렸던 말을 했던 것을 들었지만 그것을 수면 위로 떠올리게 하지 못했다. 영재는 미국으로 유학왔을 때부터 인종차별과 관련해서 안 당해 본 것도 아니었고, 그런 인종차별은 어느 나라에나 조금씩은 남아있는 악습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마 그렇게 팔꿈치로 갈비뼈를 찍었는데 지가 나뒹굴고 슛도 들어가니까 열 받았겠죠. 실력이 고작 그 정도인 선수가 그런 말 했다고 해서 화 안나요. 외려 지가 더 답답하고 짜증나겠죠."

영재의 의젓하지만 자뻑끼가 다분한 말투에 챈들러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웩- 소리를 내며 영재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 그런 놈은 실력으로 밟아 주면 되는 거지 뭐. 내년에도 그 자식 제대로 밟아주는 거다?"

[안녕하십니까! ESPN에서 보여드리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댈러스 매버릭스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1차전 경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캐스터 마이크 브린, 그리고 해설에 마크 잭슨과 제프 밴 건디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아, 오늘은 정말 기대가 되는 경기입니다. 드디어 파이널을 위한 마지막 관문, 컨퍼런스 파이널이 다가왔습니다! 이젠 그 어떤 팀이 올라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강팀들만 남아있는 상황인데요!]

제프 밴 건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이야기해나갔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하며 르브론 제임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케빈 듀란트와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러셀 웨스트브룩이 팀 내 핵심 멤버로써 스코어링과 경기 리딩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죠! 게다가 서지 이바카의 경우 시즌 초에 비하면 아주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시즌 총 블락 개수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골밑수비가 아주 탁월합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시티의 경우 불안요소는 체력입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9일간의 휴식을 취한 반면, 오클라호마시티는 그저께까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탓에 하루의 휴식만을 얻었을 뿐입니다. 아무리 멤버들이 젊은 팀이라지만, 거칠고 진흙탕 경기를 즐기는 멤피스와 7차전까지 벌인 체력적 부담은 분명히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드러날 겁니다.]

제프 밴 건디의 설명을 마크 잭슨이 이어받아 앞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더니 댈러스 매버릭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나갔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역시나 덕 노비츠키라는 원맨쇼가 가능한 에이스가 있다는 것이 큰 강점입니다. 그리고 두 노장 듀오인 제이슨 키드와 제이슨 테리도 아직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게다가 플레이오프 들어서 2옵션 이상의 활약을 해 주는 Y13, 영재 윤이 플레이오프가 진행될수록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타이슨 챈들러와 페쟈 스토야코비치 역시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업 멤버도 탄탄합니다. J.J 바레아가 소위 크레이지 모드로 돌입하면서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숀 매리언 역시 슈팅 성공률은 좀 떨어지더라도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마지막으로 코리 브루어는 댈러스에 부족했던 에너지와 속공능력을 보충해 주었고, 준수한 퍼리미터 수비수답게 상대의 스윙맨 에이스에게 들러붙어 슈팅 감각을 떨어트리게 하죠. 하지만 브랜든 헤이우드와 드숀 스티븐슨의 끝없는 추락과 함께 로드리고 보브아의 플레이오프 이탈, 마지막으로 영재 윤의 왼쪽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인해 슈팅 감각이나 출장시간이 어떻게 될지가 불투명합니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해야겠죠!]

두 해설자의 논리정연한 설명이 마무리될 쯤, 영재는 정말 오랜만에 선발이 아닌 후보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신 나가게 된 제이슨 테리는 오랜만에 스타팅으로 뛰는 것에 약간 긴장이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JET 어디 가요? 그냥 막 폭격하듯이 박살내고 오면 되는 게 제트기지 뭐."

"그러게 말야~ 하여튼, 엄살은. 아니면 이젠 연식이 오래 되서 포격이 제대로 안 되는... 억!"

빠악!

테리는 챈들러의 얄미운 농담에 신발 앞 코로 챈들러의 정강이를 툭- 때렸다.

"말이나 못하면. 제트기는 임마, 연식이 중요한 게 아니야."

"아오, 알겠다고 알겠어. 연식이고 뭐고 알겠으니까 얼른 나갑시다, 아주 두 번 농담하다간 무릎 아작 내겠네!"

챈들러도 엄살 대열에 합류해서 투덜투덜 거리더니 코트 위로 올라갔고, 영재도 저지를 입은 채 벤치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영재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벤치와 골대 사이쪽을 훑어보던 영재는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

선글라스를 쓰고,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다고 하더라도 저건 누가 봐도 에밀리였다. 하지만 에밀리는 개의치 않는 듯, 경기장을 보다가 영재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고는 윙크를 보내주었다.

"하하, 정말."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에밀리의 응원에 대답하고는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점프볼은 댈러스의 타이슨 챈들러가 가볍게 공을 따 냈다. 켄드릭 퍼킨스는 좋은 주전 센터였지만, 올 시즌의 건강한 타이슨 챈들러에 비해 운동능력이나 사이즈에서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영재는 벤치에서 경기가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직접 뛸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경기 도중에 벤치로 들어와 경기를 보는 것과는 다르게, 선발에서 제외되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니 더더욱 경기에 투입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초반은 그야말로 시소게임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새롭게 득점기계로 떠오르고 있는 케빈 듀란트의 초정밀 슈팅에 힘입어 점수를 따내고 있었다.

[케빈 듀란트! 숀 매리언을 포스트업으로 밀어붙이다가 페이드어웨이!!]

숀 매리언은 매트릭스란 별명이 무색할 만큼 케빈 듀란트에게 좋은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애초에 파워포워드를 봐도 된다고 할만큼 케빈 듀란트는 6-10(208cm) 에서 6-11(211cm) 의 키라는 것이 정론이었고, 숀 매리언은 그에 비해 6-7(201cm)로, 스몰포워드 중에서도 잘 봐야 평균 정도의 신장이었다.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파워포워드 포지션까지 수비가 가능한 선수였지만, 상대가 2년 연속 득점왕의 듀란트라는 것이 문제였다.

슉-

[BANG!!! 깔끔하네요. 노비츠키의 학다리를 조금 차용한 듯 오른발이 높군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 듀란트도 매리언보다 많이 큰데 거리까지 확보하니 도저히 막을 수가 없죠! 키도 큰데다가 스탠딩 리치까지 길어서 타점의 높이가 너무 차이가 납니다. 괜히 2년 연속 득점왕이 아니죠.]

[초반 기세가 괜찮습니다. 물론 수비적인 부분에서 댈러스의 점퍼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지만 1쿼터 3분여가 지난 지금 7대 6, 1점차로 오클라호마시티가 리드를 잡고 있습니다. 댈러스는 노비츠키, 오클라호마시티는 듀란트. 양쪽 에이스들의 쇼다운이 벌어지고 있죠.]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mvp33님/// 오옷 감사합니다!!

킹덤브라더스님/// 하핫 아닙니다. 항상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컵속의컵님/// 으음??

파이넨시아님, 키라루피님, 쿤다라님, ㅎ0ㅎ님, 사라질영혼님, 캐바밤님, 오마리온님, CountOfDark님/// 코멘 감사합니다!! 비오는데 다들 우산 잘 챙기세요~~

goimosp님/// 넵. 내년에 바이넘을 또 발라버려야겠군요.

zigichacha님/// 엌ㅋㅋㅋ 영재의 좌절??

달의물방울º天님, 라피르and진트님/// 넵. 의견 감사합니다^^

misscherry님/// 정말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라는 말이 와닿을 때가 있습니다 ㅋㅋ

야베스님/// 올 시즌도 자신의 과거와는 다르게 자신이 당당한 주연이니 감회는 꽤 새로울 듯합니다. 물론 내년이나 그 이후는 더 새롭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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