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103화 (103/296)

00103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페쟈는 얼렁뚱땅 질문을 넘겼고, 타이슨 챈들러는 자신의 차례가 되어 질문을 읽다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타이슨 챈들러, 마이크 타이슨하고 권투를 하면 누가 이겨요? 같은 타이슨이잖아요... 이건 너무 오바잖아. 재미없다고 이런 거! 당연히 내가 지잖아?!"

타이슨 챈들러의 문답이 끝나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영재는 맨 위에 써 있는 질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윤, 요즘 경기 잘 보고 있어요. 그런데 올스타 브레이크 때 에밀리 키니랑 단 둘이서 걸어 다니는 걸 봤는..."

찌익-

영재는 그 질문 부분만 찢어내더니 입 안으로 집어넣고는 우걱우걱 씹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다음 질문을 능청스레 읽어나갔다.

"Y13은 상대에게 도발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그러다가 싸움이라도..."

"야! 처음 질문 대답해야지! 나도 궁금하다고!"

"음, 싸움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하세요라... 제 액션은 도발이기도 하지만 경기 내에서 지지 않으려는 기싸움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서로간의 존중이나 존경심 없이 그런 행동을 하진 않아요. 그리고 접촉시 플레이가 거친 편도 아니고, 트래쉬토킹도 안 하는 편이라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이야, 막무가내로 그냥 넘어가 버리네..."

선수들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영재는 첫 질문은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남은 질문 중 대다수는 에밀리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구단이 일부러 노리고 질문을 뽑은건지, 아니면 정말 질문의 대다수가 에밀리에 관련된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힘든 방송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에 대한 질문들은 다 스킵하고 나머지 질문들을 조금 더 상세하고 길게 대답하며 적당히 자신이 채워줘야 할 시간을 채웠다.

그렇게 한 바퀴가 돌고 선수들은 그제야 입이 좀 풀렸는지 장난도 치고 질문에 대해 가감 없는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리 브루어의 경우는 시원시원하다 못해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입담을 선보였다.

"브루어, 댈러스 이적 이후 여자친구와 이야기 다 끝냈나요? 당연히 미네소타에서 댈러스로 옮기면 거리상으로 떨어지게 되니까 힘들긴 하죠. 말다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죠."

다른 선수들은 브루어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질문이어서 끼어드는 것을 자제하는 듯했지만, 브루어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면서 이야기를 했다.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사실 그렇잖아? 미네소타는 이젠 그저 스쳐 지나간 여자와 같은 거지. 이젠 새로운 여자랑 잘 사귀어보려고."

"오, 브루어. 여자친구가 있다면서 새로운 여자랑 잘 사귀겠다고요?"

브루어는 영재의 갑작스런 말꼬리 잡기에 윽하는 소리를 냈지만 이미 먹이를 문 선수들은 브루어를 놓칠 리 없었다.

"새로운 여자를 댈러스에서 만난거야? 스타일은 어떤데? 몇 살이야?"

"아니 그렇다는게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브루어는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챈들러의 첫 마디를 시작으로 다른 선수들도 봇물이 터진 것 마냥 브루어를 빼놓고 제멋대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브루어, 그렇게 안 봤는데. 뭐라고 했죠? 늑대는 고독하고 사납지만 한 여자만 바라본댔나..."

"으아악! 그게 뭐야!"

보브아의 증언에 페쟈 스토야코비치는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온 몸을 벅벅 긁었고 그런 페쟈의 반응에 선수들과 방송 관계자들도 웃음을 못 참고 크게 웃고 말았다.

"오 마이... 헤이! 마이 러브! 그냥 나 놀리는 거야. 나는 마이 러브 뿐이니까 오해하지 마!"

브루어는 이대로는 수습불가라 생각하곤 카메라 앞으로 튀어나와 얼굴을 들이밀고 하트를 그리는 등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상황을 대충 덮어버렸다.

어느덧 여자친구 이야기로 넘어가 버리면서 브루어의 다음 타깃은 바로 영재였다.

"이봐, 염소(goat), 이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해보자고. 젊은 나이에 연애 할 수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선수들의 말에 영재는 어떻게 대답할 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확실히 말하자면 못할 것도 없긴 했다. 서로 마음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한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아직 에밀리와 얘기가 끝난 상황이 아니었다.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기에 열애에 부정적인 시선은 많지 않았지만, 최소한 상대의 동의는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별거 아닌 친구사이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기도 하고 자칫 에밀리가 실망할 수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영재는 딱히 확답을 내리진 않은 채 얼버무렸다.

"에밀리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끝까지 입에 자물쇠를 잠근 듯한 영재의 단호한 대답에 선수들도 두 손을 든 채 영재의 입에서 진실을 뱉어내게 하진 못했다. 개인 프라이버시였기 때문에 영재의 의지를 존중해준 것이다.

2011년 3월 24일.

아메리칸 에이라인스 센터(American Airlines Center)

댈러스 매버릭스(Home) VS 미네소타 팀버울브스(Away)

영재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저지를 입은 채 가볍게 슈팅연습으로 몸을 풀고 있었다. 역시나 깔끔하게 들어가는 슈팅에 만족스러웠고, 댈러스 구단 내에서 진행한 방송 이벤트도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멜리와 스티브를 비롯한 영재의 지인들은 영상을 시청하며 영재에게 인터뷰 실력이 많이 늘었다던가, 정말로 에밀리와 그렇고 그런 사이냐며 은근슬쩍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에밀리에 관한 질문만큼은 철저할 정도로 입을 닫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늘은 경기를 라이브로 못 볼 것 같아요.]

에밀리는 경기를 라이브로 못 봐서 아쉬운 듯, 메시지를 남겨주었다. 항상 경기 전이나, 오래 걸리는 촬영 전이면 서로 메시지나 전화통화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격려해 주는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휴가 이후 한 번도 볼 수 없었지만 몸이 떨어졌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오늘도 잘 해요!]

아직은 쑥스러운지 닭살 돋는 멘트를 하지는 못하는 에밀리였지만, 영재는 오히려 그런 에밀리가 더 귀여워서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영재는 마지막 슈팅을 쏘면서 에밀리의 수줍은 메시지가 떠올랐는지, 즐거운 표정으로 연습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슈팅도 깔끔한 클린샷이 꽂혔고, 선수들은 경기 직전 코칭스태프가 전달해준 사항들과 전술을 숙지하면서 승리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FOX SPORTS 에서 보내드리는 댈러스 매버릭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경기, 해설에 데릭 하퍼, 캐스터에 마크 폴로윌 입니다. 데릭? 반갑습니다.]

회색 바탕에 하얀 실선으로 체크무늬가 되어있는 정장을 입은 데릭 하퍼는 진중한 표정으로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은 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폴로윌. 오늘의 화제라면 단연 숀 매리언입니다. 릭 칼라일 감독은 인터뷰에서 숀 매리언의 건강상태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숀 매리언의 현재 몸 상태가 경기를 소화할 수 없는 상태라는 ESPN의 기사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릭 칼라일 감독은 숀 매리언은 벤치와 스타팅을 모두 뛸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오늘 경기에도 숀 매리언이 뛸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검은 정장에 하늘색 와이셔츠를 입은 금발의 백인인 폴로윌의 질문에 데릭 하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아무래도 미네소타에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08-09 드래프트 2번 픽으로 뽑힌 마이클 비즐리가 숀 매리언과 상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숀 매리언이 20분 이상 경기를 소화할 수 없게 된다면, 사실상 페쟈 스토야코비치가 3번으로 뛰거나 코리 브루어가 뛰게 되겠지요. 브루어 영입 전의 댈러스라면 3가드가 자주 나왔겠지만, 브루어가 영입되어 스몰포워드 자리에 3명의 선수가 있기 때문에 그리 자주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경기 시작 직전이 되고, 선수들은 각자 화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가다듬었다.

[릭 칼라일 감독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로 15승 7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 역시 눈여겨 볼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데릭 하퍼의 말에 폴로윌은 놀란 듯, 크게 눈을 뜨며 하퍼에게 반문했다.

[역시, 통산 435 승 291패, 59.9%의 승률을 자랑하는 지략가답습니다. 2002년 올해의 감독상도 수상한 바가 있죠. 현 젊은 감독들 중에서는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에 비하면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감독 커트 램비스는 11년 전에 LA 레이커스에서 감독을 역임한 바 있고, 이제 미네소타를 맡은 지 2년차에 접어드는 감독입니다. 통산 56승 134패로 30%가 되지 않는 승률인데 과연 칼라일을 상대로 얼마나 선전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드디어 선수들이 저지를 벗기 시작했고, 마크 폴로윌은 오늘의 스타팅 라인업을 청산유수처럼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스타팅 라인업입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제이슨 키드, 영재 윤, 페쟈 스토야코비치, 덕 노비츠키, 타이슨 챈들러입니다.]

[여전히 숀 매리언은 벤치에서 시작하고 페쟈 스토야코비치가 스타팅 스몰포워드로 나오는군요. 칼라일 감독은 올 시즌 구상대로 매리언을 최대한 벤치에서 쓰려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맞상대하는 마이클 비즐리가 공격력은 괜찮지만, 수비 위치선정이 매우 좋지 않거든요. 페쟈의 3점이 터져 준다면 댈러스는 오늘 경기를 쉽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항하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라인업입니다. 루크 리드나워를 시작으로 웨슬리 존슨, 마이클 비즐리, 앤써니 랜돌프, 마지막으로 센터 다르코 밀리시치입니다.]

[미네소타는 팀 내 최고의 에이스인 케빈 러브의 부상으로 인해 타격이 큰 상황입니다. 그 대체자로 앤써니 랜돌프가 나왔지만 키만 센터 사이즈일 뿐, 슈팅 거리가 짧고 리바운드가 평균 이하여서 덕 노비츠키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겠습니다. 미네소타는 다르코 밀리시치와 마이클 비즐리, 두 명의 2픽 출신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 좋은 공통점은 이 두 선수는 모두 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트레이드된 케이스죠. 다르코 밀리시치는 우승반지는 있지만, 디트로이트에서 한계를 보였고, 비즐리 역시 마이애미 히트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 때, 마크 폴로윌은 잠시 정정할 사항이 생겼는지 하퍼의 설명을 잠시 멈추게 하곤 입을 열었다.

[아, 댈러스 매버릭스의 선발 라인업이 바뀌었습니다. 페쟈 스토야코비치에서 숀 매리언으로 바뀌었네요.]

[몸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숀 매리언. 경기를 한번 지켜보도록 하죠. 이제 점프볼이 시작됩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흘러나오는 노래를 같이 따라부르며 댈러스 매버릭스의 선수들에게 기운을 북돋아주기 시작했다.

We Will We Will Rock you!

Queen 의 We Will Rock you 가 흘러나오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해 경기장에 들어온 관중들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휙!

[점프볼은 미네소타의 다르코 밀리시치가 따냅니다. 밀리시치가 루크 리드나워에게, 리드나워가 다시 좌측 윙에 서 있던 마이클 비즐리에게 공을 줍니다.]

비즐리는 눈 앞에 서있는 숀 매리언을 슬쩍 바라보다가 돌파를 하려는 듯, 피벗을 시도했고 곧바로 3점슛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매리언의 수비력은 비즐리의 피벗 정도에 속을 정도는 아니었다.

퉁-

[마이클 비즐리, 무리하게 쏜 3점슛이 튕겨 나옵니다. 골밑에 있던 타이슨 챈들러가 리바운드, 제이슨 키드에게 공을 줍니다. 아직 개인플레이에 의존하는 성향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비즐리와 밀리시치... 21세기 2픽의 잔혹사의 대표격이죠. 밀리시치는 디트로이트에 2픽으로 지명되어 배드보이즈 2기 우승을 같이 했지만, 그게 끝이었죠. 비즐리도 마이애미에서 3번과 4번 둘 다 적응하지 못해 결국 팀을 떠납니다. 한동안 중국에서도 뛰다가 작년에 복귀했지만 인상적이질 못했죠.

잡초님/// 오 첫코시네요 ㅎㅎ감사합니다!!

잿빛그림자님, -DarkANGEL- 님/// 항상 코멘 감사해요~~

개구리파워님/// 묵비권을 행사합니다 ㅋㅋ

야베스님/// 음 스킬셋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다른 면에서는 많이 발전했죠. 충분히 조던과 비견될만한 유일한 선수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지존천하님, 파이넨시아님, huhcafe님, misscherry님, 쿤다라님, 찬란한유산님/// 코멘 항상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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