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1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보브아는 특유의 속도감으로 재빨리 골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탑에서 공을 낚아챘기 때문에 상대편 코트는 그야말로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황. 보브아는 자신감 있게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저 스피드가 부상 이후로 하락한 스피드란 말인가요?! 로드리고 보브아, 그간 자신감이 없었을 뿐이지 저 정도면 아직 충분히 탑 클래스의 속도라고 생각되는데요!]
[작년보다는 떨어져 보이긴 합니다만, 워낙 젊은 선수고 재활에 엄청난 힘을 쏟았으니 웬만큼 회복한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골대를 향해 뛰어오른 로드리고 보브아!]
콰아앙!!
[로드리고 보브아! 깔끔하고 파워풀한 원 핸드 슬램!]
[아직 자신은 건재하다는 것을 플레이로 증명하고 있는 로드리고 보브아! 경기 시작 1분여 만에 5점과 1개의 스틸을 혼자 뽑아냅니다!]
탁-
초반 두 번의 포제션 성공은 보브아에게 있어서 크나큰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나이스!!"
벤치에서 그 모습을 보던 영재는 누구보다 크게 환호하고 수건을 돌리며 보브아의 플레이를 응원했다. 보브아가 살아나면 팀도 새로운 무기를 가지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친구의 부활에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보브아의 선전으로 댈러스가 초반 기세를 잡는듯 했지만, 즈루 홀리데이와 조디 믹스의 슈팅 감각은 올 시즌 중 가장 절정인 시기였다. 3점슛 성공률은 가드 포지션이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한 30% 초반이었지만 골밑 마무리와 미드레인지 성공률은 5할에 접근할 정도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엘튼 브랜드의 스크린을 받아 보브아를 제치고 또 다시 솟구치는 조디 믹스!]
[조디 믹스가 단신 슈팅가드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장이 6-4(193cm)입니다. 그에 비해 로드리고 보브아는 6-2(188cm)인데다가 몸싸움에서도 열세입니다.]
"윽!"
보브아는 또다시 자신의 앞에서 뛰어오르는 조디 믹스를 막기 위해 자신도 타이밍에 맞게 뛰어올라 손을 쭉 뻗었다. 예전 같았다면 탄력있는 점프로 상대의 신장 차이를 좁히고 슛을 막았을 텐데, 부상 이후로 떨어진 것은 스피드 뿐만이 아니었다.
슉-
[WOW!!!]
[깔끔한 미드레인지 점퍼가 꽂힙니다! 로드리고 보브아의 수비는 정말 아쉽네요. 믹스의 움직임이 좋았지만, 보브아의 스크린 대처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보브아는 반쪽의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네요. 공격적인 측면에선 다른 스타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수비적인 측면에선 바레아보다도 안 좋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수비의 문제로 인해 출전시간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계속 이러면 이번 시즌에도 작년의 재판이 될 겁니다. 올 시즌 댈러스의 팀수비는 그야말로 완성형인데 보브아는 픽 한번에 벗겨지는 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브아는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 조금 답이 보인다 싶었는데 수비가 말썽이었다. 드리블을 막아내고 돌파를 저지하는 능력은 괜찮았다. 사이드 스텝이 좀 느려지긴 했지만 그 정도는 커버할 수 있었다. 대인수비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2:2 수비나 팀 수비에서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 1쿼터가 시작한 지 5분 남짓이 지난 시점에서 칼라일 감독이 영재 윤과 숀 매리언을 투입합니다. 아무래도 보브아와 페쟈가 동시에 출전하기에는 활동량과 수비에서 너무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판단은 괜찮아 보입니다!]
스티브 커는 잠시 물을 마시더니 이야기를 계속 해 나갔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식스맨 콤보가드 루 윌리엄스의 경우 신장이 작고 아이솔레이션을 즐기기 때문에 보브아가 수비에서 충분히 맞상대를 할 만합니다. 아마 칼라일 감독은 그 점도 염두해 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영재와 매리언은 작전타임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 필라델피아의 수비가 생각보다 좋아. 초반에 보브아가 많이 흔들어 놓았음에도 곧바로 재정비를 했어."
"골밑이 빡빡해요?"
"그건 아니야. 차라리 하이포스트와 외곽수비가 더 끈끈해. 엘튼 브랜드의 림 프로텍팅은 수준급이지만 그 옆에 있는 스펜서 호즈는 글쎄, 지금 들어오는 테디어스 영 보다 수비적으로는 별로야. 테디어스 영이 활발할 활동량과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더 단단할 거야. 게다가 테디어스 영은 우리 팀을 상대로 항상 공격에서 좋은 기록을 보여주니까 그것도 염두에 두고."
키드의 말에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키드와 마지막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경기가 속개되고 키드는 공을 몰고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영재도 특유의 활동량으로 필라델피아의 수비를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자신을 집요하게 따라붙는 조디 믹스를 슬쩍 흘겨 본 영재는 오른쪽 사이드에서 윙으로 올라오더니 그대로 키드에게 공을 받고는 로포스트로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조디 믹스는 갑자기 안쪽으로 파고드는 영재의 드라이브 인을 한순간 놓쳤고, 영재는 조디 믹스가 뒤따라 들어오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재빨리 빡빡한 골밑에서 빠져나왔다.
그로 인해 믹스를 완벽히 떨궈낸 영재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이궈달라의 엄청난 헬핑 수비에 깜짝 놀랐다. 이궈달라의 수비력이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기민하게 비어있는 공간을 메울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매리언보다도 한 단계 위.'
영재는 바싹 긴장하고는 이궈달라와 굳이 정면승부를 벌이려 하지 않았다. 영재는 오른쪽 사이드에 서 있는 노비츠키를 확인하자마자 힘껏 드라이브 인을 시도했다.
[영재 윤, 이궈달라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합니까?!]
[무모해 보입니다. 무모해요! 이궈달라의 파워는 영재 윤이 감히 비빌 수 없는 수준이고, 스피드 역시 이궈달라 정도면 수비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윤의 개인기로 뚫어낼 수 있다는 겁니까?!]
하지만 영재는 조금 큰 반원을 그리면서 오른쪽 사이드와 윙 사이를 파고들었다. 테디어스 영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노비츠키에게 조금이라도 영이 떨어지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고전하는 영재 윤에게 테디어스 영 까지도 들러붙습니다! 노비츠키를 비워놔도 괜찮습니까?!]
스티브 커는 그제서야 영재가 무리한 돌파를 하려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스티브 커는 소름이 돋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영재 윤... 정말 사람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선수입니다! 저 선수가 과연 루키란 말입니까?! 이제 나옵니다. 영재 윤이 어째서 저런 무모한 돌파를 시도했는지!]
테디어스 영은 결국 매력적인 먹잇감에 홀려 스틸을 위해 영재에게 달려들었다. 영재는 이궈달라의 엄청난 수비력과 테디어스 영의 더블팀이 들어옴과 동시에 공을 등 뒤로 휙 던졌다.
[오, 오오!! 영재 윤! 마치 뒤에 눈이 달린 듯한 환상적인 패스입니다!]
[뒤에 눈이 달린 게 아니죠. 애초에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자신이 미끼가 된 것입니다. 조디 믹스를 뚫어낸 다음 골밑으로 파고들어도 괜찮았지만 이궈달라의 헬핑 수비가 워낙 좋았죠. 그래서 믹스는 이궈달라와 스위치를 해서 매리언 쪽으로 붙을 수 밖에 없었죠. 그 와중에 오른쪽 사이드에 있는 노비츠키를 확인한 영재 윤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더블팀이 붙도록 한 겁니다!]
[덕 노비츠키의 3점!]
슉-
[정확합니다! 덕 노비츠키!]
[단 한 개의 어시스트일 뿐이지만 오늘 나온 그 어떤 어시스트보다 영리하고 허를 찌르는 패스였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선수네요, 영재 윤!]
영재는 노비츠키와 마주보며 서로 힘껏 소리쳤고, 이궈달라와 테디어스 영은 영재에게 깜빡 속아넘어갔다는 것에 똥 씹은 표정처럼 일그러졌다.
1쿼터 막바지까지 점수는 20 대 25. 5점 차이로 댈러스가 리드를 잡고 있었다. 앞선 5분 간 뛰었던 보브아는 7득점 2어시스트 1스틸을, 영재는 3분 동안 3득점 1어시스트 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었다. 영재는 자신에게 더욱 타이트한 수비가 붙는 것을 느끼고는 무리한 돌파나 슈팅보다, 필라델피아의 약점을 노리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키드와의 의견 공유로 덕 노비츠키에게 포제션을 몰아주기로 한 것을 항상 염두하며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난 기회까지도 노비츠키에게 넘길 정도로 영재는 득점력이 부족한 선수가 아니었다. 자신이 15점 이상은 해줘야 한다는 것은 잊지 않고 있었다.
(제이슨 키드의 노룩 바운드패스! 즈루 홀리데이가 손도 쓰지 못하고 속아버립니다! 바운드패스는 좌측으로 컷인하던 영재 윤에게!)
(기가 막힙니다. 예측하기 힘든 패스는 받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속된 말로 기름손이라 불리는 선수들에겐 빈틈이 보이더라도 저런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기 어렵지만 영재 윤은 다르죠! 손의 크기가 큰 것도 아니지만 글루 핸드라고 불릴 정도로 패스를 흘리는 법이 없습니다!)
(조디 믹스와 영재 윤의 1:1!)
영재는 자신을 가로막는 믹스를 보더니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곧바로 몸을 시계방향으로 휙 돌렸다. 여기서부터 승부가 갈린다. 믹스가 과연 스핀무브를 따라 올 것인지, 아니면 안 따라 올 것인지를 말이다.
턱-
스핀무브 도중 등에 묵직한 것이 걸리는 느낌. 영재는 재빨리 눈을 돌려 자신을 막는 선수를 바라보았다.
'이궈달라!'
예상치도 못한 선수가 영재를 마크해 버렸다. 분명 매리언이 사이드로 빠지면서 이궈달라도 따라가는 것을 확인했는데...
'더블팀이다.'
낭패였다. 슛감이 썩 좋지 않은 매리언 대신 영재가 공격을 전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이궈달라는 영재에게 더블팀이나 헬핑을 붙으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영재는 고민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빈 컵을 세우고 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영재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공격제한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윤! 안드레 이궈달라와 조디 믹스에게 더블팀을 당했습니다!]
[다시금 역스핀! 역스핀을 하더라도 제자리거든요! 선택을 내려야...]
하지만 커는 그 뒤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팬들도. 필라델피아의 선수들도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슉-
영재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반응속도가 느린 믹스의 위쪽으로 패스를 하는 척하더니 그대로 뛰어 올랐다. 패스가 여의치 않으니 역으로 그냥 터프샷(Tough-shot)을 쏴버린 것이다.
[Oh my godness!!! Wonderful shot!!!.]
[완벽히 속아넘어간 이궈달라와 믹스! 저렇게까지 막았는데 공격을 막지 못하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죠?!]
침착하고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해설을 하던 스티브 커마저도 이젠 영재의 페이드 어웨이에 흥분을 감추지 않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영재는 돌아가면서 자신을 막은 두 선수가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왼손의 검지와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를 들어올리며 13이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Y13! 자신을 제대로 어필합니다! 더블팀을 당한 상태에서 그대로 터프샷 3점을 꽂아버리네요!]
[허탈한 웃음을 짓는 이궈달라와 얼굴을 찌푸리며 윤을 쏘아보는 믹스. 완전히 기세를 뺏겼습니다.]
-삐이익
[역시 필라델피아의 덕 콜린스 감독, 작전타임을 요청합니다!]
[아무래도 한번 끊어줄 필요가 있죠. 여기서 끊지 않으면 순식간에 점수차이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수비는 정말 잘했습니다. 윤의 터프샷이 꽂혔기에 이렇게 된 것일 뿐이에요. 필라델피아는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윤의 기세를 꺾으려면 조디 믹스 대신 포워드를 투입하고 이궈달라를 윤과 매치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메르스 때문에 난리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길. 근데 의외로 마스크는 쓰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네요;; 저도 안 쓰고 다니긴 합니다만.
@마지막 더블팀 붙은 상태에서 3점은 스테픈 커리가 가끔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물론 영재의 상황이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긴 합니다만, 커리는 저런 걸 해내죠. 3점 카테고리에서만큼은 넘사벽의 커리. 더블팀 붙은 빅맨을 스크리너 비슷하게 써버립니다. 빅맨이 반응이 아무래도 느리니까요. 상대 빅맨이 불쌍해질 정도죠.
skkt0113님/// 외전이라 ㅎㅎ. 노력해보겠습니당^^
Naye님/// 맞는 말씀입니다. 특히 스포츠나 역사 계열 소설은 모든 것을 다 알기 힘든 경우가 있죠. 저희가 예전에 독자였을 때도 느꼈기에 가능하면 풀어쓰고, 어려운 부분은 모르고 넘어가더라도 향후 소설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소설이라 스포츠를 잘 아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경기를 보고, 자료를 조사하고 있고요. 아직 첫 소설이라 미흡한 부분들이 있을 텐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넨님, 별세님, 파이넨시아님, -DarkANGEL-님, 쿤다라님, 오마리온님, misscherry님/// 코멘 감사합니다!!
ㅎ0ㅎ님/// ㅎㅎ 더 많이 연재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당
kfgaga님/// 쿠폰 감사합니다!!
Luscinia님/// 하하.. 노비츠키가 작중의 2010년과 2013년의 모습이 좀 다를 겁니다. 2010년에는 짧았던 데다가 삭발수준의 헤어였던 적도 있거든요ㅋㅋ. 말씀대로 농구는 소설 묘사보다 훨씬 빨리 지나갑니다ㅋㅋ. 저희도 경기보면 눈깜짝할 새에 공격이 끝나있기도 하죠.
huhcafe님/// 예압. 맞습니다. huhcafe님이 생각하신 대로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