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88화 (88/296)

00088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하지만 워싱턴 위저즈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댈러스 매버릭스란 리그 2위 팀을 쉽게 추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댈러스는 최근 15승 1패라는 파죽지세의 기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칼라일 감독은 되려 마음이 급해진 워싱턴의 선수들의 멘탈을 이용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최대한 시간을 다 쓰고 공격할 것을 지시했다.

앞선 전반전에서 보여주었던 댈러스 특유의 빠른 트랜지션 오펜스 대신, 갑작스레 하프코트 오펜스를 이용한 지공으로 바꿔 버리니 워싱턴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워싱턴 입장에서는 경기 템포가 느려지면 큰 점수차를 뒤집기 힘들었다. 댈러스는 수비가 단단하고 확실한 득점원이 있었고, 워싱턴은 수비도 공격도 안정적이지 못해 빠른 농구를 통해 기세를 타야 하는 팀이었다.

퉁퉁-

댈러스가 키드 없이 하프코트 오펜스를 펼칠 수 있게 만든 선수는 바로 영재였다. 영재의 볼핸들링이 안정적이고 경기를 다양하게 조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레아가 스코어러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고, 그리고 영재가 경기의 조립과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도록 칼라일 감독이 지시를 내린 것이다.

15점의 점수차를 좁히기 위해서 워싱턴은 속공과 공격에 특화된 닉 영과 조던 크로포드를 무리해서 기용하고 있는데, 정작 댈러스는 빠르게 공격을 가지고 갈 생각이 없었다. 공격제한시간 24초를 최대한 사용하면서 가장 확률이 높은 공격루트로 워싱턴의 허술한 수비를 뚫어냈다.

영재는 그 점을 이용하기 위해 바레아와 노비츠키에게 집요하리만큼 패스를 뿌려주었다. 상대가 더욱 지치도록 매리언과 챈들러가 계속해서 영재와 바레아 앞에서 스크린을 걸어주었고, 영재와 바레아는 그 스크린을 타고 픽앤롤 혹은 픽앤팝 플레이로 하이포스트에서 로포스트로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수비력이 약한 조던 크로포드는 물론이고 존 월조차도 체력 저하로 인해 계속 앞선 수비가 뚫릴 수밖에 없었다.

[노비츠키! 또 다시 노마크 상태입니다!]

[챈들러의 스크린 이후 바레아의 돌파를 막기 위해 세라핀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딜레마입니다, 딜레마! 워싱턴의 모든 선수들이 댈러스의 잘 짜여진 전술에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정말 올 시즌의 댈러스는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이 없는 경기에서는 패배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버틀러가 시즌아웃되었고, 노비츠키와 챈들러가 2~3주씩 빠졌음에도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리걸 디펜스의 폐지 이후로 1:1 아이솔레이션, 에이스 개개인의 능력을 이용한 공격보다는 2:2 플레이를 비롯한 짜여진 플레이가 주요 공격루트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2:2 플레이에 대한 공격시 대처 능력, 수비 시 대처 능력은 그 어떤 능력보다도 부각되고 있는 관심사였다.

워싱턴의 경우 2:2 플레이를 능숙하게 해 내면서, 2:2 수비를 잘해내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게다가 2:2 플레이를 수비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 이상의 팀 디펜스 전술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도 워싱턴은 한참 부족했다. 그에 비하면 댈러스는 키드와 영재, 매리언, 챈들러까지 네 명의 선수가 스크린 수비에 익숙했고 수비전술의 이해도도 높았다. 올 시즌의 댈러스는 칼라일 전술의 정화라 불릴 정도로 부상이 없을 때에는 완벽한 전력을 보여주었다.

슉-

7풋의 큰 신장에서 쏘아지는 타점 높은 점프 슛. 뒤늦게 달려드는 트레비 부커를 피하며 뒤로 눕듯 상체를 젖히고 왼쪽 다리는 마치 학처럼 구부려 부커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페이드어웨이.

[PUTS IT IN!!!]

[덕 노비츠키의 페이드어웨이 정확합니다!!]

덕 노비츠키만의 시그니쳐 무브라고 할 수 있는 페이드어웨이가 작렬하자 베리즌 센터는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질 수 밖에 없었다.

3쿼터 막바지가 되자 워싱턴은 경기를 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존 월을 포함한 몇몇 선수들이 고군분투했으나 전력의 차이는 너무나 명백했다. 그리고 주전들이 체력의 한계점에 다다르자 손더스 감독도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가비지(큰 점수차이가 난 상황) 멤버를 대거 기용했다. 칼라일 감독도 곧바로 출전시간이 적은 편인 로드리고 보브아, 드숀 스티븐슨, 브라이언 카디널, 이안 마힌미를 투입하며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고 출전시간이 부족했던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아직 4쿼터가 남아있긴 하지만 워싱턴 위저즈, 경기에 의욕이 없어보입니다.]

[아쉽습니다! 손더스 감독. 조금 더 경기를 길게 봐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오늘 경기는 팀의 전력차이만이 아니라 양 팀 감독의 선수교체 및 지략대결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주었네요. 당장의 점수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존 월, 닉 영, 라샤드 루이스를 계속해서 뛰게 한 것이 효과를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죠, 이것이 바로 감독의 역량이란 것이죠. 릭 칼라일 감독이 왜 지략가 소리를 듣는지 알 수 있죠! 전반 내내 빠르게 진행했던 경기템포를 확 죽여버리니 워싱턴의 선수들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 짜여진 팀플레이를 통해 상대가 수비를 할 때 활동량을 더욱 많이 가져가게 강요한 점이 주요했습니다!]

제프 벤 건디는 잠시 물을 마시더니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년의 댈러스 매버릭스라면 비효율적인 플레이라는 것입니다. 템포를 늦춘다는 것은 상대의 수비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도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고 상대의 공격을 높은 확률로 막아내야 하는 전제가 되야 가능한 것인데요, 댈러스는 전형적인 점퍼만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팀이다 보니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많은 패스를 돌리거나 수비가 정립되기 전에 속공을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리바운드 능력이 부족해 쉽게 속공을 당하고 팀 실점이 높은 편이라 템포를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슬래셔이자 발빠른 가드 수비가 가능한 영재 윤, 리그에서 손꼽히는 스크리너이며 매 경기 두자릿수 리바운드가 가능한 타이슨 챈들러의 존재는 댈러스를 작년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댈러스는 칼라일 감독의 변형 존 디펜스를 기반으로 한 수비전술도 완성되었고, 하프코트 오펜스도 가능하게 되었죠! 이 두 선수는 댈러스에게 있어서는 노비츠키만큼이나 중요한 선수들입니다.]

댈러스의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고, 베리즌 센터는 침통한 분위기임에도 홈팬들이 열성적으로 뛰는 존 월에게 응원을 보내주고 있었다.

"뛰어! 조금 더 뛰자고! 아직 안 끝났잖아!"

아무리 존 월이 독려하고 팀을 이끌려 하더라도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루키에 불과했다. 이미 손더스 감독도 경기에서 손을 놓아버린 상태에서 존 월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하더라도 워싱턴이 댈러스를 역전할 기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삐이이-!

[베리즌 센터에서 벌어진 워싱턴 위저즈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 결국 110 대 97, 13점 차이로 댈러스 매버릭스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워싱턴 위저즈가 4연패를 끝내고 홈팬들에게 값진 승리를 선사할 수 있을거란 희망이 보였지만,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영재 윤의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5연패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선패스 마인드였던 선수가 미친듯한 스코어링을 보여주었고, 적절한 패스가 곁들여지며 높은 야투율을 선보이자 수비하는 입장에선 슛과 패스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최악의 딜레마에 빠져버렸네요! 자! 오늘의 MOM(Man of the Match)! 영재 윤을 크레이그 셰이거 JR가 인터뷰 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레이그?]

영재는 정규리그 중에 MOM이 된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그 때는 노비츠키의 부상이었던 시기였다. 즉, 영재 입장에서는 댈러스의 모든 주전이 뛴 경기에서 처음으로 MVP를 받은 것이다.

"ESPN의 크레이그 셰이거 JR 입니다! Y13,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이 전 까지도 정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오늘은 그 누가 와도 막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활약이었습니다! 26분을 뛰면서 8/15의 야투율에, 3/6의 3점슛, 4/5의 자유투로 23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턴오버를 기록했는데요! 오늘은 돌파 후 직접 마무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거 같습니다! 오늘의 플레이는 본인의 생각인가요? 코칭스태프의 지시가 있었나요?"

영재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더니 크레이그가 내미는 마이크에 고개를 숙이고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학생 때의 습관도 그렇고, 항상 동료들을 먼저 보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패스를 선호하는 플레이 방식이 다른 선수들에게 점점 읽히게 된다고 느꼈습니다. 최근 제 어시스트 턴오버 비율(A/T ratio)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이번 경기에서는 제 플레이스타일을 바꿔보았습니다."

크레이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질문으로 능숙하게 넘어갔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도 윤의 활약이 지속되고 있는데, 루키 챌린지 MVP 수상 인터뷰때 말했던 신인왕 경쟁은 아직까지 유효합니까?"

"물론입니다. 블레이크 그리핀이 센세이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도 그리 부족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신인왕도 타고 싶습니다. 하지만 신인왕을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올 시즌은 또 다른 목표가 있기에 신인왕에 매달리지는 않습니다."

크레이그는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영재에게 또 다른 목표가 무언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선수라면 누구나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이 있죠. 바로 우승입니다. 저는 우리 팀이 30개팀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세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파이널에서 우승하여 챔피언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 스포츠에서 우승반지를 끼는 것만큼 명예로운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이그는 당찬 영재의 포부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 시즌 댈러스의 기세가 사뭇 대단하다는 건 NBA를 보는 그 누구라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목표는 아니었다.

"유독 존 월과 많은 대결을 펼치는 것 같은데, 존 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 월은 뛰어난 선수입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첫 번째로 뽑혔다는건 존 월이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다만, 제가 운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댈러스에서 리그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뛰는 것 때문에 제가 존 월과 비등비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실력은 제가 평가할 수준은 아닙니다."

크레이그는 마지막으로 영재에게 경기 외적인 내용을 물어보았다.

"마지막으로, 올스타 브레이크 때 나온 기사입니다만. 싱어송라이터이자 워킹데드 2에 출연할 예정인 에밀리 키니와는 어떤 사이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영재는 하하 웃으면서 크레이그에게 이야기를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스티브가 로렌과 에밀리를 같이 데려왔어요. 그 때 처음 만났죠. 사실 스테이플스 센터 근처를 다 같이 구경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저와 에밀리 단 둘이 구경을 한 거에요. 음... 에밀리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는 있어요."

영재는 어물쩡 대답을 마쳤고, 크레이그도 더 이상 깊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인터뷰를 끝냈다. 영재는 라커룸에 들어가자, 갑자기 얼굴로 쏟아지는 물 세례에 으악! 하고 고함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MOM!"

"MOM 받은 거 축하한다!"

선수들이 영재에게 물 통을 흔들면서 물을 뿌리니, 영재는 이리저리 피하려고 라커룸을 돌아다녔지만, 타이슨 챈들러가 뒤에서 영재를 턱 잡아버렸다.

"저번에 농구공 세례를 했겠다?!"

"아 진짜! 쪼잔하게... 우악!"

"시원하구만! 그래 나 쪼잔하니까 막 뿌려! 악! 그렇다고 나한테 뿌리지 말고!"

결국 팀원들의 장난에 쫄딱 물을 맞아버린 영재는 샤워를 개운하게 하고 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팀원들은 기분 좋은 승리에 서로 왁자지껄 떠들고, 단체사진을 찍으면서 기분을 냈다. 영재도 한바탕 팀원들과 놀고 자리로 돌아와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겼어?]

영재는 싱긋 웃으면서 간단하게 메세지를 보냈다.

[Yes. Thank you. EK]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asofas님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가비지 멤버 : 보통 각 포지션별로 제 3의 선수들, 즉 로스터의 11~15번째 선수들을 포함합니다. NBA는 팀별로 7~9명씩을 주요 선수들로 쓰고 나머지 선수들은 로테이션 선수들의 부상 내지는 거의 경기의 승부가 결정났을 때 투입됩니다. 야구로 치면 패전처리조 비슷한 의미입니다.

※어시스트 턴오버 비율(A/T ratio) : 어시스트/턴오버 비율인데, 주로 포인트가드들에게 적용됩니다. 포워드나 센터는 이 비율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포인트가드들 중에서도 도박성 패스가 많거나 직접해결이 많은 선수와 안정적인 리딩가드들 간에도 차이가 심합니다. 예를 들면 호세 칼데론의 A/T 비율이 높다고 해서 토니 파커나 러셀 웨스트브룩보다 좋은 선수라고는 안 하니까요. 가드의 안정성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 정도로 보시면 좋은 스탯입니다.

칼파님/// 첫코시네요ㅋㅋ 감사합니당~~

캐바밤님/// 존 월은 첫 시즌 이후로 성장이;;;

비켜봐님/// 물론입니다 ㅎㅎ. 아직 한참 더 성장해야죠.

skkt0113님/// 보통 회귀한 사람은 동갑이나 연하보다는 연상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하물며 영재는 20살인데, 정신연령은 거의 30입니다. 게다가 멜리는 애초에 동갑이 아닙니다.

여신유리찬양님/// 특급 루키들은 정말 연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로 성장하는 게 보이더군요.

Luscinia님/// 칭찬 감사합니다!! 저희 소설덕분에 농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니 저희도 기쁘네요.

건필하십쇼!님/// 쿠폰 감사합니다!!

misscherry님/// 앞으로도 더 다양한 변화를 묘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ㅎㅎ

파이넨시아님, 쿤다라님, 오마리온님/// 코멘 감사합니다~~

라피르and진트님/// 워싱턴은 피어스를 제외하면 롤플레이어급 활약밖에 못 펼치더군요. 월과 빌이 너무 답이 없었습니다.

huhcafe님/// ㅎㅎ 영재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소설의 기조가 리얼리티와 성장물인만큼, 차근차근 올라갈겁니다 ㅋㅋ

zigichacha님/// 너무 김빠지게 되었습니다;;; 거의 5차전, 아니 4차전에서 끝날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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