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Y13-87화 (87/296)

00087  2010-11 정규시즌(Regular Season)  =========================================================================

영재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존 월이, 자신을 살짝 노려보고 백코트를 하는 모습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너무나 부러웠다. 자신은 9년의 세월을 겪고, 그 경험으로 여기까지 아등바등 올라왔다. 물론 이전의 9년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굳이 말하자면 11년에 걸쳐서 드디어 이 자리에 올라왔는데 존 월은 단 몇 년 만에 이 위치에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는 건 영재의 발전속도는 존 월에 비하면 한참 느리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 생각까지 드니 영재는 미래가 살짝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만 해도 성공했지.' 라면서 자신을 합리화 할 영재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량만 유지하더라도 영재는 어느 팀에서건 주전급으로 뛸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계를 정하는 순간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괴물같은 신인 선수들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올 것이다. 영재는 그 틈바구니 속에서 혼자 도태되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 맞대결한 경기에 비해서 또 다시 성장한 존 월의 모습을 보며, 영재는 질투가 났지만 한 쪽으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절대로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괴물들의 소굴에서 영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바레아, 천천히 선수들의 템포를 조절하며 하프라인을 넘어 옵니다! 바레아가 탑까지 오고, 닉 영이 바레아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자, 요즘 바레아의 컨디션이 좋거든요? 닉 영을 떼어낼 스크린만 있다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프 벤 건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타이슨 챈들러가 탑으로 나와 스크린을 섰다. 여기까진 댈러스 매버릭스가 보여주는 공격의 정석이었다.

[아앗! 타이슨 챈들러의 스크린과 동시에 영재 윤, 오른쪽 사이드에서 왼쪽 사이드로 질주합니다! 존 월, 따라갑니다만 영재 윤이 베이스라인을 지나가고 나서 노비츠키가 노련하게 스크린을 섭니다!!!]

[존 월을 떼어냈습니다! 바레아! 드라이브 인! 닉 영 마저도 벗겨졌습니다! 바레아 어떻게 하나요!]

훅-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6-0 의 단신 가드인 바레아가 상대의 센터인 자베일 맥기를 앞에 두고 골밑슛을 쏘는 것보다, 오픈이 된 영재에게 공을 뿌려주는 것이 훨씬 안정적인 득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의 바레아였다면 무리하게 올라갔겠지만, 최근의 바레아는 꽤 시야가 넓어진 편이었다.

[J.J 바레아의 킥아웃 패스! 바레아가 무리하지 않고 빼줍니다. 확실히 요즘 물이 올랐어요!]

[자아! 영재 윤, 곧바로 스팟업 3점!!!]

슉-

[BANG!!! OH MY GOD!!!]

[영재 윤, 그물만 스치는 완벽한 클린 샷! 존 월에게 당한 스크린을 그대로 되갚아 줍니다!]

영재는 슈팅이 들어갔음에도 오른손을 내리지 않고 오른손 손목을 까딱이며 백코트를 했다. 언제든지 쏠 수 있다는 듯, 영재는 손목을 몇번 더 까딱이더니 손가락 두개를 펴면서 3점 2개째라는 것을 워싱턴 멤버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그 이후로 영재는 그야말로 날뛰기 시작했다. 이전의 경기를 소홀히 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펼치는 플레이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영재는 지난 9년간 돌파 후 선패스 마인드의 포인트가드로 뛰던 선수였다. 아무리 NCAA와 댈러스에서 1년 반 동안 스코어러로서의 기량을 갈고 닦았다곤 하지만 그 습관이 쉽사리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재는 시즌이 지날수록 자신의 스타일이 읽히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골밑까지 돌파하더라도 슈팅보다는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열고, 오픈된 동료가 있다면 직접 마무리하기보다는 어시스트를 노린다는 점을 상대방도 서서히 읽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재는 언제부턴가 상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슈팅을 막기보다는 패스루트를 끊으려고 하고, 상대방이 페이크에 잘 속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영재 윤, 골밑까지 깊숙히 침투합니다!]

[빠른 속도로 침투하는 영재 윤! 존 월이 끝까지 쫒아갑니다!]

[영재 윤의 성향으로는 골밑을 돌파한 후 골밑 마무리 보다는 바깥이나 롤맨에게 패스를 하는 선택을 주로 했거든요?!]

[지금 패스를 빼 주면 존 월에게 걸릴 것 같습니다! 뒤는 존 월, 앞에는 케빈 세라핀! 진퇴양난입니다!]

영재는 앞뒤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영재는 그간 안일하게 생각해 왔을지도 모른다며 자신을 질책했다. 자신의 스타일이 읽히는 것만큼 치명적인 약점은 없다. 그걸 자초한 자신에 대한 질책은 영재를 좀더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뛰어오르는 영재 윤!]

[케빈 세라핀과 존 월도 같이 뛰어오릅니다!]

찰나의 순간. 영재는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고 한 것 같은데... 라면서 실 없는 생각을 했지만 손은 빠르게 공을 오른손에서 왼 손으로 옮기고 있었다.

존 월과 케빈 세라핀은 언제라도 패스를 쏠 수 있는 영재를 경계하느라 정작 직접적인 슈팅에는 허술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었고, 영재는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삐이이!!!

[WOW!!! Y13 GORGEOUS DOUBLE CLUTCH!!!]

[AND ONE!!! 영재 윤, 그야말로 완벽한 무브먼트입니다!]

선패스 마인드라고 못박힌 것은 정말로 무서운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패스를 했다면 존 월의 손에 패스가 걸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패스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두 선수는 뒤늦게 영재의 더블 클러치를 막으려다 손을 건드려 버린 것이다.

영재는 땅에 착지한 뒤, 자신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존 월과 케빈 세라핀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두 선수에게 오른손을 까딱까딱 하면서 '들어와 봐라, 덤벼 봐라.' 라는 듯한 손동작으로 도발했다.

슉-

이번 시즌 자유투 성공률이 90% 가 넘는 영재였기 때문에 체감상 10개면 10개 모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자유투도 깔끔하게 성공시킨 영재는 패스보다는 직접적으로 마무리하는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영재 윤, 닉 영을 앞에 두고 헤지테이트 스텝!]

[잔스텝으로 언제든 앞뒤로 거리를 좁히고 벌릴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막기 까다롭죠! 닉 영, 너무 성급하게 영재 윤에게 밀착합니다!]

닉 영의 마크에 영재는 붙어주는 척 같이 접근을 하다가 한 순간 몸을 휘릭- 돌아서 닉 영을 가볍게 제쳐버렸다. 뒤늦게 존 월이 헬핑을 왔지만 이미 영재는 솟구친 상황.

슉-

[스핀무브 이후에 곧바로 풀업 점퍼! 기가 막힙니다!]

이렇게 연속해서 득점을 성공해버리니 닉 영과 존 월은 노골적으로 영재의 슈팅을 막기 위해 수비 시 동작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평상시와는 다른 패턴은 막기 어려운 법이다.

[타이슨 챈들러의 스크린! 살짝 빠져나온 바레아가 기막힌 킥아웃 패스를 찔러줍니다! 왼쪽 사이드에 있던 영재 윤에게 제대로 이어지는 공!]

영재는 공을 받자마자 미련없이 솟구쳐 올랐다. 닉 영과 스위치 한 월은 더 이상의 득점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영재의 앞을 가로막고 오른손을 힘껏 위로 뻗어올렸다.

훅!

[와우, 와우!!! 영재 윤 엄청난 플레이!!]

[3점슛을 쏘려는 동작을 그대로 무너트리고, 양 손으로 냅다 공을 던져 골 밑에 타이슨 챈들러에게! 엄청난 속도에 워싱턴 수비, 아무도 반응하지 못합니다!]

[타이슨 챈들러, 패스를 받자마자 그대로 원핸드 덩크!]

쾅!!

골대가 휘청일 정도로 내리찍은 타이슨 챈들러는 묵직하게 떨어지고 나서 양 팔에 힘을 가득 주며 이두박근을 자랑하곤 뒤돌아섰다. 백코트를 하는 길에 영재와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한 챈들러는 만족한 표정이었고, 영재 역시 엄지를 치켜세우며 챈들러의 플레이를 극찬했다.

지금의 영재가 한 플레이는 전생의 기억 중 애틀란타로 이적하여 실력이 만개하는 슈팅 스페셜리스트, 카일 코버의 플레이였다. 너무나 정확한 3점슈팅은 그가 코트에 있는 것 만으로도 하나의 전술이 되어버렸고, 상대팀은 그런 카일 코버를 막기 위해 엄청난 밀착 마크로 카일 코버의 3점슛을 봉인하려 했다. 그런 수비에 고전하던 코버는 되려 그 밀착 마크를 역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3점슛을 쏘기 직전 양 손으로 공을 골 밑으로 찔러주는 패스였다. 이 패스로 인해 애틀란타는 더욱 다양한 공격 전술을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영재의 전생에선 2014-2015 시즌 동부 컨퍼런스 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나마 균형의 추를 맞추던 존 월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패턴으로 바뀐 영재의 노련한 플레이에 워싱턴은 점점 균열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바레아와 영재는 3점과 돌파가 모두 되는 가드들이었기 때문에 월이 둘 중 누굴 막더라도 남은 한 명까지 월이 커버할 수 없었고, 닉 영, 마이크 비비, 조던 크로포드 등이 번갈아가며 남은 한 명을 제어하려 하더라도 그 들로는 도저히 바레아와 영재를 제어할 수 없었다.

"바레아! 끝까지 붙어!"

그리고 영재는 점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팀의 일원으로 전술적으로 움직이고, 자신의 롤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 역시 하나의 조각으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영재는 키드가 없을 때에는 자신이 바레아와 수비 위치를 맞추고 지시하며 수비적인 조직력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빅맨들의 수비에선 타이슨 챈들러가 주축으로 노비츠키가 꾸준히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조율하고, 바레아와 영재, 숀 매리언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가 빈틈이 보이면 조언을 해 주고 독려하기 시작하니 설령 돌파를 당하더라도 헬핑이 곧바로 되서 빈틈을 최소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댈러스 매버릭스, 리그 2위팀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댈러스 매버릭스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계속해서 팀원간 소통을 하면서 공격과 수비를 전개하니 엉킬 이유가 없죠! 워싱턴 위저즈, 너무나 큰 산을 만난 느낌일 겁니다! 존 월의 분투와 닉 영의 득점력으로 어느정도 맞춰놓았던 균형추가 그대로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 중심에는 단연 영재 윤이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슈팅가드이지만 선패스 마인드를 가지고 안정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이 강했거든요! 사실 이게 좋은 모습일 수도 있지만, 패턴이 고착화되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의 윤영재는 다분히 변칙적이고 도전적입니다! 여지껏 보여준 Y13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영재는 2쿼터가 끝나고 벤치로 돌아오며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점수는 어느덧 47 대 62. 15점 차이를 리드한 채 2쿼터가 끝나니 댈러스 선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후반전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칼라일 감독은 점수차이를 확인하고는 멤버를 교체했다. 2쿼터 까지 5/8의 야투 성공, 자유투 포함 15점에 3어시스트, 1스틸, 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맹활약한 영재와 그를 받쳐 짧은 시간이지만 3/4, 7득점 3어시스트를 기록한 바레아가 빠지고 보브아와 키드가 투입되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뛴 노비츠키와 챈들러도 벤치로 돌아오고, 그 대신에 페쟈 스토야코비치와 이안 마힌미가 투입되었다.

워싱턴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오늘 그나마 경기력이 좋은 존 월과 닉 영, 그리고 조던 크로포드가 계속 뛰었고 트레비 부커와 케빈 세라핀이 세 선수와 짝을 이루었다. 월, 영, 크로포드를 뺄 생각이 없는지 손더스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셋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연패중인 워싱턴 위저즈었지만, 홈이었기에 쉽사리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 쿠폰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골스가 오늘 승리했네요. 연장에서 부상당한 어빙의 공백은 어떻게 할 수가 없을듯하네요. 가뜩이나 오늘도 8인 로테이션에 르브론, 탐슨이 45분이상 뛰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최근 업데이트 뉴스를 보니 어빙이 큰 부상은 아니라는데, 글쎄요. 이미 몸상태가 안 좋았는데, 가벼운 부상이라도 입으면 그 타격은 적잖을 거라 봐서... 첫 파이널이니 뛰고 싶겠지만, 무리해서 후유증이라도 생기면 어떨지 걱정입니다.

@영재도 슬슬 스타일의 변화를 줄 때가 되었죠.

래버미야님/// ㄷㄷㄷ 조심하세요...

misscherry님/// 전국이 난리군요 ㅠ.ㅠ

skkt0113님/// ㅠ.ㅠ

캐바밤님, -DarkANGEL-님, 쿤다라님, 파이넨시아님/// 코멘 감사합니다!!

러프99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헤이웃은 뭐;;;

라피르and진트님/// 노답 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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